이제 명절 유일 손님이 된 시누이네가 아직도 시댁에서 출발하지 못했다고 해서 식구들 아점을 후다닥 차려놓고 더숲에 와서 영화 <파이널 리스트>를 보았다.

난 예술을 동경한다. 예술을 잘하는 사람이 멋있다. 동시에 부럽고. 능력을 선택해서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예술적 능력, 그중에서도 음악을 선택하겠다. 라고 생각하곤 했다.

근데 그 과정 또한 순탄치 않을 뿐더러 피땀흘리는 노력과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을 가끔 잊곤 한다. 거저먹는 인생은 없는 것이다. 행복이 성취에 있지 않지만, 어쨌건 성취에는 고통스런 노력과 연마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게 싫어 회피하면 그냥 평범한 능력을 갖는 것이고, 그 이상을 원한다면 그 연마의 고통을 넘어서야 한다.

어쩌면 내게 없는 것은 예술적 능력보다도(물론 그것도 없다ㅋ) 이러한 인내심인지도 모른다. 적당히 일하고 일한 후의 휴식을 넘나 사랑하는 나에게 뛰어난 성취란 애시당초 불가능한 것이다.

다큐멘터리인 이 영화에 등장한 이들은 퀸엘리자베스 콩쿨 파이널에 올라간 12명의 젊은이들이다. 10대 후반에서 20대. 그리 오래 살지 않은 이들은 자신의 예술적 완성도와 인정을 위해 끊임없는 담금질을 한다. 시간의 밀도를 극강으로 높여야 한다. 그 극한을 보여주는 그들의 결승 전 합숙 8일. 하지만 잠깐의 산책대화에서 그들의 솔직한 내면이 비춰지기도 한다. 솔리스트가 된다고 행복할까? 콩쿨 입상한다고 성공하는 걸까? 심지어 뭐해먹고 살아야하지?에 가까운 고민까지....

이 콩쿨엔 한국인이 3명 올라갔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영화가 아님에도 이 중 2명이 가장 많이 나온다. 한국인이 우승자였기 때문이다. 우승자가 있으면 탈락자가 있기 마련.... 이 영화는 둘을 같이 다룬다. 아니 마치 탈락자가 화자인 듯한 영화다. 때문에 우승자의 이름을 미리 알고 있었던 나는 둘을 혼동해서 골탕먹었다는.....(에휴~~^^;;;)

아주 재미있는 영화라곤 볼 수 없었다. 참가자들 전원의 경연을 일부라도 보여줬더라면 좀더 흥미진진했을텐데... 하여간 예술가들은 타고나며 또 만들어지고 진정한 예술가로 서려면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늘 아들에게 피를 토하듯이 말했던 것, '젊을 때의 삶의 밀도'는 정말 중요하다. 내가 후회하는 것이 그거다. 물론 지금의 나는 늙어서 자연히 밀도를 낮출 때가 되었지만.... 세상이 말하는 성공 여부를 떠나서 젊은 날을 생각과 느낌과 연마로 채우는 일은 그의 인생에 튼튼한 기본이 될 것이다. 음 결국 내 자식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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