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리 존스의 전설 / 야코브 베겔리우스 / 산하>그림책인데 글밥이 제법 있고 쪽수도 100쪽이 넘는다. 읽는데 오래걸리진 않지만 내용은 고학년에 권할 만하다.스웨덴 작가이고 글과 그림 작업을 다 했다. 스웨덴 최고 문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동화책을 많이 읽고 새로운 것을 한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아이들, 독서력이 부족해 동화책에 흥미를 못 느끼는 아이들에게 권해줘도 좋을 듯하다. 상당히 특별한 책이기 때문이다. '멋지다'는 느낌도 들고.모험과 고난으로 점철된 샐리 존스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이다. 그런데 샐리 존스가 사람이 아니라는 거. 고릴라다. 악천후의 칠흑같은 밤에 태어난 아기 고릴라를 보고 족장은 앞날에 많은 불행이 있을거라 예언했다. 그말대로 아기 때부터 고난이 시작됐다. 밀렵군에게 고릴라를 산 상인은 관세를 아끼려고 사람 아기처럼 포대기에 싸서 배에 실었고 이때 샐리 존스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그러나 고릴라는 돈이 되지 않았고 팔릴 때까지 비참하게 갇혀 있었다. 마침내 샐리를 산 부인은 샐리에게 지극히 잘해주었다. 알고보니 이 부인은 대도였고, 샐리에게 기술을 가르쳐 신출귀몰한 도둑질에 써먹었다. 결국 대도는 도망치고 하수인(샐리)만 잡혀 동물원 행. 비참하고 희망없는 몇년이 흐르고 샐리는 옆 우리에 들어온 오랑우탄(바바)과 친구가 되어 잠시 즐거움을 찾는가 하다가.... 또 서커스단에 팔리고, 마술사의 조수가 되고.... 마침내 탈주를 감행한다.탈주의 과정은 아린이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것 같다. 자신만 탈주한 게 아니라 동물원으로 달려가 오랑우탄 바바를 구출하기까지.....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또다른 괴로움의 늪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갔으니.... 그들이 숨어든 곳은 배 안이었고 배는 멀고 험난한 항해를 시작했다. 기관사 보스만이 그들에게 호의를 베풀었다. 배는 태풍을 만났고 침몰되었다. 이후로도 고난은 가는 곳마다 샐리를 따라다녔다. 한숨이 나올만큼.... 소설(혹은 실화)을 읽다가도 한 인생에 어떻게 이토록 많은 고난이 다가오는가 탄식이 나오는 인생이 있지 않던가. 결국 자포자기하고 학대받는 것으로 삶이 끝나는가?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마음이 통하고 서로 의지되며 믿을 수 있는 존재는 꼭 많아야 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진정한 사이라면 한 명으로도 족한 것. 샐리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었다.(바바는 아님) 그들의 만남은 기적 같았고, 서로에게 삶의 의지를 주었다.세상은 넓고도 좁다. 샐리는 인생에 두 번의 극적인 재회를 했다. 첫번째가 앞에 말한 진정한 친구. 두번째는 대도 부인이었다. 샐리는 잊고 살았던, 대도 부인에게 배운 그 기술을 사용했다. (이부분 통쾌하고 재밌다) 그들은 그 돈으로 위기에서 벗어났고 둘만의 항해를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러다 접어든 어떤 곳에서 알게 되었다. 깊은 기억 속에 잠자던 샐리의 고향에 근접했다는 것을. 샐리는 고향의 동족을 향해 밀림 속으로 들어갈 것인가? 평생의 유일한 친구와 그들만의 항해를 계속할 것인가?"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너무 오래 멀리 떨어져 왔다. 다시 돌아가도 적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함께해온 신뢰의 관계를 끝까지 하는 게 좋다."는 생각과 "우정이란 꼭 몸이 함께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샐리가 고향과 본능을 찾아간다면 친구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라는 생각. 둘 다 충분히 가능하다. 문학토의는 이렇게 정답이 없는, 사전지식이 풍부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이런 주제 뿐 아니라 샐리의 고난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짚어보는 것도 가능하겠다. 그를 불행에 빠뜨린 것도, 진정한 친구가 된 것도 인간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꼭 여기까지 가지 않아도 그들의 여정(아프리카 - 터키와 유럽 - 보르네오 섬 - 싱가포르 - 미국 - 아프리카) 이 대장정만 보아도 후덜덜하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다 읽고 뭔가 그리고 싶어질 것이다. 대단한 스케일의 그림책 한 권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누군가에게 꼭 권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