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후루룩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30
윤해연 지음, 김영미 그림 / 열린어린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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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착 감겨드는 동화책을 또 만났다. 다섯 편의 단편이 들어있는 동화집이다. 다섯 편의 제목이 모두 의성어, 의태어로 되어 있는 것은 작가의 의도적인 장치이리라. 신선하고 감각적이다. 읽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표제작 [후루룩후루룩]은 무슨 소리일까? 아이는 매일 편의점에 간다. '꿈나눔 카드'를 들고서. 한번에 5천원까지만 쓸 수 있는 꿈나눔 카드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아이. 그동안에 받은 수모와 눈치는 아이를 딱딱하게 만들었다. 다른 곳도 갈 수 있건만 이 편의점을 고집하는 이유는 적당히 불친절한 '안경' 알바생 때문이다. 안경은 불쌍해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눈치도 주지 않는다. 가끔 원 플러스 원이라며 컵라면이나 삼각김밥을 툭 하고 챙겨주긴 하지만.... 어느날 아이는 안경이 사장님과 다투는 걸 봤다. 알바비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도 안경은 원 플러스 원을 챙겨준다. 나오는 길에 안경은 아이를 '후루룩!'이라고 불러세우고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준다.
"네가 거지라서 주는 게 아니야. 가난하니까 주는 거지."
"뭐라고요?" (째려보며)
"가난은 창피한 게 아니야."
"후루룩, 우린 어차피 가난해. 네 탓이 아니야. 내 탓도 아니고. 하지만 넌 근사한 녀석이야. 네 탓이 아니라는 걸, 아는 것 같더라. 난 너만할 때 가난한게 내 탓 같았거든. 그래서 창피했어. 근데 이젠 알아. 창피한 게 아니라는 걸. 그러니까 가끔 남이 페푸는 호의를 받아도 돼. 나중에 갚으면 되니까 상관없어. 알겠냐?"

어렸을 때 다른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이나 피아노학원이 부러워서 침을 질질 흘렸고 지금도 남들의 집값에 턱이 떨어질듯 놀라는 나지만 끼니를 걱정하는 빈곤을 겪어본 적은 평생 없다. 생각해보니 이런 카드로 밥을 먹는 아이들이 '무려 돈까스'를 사먹는다고 화를 냈다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뉴스에서 본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니 이런 카드를 쓰는 아이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돌아보게 되네. 이런데서 이야기의 힘을 또 느껴본다.

빈곤층 아이들의 일탈이 더 심한 것은, 통계를 굳이 확인해보지 않아도 느껴진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특별히 이들을 위해 노력해 본 적도 없는 내가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지만... 자존감을 세우는 데 실패한 탓도 있지 않을까. 안경 알바생이 자존감을 세우고 자기 알바비를 챙겨가며 살아가는 건강한 모습은 참 보기 좋다. 후루룩도 그럴 것 같다. 아직은 자존감보다는 자존심이 앞서고 있지만.... 이 아이들의 자존감을 세워주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게 하려면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할까? 짧은 이야기가 큰 고민을 안긴다.

두번째 [콩닥콩닥]은 처절하다. 아이는 이걸 '가슴속 알갱이들이 뛰는 소리'라고 표현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울음소리>라는 특이한 형태의 그림책이 떠올랐다. 그 그림책을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가정폭력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우리 교실에 있었던 아이들 중에서 내가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보내버린 아이들은 얼마나 될까? 나는 가늠하지도 못한다...

아이는 무슨 사연인지 엄마가 사라지고 아빠랑 둘이 산다. 아빠의 보살핌은 기대할 수 없고 알아서 먹고 치우며 학교에 다닌다. 아빠의 귀가시간은 아이가 잠자리에 든 시간이고 거실에 '사나운 발소리'가 들리면 아이의 가슴속 알갱이들은 뛰기 시작한다. 콩닥콩닥. 콩닥콩닥.

어느날 아빠는 모처럼 따뜻한 밥상을 차렸다. 그 밥상 앞에서 미친듯 뛰는 가슴 속 알갱이들을 누르고 용기를 낸 아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지만 이후의 상황이 반전되기를 바란다.

이야기에 선생님도 나오는데, 딱히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괴롭히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하고 "얼굴이 왜 그래? 누가 너 때렸니? 하고 묻기도 하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선생님이 좀 더 깊고 세심하게 살펴봤더라면 도울 방법이 있었을까?.... 적어도 아이가 그렇게 힘들게 용기를 내지는 않아도 됐었겠지. 좀더 세심하게 관찰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된다.

세번째 이야기 [드르렁 드르렁] 이건 누가 봐도 바로 알 수 있듯이, 코고는 소리다. 난 이 이야기가 가장 맘에 들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학교 수업이 끝나도 줄줄이 이어지는 스케줄을 헐레벌떡 따라다니는 윤재. 그냥 그렇게 살아와서인지 문제의식도 없다. 자주 하품을 할 뿐이다. 하품을 하면서도 백점을 맞는다. 어느날 1층에 새로 생긴 미술학원 앞에 걸린 할머니 그림을 보다가 윤재는 연거푸 하품을 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림속 주인공은 날마다 바뀌지만 한결같이 눈을 감거나 자고 있었다. 윤재가 그림 앞에 머무는 시간도 점점 길어졌다.

어느날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그림을 보던 윤재가 학원을 째고 집으로 직행한 것이다. 소파에 앉자마자 윤재는 잠이 들었고, 학원 연락을 받고 회사에서 뛰어온 엄마도, 뒤이어 들어온 아빠도....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오후의 거실에서 낮잠에 빠진 가족의 한 장면이 어찌나 편안한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밥보다 잠이 맛있다는 사람이라서....ㅎㅎ 그래서 이 작품에 더 꽂힌 것 같다. 하루 4시간만 자도 충분하다는 열혈인생들을 만나면 내 인생이 좀 열등해보이기는 하는데.... 그래도 이 편안한 장면을 포기 못하는 거 보면 어차피 성취에 목 맬 인생이 못되는 거겠지. 다른 이들도, 적어도 아이들만큼은 충분히 잘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네번째 이야기 [말랑말랑] 여기서 말랑말랑은 중의적 의미인데 그중에 하나는 할머니 젖이 말랑말랑... 아이들의 꺅~ 변태~ 어쩌구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멀미가 나긴 하지만, 조손가정의 이야기 중 아주 특색있고 재밌는 이야기인 건 분명하다. 손주를 키우신 할머니들 중엔 내가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지나쳐 주변을 힘들게 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 할머니도 좀 그런 과다. 에구... 그치만 소담이가 잘 크고 있으니 희망적인 이야기.

마지막 [눈물이 찔끔] 이사 전 날의 이야기다. 지훈이와 엄마는 싸놓은 이삿짐을 다시 뒤져 버릴 것들을 찾아낸다. 그중에 다시 되돌린 것. 지훈이는 받아쓰기 공책. 엄마는 작아서 입지도 못할 떡볶이 코트. 두 사람의 그 물건엔 누구와의 추억이 담긴 걸까? 이사 전날 밤, 자려고 누운 지훈이의 눈에서 눈물이 콧등을 가로질러 베개에 떨어진다. 슬프게 끝나버린 이야기. 그렇게 슬퍼할 일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특히 지훈이 엄마, 그 떡볶이 코트 버려도 돼요. 그리고 힘내요. 괜찮아요.

작가는 "아이가 슬프다는 건 아이가 있는 그 세상이 힘든 거다.... 이 글은 그런 아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응원이다." 라고 했다. 작가의 응원은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으니 힘이 있는 거겠다. 힘없는 나지만 작은 응원 하나를 보탠다. 환경이 힘든 아이들의 마음이 막다른 곳에 처박혀 핏발선 눈으로 되돌아서게 한다면 그건 그아이들의 책임이 아니다. 작가의 응원이 널리 퍼진 세상을 그려본다.

분량은 중학년용쯤 되고 4,5학년에 추천한다. (물론 6학년도 괜찮음) 5학년 교실에서 함께 읽기 적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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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밭 그림자 체포 작전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54
유승희 지음, 윤봉선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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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이어 보는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따지지 않고 읽어본다. 유승희 작가님도 그런 경우라서 이 책이 나온 걸 보고 바로 도서관 구매 목록에 올렸다.

이 책은 다시 동물 주인공으로 돌아갔다. 유승희 님의 동화엔 동물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은데, 동물 자체의 이야기라기보단 마치 우화처럼 인간세상의 모습을 동물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콩팥풀 삼총사'에서는 학교폭력의 문제를, '불편한 이웃'에서는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문제를, '별이 뜨는 모꼬'에서는 개발의 문제를 다루었다. 이 책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아이들이 파악하기에는 그간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어려울 것 같다.

갈대밭이 있는 호수가 배경이다. 아마도 작가가 근처에 사시거나 자주 접하는 환경인 듯, 자연의 묘사가 세밀하고 손에 잡힐 듯하다. 주인공은 이번에도 너구리가 나왔다.(너구리를 이뻐하시나봐^^) 또다른 주인공은 물닭이다. 물닭? 잘 모르는 동물이다. 작가의 말에 보니 작가님도 처음 보고 우아한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한다. 이 외 많은 물새들과 수달, 족제비 등의 동물들이 등장한다.

동물 이야기로 인간사회를 풍자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의 방식이 이번 이야기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나는 크게 두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느꼈다.

첫째는, 사회가 안정되게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약속들(법이라고 하겠다)과 그것을 지키는 시민의식이다. 이렇게 무겁고 딱딱한 주제를? 하지만 워낙 능청스러운 대사와 익살맞은 상황묘사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지라 무거운 느낌은 없다.

사람이 점점 큰 사회를 이루어가면서 필요에 의해 생겨난 여러가지가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법이라 할 것이다. 법이 없는 사회는 어떨까? 주먹이 앞서는 사회, 말하자면 약육강식의 사회일 것이다. 이 호수의 동물들은 '갈대법'을 만들어 약육강식에서 벗어난 평화로운 마을을 만들려고 애쓴다. 어떻게 보면 웃음 나오는 일이다. 동물 세계는 자연의 법이 존재한다. 인간이 끼어들지만 않으면 자연의 법칙 속에서 평화롭고 깨끗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걸 못하는 존재 오직 인간일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의 동물은 단지 동물이 아님을 기억하자. 그럼 다시 법으로 돌아간다.

갈대법은 털달린 동물들끼리 잡아먹지 않기, 질서 유지를 위해 보안관, 순찰대 등을 둘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의무 분배는 필요한데 그건 순조롭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호숫가에는 위기가 닥쳤다. 법이 없는 원초의 사회(약육강식)를 갈망하는 '그림자'의 습격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제목은 <갈대밭 그림자 체포 작전>

읽다보면 자력구제 금지의 원칙도 나오고, 구성원이 의무를 회피할 때 생기는 법의 무력화 등 여러가지 짚어야 할 점도 나온다. 자연스럽게.^^

두번째는 너구리의 속죄와 헌신이다. 난 이쪽의 이야기에 더 마음이 끌렸다. 물닭이 소중히 품던 알을 한개만 남기고 다 먹어버린 너구리. 물닭에게 혼쭐이 나고 물닭이 아파하는 걸 보며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깨닫는다. '이렇게 미안할 수가......' 이후 너구리는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물닭을 돕고 지킨다. 하나 남은 알에서 찌삐가 태어나자 아빠라도 된 듯 기뻐하는 너구리. 아니 실제로 그는 찌삐의 아빠나 마찬가지였다. 원수였던 너구리를 향해 차츰 마음을 열어가는 물닭과의 대화가 재미나다. 너구리와 아기 찌삐와의 대화에서 이런 말이 단순하지만 마음에 와 닿았다.

"아저씨는 가족도 아닌데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
"가족이 별거냐? 같이 있고 서로 좋아하면 그게 가족이지. 그렇지?"
이렇게 가족의 의미를,
"배고프지?"
"응"
"착하다."
"배고픈게 착한 거야?"
"그럼 당연하지. 아이들이 배고프고, 놀고 싶고, 자고 싶으면 그게 다 착한거야."
이렇게 착함의 새로운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어서 좋았다.

갈대밭을 덮친 검은 그림자는 아주 강력했다. 그 악역을 맡은 동물은 누구였을까? 상습적 스포일러인 나. 요걸 비밀에 부치고 스포를 면하도록 하겠다.ㅎㅎ 뒤로 갈수록 그림도 검고 무서웠다. 함께 작업하시는 윤봉선 화백의 그림체가 이제 익숙하다. 마지막 그림의 호수는 맑고 잔잔하다. 우리 사회도 이런 평안을 찾으려면 무엇을 해야되는가? 이번 작품의 주제의식을 높이 산다면 민주시민교육으로도 활용할 방법을 찾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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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2020-04-09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처음에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연상되었는데 좀 더 심오한 시민 의식 문제를 다루더라고요.
 
세상에 없는 가게 라임 어린이 문학 29
김선정 지음, 유경화 그림 / 라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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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식탐이 심하진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야기에 먹는 내용이 들어가면 읽는 맛이 더해지는 건 사실이다. <안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 같은 책들이 그래서 더 재밌었다. 이 책은 더더욱 그랬다. 맛깔스런 그림과 그 색감은 맛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한다. 그림이 낯익다 생각했더니, 바로 그 <안읽어씨>를 그린 작가님이네! 글도 그림도 모두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군침을 삼키는 건 내가 초딩입맛이어서 그렇다. 라면과 치킨, 과자 등등.... 이 이야기는 뭘 말하고 싶은 걸까? 불량식품만 좋아하다 낭패보고 절제하는 어린이가 되는 이야기? 에이 재미없다. 불량식품 좀 먹는다고 안죽어~ 먹고 싶은 건 좀 먹으면서 살아~라는 이야기? 뭐 그런 이야기를 동화로.... 먹는 얘기라 재밌게 읽고는 있는데 결말이 걱정스러웠다.ㅋ 이야기는 대체 오데로 가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말은 이쪽도 저쪽도 아닌 안전지대에 고이 착륙했지요. 착륙까지는 잠시 어지러운 과정을 거쳤으나 그또한 재미. 맛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아이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를 것이고, 몹시 공감하기도 할 것이다. 어른들은.... 엄마의 고집과 시행착오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건 사랑의 다른 모습이기도 했으니.

환이는 이시대에 흔한 아토피 어린이고, 지금은 좀 나아진 상태다. 그래도 엄마는 음식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대표적인 게 라면이다. 바쁜 엄마 대신 환이를 돌봐주시던 외할머니가 몰래 끓여주면 난리가 났었다.
"엄마! 환이 먹을 거 아무거나 주지 말라니까요? 텔레비전도 좀 틀어놓지 말고요! 환이는 텔레비전 틀어주고 라면 먹이고, 그렇게 안 키울 거예요."
이 말 속에 숨은 엄마의 아픔은 이 책에서 아주 극적인 장면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엄마의 강박은 금지음식에 대한 갈망을 더욱 증폭시킨다. '세상에 없는 가게'는 그렇게 생겨난 것이겠지.

나도 이 엄마의 '금지음식'들을 좋아한다. 아버님을 모시고 살지 않는다면 나도 '세상에 없는 가게'의 모든 라면을 날마다 돌아가며 먹고 살지도 모른다.ㅎㅎ "기름에 튀긴 밀가루는 몸에서 아주 나쁜 일을 해." 헉, 그거야말로 내가 좋아하는 건데....^^;;; 이렇게 대충 사는 나와는 달리 이 엄마는 유기농 친환경 식재료를 신경 써서 골라 건강한 식단으로 환이를 키우려 애쓴다. 건강한 놀이를 위해 토요일마다 숲놀이 프로그램에 보내고 주중엔 미술놀이, 영어동화책 읽기 등 좋다는 학원들을 골라 보낸다. 내가 봐도 참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 엄마가 되는 게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어요."
보름달을 보며 돌아가신 외할머니한테 혼잣말을 하는 엄마의 모습이 참 쓸쓸해 보인다.

양쪽 극단의 부모들을 많이 보게 된다. 기본생활관리조차 안될 정도로 방치하는 부모와 과할 정도로 관리하는 부모, 아이 밥 챙겨주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부모와 아이의 섭식에 올인하는 부모 사이의 적정선은 어디인지, 사실 굉장히 어려운 문제긴 하다. 작가도 사람이고 부모일 터, 정답을 어찌 알겠는가? 하지만 양 극단 사이 어딘가를 찾으려는 작가의 애씀이 느껴졌다. 그건 충분히 공감할 만한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시사점이 더 많다고 하겠다. 아이들에게는.... 뭐 굳이 시사점 같은게 필요할까? 재미있게 읽기에는 충분하니 그것으로 되지 않을까? 그리고 느껴지는 것을 느끼면 된다. "오늘 저녁에 엄마한테 치킨을 시켜달래야겠다." 요런 건 아니면 좋겠지만.....^^;;;;

'세상에 없는 가게'는 누구에게 어떤 모습으로든 나타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마지막으로 든다. 어쩌면 나에게도 스쳐갔을 수도 있다. 물론 라면가게는 아니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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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해평, 거북바위를 지켜라!
김혜온 지음, 김병하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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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축구라면 사족을 못쓰는 우리반 남자아이들을 사로잡을 것 같았다. 차례를 칠판에 적어주었더니 아이들이 더 몸이 달았다.
1. 패스 미스
2. 메시와 호날두
3.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축구공
4. 옐로카드를 받다
.......
이건 그냥 축구이야기만은 아니다. 아이들의 과한 기대에 부담을 느낀 나는 칠판에 씨실과 날실 화살표를 그렸다.
"얘들아, 이 책은 이렇게 한 방향은 축구 이야기야. 그런데, 긴 이야기가 이렇게 한 방향이기만 하면 너무 단순해서 재미가 없어. 다른 이야기가 같이 짜여들어 가야되는거야. 이 방향으로는 마을의 문제 이야기가 들어가. 이 두 방향의 실이 얽히면서 멋지게 조직이 되지."
그러자 아이들은 "마을의 문제요? 어떤 문젠데요?" 하면서 더욱 관심을 보였다. 나는 읽어주기 시작했다.

전남의 바닷가 마을이다. 작가의 고향이 그러하다. 마을의 자연과 풍경을 묘사한 문장에서 느낌이 뚝뚝 묻어났다. 그리고 남도의 찐한 사투리도 작가의 고향마을 그대로다. 촌스러운 듯한 전남 사투리. 난 외가가 전남이어서 어릴적에 많이 들어 아주 친근하다. 경험해보지 않고는 쓸 수 없는 문장들을 보며 시골이 고향이신 분들이 부러웠다. 이런 반짝이는 느낌들이 뇌리에 박혀 있잖아. 나는 글로밖에 못보는 이런 살아있는 느낌들이....

소제목들이 모두 축구에 관련된 말들로 되어있다. 난 작가가 언제 이렇게 축구에 조예를 갖게 되신 것인지 신기했다. 운동을 하시는 걸 못보았고 경기를 관전하는 것도 좋아하시는 것 같지 않았는데.... 그런데 연습이나 경기의 묘사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렇게나 공부를 하신 것인가?^^ 작품이라는 것은 작가의 터전(경험)과 취재(노력)에서 나오는 것 같다. 바닷가 마을이라는 작가의 터전에 축구에 대한 공부까지 딱 씨실날실로 맞아들어갔구나 라고 혼자 확신해버렸다.^^

축구 용어를 딴 소제목들은 마을과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했다. 단편이 아닌 장편은 그렇게 짜맞추어가는 직조능력이 필요한 것 같다. 너무 적절했고 어떤 때는 절묘했다. 정말 감탄하면서 읽었다.

우리반 아이들이 궁금해하던 마을의 상황은 이런 것이었다. 마을에 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어차피 농사로 먹고살긴 틀렸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보상금을 받아 살길을 찾자고 생각하며 찬성편에 선다. 반면 이 땅에서 나고 자라고 뼈를 묻을 어른들, 이곳의 깨끗함을 지키려 하는 사람들은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마을은 어느새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라져 반목하게 되었고 어른들 싸움은 아이들 싸움으로 이어져 축구팀은 와해될 위기에 처한다.

축구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축구팀의 지리멸렬에서 위기가 극대화 되었다가 멋진 축구경기로 희망찬 결말을 맞는다. 어른들의 반목도 같은 곡선을 그리는데, 아이들 축구가 어른들 축구 되는 절정의 장면은 찐한 사투리가 난무하는 가장 웃긴 장면이면서, 이게 가능해? 고개가 한번 갸웃해지는 장면이기도 했다. 물론 탐욕과 이권과 온갖 지저분한 것들이 끼어든 어른들의 문제가 아이들과의 어울림 한판에 해소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동화에서는 이게 되어야 한다(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동화는 르포가 아니다. 그리고 이런 류의 일이 비슷하게라도 한번쯤 일어나주면 좋겠다. '동화같은' 일.^^

소제목에 찬사를 보냈는데, 특별히 더 맘에 든 제목들을 살펴보겠다.
[7. 하프라인에서] 서울에서 아빠와 함께 귀농한 주인공 강우. 찬성파인 아빠와 반대파인 절친 민재 사이에서 참담한 심정.
[9. 페널티킥 기회] 심란한 강우는 언젠가 민재가 태워줬던 민재의 나룻배에 몰래 혼자 올라보는데..... 비바람부는 밤에 노를 놓치고 표류하는 끔찍한 두려움 중에 어둠을 뚫고 나타난 민재.
[11. 축구는 상상력] '상상력'에 주목한다. 그래 축구뿐만이 아니다. "맞아. 사람들이 상상력이 없어. 도시 사람들 삶은 시골 사람들 삶이랑 연결돼 있으니까 서로 상상력을 가지고 보살펴야 하지 않겠어?" 그렇다 이런 상상력. 역지사지 상상력.
[12. 드록바 프로젝트] 난 이게 뭔지 몰랐다. FC 바르셀로나 서포터즈 이야기도. 이 책에선 이 장이 해결의 실마리.

지방의 개발 문제를 다룬 책이 많을 것 같아도 찾아보니 찾기 힘들었다. 이 책은 그런 샘들께 도움이 될 것이다. 축구 이야기가 엮여져 있어 책을 외면하는 남학생들을 끌어들이기에도 좋다. 물론 개발과 발전 문제는 단순하지는 않다. 하지만 작가가 마음 속의 지향 없이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옳지 않다. 게다가 난 작가의 지향에 공감의 박수를 보낸다. 대책없는 반대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런 지향점에서 시작하여 가능한 대안과 실천수칙들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량보다 책이 더 두꺼운 느낌이고 무겁기도 해서(종이가 두꺼운 듯), 이렇게 만드신 이유가 있나 궁금했다. 그림이 꽤 많이 들어가 있었는데, 글의 느낌과 잘 맞아서 좋았다. 같은 고향(고흥) 출신의 글작가, 그림작가의 협업이라니. 그래서 특히 풍경그림이 아주 좋았다. 소제목들의 배경그림도 무척 좋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조연인 '태양아저씨'에 주목하고 싶다. 이 마을 태생이 아닌 아웃사이더 같지만 누구보다 해평을 사랑하는 아저씨. 그가 보여주는 친환경 발명품들은 장난감 수준으로 보이지만 우리는 그것들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까지 표현해준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발전에 가속을 넣지 않아도, 지금 이 속도로만 가도 지구환경은 지키기 어렵게 되어 있다. 우리가 가장 마음을 쓰고 가진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태양아저씨는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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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사회 선생님의 수상한 미래 수업 - 내리막길을 거슬러 살아남을 10대를 위한 필수 지침서! 우리학교 사회 읽는 시간
권재원 지음 / 우리학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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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수업, 4차산업 이런 말을 들으면 마음에 그늘이 드리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는게 첫번째 이유고 두번째는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할 나에 대한 두려움이다. 디지털 보다는 아날로그적 활동을 좋아하고 신기술에 적응력이 떨어지는 내가 향후 약 10년간 아이들을 더 가르치려면 뭘 배워야 하는가?

청소년을 주독자로 설정한 이 책을 골라든 것은 그래서였다. 물론 페이스북과 전작들을 통해 접해본 저자의 통찰에 대한 신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솔직히 세상이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시사에도 어둡고(얼마전 그나마 보던 신문까지 끊었고...^^;;;) 독서는 아이들책에 집중되어 있어서 지식도 부족하다. 그래서 자타칭 천재인 저자의 눈을 빌어 미래를 한 번 내다보고 싶었다. 저자서문을 읽고 탁월한 선택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 세상은 산업과 기술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인간이 필요를 넘어서는 엉뚱한 행동, 쓸모없는 생각을 하는 잉여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업과 기술, 혹은 혁신만이 우리의 고민거리인 것은 아니다. 또 그 산업과 기술의 변화에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만 있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저 둘은 우리가 마주해야 할 미래의 여러 변화 중 가장 사소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밖에도 정치, 문화, 혹은 도덕과 윤리, 생태 등 삶의 여러 측면을 이루는 분야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상은 산업과 기술만으로 달랑 바뀌는 그런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회의 여러 측면을 고루 보고자 하는 의도와,
"미래는 어디까지나 현재의 함수이며, 미래의 변화는 반드시 현재에 그 씨앗을 심어 두고 있다."
라는 지적처럼, 넘겨짚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뿌리를 둔 미래를 살펴보겠다는 전제가 매우 신뢰가 갔다.

그리하여 이 책은 8가지 주제로 현재와 미래를 통찰한다. 각 장의 부제는 '~~의 위기'로 끝난다. 각 장의 도입 페이지에 그 주제의 키워드들을 배치하고, 각 주제에 대하여 현재와 미래를 논한 후 해결책으로 이어지는 구성이 좋다. 해결책이란 것을 쉽게 말할 수 있는 주제들이 아니기 때문에 정답보다는 저자의 견해라 하는 편이 낫겠다. 속시원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래서 신뢰가 가는 아이러니라 할까.

1장 [내 일자리는 어디에?]는 노동의 위기를 다룬다. 이 시대의 부모와 젊은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문제라 하겠다. 익히 알듯이 인공지능은 벌써 많은 일들을 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인간의 일자리 상당부분을 점령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인간의 영역은 남아있고 앞으로 남을 영역은 어찌보면 더욱 인간의 본질에 가까운 것들이다. 저자는 몸으로 하는 일, 차이를 만들어내는 생각, 정서적 공감 능력 등을 꼽고 있다. 각오한 것 보다는 장밋빛이네? 진정 이러하다면 내가 중요시하던 교육들이 굳이 코딩교육 등에 밀려나지 않아도 될 듯한데 말이다. 코딩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보편교육으로 모두가 꼭 배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필요한 사람만 배워도 인공지능 사회를 이루는데 부족하지 않다고 본다.
"사실 20세기는 '인간의 기계화'가 이루어진 시대였다. 대규모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방식은 기계의 방식이며, 인간은 살아있는 기계로 투입되어 기계적으로 일할 것을 요구받았다. 하지만 이제 이 '인간기계'들이 기계로 대체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그동안 잊혔던 인간적인 일을 찾아내는 일이 될 것이다." (37쪽)
우리가 가장 걱정하며 아이들에게 겁을 주는 이 문제는 어쩌면 문제가 아니고 기회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진정 무서운 그림자는 뒷장들에서 나온다.

2장 [미디어로 포위된 세상]이 지목하는 위기는 '진실'이다. 진실이 왜곡되기 너무 쉬운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으며 그 도구는 발달한 매체들(미디어)이 되겠다. 저자는 해법으로 회의주의와 뿌리찾기(출처, 사실 확인)를 꼽고 있다. 그리고 매체문해력(미디어 리터러시)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단시간에 길러지는게 아니겠다. 학교교육에서도 필요할 것 같다. 그러려면 교사가 먼저 매체의 의도와 진실성을 판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겠다.

3장의 제목은 섬뜩하다.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바로 사생활의 위기를 다룬다. 감시사회, 빅 브라더, 바이오 인식, 거대 미디어 등의 키워드들이 문제를 짐작하게 해준다. 그동안 내가 입력한 수많은 개인정보들은 누구 손에 들어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걸까 새삼 오싹해지는 내용이다. 이 장에서 저자가 제시한 해법들은 내가 잘 생각해보지 못한 분야이긴 했지만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겠다고 깨달은 부분이다.

4장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을까?]는 노년의 위기에 대한 내용이다. 얼마전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책을 읽기도 했고, 가장 다가오는 절실한 문제여서 심각하게 읽었다. 결론이 권샘의 글 치고는(?) 뜬구름처럼 느껴졌다. 친절, 봉사, 애정표현.... 마음먹기 달린 것.... 권쌤 글에서 이렇게 이성보다 감성에 어필하는 해법을 별로 못 본 것 같다. 하지만 달리 무슨 대책이 있겠는가 싶다. 어쨌거나 사는 동안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야 하고 그건 누가 해줄 수가 없는 일인것을.

5장 [당신의 국적은 안녕하십니까?] '정체성의 위기'라는 부제의 이 장은 내 인식을 가장 많이 흔든 장이라 할 수 있다. 저자의 이런 질문 때문이다. "과연 30년 뒤에도 민족국가가 의미있는 정치 단위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133쪽)
저출산과 이주민, 다문화 사회의 문제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가시적이고 체감되는 문제가 되었다. 무턱대고 환영하기에는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기도 하고, 자칫하면 차별이나 혐오로 넘어갈 위험이 있기도 해서 무척 어렵게 느껴진다. 어쨌거나 대상에 대한 공부와 이해가 두려움을 줄여줄 거라는 저자의 조언에 공감하며, '열려 있는 자아, 유동적인 정체성' 이라는 말을 기억해 두겠다.

지구의 위기를 다룬 6장 [지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인가]가 내게는 가장 두렵고 암담하며 시급한 문제로 다가왔다. 에큐메네와 엔트로피로 설명한 문장이 숨이 턱 막히게 다가왔다.
"결국 인류 대부분은 지구 표면의 10% 정도에 몰려 산다. 그런데 이 10%는 바로 지구 위의 여러 자연조건들이 우연히 중첩되면서 만들어낸, 아슬아슬한 동적평형의 결과다.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엔트로피가 치명적인 수치를 넘어서면 이 평형이 깨진다. 그럼 사람의 거주 환경은 서서히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일순간에 무너져 버린다." (155쪽)
해법은 누구나 몰라서 실천 못하는 것이 아닌 방법들, 즉 걸어다니기(또는 자전거), 일회용품 안쓰기, 고기 덜 먹기 등이다. 페북을 통해 저자가 열심히 걸어다니시는 것을 보았기에 신뢰가 간다. 조금 더 불편하게, 욕구를 참는 것 외에 왕도는 전혀 없다.

7장 [가난,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서 다루는 내용은 '성장의 위기'로 1장 노동의 위기와 함께 부모와 자녀들이 가장 걱정하는 주제다. 우리 또래들도 모이면 그런 이야기들을 한다. "우리 자식들이 우리만큼만 살아도 성공인데, 그러기가 어려운 세상이야."
성장은 둔화되었는데 부의 편중은 가속화 되었다. 장차 10%의 중산층과 90%의 빈곤층으로 이루어진 사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추락에 대한 두려움은 아이들을 비인간적인 경쟁으로 더욱 내몬다. 자신의 성취에 대한 불만족은 억울함으로, 질투로, 분노로 표출된다. 이와 같은 어려움에 대체 어떤 해법이 있을 수가 있을까? 상상이 가지 않았는데, 다음장엔 고개를 끄덕일 내용이 있었다. 물론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첫째로는 '새로운 인생관'을 갖는 것이다. (과연 말처럼 쉽지 않겠지?ㅋㅋ) 사실 행복은 다 쓰지도 못할 소유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건전한 소확행을 추구하는 쪽으로 삶의 방향을 전환하면 좋을 것이다. 저자는 '약한 연결의 공동체'를 만들 것을 추천하고 있다. 매우 동의한다. 다음으로 '사회적 임금'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이건 내가 미처 몰랐던 부분이다. 건강한 합의에 의해 실현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삶을 윤택하게 하는 예술과 학문'이라는 해법에 쌍수를 들고 박수를 치고 싶다. 예술과 학문이 부의 상징이던 시대가 있었고 지금도 어느정도는 그렇지만, 방법을 찾아보면 예술을 즐길 방법은 전보다 기회의 문이 많이 열려있다. 학교가 이 장을 넓게 펼쳐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방향으로의 혁신을 나는 원한다.
청년들이 이 장을 읽고 자신들의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해보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 8장은 민주주의의 위기다. [자유와 민주가 싸워요]라는 제목의 의미는 무엇일까? 많은 나라에서 독재정부가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다. 그런데 오늘날 민주주의는 더 발전하기보다는 퇴행하고 있다. 그 토양은 바로 혐오다. 이 토양에서 정치는 실종되고 시민의 미덕은 증발되고 이기심과 선동이 난무한다. 요즘이 딱 그러하다. 매우 위험한 단계까지 우리는 와 있는거구나.... 그런데 저자의 해법 중 첫번째가 의외였다. 수학, 과학, 통계학!? 저자는 오늘날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이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한다. 대중을 홀리는 선동에 대처하려면 소양을 갖춰야 한다. 난 저 3가지에 모두 취약한데.... 잘하는 사람을 친구로 삼고 있어야겠다...^^;;; 두번째로 서사가 있는 예술을 꼽은 것에 크게 공감한다. 저자가 사회교사이면서 예술교육과 연극수업에 열정을 갖고 실천하시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마지막으로 토의와 토론, 그중에서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책 내용에 의문이 있으면 질문하라며 저자의 이메일 주소로 끝맺음. 와우 너무 절묘한거 아닙니까?ㅎㅎ

똑똑한 사람들은 머리 속에 지도가 들어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 치 두 치 앞을 본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늘 안개 속을 헤맴.... 작은 손전등이라도 켜려면 부지런히 읽어야 하겠지. 이 책은 내일 독서모임에서 나눌 책이라 요렇게 정리하며 읽었다. 다른 샘들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부디 미래는..... 너무 절망적이지 않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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