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사회 선생님의 수상한 미래 수업 - 내리막길을 거슬러 살아남을 10대를 위한 필수 지침서!
권재원 지음 / 우리학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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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수업, 4차산업 이런 말을 들으면 마음에 그늘이 드리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는게 첫번째 이유고 두번째는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할 나에 대한 두려움이다. 디지털 보다는 아날로그적 활동을 좋아하고 신기술에 적응력이 떨어지는 내가 향후 약 10년간 아이들을 더 가르치려면 뭘 배워야 하는가?

청소년을 주독자로 설정한 이 책을 골라든 것은 그래서였다. 물론 페이스북과 전작들을 통해 접해본 저자의 통찰에 대한 신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솔직히 세상이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시사에도 어둡고(얼마전 그나마 보던 신문까지 끊었고...^^;;;) 독서는 아이들책에 집중되어 있어서 지식도 부족하다. 그래서 자타칭 천재인 저자의 눈을 빌어 미래를 한 번 내다보고 싶었다. 저자서문을 읽고 탁월한 선택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 세상은 산업과 기술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인간이 필요를 넘어서는 엉뚱한 행동, 쓸모없는 생각을 하는 잉여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업과 기술, 혹은 혁신만이 우리의 고민거리인 것은 아니다. 또 그 산업과 기술의 변화에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만 있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저 둘은 우리가 마주해야 할 미래의 여러 변화 중 가장 사소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밖에도 정치, 문화, 혹은 도덕과 윤리, 생태 등 삶의 여러 측면을 이루는 분야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상은 산업과 기술만으로 달랑 바뀌는 그런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회의 여러 측면을 고루 보고자 하는 의도와,
"미래는 어디까지나 현재의 함수이며, 미래의 변화는 반드시 현재에 그 씨앗을 심어 두고 있다."
라는 지적처럼, 넘겨짚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뿌리를 둔 미래를 살펴보겠다는 전제가 매우 신뢰가 갔다.

그리하여 이 책은 8가지 주제로 현재와 미래를 통찰한다. 각 장의 부제는 '~~의 위기'로 끝난다. 각 장의 도입 페이지에 그 주제의 키워드들을 배치하고, 각 주제에 대하여 현재와 미래를 논한 후 해결책으로 이어지는 구성이 좋다. 해결책이란 것을 쉽게 말할 수 있는 주제들이 아니기 때문에 정답보다는 저자의 견해라 하는 편이 낫겠다. 속시원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래서 신뢰가 가는 아이러니라 할까.

1장 [내 일자리는 어디에?]는 노동의 위기를 다룬다. 이 시대의 부모와 젊은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문제라 하겠다. 익히 알듯이 인공지능은 벌써 많은 일들을 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인간의 일자리 상당부분을 점령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인간의 영역은 남아있고 앞으로 남을 영역은 어찌보면 더욱 인간의 본질에 가까운 것들이다. 저자는 몸으로 하는 일, 차이를 만들어내는 생각, 정서적 공감 능력 등을 꼽고 있다. 각오한 것 보다는 장밋빛이네? 진정 이러하다면 내가 중요시하던 교육들이 굳이 코딩교육 등에 밀려나지 않아도 될 듯한데 말이다. 코딩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보편교육으로 모두가 꼭 배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필요한 사람만 배워도 인공지능 사회를 이루는데 부족하지 않다고 본다.
"사실 20세기는 '인간의 기계화'가 이루어진 시대였다. 대규모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방식은 기계의 방식이며, 인간은 살아있는 기계로 투입되어 기계적으로 일할 것을 요구받았다. 하지만 이제 이 '인간기계'들이 기계로 대체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그동안 잊혔던 인간적인 일을 찾아내는 일이 될 것이다." (37쪽)
우리가 가장 걱정하며 아이들에게 겁을 주는 이 문제는 어쩌면 문제가 아니고 기회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진정 무서운 그림자는 뒷장들에서 나온다.

2장 [미디어로 포위된 세상]이 지목하는 위기는 '진실'이다. 진실이 왜곡되기 너무 쉬운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으며 그 도구는 발달한 매체들(미디어)이 되겠다. 저자는 해법으로 회의주의와 뿌리찾기(출처, 사실 확인)를 꼽고 있다. 그리고 매체문해력(미디어 리터러시)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단시간에 길러지는게 아니겠다. 학교교육에서도 필요할 것 같다. 그러려면 교사가 먼저 매체의 의도와 진실성을 판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겠다.

3장의 제목은 섬뜩하다.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바로 사생활의 위기를 다룬다. 감시사회, 빅 브라더, 바이오 인식, 거대 미디어 등의 키워드들이 문제를 짐작하게 해준다. 그동안 내가 입력한 수많은 개인정보들은 누구 손에 들어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걸까 새삼 오싹해지는 내용이다. 이 장에서 저자가 제시한 해법들은 내가 잘 생각해보지 못한 분야이긴 했지만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겠다고 깨달은 부분이다.

4장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을까?]는 노년의 위기에 대한 내용이다. 얼마전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책을 읽기도 했고, 가장 다가오는 절실한 문제여서 심각하게 읽었다. 결론이 권샘의 글 치고는(?) 뜬구름처럼 느껴졌다. 친절, 봉사, 애정표현.... 마음먹기 달린 것.... 권쌤 글에서 이렇게 이성보다 감성에 어필하는 해법을 별로 못 본 것 같다. 하지만 달리 무슨 대책이 있겠는가 싶다. 어쨌거나 사는 동안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야 하고 그건 누가 해줄 수가 없는 일인것을.

5장 [당신의 국적은 안녕하십니까?] '정체성의 위기'라는 부제의 이 장은 내 인식을 가장 많이 흔든 장이라 할 수 있다. 저자의 이런 질문 때문이다. "과연 30년 뒤에도 민족국가가 의미있는 정치 단위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133쪽)
저출산과 이주민, 다문화 사회의 문제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가시적이고 체감되는 문제가 되었다. 무턱대고 환영하기에는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기도 하고, 자칫하면 차별이나 혐오로 넘어갈 위험이 있기도 해서 무척 어렵게 느껴진다. 어쨌거나 대상에 대한 공부와 이해가 두려움을 줄여줄 거라는 저자의 조언에 공감하며, '열려 있는 자아, 유동적인 정체성' 이라는 말을 기억해 두겠다.

지구의 위기를 다룬 6장 [지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인가]가 내게는 가장 두렵고 암담하며 시급한 문제로 다가왔다. 에큐메네와 엔트로피로 설명한 문장이 숨이 턱 막히게 다가왔다.
"결국 인류 대부분은 지구 표면의 10% 정도에 몰려 산다. 그런데 이 10%는 바로 지구 위의 여러 자연조건들이 우연히 중첩되면서 만들어낸, 아슬아슬한 동적평형의 결과다.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엔트로피가 치명적인 수치를 넘어서면 이 평형이 깨진다. 그럼 사람의 거주 환경은 서서히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일순간에 무너져 버린다." (155쪽)
해법은 누구나 몰라서 실천 못하는 것이 아닌 방법들, 즉 걸어다니기(또는 자전거), 일회용품 안쓰기, 고기 덜 먹기 등이다. 페북을 통해 저자가 열심히 걸어다니시는 것을 보았기에 신뢰가 간다. 조금 더 불편하게, 욕구를 참는 것 외에 왕도는 전혀 없다.

7장 [가난,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서 다루는 내용은 '성장의 위기'로 1장 노동의 위기와 함께 부모와 자녀들이 가장 걱정하는 주제다. 우리 또래들도 모이면 그런 이야기들을 한다. "우리 자식들이 우리만큼만 살아도 성공인데, 그러기가 어려운 세상이야."
성장은 둔화되었는데 부의 편중은 가속화 되었다. 장차 10%의 중산층과 90%의 빈곤층으로 이루어진 사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추락에 대한 두려움은 아이들을 비인간적인 경쟁으로 더욱 내몬다. 자신의 성취에 대한 불만족은 억울함으로, 질투로, 분노로 표출된다. 이와 같은 어려움에 대체 어떤 해법이 있을 수가 있을까? 상상이 가지 않았는데, 다음장엔 고개를 끄덕일 내용이 있었다. 물론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첫째로는 '새로운 인생관'을 갖는 것이다. (과연 말처럼 쉽지 않겠지?ㅋㅋ) 사실 행복은 다 쓰지도 못할 소유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건전한 소확행을 추구하는 쪽으로 삶의 방향을 전환하면 좋을 것이다. 저자는 '약한 연결의 공동체'를 만들 것을 추천하고 있다. 매우 동의한다. 다음으로 '사회적 임금'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이건 내가 미처 몰랐던 부분이다. 건강한 합의에 의해 실현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삶을 윤택하게 하는 예술과 학문'이라는 해법에 쌍수를 들고 박수를 치고 싶다. 예술과 학문이 부의 상징이던 시대가 있었고 지금도 어느정도는 그렇지만, 방법을 찾아보면 예술을 즐길 방법은 전보다 기회의 문이 많이 열려있다. 학교가 이 장을 넓게 펼쳐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방향으로의 혁신을 나는 원한다.
청년들이 이 장을 읽고 자신들의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해보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 8장은 민주주의의 위기다. [자유와 민주가 싸워요]라는 제목의 의미는 무엇일까? 많은 나라에서 독재정부가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다. 그런데 오늘날 민주주의는 더 발전하기보다는 퇴행하고 있다. 그 토양은 바로 혐오다. 이 토양에서 정치는 실종되고 시민의 미덕은 증발되고 이기심과 선동이 난무한다. 요즘이 딱 그러하다. 매우 위험한 단계까지 우리는 와 있는거구나.... 그런데 저자의 해법 중 첫번째가 의외였다. 수학, 과학, 통계학!? 저자는 오늘날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이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한다. 대중을 홀리는 선동에 대처하려면 소양을 갖춰야 한다. 난 저 3가지에 모두 취약한데.... 잘하는 사람을 친구로 삼고 있어야겠다...^^;;; 두번째로 서사가 있는 예술을 꼽은 것에 크게 공감한다. 저자가 사회교사이면서 예술교육과 연극수업에 열정을 갖고 실천하시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마지막으로 토의와 토론, 그중에서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책 내용에 의문이 있으면 질문하라며 저자의 이메일 주소로 끝맺음. 와우 너무 절묘한거 아닙니까?ㅎㅎ

똑똑한 사람들은 머리 속에 지도가 들어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 치 두 치 앞을 본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늘 안개 속을 헤맴.... 작은 손전등이라도 켜려면 부지런히 읽어야 하겠지. 이 책은 내일 독서모임에서 나눌 책이라 요렇게 정리하며 읽었다. 다른 샘들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부디 미래는..... 너무 절망적이지 않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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