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입김 - 작고 작은 것들을 찾아가는 탁동철과 아이들의 노래 자꾸자꾸 빛나는 4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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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으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시골학교의, 아이들을 사랑하고 시를 쓰는 남자선생님.

나이 말고는 비슷한 게 없네.ㅎㅎ 그래서 더욱 그의 교실이 궁금했다.

 

그는 참......

착한 사람이다. 이렇게 착해도 애들한테 잡아먹히지 않을 수 있구나 싶을 만큼. 아니 진정한 착함의 힘은 감히 잡아먹을 생각조차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걸까.^^

 

틀이 없는 사람이다. '반장 뽑기'라는 글에서 아이들이 반장을 뽑자고 요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들이 그러자면 일단 그래보는 선생님. 여기에서 선생님의 교육관을 보았다. "장난말인 줄 알지만, 하자니까 해 본다. 네가 말을 해서 내가 움직이고 둘레가 움직이고 세계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선생님은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반장이 무슨 일을 해?"

헉, 그건 선생님이 알려주는 것 아니었나.... 근데 탁샘은 아이들한테 물었다. 그리고 이렇게 결정되었다.

1. 놀아 주기

2. 웃어 주기

뽑는 과정은 한술 더 떴다. 팔 길이로 하자, 입 크기로 하자..... 결국 마음이 넓은 사람이 하기로 하고 두 명 빼고 다 손을 들어 두 명 빼고 다 반장이 되었다는 이야기. 만화 속 이야기 같은 실제 교실 이야기.^^

 

일하는 사람이다. 텃밭도 가꾸고, 아이들이 벌여 놓은 일을 함께 수습하며 닭장도 만든다. 연못도 만들고 아이들도 함께 일한다. 일하는 즐거움을 아는 학교다. 나는 죽었다 깨나도 못하는 일들이다. 이런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아이들을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많이 참는다.  욕쟁이 주먹쟁이 명환이에게 주어진 벌을 대신해서 받고, 명환이에게 짜장면을 사주는 사람. 이쯤에서는 한숨이 나왔다. 아니, 한숨이란 뭐 감탄의 한숨이랄까..... 너무 어려운 것에 대한 한숨^^;; 

 

그 사이에 아이들은 조금씩 자란다. 문제해결방식이 성숙해지고, 단순한 욕심이 목표를 향한 도전이 되고, 그리고 거기에 맞추어 아이들의 시가, 자란다.

탁샘과 함께 하는 양양의 어느 작은 학교의 아이들을 한번 보고 싶다. 그의 교실에 한번 구경가고 싶다. 공부하다가 일하러(놀러?) 나가고, 아이들이 선생님 되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는, 대체 선생이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을 것 같은 그의 교실을 한 번 보고 싶다. 한 가지는 자신이 있다. 그 안에 퍼진 선생님의 손길, 마치 하느님의 입김처럼 소리없이 퍼져있는 그것을 나는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의 교실을 생각한다. 나는 왜 이렇게 바쁜가. 무엇에 그리 불안해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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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방귀 아저씨네 동물들 이마주 창작동화
이상권 지음, 심은숙 그림, 서울초등국어교과교육연구회 도움글 / 이마주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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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퀴즈.
1.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거다.(O,X)
2. 다툼 발생시 즉시 교사가 개입하여 해결단계까지 가야한다.(O,X)

1번이라 여기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대부분의 어른들이 그렇게 여겼다. 일방적 가해자가 있고 괴롭힘이 심한 경우 꾸중도 하고 지도도 했지만 둘이 혹은 여럿이 투닥거리는 경우, 그냥 한꺼번에 말로 꾸짖고 넘어가면 대개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해해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곤 했다. 나는 운이 참 좋게도 지난 학교에서까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화샘 프로젝트 이런 것도 주워들었지만 굳이 적용할 필요까지는 못 느끼고 살았다.

학교를 옮기고 학급의 아이들이 이런저런 사고를 칠 때, 동료 선생님들의 조언은 주로 '즉시개입'과 '적자생존'(적어야 산다) 이었다. 빨리 파악하고 개입하지 않아서 교사가 겪게 되는 고초는 상상을 초월한다(그분들의 경험에서 나온 말), 즉시 개입하고 해결 절차를 밟고 증거를 문서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해에 나는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노래를 되뇌이며 살아야 했고 그해 축적한 종류별 문제해결 서식만 해도 한 폴더 그득이다. 올해 그 폴더를 오랜만에 열어봤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 대한 법조항을 검색한 문서자료까지 들어있었다. "사실을 적시한 것도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 뭐 이런 내용들?ㅠㅠ

교사들이 이렇게 된 것은 학폭법이 들어오면서부터라고 본다. 학폭법도 생긴 배경이 있으니 무조건 나쁘다고 매도할 수는 없다. 학폭법으로 해결된 사례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의 자정능력에 맡겨도 될 일들에 어른의 즉시개입이 의무화되면서 벌어지는 비교육적 수렁이다. 여기에 빠지면 모두가 불행해지고, 해결은 있다 할지라도 회복은 없다.

이상권 선생님의 이 책을 읽으며 이분이 교사는 아니지만 이런 얘기를 하고 계신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다 읽고 작가의 말을 보았더니 학폭을 언급하신 것은 아니지만 거의 일치했다.
"친구들끼리 지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나쁜 마음을 갖게 될 수도 있고 친구하고 싸울 수도 있어요.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랍니다.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처럼 서로 화해를 하기만 하면 오히려 더 친해질 수가 있는 거지요. 나는 여러분들이 온전히 자기 힘으로 친구와의 관계를 풀고, 마음 속에 있는 따뜻한 말들을 꼭 표현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읽고 혹시라도 화해하지 못한 친구가 있는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고요. 그런 바람으로 이 책을 세상 모든 동물들이랑 어린이들에게 보냅니다." (75쪽 작가의말)

이상권 선생님은 자연생태동화를 쓰시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도 아이들과 몇 권 읽어봤다. 고학년과는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저학년과는 <애벌레가 애벌레를 먹어요> 등이다. 이번 책도 보아하니 동물을 다룬 책이라 비슷한 느낌으로 열었는데 동물 이야기 안에 한 층의 주제가 더 들어있는 좀더 특별한 느낌의 책이었다.

왕방귀 아저씨네 집에선 여러가지 동물을 키운다. 거의 버려진 아이들을 아저씨가 거둬 키우시는 거다. 그 집에서 어릴적친구 흙표범 아저씨와 박목수 아저씨가 각각 아들(범)과 딸(초우)을 데리고 모였다. 두 아이는 과자를 먹으며 놀다가 동물들에게도 던져 주는데, 병아리를 사납게 쫓아내고 혼자 과자를 차지하는 똥개녀석한테 격분한다. 마침 착한 염소가 나타나 물리쳐 주었다. 아 근데 착한 염소라기엔.... 절름발이 거위와 외눈박이 오리를 괴롭히는게 아닌가! 두 아이는 불쌍한 거위와 오리 편에서 염소를 물리쳐 주었더니, 이번엔 거위와 오리가 귀여운 토끼를 괴롭혔다. 귀여운 토끼는 착하겠지? 천만에 이녀석은 병아리한테 흙을 끼얹고 괴롭혔다. 아이들은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꼈다. 이 와중에 두 아이도 싸워 서로 씩씩거린다.

한참 후 비오는 밖에 나와 염소우리를 보게된 범이는 깜짝 놀란다. 먹이사슬처럼 괴롭히고 괴롭힘 당하던 녀석들이 우리 안에서 꼭붙어 잠들어 있는 것이다. 초우가 말한다.
"나도 잠깐 자다가 나왔는데 쟤들이 저러고 있는 거야. 처음엔 꼭 꿈꾸는 줄 알았어. 진짜 아까 엄청 싸웠잖아. 물어뜯고, 들이받고, 차고. 근데 저렇게 사이좋게 누워 있다니.... 범아, 나도 쟤들이랑 같이 자고 싶어."
"나도 그러고 싶다."
"헤헤헤"
"히히히"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고 이런 질문을 해보고 싶다.
1.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말에 대해서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
2. 싸웠을 때 어느 정도까지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
3. 어느 정도부터는 해결이 어려워? 그때부턴 선생님이 어떻게 해주면 좋겠어?

참 고마운 문제의식을 담은 책이다. 교사들이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개입이 귀찮아서가 아니라는 말을 굳이 하고 싶다. 타인의 감정에 대한 민감성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인간관계 능력을 먼저 가르치고 싶은 것이다. 좋은 다리가 되어줄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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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돈 벌러 갑니다 창비아동문고 287
진형민 지음, 주성희 그림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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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형민 작가를 당연히 남자로 생각했었다. 일단 이름이 남성적이라 그랬겠지만 좀 시니컬하고 서늘한 문장에서 남자를 연상하는 것은 내 일종의 편견이라 볼 수 있다. <꼴뚜기>와 <소리질러 운동장>을 읽었을 때까지도 그랬다. 특히 소리질러 운동장은 야구 이야기라 의심의 여지없이 그리 생각했다. 어디선가 작가와의 만남 사진을 보고 여자인 걸 알았을 때의 놀라움이라니! 그런데 그걸 알고 읽은 이번 책에서는 처음의 그 느낌이 옅어졌다. 고정관념이란 참 무섭다.

난 꼴뚜기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재밌게 읽다가 어떤 부분에서(거의 뒷부분으로 기억) 기분이 팍 상해버렸던 기억만 난다. 그때가 세월호 사건 즈음이었는데 작가님이 전혀 그런 의도로 쓰신 게 아님을 알면서도 맘이 상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아마도 예민해져 있던 감정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건드렸던 것 같다. 한 군데서 걸리자 그 책은 제꼈다. 앞부분 좋았던 기억마저도. 이어 읽은 소리질러 운동장은 아주 좋았다. 요즘 학급에서 아이들과 꼴뚜기를 함께 읽는 선생님들을 많이 본다. 나도 언젠가는 다시 읽어볼 것이다. 그때 내가 왜 이런 부분에서 걸렸지? 라고 웃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도 전작들이 가진 장점들 -톡톡 튀는 대사들, 유머, 살아있는 캐릭터, 작가의 문제의식 등- 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번 문제의식은 '돈'에 대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문제의식이다. 돈을 벌기는 왜이리 힘든가? 아니, 누구는 쉽게 버는 돈을 누구는 왜 이리 힘들게 벌어야 하는가? 가진 자는 왜 계속 더 갖게 되고 가난한 자들은 더 가난해지는가?

이것을 아이들 이야기로 풀어내다니 참으로 놀랍다. 지금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주제인만큼, 작가도 작품에서 결론을 내지는 않았다. 대신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래서 말인데요, 우리, 나중에라도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깨닫게 되면 서로서로 알려 주기로 해요. 치사하게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기 없기예요, 알았죠? 나도 꼭 그럴게요."

이 책의 세 아이는 제목처럼 돈을 벌려고 한다. 용수는 축구화가 필요해서, 초원이는 양념치킨을 양껏 먹어보려고, 상미는 예쁜 치마를 사고 싶어서. 중산층 이상의 집이라면 어렵지 않을 일들인데, 이 세 아이의 공통점은 방과후 공부방을 다닌다는 것이다. 보호자가 올 때까지 공부도 봐주고 저녁도 먹여주는 공부방 말이다. 이 아이들이 어떤 계기로 돈을 벌자!고 의기투합을 하게 되었는데, 과정은 험난하고 결과는 너무 형편없었다. 셋이 몇시간이나 빈 병을 주워 판 돈은 몇백원밖에 안되었고, 다리가 끊어지도록 전단지를 붙이고 받은 돈도 셋이 합해 오천원밖에 안되었다. 공연표 줄 서주기는 그나마 돈이 좀 될 듯하였으나.....

결국 축구화 살 돈 마련을 포기한 아이들은 애써 번 돈을 어떻게 썼을까? 좋은 일에 기부하고 손털기? 그거보다는 쪼끔 현실적이다.^^

아이들의 이 험난한 경험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어린 나이에 헬조선을 뼈저리게 느끼고 살맛을 잃었을까? 화자인 초원이의 생각이 억지스럽지 않게 작가의 생각을 대변한다.
"그런데 돈 버는 일은 원래부터 괴롭고 힘든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초등학생이라 힘들었을까? 너무 힘들지 않게, 계속 재미있게, 거짓말하지 않고도 누구나 돈을 벌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그러면 오래오래 돈을 벌 수 있을텐데."

최근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양쪽에서 여러 말들이 많다. 하지만 이 아이들처럼 시간과 노력을 다 들여 일한 댓가가 허탈하고 좌절될 지경이라면 그것은 개선해야 할 것이다. 돈이 돈을 벌어 일하지 않고도 부자인 사람 옆에 뼈골 빠지게 일해도 가난을 면할 수 없는 이들이 공존하는 세상은 아니어야 할 것이다.

어두워서 읽기 힘든 동화도 많은데, 이 책은 힘든 현실을 소재로 삼았으면서도 상큼 발랄하게 읽히는 점이 특징이다. 작가의 장점이라 하겠다. 아이들과 읽으면서 생각해볼 점이 많겠다. 어쩌면 진정한 진로교육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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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쓴맛 햇살어린이 43
심진규 지음, 배선영 그림 / 현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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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쪽 정도, 중학년쯤에 적당한 분량인데 1학년 교실의 이야기라 독자대상이 조금 애매한 감은 있다. 작가의 이름을 들어본 거 같다. 초등샘이시고 얼마전 신춘문예에 당선되셨다는. 현장 선생님이 쓰신 교실 이야기니 오죽 생생하겠는가? 심지어 이 책의 주인공 선생님은 작가샘이 가까이서 뵌 어떤 분을 모델로 했구나 라는 짐작을 하게 될 정도였다.(아닐 수도 있지만^^;;)

'조직의 쓴맛' 이라는 제목은 엄청 구미를 당겼다. "배신자! 넌 조직의 쓴맛을 보게 될거야!"와 같은 영화대사에서의 의미 그대로, 단 코믹하게 풀어간 아이들 사이의 관계 이야기일 거라 짐작했다. 근데 완전히 헛짚었다. 이 책은 한 선생님과 그반 아이들의 이야기였고 '쓴맛'은 말 그대로 쓴 맛이었다.

찬이는 그렇게 바라던 1학년이 되었지만 첫날부터 실망하고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 이름이 '고순자'인 할머니 선생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옆반은 예쁜 '신규'선생님이 담임이고 과자파티 같은 것도 한다고 친구들이 자랑하는데, 자기네 선생님은 뽀글뽀글 흰머리에 스님옷 같은 걸 입고 첫수업날 질문이 고작 "오늘 아침에 똥누고 온 사람?"이고, 받아쓰기 등등 공부스러운 것은 하나도 하지 않고.....

이런 점은 엄마들의 수근거림과 불만으로 이어져 강한 민원을 받게 되는데, 이건 요즘의 경향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동화의 리얼리티에 손상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민원의 이유는 얼마든지 다양하니까 말이다;;;) 요즘의 경향에 맞는 고순자 선생님의 스타일을 몇가지 적어보겠다.

1. 지적발달보다도 아이들의 '몸'에 먼저 관심을 기울인다. 식사와 배변 등을 차분히 하나하나 가르친다. 1학년에서는 필수다.
2. 받아쓰기를 하지 않는다. 근데 요즘 1학년 1학기에는 다들 하지 않는다. 2학기에는 간혹 하시는 분을 봤지만 안하는게 교육청의 지침이기도 한지라 안하시는 경우가 많다.
3. 신체활동과 배움을 결합시킨다. 문자에서 자유롭게 놓여나 알게 된 것을 말로 표현하고, 그려보고, 그 후에야 조금 써보게 한다. 이 책에서는 운동장에 그리고 써보는 아주 인상적인 수업도 나왔다.
4. 억압하거나 강하게 질책하지 않고 부드러운 말로 지도한다. (이거야말로 저학년 학부모들이 가장 바라는 건데?)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 계시구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아님 작가샘 자신의 방법인지도?^^) 아주 특색있는 것은 선생님의 다양한 벌이었다. 아주 재밌는. 예를 들면 '내 말 좀 들어'는 선생님 말을 잘 안들을 때 쓰는 벌인데 '말'인형을 10분동안 들고 서 있는 벌이다.(속에 뭐가 들었는지 되게 무겁다고 한다. 나도 돌멩이 몇 개 집어넣고 하나 제작해 둘까보다.ㅎ) '날 좀 보소'라는 벌은 선생님을 안쳐다볼때 선생님과 함께 춤을 추는 벌이다. "날좀보소~ 날좀보소~" 노래도 부르면서.

그 외에 선생님은 '비밀의 약'도 가지고 계셔서 상황에 따라 꺼내서 먹이신다. 복도를 내달리던 말썽꾸러기 녀석이 조개처럼 입을 다물자 '열려라 닫힌 입'약을 먹여 입을 열게 하시고, 친구에게 상처를 준 녀석에게는 이 책의 제목인 '조직의 쓴맛' 약을 주었다. 결국 여기에서 파생된 문제들로 선생님은 민원을 받고 고초를 치르게 됐지만....

내용 중에 선생님이 내년에 정년퇴임이란 말이 나온다. 나는 10여년 후에도 그렇게 여유있고 노련하며 전문적인 모습으로 아이들 앞에 설 수 있을까. 지금도 어려운데 말이다. 나는 요즘 힘빼는 것을 고민중이다. 딱 아이들 발단단계에 맞는 만큼만 힘을 넣고 나머지는 적절히 빼기. 그리고 순자선생님처럼 유머를 잃지 말기.

지금도 곳곳에서 이름없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순자선생님들께 경의를 바친다. 선배님들, 저도 당신들과 같은 길을 가고 싶습니다. 힘내시고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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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과 함께한 일주일 작은걸음 큰걸음 22
김정미 지음, 전병준 그림 / 함께자람(교학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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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쪽을 넘기고, 책을 잘못 골랐다고 생각했다. 너무 유치하다고 느껴서다. 엄마와 둘이 사는 기랑이에게 어느날 아빠 유령이 나타난다. 하늘나라 10년만에 모범유령으로 7일 휴가를 받았다나? 일단 손에 잡았으니 끝까지 읽어봤다.

기랑이의 성은 '감' 감기랑? 놀림깨나 받을 것 같은 이름이다. 역시나 같은반의 주먹 한동구한테 만날 놀림과 괴롭힘을 당한다. 7일간 함께 하러 온 유령아빠가 이녀석을 혼내 준 것은 당연한 일. 게다가 아빠는 아들이 좋아하는 기쁨이와 친해질 수 있도록 이어주는 역할까지 한다.

후반부에는 기랑이가 사고 위험에서 유령아빠의 보살핌으로 살아나는데, 여기에는 좀 반전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족은(엄마와 기랑이, 그리고 엄마는 모르는 아빠유령) 놀이공원으로 소풍을 간다. 사람은 자기랑 비슷한 입장에 우선적으로 공감을 하게 마련인가, 엄마가 자꾸만 아빠의 손길을 느끼며 울컥하는 장면에서 조금 눈물이 날듯했다.

정작 가슴이 찡했던 건 동화를 다 읽고 '작가의 말'을 읽었을 때다. "아주 오래 전,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선장이었던 아빠는 파도에 휩쓸려 돌아가셨어요." 작가 약력을 다시 읽어보았다. '제주도 모슬포에서 태어났으며....' 그랬구나...... 이 이야기는 작가가 겪은 이야기였다. 슬프고 외롭던 작은 아이에게 나타나 따뜻한 보살핌과 용기를 주었던 아빠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 그 이후 혼자가 아님을 깨닫고 살아갔던 작가가 아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렇게 동화로 펴냈던 것이다.

나는 두 달 전 처음으로 가족을 떠나보냈다. 나는 더이상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아이도 아니고 87세로 천수를 누리고 가신 아버지였는데도 문득문득 아버지의 부재를 느낄때가 있는데,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거나 혹은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심정은 어떠할까. 허공을 휘저을수록 더 깊어져가는 그 상실감과 부재감, 슬픔을 어찌할까.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 줄게요.
밤에는 어둠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이 책은 어쩌면 이 노래의 동화버전이다.

내가 조금은 알 듯한, 아니면 이나이 되도록 짐작도 못하는 상실감과 슬픔에 아파하는 어린 독자가 있다면, 작가가 겪은 경험과 거기서 나온 이 이야기가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간은 독립을 추구하면서도 무척 의존적인 존재다. 아, 다른 이들은 모르겠고 나는 그렇다. 날 지켜주는 존재에게 깊은 위로와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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