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과 함께한 일주일 작은걸음 큰걸음 22
김정미 지음, 전병준 그림 / 함께자람(교학사)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몇 쪽을 넘기고, 책을 잘못 골랐다고 생각했다. 너무 유치하다고 느껴서다. 엄마와 둘이 사는 기랑이에게 어느날 아빠 유령이 나타난다. 하늘나라 10년만에 모범유령으로 7일 휴가를 받았다나? 일단 손에 잡았으니 끝까지 읽어봤다.

기랑이의 성은 '감' 감기랑? 놀림깨나 받을 것 같은 이름이다. 역시나 같은반의 주먹 한동구한테 만날 놀림과 괴롭힘을 당한다. 7일간 함께 하러 온 유령아빠가 이녀석을 혼내 준 것은 당연한 일. 게다가 아빠는 아들이 좋아하는 기쁨이와 친해질 수 있도록 이어주는 역할까지 한다.

후반부에는 기랑이가 사고 위험에서 유령아빠의 보살핌으로 살아나는데, 여기에는 좀 반전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족은(엄마와 기랑이, 그리고 엄마는 모르는 아빠유령) 놀이공원으로 소풍을 간다. 사람은 자기랑 비슷한 입장에 우선적으로 공감을 하게 마련인가, 엄마가 자꾸만 아빠의 손길을 느끼며 울컥하는 장면에서 조금 눈물이 날듯했다.

정작 가슴이 찡했던 건 동화를 다 읽고 '작가의 말'을 읽었을 때다. "아주 오래 전,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선장이었던 아빠는 파도에 휩쓸려 돌아가셨어요." 작가 약력을 다시 읽어보았다. '제주도 모슬포에서 태어났으며....' 그랬구나...... 이 이야기는 작가가 겪은 이야기였다. 슬프고 외롭던 작은 아이에게 나타나 따뜻한 보살핌과 용기를 주었던 아빠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 그 이후 혼자가 아님을 깨닫고 살아갔던 작가가 아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렇게 동화로 펴냈던 것이다.

나는 두 달 전 처음으로 가족을 떠나보냈다. 나는 더이상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아이도 아니고 87세로 천수를 누리고 가신 아버지였는데도 문득문득 아버지의 부재를 느낄때가 있는데,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거나 혹은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심정은 어떠할까. 허공을 휘저을수록 더 깊어져가는 그 상실감과 부재감, 슬픔을 어찌할까.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 줄게요.
밤에는 어둠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이 책은 어쩌면 이 노래의 동화버전이다.

내가 조금은 알 듯한, 아니면 이나이 되도록 짐작도 못하는 상실감과 슬픔에 아파하는 어린 독자가 있다면, 작가가 겪은 경험과 거기서 나온 이 이야기가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간은 독립을 추구하면서도 무척 의존적인 존재다. 아, 다른 이들은 모르겠고 나는 그렇다. 날 지켜주는 존재에게 깊은 위로와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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