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 - 10년 차 초등교사가 푸는 교육계 미스터리
김현희 지음 / 생각비행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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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년에 딴지일보에 실린 저자의 글을, 딴지일보가 아닌 페북에서 두 편쯤 읽었다. 내가 하필 그런 글만 보게 된 것인지 기분이 언짢았다. 저자가 예로 든 '인간으로서도 한참 모자란' 교사를 내가 한 명도 못봤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저자의 주장처럼 전체의 평균보다 많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본 대다수의 동료교사들은 주어진 일(수업과 학급운영, 업무 등)을 잘하려고 애쓰고, 학급의 힘든 아이들에게 측은지심을 갖고, 그러다 받는 상처에 아파하기도 하고, 단 뭔가 부당한 것에 강하게 저항은 못하는, 성실하고 선량한 소시민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저자는 하필 고약한 장면을 클로즈업해서 '봐라 교사란 것들이 이렇게 바닥이다'라고 주장하는 듯해서 교사로서 몹시 자존심이 상했다.(가장 불쾌했던 예시의 교사는 책에선 나오지 않았음) 이봐요 후배선생님, 당신이 말하고 싶은게 뭔가요? 자기가 속한 집단을 이렇게 매도하고 당신은 그 안에서 고고하단 얘길 하고 싶나요? 어쩌죠. 나는 당신이 말하는 그런 교사가 아닌데요. 나 나름 오래된 교사지만 당신이 예로든 그런 말과 행동 한 적 없고 내 주변 동료들도 다 그런데요. 당신은 인디스쿨 연수나 좋은교사모임, 실천교사모임 같은데 가봤나요. 거기서 내뿜는 빛나는 변화의 에너지와 간절한 노력을 보지 못했나요. 그런 데에 힘을 보태주고 함께 좋은 길로 나아가면 되지 그러잖아도 힘든 동료들에게 여론의 뭇매까지 맞게 하고 싶은가요. 난 이런 소리 듣기 억울해요. 그래서 당신이 밥맛이에요!!

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하니 좀 부끄럽다. 내가 원래 논리적이지 못하고 감정에 잘 지배된다. 더구나 저자의 글을 한두편 읽어봤을 뿐인데 '싫다'는 느낌에 더이상 읽지도 않았으니. 이 책이 나온걸 인터넷 서점에서 봤다. 마침 학교도서관 수서를 하던 중이었다. '책으로 나왔네? 목록에 넣을까?' 라는 마음과 '쳇, 됐어' 라는 마음이 엇갈렸다. 결국 구입을 했고 읽게 됐다. 여전히 불편한 건 사실이나 저자에 대한 유감은 없어졌다. 오히려 참 대단한 후배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대단히 순결하고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 기준이 높다고 생각하는 내가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당연한 사실) 나는 내가 참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불의를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존중(이라기보다는 끌려가는 거에 가깝지만)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남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다. 괴롭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순수한 기준에 따르면, 나는 이분이 예로 든 극단적인 사례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내가 앞에서 말한 '선량한 소시민'은 저자의 관점에서 볼 때 절대 장점이 아니었다. 저자는 이를 '보통 사람들'이란 단어로 표현했다.

"보통 사람들의 나긋한 성품 자체는 물론 잘못이 아니다. 이들은 대개 진지하고, 유순하고, 친절하고, 충돌을 피하는 성향이 강해 사회적인 호감형이 되기 쉽다. 그런데 수많은 사회심리학자가 밝혔듯 일단 판이 이상하게 짜이면 가장 위험한 존재가 바로 이러한 보통사람들이다. 이들은 맹목적으로 체제에 순응해 본인이 의식하지도 못한 채 악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본문 59쪽)

이 대목에서 나치 전범 아이히만까지 언급한 것은 소름이 끼치지만.... 나도 떠오르는 기억이 몇가지 있다. 저자도 언급한 mb정부 시절의 파행적이고 비교육적인 일제고사, 그걸 거부(정확히 말하면 거부가 아니라 거부할 권리가 있음을 안내함)한 몇몇 교사들에게 내려진 교사로서의 사형선고, 찰나의 분노 후 외면하고 묵인한 대다수의 교사들.... 모두 들고 일어나도 모자랄 판에 반대서명조차 해주지 않던 믿었던 후배를 보고 가슴속에 흘렸던 피눈물... 그런게 기억났다.

"체제에 무비판적인 '보통 사람들'이 명령을 이행하는 입장을 넘어 괴물로 변하는 것은 너무도 쉬운 수순이다. 그러므로 교사를 비롯해 사람들을 관리하고 통솔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권위에 순응하고, 집단의 목표에 관심이 쏠리고, 그 과정에서 약자들을 학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끝없이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 (본문 61쪽)

결국 저자는 이 성찰의 행위로 이러한 글들을 써왔던 것일게다. 인격이 부족한 일부 교사들을 비난하려 함이 아니라 '교직의 어떤 환경이 교사들의 합리적 이성과 인권의식을 마비시키는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내가 미처 깊이 해보지 못한 고민이었다. 부끄럽고 찔리는 점이 아주 많았다. 또한 개인적 부족함의 차원을 넘어 우리가 '이상한 교사' 되기를 거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라는 고민이 생겼다.

6장 <관성의 법칙>에서 저자는 에어컨과 배구라는 두 가지 사건을 해결한 사례를 처음으로 공개했는데, 이건 성공사례라고 웃기에는 몹시 씁쓸하고 찜찜한 사례였다. 그 방법이 바로 '학부모를 사칭한 민원전화'였다. 난 이것이 학부모들에게 "시도해보세요.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이와같이 아주 많아요." 라고 권유할 사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교육의 주체에서 제외된 교사들의 답답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학부모를 사칭해야 교장과 교육부는 그나마 꿈쩍이라도 한다? 이런 현실에서 교사를 채찍질만 하는 것도 실은 온당치 않다. 더구나 학부모의 민원이 거시적이고 타당한 경우도 있지만 자기 자식의 이익에 국한된 극히 이기적인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하여 난 이 사례를 다르게 해석하고 싶다. 물론 다음장에 이어지는 '학부모가 함께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

앞에서 저자의 기준이 매우 순수하고 높다고 했는데, 대다수가 무심코 무비판적으로 행하는 일들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특히 도덕교육에 대한 저자의 비판에서 그동안 무심코 가르쳐오던 내용들의 독소를 많이 발견하게 되었다. 대단히 의미있는 문제제기들이었다.

후반부에는 저자가 근무하던 학교의 급식문제(언론에까지 알려졌던 길고 요란하고 복잡했던 문제)가 마무리되기까지의 과정을 중심으로 교육계의 고질적 문제들을 짚어주었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의 '지적 헌신'을 촉구했다. 여기서 지적 헌신이란 경쟁적 주입식 교육으로 아이들을 다그치는 것이 절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설픈 행복주의에 따라 지적 갈망과 가능성을 방임하는 교육도 아니다. 이러한 저자의 균형잡힌 시각을 접하면서 그간의 주장과 분석이 즉흥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겠구나 라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해서 이 책의 일독을 힘들게 했다. 책의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 내가 얼마나 부족한가를 봐야 하는 작업이 힘들었다. 나는 원래 자존감보다 열등감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책을 보며 나와 나의 정체성을 이루는 집단을 비판하는 것이 당장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내게 필요한 것은 "그동안 열심히 해왔어요." "잘하고 있으니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요." 라는 위로와 격려일수도. 하지만 잠시 위로의 도취에서 벗어나 아픔에 나를 담그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으며 독자들과 그 답을 찾아가고 싶다고 했다. 저자도 알 것이다. 그의 고민에 대한 해답이 비록 규모가 큰 움직임은 아닐지라도 여기저기서 반짝반짝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그 움직임을 엮어 큰 힘을 내는 일을 지혜롭게 해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희망이 있다고 본다. 빛나는 필력을 가진 저자가 다음 책에서는 그 희망을 얘기해주면 좋겠다. 그 희망을 향해 가는 과정에 이런 책도 꼭 필요했음을 이젠 부인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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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돼지 - 제6회 비룡소 문학상 대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박주혜 지음, 이갑규 그림 / 비룡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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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돼지 / 박주혜 / 비룡소>

올해 출간된 비룡소문학상 수상작이다. 작가가 무척 젊다. 왠지 젊은 작가와는 거리감이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읽어보니, 옆집에 살면 부침개라도 나눠먹고 싶은 친근함이 있었다. 이유는 그 내용에 있다.^^

변신 돼지. 찬이네 집에 데려온 동물들은 열흘이 지나면 돼지로 변신했다. 첫번째는 토끼였고, 두번째는 개였다. 왜 하필 돼지로 변신하지? 보통 많이 먹는 사람이나 뚱뚱한 사람을 돼지라고 부르지 않나? 물론 본인들은 무척 싫어하지만 말이다. 찬이네 집의 엄마도 그렇다. 찬이네는 엄마 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뚱뚱하다. 거기에 콤플렉스가 있는 엄마는 변신돼지 사건을 받아들이기 싫어한다. 그렇지만 이리봐도 저리봐도 변신이 맞다. 결국 엄마도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이게 뭐지? 싶었다. 많이 먹으면 돼지가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니 식탐을 조절해라? 이야기 속의 토끼나 개는 무척 잘 먹었다. 그리고 가족도. 그러다 돼지로 변신했다. 특히 개는 찬이와 아빠가 한밤중에 출출하다며 라면을 끓여먹던 그시간에 변신했으니. 뭔가 껄쩍지근하지만 이건 식탐에 대한 경고가 분명했다.

먹을 걸 좋아하는 이 가족은 이름도 이렇게 짓는다. 토끼는 달콤이. 개는 통닭이. 마지막으로 햄스터를 데려오게 되는데 그건 푸딩이. 모두들 볼이 미어지게 잘 먹는 식성에다 손이 큰 엄마는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며"(난 사실 이 말 되게 싫어하는데) 좋은 것으로 풍족히 먹인다.

마지막 푸딩이까지도 돼지가 되었다. 이제 찬이네 집은 사람 셋에 돼지 셋, 좁은 아파트에서 살기엔 힘들게 됐다. 가족은 단독주택으로 이사가기로 결정을 내린다. 이사하던 날, 이웃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는데 이런 소리를 들었다. "어쩜 가족들이 판박이처럼 똑 닮았어요."
그말에 기가 죽는 엄마. "그... 그렇죠. 저희가 다 덩치가 좀... 호호호."
"아니, 그게 아니라. 다들 웃는 모습이 기가 막히게 예뻐요. 똑 닮았다니까요. 아빠랑 엄마. 애기랑 저기 돼지들까지."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찬이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서로가 서로를 닮는다는 것이 어쩌면 진짜 마법이 아닐까."

마지막에 오니 작가가 하려는 말이 식탐부리다 돼지된다가 아님은 확실히 알 수 있다.ㅋ 이어지는 작가의 말에 보니 작가가 어린 시절 키우던 여러 동물들도 하나같이 아주 잘 먹었다. 아, 그리고 작가도.... 또 인심좋은 아빠와 손 큰 엄마도....

결국 작가는 본인의 행복했던 유년의 가정을 <변신돼지>라는 이야기로 재현한 것 같다. 함께 맛있는 것을 먹는 것. 그리고 그 안의 나눔과 유대. 이 행복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비만과 성인병의 문제가 있다고? 혼자서 폭식하거나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지만 않으면 어느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쑥쑥 위로만 크던 아들이 키가 다 크고나니 옆으로 퍼지는거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나. 오늘은 휴일이라 오손도손 돈까스를 해먹였다. 아직 때가 이르지만 아들이 너무 좋아하는 수박도 한 통 사서 깍뚝썰어 냉장고에 쟁여놓고.... 나도 모르겠다. 작가님이 책임지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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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보 만보 큰곰자리 16
김유 글, 최미란 그림 / 책읽는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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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보 만보 / 김유 / 큰곰자리>

나는 이렇게 옛이야기 느낌이 나는 동화가 참 좋다. 구수한 사투리가 들어있으면 더 좋다. 그게 어릴적 듣던 엄마아부지 고향 사투리면 더더더 좋다.
"엄니랑 아부지가 있는디 뭣이 무섭다고 그랴?" 처럼 말이다.

만보는 귀하디귀한 늦둥이 외아들이다. 다 좋은데 한가지, 겁이 많다. 그래서 '겁보 만보'다. 밖에 나가지 않으려고 해서 같이 노는 친구라곤 쎄보이는 여자친구 말숙이밖에 없다. 엄마 아빠는 만보의 담력을 길러주려고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염려하던 부모는 드디어 큰맘을 먹었다. 고개 넘어 시장까지 만보를 혼자 보내보기로 했다.

언젠가 신동흔 교수님의 책에서 "옛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길을 떠난다"는 글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길떠남.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이다. 만보는 길을 떠났다. 고갯길을 넘어.

고갯길에서 할머니를 만나고, 할머니를 도와드리고, 착한 마음에 대한 상으로 뭔가를(여기서는 떡이 든 주머니) 받는 것도 옛이야기의 주요 화소 중 하나이다. 재미나게도 다음에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호랑이를 만나고(할머니가 주신 선물로 물리치고), 다음에는 도깨비를 만나고(씨름으로 물리치고), 도깨비의 변신인 부지깽이를 지팡이 삼아 고개를 내려와, 드디어 시장에 이르렀다.

그러나 만보가 도착한 때는 이미 파장하는 시간. 엄마와 어른들은 난리가 났다. 알고보니 만보가 길을 잘못들어 넘어온 그 길은 백년간 아무도 넘지 못했던 험난한 길이라지 뭔가!

이리하여 만보는 겁보 딱지를 떼고 용감한 아이가 되었다는 이야기. 살짝쿵 덧붙여진 뒷이야기에선 누군가도 그 부지깽이를 들고 길을 나선다. 그게 과연 누굴까?(여기에서 이야기는 끝난다. 이 부분 뒷이야기 만들기로 수업하면 재미나겠다^^)

우리반 아이들이 요즘 한창 이야기에 맛을 들여가는 중이다. 주제니 가치니 이런 것 다 떠나서 일단 이야기의 맛이 느껴지는 이런 책이 아이들에게 주는 즐거움은 아주 크다. 어린 시절 느낀 즐거움의 추억이 그 사람의 인생에 오랫동안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내가 바로 그렇거든) 부족한 교사라서 아이들에게 줄 것이 많진 않아도 맛있는 이야기의 즐거움은 최대한 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아주 적당한 책을 또 한권 알게돼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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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 좋아요 - 어린이를 위한 토론 책
김정순.이영근 지음, 조하나 그림, 초등토론교육연구회 / 에듀니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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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담임을 자주 해서 토론수업을 여러 번 해보았다. 잘 운영하진 못했지만 어쨌든 토론수업은 활기가 넘치고 아이들이 무척 흥미있어 한다. 토론의 수준이 남보기 매우 부끄러운 것이었어도, 아이들은 뿌듯해 하면서 다음번에 또 하자고 한다. 거의 예외없이.^^

 

이제는 토론의 절차도 머릿속에 다 있고 아이들이 논제를 스스로 정하지 못할 때 예시로 내줄 논제도 여러개 가지고 있고 토론준비표나 판정표 같은 서식들도 갖추고 있어서 이러든저러든 수업은 진행이 된다. 나름 익숙해져서 수업에 큰 부담도 없다. 그래도 늘, 뭔가는 부족하고 아쉽다. 그래서 작년에는 수업을 앞두고 토론 관련 책을 하나 찾아 읽었는데 그게 바로 이영근 선생님의 <따뜻한 교실토론> 책이었다. 대부분은 처음 접하는 내용들이 아니었지만  좀 삐둘삐뚤한 줄을 가지런히 맞춰주듯 수업을 정돈해주는 역할을 했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

 

최근에 나온 이 책은 학생용 책이다. 토론에 대하여 학생용 책을 쓰겠다고 생각하신 도전이 대단하시다. 물론 아이들이 토론수업을 좋아하긴 한다. 하지만 그건 수업중 덜 지루한 수업이어서? 경쟁적 요소로 박진감을 느낄 수 있어서? 등의 이유 때문이고 토론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책까지 찾아볼 아이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았다.(토론수업을 깊이 있게 안해봤으니 내 수준에서의 생각^^)

 

그러나 책을 읽어보니 이 책은 꼭 토론을 앞두고가 아니어도 학생들이 한번 읽어보면 좋을 내용일 뿐 아니라 반복해서 읽고 숙지하면 더욱 좋을 내용이다. 찬반토론에서 상대편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앞으로의 배움, 삶을 위해 갖추어야 할 듣기와 말하기 기술이라 하겠다. 더 나아가서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기르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성인들 중에도 듣기와 말하기에 익숙하며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남의 의견을 듣는 성숙한 태도가 갖추어진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은가? 토론은 수업의 특별한 장면이라기보다 우리의 일상이며 배움을 나누는 방법이라는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특별한 아이들에게만 적용되는 책이 아니라 이 책의 부제처럼 '당당하게 생각을 나누는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첫걸음' 이다. 사실 난 이 부분을 서체 때문에 처음에는 '담담하게'로 읽었는데 담담하게도 당당하게도 다 좋다. 어디서 많이 보던 것처럼 핏대세우고, 흥분하고, 우기고, 비아냥거리고, 분노하지만 않는다면! 

 

교사인 나의 입장에서는 그냥 바로 들이대던 찬반토론에 앞서 차근차근 알려줄 것들을 정리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니 설명이나 예시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 1,2장 토론의 개념이나 원칙도 도움이 되고, 3장 토론을 하면 좋은 점도 설득력이 있다. 4장 논제에 대한 내용도 도움이 많이 된다. 토론수업을 진행하며 가장 어렵고도 관건이 되는 단계가 논제 정하기였다. 여기서는 논제를 사실논제, 가치논제, 정책논제로 나누어 설명했는데, 논제가 될 것과 아닌 것도 구분 못하는 아이들과 한참 씨름했던 기억을 생각하면, 많은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5장부터는 실전이다. 상당히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설명하고 있어 놀라웠다. 이 책을 잘 읽고 이해하면 말싸움에 그치지 않고 성숙하게 토론하며 지든 이기든 한걸음 나아가는 토론이 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동안 다년간 토론수업을 이끌어오며 쌓으신 저자의 내공과 전문성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올해는 저학년 담임이라 정식 디베이트 토론을 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짝 말하기나 모둠 말하기를 많이 시도할 생각이어서 부분부분 참고하려고 한다. 다시 고학년을 맡게 되면 그동안 정체되었던 토론수업에 진일보를 가져올 수 있도록 이 책을 참고해 다시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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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나의 첫 사춘기 - 이제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잘 모르겠는 사춘기 어린이와의 공감 대화
차승민 지음 / 팜파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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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나는 안면은 없지만 동종업계 사람이고 같은 단체의 회원이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페이스북 친구다. 페이스북에서 그의 글을 읽다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감탄이 나올 때가 많다. 주로 이런 면에서이다.

1. 아이의 마음을 읽는 통찰력(표면적 행동을 통해 아이의 내면을 읽는다. 그의 숨겨진 의도와 욕구까지도 읽어낸다.)
2. 아이를 변화시키는 설득력(교사와 사기꾼은 상당한 공통분모가 있다고들 하는데, 상대를 속인다, 상대를 위한다 라는 의도면의 차이점은 있지만 넘어오지 않을 수 없는 썰을 시전하여 "네 그렇게 할게요"에 이르는 과정에 매우 비슷한 점이 있다. 저자의 말빨은 타고난 것인지 단련된 것인지 몰라도 나로선 정말 부러운 것이다. 전자쪽이 아닐까 짐작한다. 머리가 매우 좋아야 할 것 같다. 또 표정관리와 연기력도 가미되어야 한다. 나로서는 가장 약한 분야.^^;;;)
3. 아이의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는 진정성(2번에 그친다면 그냥 아이 다루는 수완 좋은 보통 교사라 할 것이다. 저자 차쌤에겐 아이를 진심으로 염려하는 진정성이 있다. 그것이 수많은 교사페친들에게 공감을 얻고, 위로를 주고, 이런 책이 나오게끔 했을 것이다.)

열두살, 우리 나이론 5학년, 만 나이론 6학년의 나이. 이 또래 아이들은 어른을 힘들게 한다. '속을 긁는다'고 하지 않는가?(심하게는 '후벼 판다'고 하지.)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그 안으로 들어가야하고 필연적으로 '씨름'을 해야하는데 이게 내적인 에너지를 상당히 필요로 하는 일이다. 하지만 차쌤은 말한다. 그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지금 그들이 그이상 힘들어서라고. 일단 이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아이들과 마주할 수 있다.

이책은 아이들을 독자로 하여 쓴 책이다. 교사 입장에서는 '저자는 이 상황에서 어떤 조언을 어떻게 했는가'와 '아이들은 이것을 어떻게 읽을까'를 고려하며 읽게 된다. 그런데 첫부분을 읽으며 아주 약간은 당황하게 되었다. 페북에서 우리끼리 하던 말보다는 훨씬 단정하게 정리된 말들이, 오히려 흡인력을 떨어뜨린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눈에 띄어서 집어들었다. 어 읽다보니 멈출 수가 없어. 빨려드네?' 이런 느낌을 기대했었나보다. 이런 기대는 사실 좀 욕심이고, 약간은 정좌하고 앉아서 책을 펴드는 자세로 처음에는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조금 더 읽다보면 집중이 쉽다. 그리고 특히 자신의 상태를 조언한 부분을 읽을 때는 저절로 집중이 되겠다 생각한다. 말하자면 꼭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야 되는 책은 아니다. 자신과 밀접한 부분을 읽다가 끌리게 되면 다른 부분도 읽고, 그러다 전체를 읽게되는 순서도 괜찮겠다.

앞에서 말했듯이 차쌤은 어른을 힘들게 하는 사춘기 아이들을 '힘들어하고 있는 아이들'로 바라보고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려 한다. 아이들의 고민을 4장으로 분류해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 친구관계에 대한 고민, 공부에 대한 고민,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그것이다. 그 안에 더 다양하고 세세한 고민이 담겨있고 되도록 쿨하고 호탕하게 그 고민을 받아들이면서도 아이의 마음을 배려해 세심하게 조언하는 차쌤의 스타일이 잘 나타나 있다. 공감은 확실하게! 하지만 필요한 조언도 빠지지 않는다. 공감이 빠진 조언은 꼰대질일 뿐이고 조언이 빠진 공감은 교사로서 부족한 감이 있다. 내가 한때 무한경청과 공감을 모토로 삼았다가 이게 아닌데 했던 경험이 잠시 있어 이부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내가 나쁜 아이인가요?" 라는 고민을 하는 아이에게 차쌤은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지만, 한편 이런 조언도 곁들인다.

"태도가 변해야 나쁜 아이라고 평가받지 않는다. 이걸 게임이라고 생각해 보자. 인사를 잘하면 자신의 매력치가 올라가고 미안해, 고마워를 잘 말하면 자신의 경험치가 복구되는 거야. 약속을 잘 지키면 신뢰도가 올라가고 주변 정리를 잘하면 능력치가 올라가는 거지. 이런 작은 태도가 바뀌면 남들의 뒷담화에서 자유로워진단다. 이렇게 누가 자신의 뒷담화를 한다고 해도 태도가 좋은 아이는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반대로 태도가 안 좋으면 자신이 하지 않은 것도 오해를 받을 수 있지. 어때? 선택 역시 자신이 하는 거야. 오늘부터 조금씩 바꿔보는 건 어때?"(본문 35쪽)

이와 같은 조언들은 때로 교사들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것들이 있다. 또래 아이들의 고민은 공통적인 것이 많은데 교사 자신이 그에 대한 답을 정확히 갖고 있지 못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때 컨닝 좀 하는 것이 나쁘진 않지 뭐.... 같은 말을 녹음기 틀어놓듯이 할 수는 없을테고 고민하는 중에 나만의 조언을 완성해 가리라 생각한다.

교사들은 '교육서적'인 아닌 이 책을 한권씩 끼고 있을 때 교육적인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특히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돌아보고 본인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혜안을 갖는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어른들이 쥐어주기 전에 아이들이 "엇, 이런 책이 있었네?"하고 펼쳐보다가 진지하게 읽게 되고, 고민하는 친구에게도 권해주는 그림을 그려본다. 도서실에 넣은 책은 몇 달 후에 대출기록을 한번 살펴볼테다. 부디 이 책이 널리 읽혀져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위로가 많이 주어지길 저자의 페친이 아닌 같은 길을 가는 동료교사로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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