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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나의 첫 사춘기 - 이제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잘 모르겠는 사춘기 어린이와의 공감 대화
차승민 지음 / 팜파스 / 2017년 4월
평점 :
저자와 나는 안면은 없지만 동종업계 사람이고 같은 단체의 회원이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페이스북 친구다. 페이스북에서 그의 글을 읽다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감탄이 나올 때가 많다. 주로 이런 면에서이다.
1. 아이의 마음을 읽는 통찰력(표면적 행동을 통해 아이의 내면을 읽는다. 그의 숨겨진 의도와 욕구까지도 읽어낸다.)
2. 아이를 변화시키는 설득력(교사와 사기꾼은 상당한 공통분모가 있다고들 하는데, 상대를 속인다, 상대를 위한다 라는 의도면의 차이점은 있지만 넘어오지 않을 수 없는 썰을 시전하여 "네 그렇게 할게요"에 이르는 과정에 매우 비슷한 점이 있다. 저자의 말빨은 타고난 것인지 단련된 것인지 몰라도 나로선 정말 부러운 것이다. 전자쪽이 아닐까 짐작한다. 머리가 매우 좋아야 할 것 같다. 또 표정관리와 연기력도 가미되어야 한다. 나로서는 가장 약한 분야.^^;;;)
3. 아이의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는 진정성(2번에 그친다면 그냥 아이 다루는 수완 좋은 보통 교사라 할 것이다. 저자 차쌤에겐 아이를 진심으로 염려하는 진정성이 있다. 그것이 수많은 교사페친들에게 공감을 얻고, 위로를 주고, 이런 책이 나오게끔 했을 것이다.)
열두살, 우리 나이론 5학년, 만 나이론 6학년의 나이. 이 또래 아이들은 어른을 힘들게 한다. '속을 긁는다'고 하지 않는가?(심하게는 '후벼 판다'고 하지.)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그 안으로 들어가야하고 필연적으로 '씨름'을 해야하는데 이게 내적인 에너지를 상당히 필요로 하는 일이다. 하지만 차쌤은 말한다. 그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지금 그들이 그이상 힘들어서라고. 일단 이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아이들과 마주할 수 있다.
이책은 아이들을 독자로 하여 쓴 책이다. 교사 입장에서는 '저자는 이 상황에서 어떤 조언을 어떻게 했는가'와 '아이들은 이것을 어떻게 읽을까'를 고려하며 읽게 된다. 그런데 첫부분을 읽으며 아주 약간은 당황하게 되었다. 페북에서 우리끼리 하던 말보다는 훨씬 단정하게 정리된 말들이, 오히려 흡인력을 떨어뜨린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눈에 띄어서 집어들었다. 어 읽다보니 멈출 수가 없어. 빨려드네?' 이런 느낌을 기대했었나보다. 이런 기대는 사실 좀 욕심이고, 약간은 정좌하고 앉아서 책을 펴드는 자세로 처음에는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조금 더 읽다보면 집중이 쉽다. 그리고 특히 자신의 상태를 조언한 부분을 읽을 때는 저절로 집중이 되겠다 생각한다. 말하자면 꼭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야 되는 책은 아니다. 자신과 밀접한 부분을 읽다가 끌리게 되면 다른 부분도 읽고, 그러다 전체를 읽게되는 순서도 괜찮겠다.
앞에서 말했듯이 차쌤은 어른을 힘들게 하는 사춘기 아이들을 '힘들어하고 있는 아이들'로 바라보고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려 한다. 아이들의 고민을 4장으로 분류해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 친구관계에 대한 고민, 공부에 대한 고민,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그것이다. 그 안에 더 다양하고 세세한 고민이 담겨있고 되도록 쿨하고 호탕하게 그 고민을 받아들이면서도 아이의 마음을 배려해 세심하게 조언하는 차쌤의 스타일이 잘 나타나 있다. 공감은 확실하게! 하지만 필요한 조언도 빠지지 않는다. 공감이 빠진 조언은 꼰대질일 뿐이고 조언이 빠진 공감은 교사로서 부족한 감이 있다. 내가 한때 무한경청과 공감을 모토로 삼았다가 이게 아닌데 했던 경험이 잠시 있어 이부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내가 나쁜 아이인가요?" 라는 고민을 하는 아이에게 차쌤은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지만, 한편 이런 조언도 곁들인다.
"태도가 변해야 나쁜 아이라고 평가받지 않는다. 이걸 게임이라고 생각해 보자. 인사를 잘하면 자신의 매력치가 올라가고 미안해, 고마워를 잘 말하면 자신의 경험치가 복구되는 거야. 약속을 잘 지키면 신뢰도가 올라가고 주변 정리를 잘하면 능력치가 올라가는 거지. 이런 작은 태도가 바뀌면 남들의 뒷담화에서 자유로워진단다. 이렇게 누가 자신의 뒷담화를 한다고 해도 태도가 좋은 아이는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반대로 태도가 안 좋으면 자신이 하지 않은 것도 오해를 받을 수 있지. 어때? 선택 역시 자신이 하는 거야. 오늘부터 조금씩 바꿔보는 건 어때?"(본문 35쪽)
이와 같은 조언들은 때로 교사들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것들이 있다. 또래 아이들의 고민은 공통적인 것이 많은데 교사 자신이 그에 대한 답을 정확히 갖고 있지 못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때 컨닝 좀 하는 것이 나쁘진 않지 뭐.... 같은 말을 녹음기 틀어놓듯이 할 수는 없을테고 고민하는 중에 나만의 조언을 완성해 가리라 생각한다.
교사들은 '교육서적'인 아닌 이 책을 한권씩 끼고 있을 때 교육적인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특히 아이들에게는 자신을 돌아보고 본인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혜안을 갖는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어른들이 쥐어주기 전에 아이들이 "엇, 이런 책이 있었네?"하고 펼쳐보다가 진지하게 읽게 되고, 고민하는 친구에게도 권해주는 그림을 그려본다. 도서실에 넣은 책은 몇 달 후에 대출기록을 한번 살펴볼테다. 부디 이 책이 널리 읽혀져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위로가 많이 주어지길 저자의 페친이 아닌 같은 길을 가는 동료교사로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