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스미는 독서교육 - 초등학교 교실에서 책과 친해지는 책 읽기
신현주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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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동료쌤들께 독서수업을 소개하는 책을 한 권 썼다. 그걸 쓰는 지난 2년간의 과정에서 이런 책을 만났다면 나는 책을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간에 엎어버렸을 게 뻔하다. 난 이렇게 못 써~ 이렇게 좋은 책이 이미 있는데 왜 써~ 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나는 그게 두려워 이런 책들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펼쳐보는 순간, 나는 푹 꺼져 버릴게 뻔하니까.

이제는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 이미 나와버린 걸 어쩌겠어.ㅎㅎㅎ 게다가 이젠 제법 목에 힘을 주고 음... 이 책은 나랑 이런 면은 살짝 겹치지만 이런 면에서 서로의 차별성이 있어... 뭐 요딴 생각을 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치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작고 남은 크다. 이런 책을 그때 보지 않은 건 정말 다행이다.

저자 신현주 선생님은 나를 모르실테지만 나는 연수에서 강사로 뵌 적이 있다. 교육청 연수였는데, 옛날과 달리 요즘은 교육청 연수도 자발성에 근거한 알찬 연수들이 많고 강사들도 알맹이 있는 분들이 많다. 이 분을 보고 내가 그걸 확인했다. 거기에다 이분에게서는 '진정성'까지 느껴졌다. 가진 것은 진정성 뿐이라고 외치는 나와는 달리 이분의 스펙은 꽤 화려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성껏 도우려는 태도를 가진 강사였기에 기억에 남았다.

이 책 또한 선생님의 진정성이 담긴 책이다. 선생님의 독서교육은 수업기술을 넘어선 총체적 한해살이다. 아이들과 부대끼는 삶이다. 그렇기에 본인이 잘한다고 다짜고짜 들이밀지 않고 조심스레 살피며 초대한다. 아이들이 모두 탑승했다면 그때부터 조금씩 고도를 높여간다. 책을 읽어주고, 책에 빠져읽는 경험을 하게 하고, 수업에도 책을 끌어들이고, 사람을 만나는 다양한 행사를 기획한다. 아마도 본인의 연구분야가 아닐까 싶은 스키마 독서에 대한 소개도 들어있고 일년의 학급운영을 마칠 때쯤에는 독서활동도 결실을 잘 갈무리하며 정리한다. 이렇게 하여 이륙부터 착륙까지의 전 과정을 담은 것이 이 책이다.

1장은 마중독서. 학기초 준비활동을 담았다. 특별한 활동보다도 관심을 담은 관찰, 작은 대화를 통한 파악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특이한 활동이라면 '인형 가정 방문'을 꼽을 수 있겠다. 이런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선생님의 장점인 것 같다.

2장은 듣는 독서. 많은 분들이 나에게 온작품읽기 뭐로 시작할까? 물으시다가 헉~ 새로 간 학년에 책이 없어~ 하시는데, 이 장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일단 읽어주기로 시작하시라고. 듣기의 중요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 강조된 설명을 보니 더 확신이 들었다. 읽어줄 책이야 뭐 너무 많아서 탈이고...^^;;; 이 책에 소개된 책들도 참고할 만하다.

3장은 몰입독서. 이 장이 내겐 생각할 게 많았다. 어떻게보면 나도 안한 것은 아닌데, 의미와 중요성을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채 했다고 할까. 온작품읽기를 할 때 음독을 할때도, 묵독을 할 때도 있었지만 음독 쪽에 더 비중이 있었다. 묵독은 시간이 부족하거나 애매할 때 길지 않게 했다. 그러니 '몰입'까지 가기에는 부족했다. 저자는 아예 시간표에 반영하여 2시간(80분)의 몰입독서시간을 운영하셨던데,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진짜 몰입의 맛을 느끼는데까지 끌고갈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체험을 시켜주는 셈이다. 몰입독서가 가능한 학생. 학습의 기본기를 닦은 셈이니까 말이다. 마지막 장에는 40분 몰입독서, 40분 자유놀이 시간을 운영한 사례도 있는데 학년말 보상시간으로 적절한 것 같다. 나도 올해는 아이들에게 '몰입'이라는 낱말을 도입하며 강조를 해봐야겠다. 그게 말로 되는게 아니지만 말이다.ㅎㅎ

4장은 수업독서. 이게 내 책과 겹치는 부분인데, 몇가지의 사례만으로도 수업디자인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일회성 수업보다는 프로젝트형의 수업이 많고, 미술이나 요리, 연극 등의 활동으로 이어져 학생들의 흥미를 극대화한 점이 돋보였다. 올해 나도 해봐야지 하고 적어놓은 활동은 '명장면 명대사' 라는 활동이다. 연극활동으로의 이행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활동이다. 모둠별 발표도 낭독회, 팟캐스트, 정통연극 등 다양한 형식을 허용하여 선택하게 한다. 이부분은 다시 보려고 체크해 두었다.

5장은 만남독서. 나의 한계를 가장 느끼는 부분이다. 난 스케일이 작아서 교실 안에서만 꼼지락거리고 여기저기 들이대는 걸 잘 못한다. 큰 행사의 기획에 매우 약하다. 근데 저자는 이런저런 정보도 많으시고 그런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인들과 학생들을 연결해주는데 거침이 없으시다. 그래서 쌤네 반 아이들은 작가 뿐 아니라 번역가, 잡지 제작자와의 만남도 가져보았고, 그게 소중한 추억이 되었을 듯하다. 자기 그릇대로 사는 거지만 이런 점은 좀 부럽네....^^;;;

6장은 스키마 독서. 이 내용만 따로 한권의 책으로 서술해도 될만큼 방대한 내용일 것 같다. 공부가 좀 필요한 부분이다. 일단 읽어보고 대략의 내용만 파악했다.

7장 맺음 독서. 책 읽는 반 답게 마무리도 독서로. 1년간 읽었던 책들을 돌아볼 수 있는 활동도 하고 새해 달력을 책달력으로 만들기도 한다. 도장 선물도 좋은 아이디어 같다. 이렇게 최선을 다하고 올려보낸다. 나의 고민과 수고가 아이들 삶에 밑거름이 되었길 빌 뿐. 아니라도 어쩔 수 없고 이젠 아이들의 몫이다.

에필로그에 보니 이 대단한 선생님도 교사로서 힘든 시기를 보내셨던 모양인데.... 다 그런가보다. 우리는... 말을 하고 안하고의 차이지 이 일을 고고하고 여유있게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아닌 분은 이의 제기하시오.ㅋ) 날마다가 지지고볶고의 연속인 것.... 뭐 어쩌겠어. 그래도 이런 나눔과 소통으로 겨우겨우 해나가는거지.

이제야 독서교육관련 책을 읽어볼 용기가 났으니 하나둘씩 읽어봐야겠다. 무척 부끄러울 때가 많겠지만 그건 배움이 있다는 뜻이니 그것도 좋은 일이지 뭐. 저자샘께 감사드리며 존경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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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우리는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문경민 지음, 이소영 그림 / 우리학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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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청소년소설 훌훌을 읽고 너무 좋아서 이 작가님의 동화를 다 찾아 읽었다. 또 한권의 동화가 나온 것을 보니 너무 반갑다. 이 책도 역시 좋았다. 어린이와 청소년기를 잇는 시기의 책으로 권할 만하다. 주인공들이 열세 살이니 말이다. 3년 전 6학년을 맡았을 때 코로나 첫해라서 1년 내내 거의 원격수업만 하느라 온작품읽기를 제대로 못했던 게 아쉬웠는데, 만약 그 아이들과 다시 함께한다면 이 책을 같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그 해 6학년, 아이들마다 힘들었다. 얼굴도 못 본 아이들과 연락해야 하는 나도 힘들었고, 멀리서도 힘든 게 느껴지는 아이들의 부모님께 연락하면 부모님 역시 힘들어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힘든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혼자만의 벽에 갇혀 신음하고 있었다. 그때 아이들과 이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조금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그래 나도 힘을 내보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루미와 보리는 유치원 때부터 단짝이고 부모님들도 서로 알고 지낸다. 특히 아빠들이 같은 회사에 다닌다. 그러다 같은 위기를 맞았다. 회사는 위기를 인력을 정리하는 것으로 해결하려 했고, 두 분 다 희망퇴직명단에 올랐다. 두 사람의 대응은 달랐다. 루미 아빠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른 길을 찾으려 하지만 보리 아빠는 끝까지 버티려 한다. 힘든 와중에 보리 엄마와도 싸우고, 멀리 발령난 김에 아예 집을 나가버리셨다. 집안에는 무거운 어둠이 깔렸다.

 

루미네도 상황이 좋을 리는 없다. 아빠는 재취업을 위해 전기기사 시험을 준비하는 것만도 힘든데 루미 동생 쌍둥이들은 아직 아가고, 엄마는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중.... 아빠의 초췌한 모습은 안쓰럽기 짝이 없는데, 그래도 보리네와 같은 어둠은 없다. 힘들긴 하지만 간간이 웃음도 있다. 근데 알고보니 이 가족엔 엄청난 시련이 이미 있었네! 쌍둥이 엄마는 루미 새엄마다. 친엄마는 고통스러운 투병 끝에 몇 년 전 돌아가셨다. 겨우겨우 다시 찾은 행복도 위태위태하지만 웃으면서 버텨간다.

 

어둠에 침잠한 보리의 눈에는 이런 것조차 공평하지 않게 보인다. 루미가 부럽다 못해 밉다. 때마침 의문의 전학생 세희가 보리 반에 들어왔고, 친구 구도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보리는 한없이 변해간다. 그런데 보리가 모든 것을 깨닫는 반전.... 작가님의 서사 능력과 필력이 대단하시다는 걸 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숨에 읽게 되었다.

 

작가님이 세희를 버리지 않을 줄 알았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잖아, 어쩔 수 없었잖아, 라고 감싸실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버렸다는 표현은 좀 심하지만 다른 적절한 말이 생각이 안남) 아닌 건 아니라고, 힘든 건 이해하나 모든 걸 감싸줄 순 없다고 엄격하게 말해 주시는 것 같았다. 결말에 좀 놀라면서도 나는 이런 작가의 가치관에 완전 동감했다.

 

나도 아닌 건 좀 아니라고 말하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 때 주변 눈치를 보게 된다. 내가 이해심이 부족하고 타인의 상황과 감정에 대해 함부로 재단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공감해주고 도닥여주면 스스로 깨닫고 벗어나는 거지. 꼰대질은 금물이야. 요즘의 대세는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런 무한공감주의가 싫다. 50대가 되도록 살아보니, 정색을 해야 할 타이밍을 놓치면 한없이 질질 끌려다닌다. 그러면서 핑계와 악행은 날개를 단다.

너 힘들지? 다들 그래. 안 힘든 사람 없어.” 이건 좀 잔인한 위로라고 나도 생각한다.

하지만 오죽 힘들면 그랬겠니. 그래 괜찮아. 다 어른들 죄야. 너는 잘못 없어.” 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직도 덜 살아봐서 그런 걸까? 60대가 되면 또 달라질까? 확실한 것은 망가지고 삐뚤어지는 데는 핑계가 없다는 것이다. 특수한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의 선택 지점이 전무하지 않다. 루미와 보리처럼. 고개를 들고, 멋진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멋져! 엄마 박수를 물개박수로 짝짝짝 보내주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때의 아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아무리 속상해도 너의 인생을 망가뜨리지 말고 세우라고. 나쁜 마음을 경계하고 양심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라고. 거기서 지면 핑계댈 수 없다고! 인정머리 없다고 나를 욕해도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다. 작가님이 나와 똑같은 생각에서 쓰신 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이 작품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지금도 힘들어하는 거의 모든 열세 살들, 앞으로 수많은 유혹과 시련 앞에 놓일 그들을 응원한다. 멋지게 가! 그럴 수 있어! 꼭 그래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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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와 앤 -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의 두 로봇 보름달문고 89
어윤정 지음, 해마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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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 잃어가고 있는 감정과 인간성(!)을 로봇에게서 찾게된다는 설정을 꽤 많이 본 것 같다. 그때마다 좀 혼란스럽기는 하다. 과학이 발달하면 가능한 일인가? 의문이기도 하고, 그것 자체가 문제이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다. 이런 의문과는 별개로, 이야기에 빠져들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로봇을 애틋해하고 있는 나를....

표지를 보면 바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에도 로봇이 나온다. ‘리보’가 로봇이다. 앗 그리고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의 두 로봇’이라는 부제가 있네. 그렇다면 ‘앤’도 로봇이다. 도서관에 왜 아무도 오지 않을까? 그것은..... 우리가 겪었던 지난 3년간을 표현한 것이다. 드디어 이런 작품이 나왔구나.

“안녕하세요! 즐거움과 안전을 책임지는 여러분의 친구, 리보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리보는 이렇게 안내와 도움을 맡은 도서관의 로봇이다. 사람의 감정을 읽고 소통하면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아이가 콧노래를 부르며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강력한 감정이 포착됐다. 감정 센서에 ‘즐거움’이라는 결과가 뜨면서 왼쪽 가슴에 진동이 울렸다. 지르르, 지르르 춤을 추는 것처럼.』 (13쪽)
이렇게 리보는 감정을 학습해간다.

평화롭던 도서관에 어느날 비상벨이 울리고 사람들이 허겁지겁 빠져나갔다. 그리고 흰 옷으로 온몸을 감싼 사람들이 들어와 호스로 무엇인가를 뿌려댔다. 비상사태이자 우리에겐 이미 익숙한 사태,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그에 대한 방역을 하는 장면이다. 도서관은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다. 사람들은 로봇에까지 신경을 쓰지 못했고 리보는 전원이 켜진 채 혼자 남겨졌다. 휴식과 충전을 하던 곳은 막혀서 들어갈 수 없었다.
『나는 로비 중앙으로 돌아와서 현관문을 바라보고 섰다. 늦은 밤까지 전원이 켜져있는 게 처음이라 무얼 해야 할지 몰랐다. 우두커니 서서 초록색 비상구 불빛을 쳐다봤다. 시간은 쉬지 않고 흘렀다. 밤은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었다.』 (24쪽)
아, 이 책의 화자는 리보다. 로봇이 화자인 것도 특별한 점이다. 서술하기 쉽지 않으셨을 거라는 짐작을 해본다.

다음날 아침 리보는 업무 시작을 했으나 도서관에 사람은 아무도 없다. 리보는 어린이 자료실에 있는 이야기 로봇 앤을 떠올리고 그곳으로 향한다. 초록지붕 집에 살고 밀짚모자를 쓰고 있는 앤은 바로 그 ‘앤’을 연상시킬 수 있도록 감정표현을 많이 하고 감성적인 반응이 돋보이는 로봇이다. 아무도 없는 도서관의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두 로봇만이 도서관을 지키며 이런저런 소통을 나눈다.

오늘도 지인이 확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처럼 코로나는 아직도 위력을 떨치는 중이다. 하지만 방역지침은 점차 완화되고 있고, 새학기에 수업은 정상적인 대면수업으로 진행될 것이다. 3년을 겪고 나서야 이것이 가능했다. 모두가 처음이던 때, 모든 학교가 문을 닫았고, 확진자의 동선이 만천하에 공개되었고, 나도 그렇게 될까봐 어떤 모임에도 갈 수 없었다. 얼굴도 못본 아이들과 원격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2년차때부터는 그나마 줌으로 얼굴이라도 보고 목소리라도 들었지만 첫해에는 기껏 힘들게 수업을 만들어 올려도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힘들었다. 심연에 빠진 아이들을 끌어올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부모님의 눈물에 무력감이 더해졌다.

그렇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한편으로는 좋은 점도 있었다. 회식이 없어진 점, 용건 없는 친목모임이 대폭 줄어든 점은 에너지가 부족하고 혼자있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나쁠 게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때지 오래도록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을 좀 지나서야 깨달았다.

남겨진 로봇들을 걱정하는 아이가 도서관 밖에서 리보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리보는 새로운 감정을 학습한다.
“앤, 나에게 그리움이란 감정이 추가됐어.”
“오오! 그리움은 슬프고도 아름다워. 그리움은 아직 사랑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거든. 끝낼 수 없는 마음이거든.”
그리고 리보는 앤의 이 말을 깊이 저장해 두었다.
“그리움은 걷잡을 수 없는 재난. 만날 사람은 만나야 한다.”
바이러스보다도 더 큰 재난은 우리들 사이의 단절이었다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나는 평소에 ‘소통의 결핍도 문제지만 과잉 소통도 문제’라고 생각하곤 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회식이 길어지면 너무나 피곤하고, 별로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친목모임을 오래 하느니 혼자 있는 시간이 훨씬 좋다. 아이들도 너무 휩쓸려 몰려 다니지 말고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혼자를 두려워하면 무리에 휩쓸리고, 자기성찰을 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의미없는 신체접촉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다. (내가 좀 인정머리가 없어.... 아이들한테 신체접촉에 대한 주의를 많이 준다. 괜히 툭툭 치고, 건드리고 뒤엉키고 뒹굴고 하는 것을 방치하면 금세 엉망진창이 된다. 이런 면에서 깔끔한 매너를 가르치고 싶다. 그게 비인간적인 것은 아니겠지.) 이런 나의 생각도 틀리지 않다고 나는 확신하지만, 인간에게 홀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단절이 괜찮다는 말은 아니다. 홀로인 순간에도 연결에의 확신은 필요하다.

“괜찮아?”라고 나를 확인하는 목소리,
내가 꺼져갈 때 나를 향해 달려오는 발소리,
이게 없다면 내가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이 가장 큰 재난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 두 로봇과 아이를 통해서.

이야기는 시대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니 우리가 겪은 이 일들이 앞으로 많은 이야기의 소재로 등장할 것이다. 그중에서 일찍 나온 편인 이 책이 차지하는 무게는 상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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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숲에서 만나 초등 저학년을 위한 책이랑 놀래 6
김우주 지음, 이지오 그림 / 마루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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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착한 책을 내가 최근에 본 적이 있었던가? 정말 오랜만에 보는 착하디 착한 책. 언젠가 많이 봤던 느낌인 동시에 낯선 느낌이기도 한 이야기. 그건 너무 귀여운 세 주인공 때문이다. 완벽한 존재들은 아니지만 완전히 순수한 아이들. , , 토야가 그들이다. 각각 코끼리, 사슴, 토끼다. 다섯 개의 작은 이야기들을 모았다. 각각의 단편이라기보다는 연결되는 이야기다.

 

초초숲은 이들이 사는 마을이다. ‘사나운 동물들을 피해 살아가는 동물들이 안전한 곳을 찾아 헤매다 발견한 완벽한 요새 같은 곳이었다. 그 평화로운 마을에서 세 친구가 태어났다.

 

코끼리 펀은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지만 코끼리 친구가 없어서 늘 TV를 보며 혼자 논다. 어느 날 사슴 루가 찾아와 함께 달리며 놀자고 한다.

하지만 펀은 고개를 저었어요.

우린 친구가 아니잖아.”

루가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왜 우리는 친구가 아닌데?”

펀이 루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봤어요.

친구는 모습이 닮아야 해. 너는 귀로 부채질도 못하잖아.”

 

다음에 찾아온 토끼 토야도 똑같은 이유로 돌려보낸다. 나랑 같은 친구가 생기면 놀아야지 다짐하며. 하지만 이런 의문이 생긴다.

그런데 친구는 도대체 언제 생기는 걸까?”

그때, 아쉽게 돌아섰던 루와 토야가 손을 잡고 함께 찾아왔다. 다르지만 사이좋은 그들을 보며 펀도 나랑 같은 친구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합류한다. 셋이 노니 더욱 재미있었다. 이렇게 친구가 되는 과정이 첫 번째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 마법의 손수건은 사슴 루가 주연이고 펀과 토야는 한발 뒤에서 조연으로 나오는데, 루가 아끼던 돌멩이를 잃어버려서 몹시 슬퍼하고 있고 나머지 둘은 위로하기 위해 애쓰지만 쉽지 않다. 그러다 마법의 손수건을 줍는다. 눈물을 닦고 말리면 그 슬픔이 사라지는 손수건이다. 여기서 내 예상을 깬 전개가 있었다. 루가 그 손수건을 사양한 것이다.

아직은 더 슬프고 싶어. 소중히 아끼던 걸 잃어버렸는데, 내가 더 이상 슬퍼하지 않는 건 이상한 일이니까.”

토야와 펀은 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슬픈 마음은 빨리 떨쳐버려야 좋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루의 마음이 그렇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루의 마음은 오로지 루의 것이니까요. 그러니 루의 슬픔 역시 루의 것이고요.

슬프지 않겠다는 건 소중한 대상을 잊겠다는 것이니 루는 그것을 거부했다. 나보다 어른 같은데...? 아니 어린이니까 가능한 것일까? 그걸 이해하고 자신들의 호의를 거절한 친구의 반응에 섭섭해하지 않는 두 친구의 태도는 더욱 성숙하다. 그리고 다른 위로의 방법을 찾는다. 이러니 내가 착하디 착하다고 하지 않을수가.

 

세 번째 이야기 토야의 심부름은 토끼 토야가 주인공이다. 아빠 심부름으로 고라니 할아버지께 드릴 케이크를 가지고 갔다가 심부름 순회를 하게 된 이야기. 출발부터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따뜻하고 착한 이야기. 마지막에 토야의 목에 두른 빨간 목도리가 감동이다.

 

네 번째 이야기 루돌프가 되고 싶어는 다시 루의 이야기. 루는 루돌프 선발대회에 출전한다. 친구들에겐 한마디도 없이. 뒤늦게 알게 된 두 친구는 배신감을 느끼고 속상해하는데.... 이 마음의 위기를 어떻게 넘길까? 이 과정도 복잡하지 않고 단순했다. 이 책의 매력이라 하겠다. 루는 결국 루돌프가 되지 못했다. 처음부터 자신감도 없었고... 좌절에 빠진 루에게 두 친구의 선물이 반전을 가져온다. 진짜 이렇게 완벽하게 착하기 있음? 하지만 보고싶은 모습이다. 교실에서. 이렇게 친구를 이해하고 비록 넘어질 때가 있어도 서로 일으켜주고 함께 해주는 모습을 보고싶다. 그걸 기대해도 될까? (실망할까 두렵다ㅠ)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이런 장면을 우리의 이상으로 삼아도 될까?

 

마지막 이야기 새로운 친구에서는 제목 그대로 새로운 친구가 등장한다. 이 아이는 초초숲의 아이가 아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침입자라 하겠다. 마우라는 이름의 고양이였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마우와 그들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작가의 말을 읽으면 작가님이 어떤 심정으로 이야기를 쓰셨는지 짐작이 간다.

소심한 친구를 매서운 눈빛으로 주눅들게 하고

내 생각과 다른 친구를 뾰족한 이빨로 욕하고

반갑게 다가오는 새 친구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할퀴는 이가 없는 초초숲!

다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면 누구나 올 수 있는 초초숲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간절한 바람이 생긴다. 내 교실이 초초숲이라면 좋겠다.... 그렇기만 하다면 세상 무슨 걱정이 있으랴.... 초초숲은 동화속 세상이고 현실은 정글이지... 하지만 세상이 또 험악하지만은 않다는 것, 아름다운 존재들이 있다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이 동화는 세상의 따스함에 일조할까? 부디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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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도서관 다봄 어린이 문학 쏙 3
앨런 그라츠 지음, 장한라 옮김 / 다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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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기시감과 동시에 완전 새로운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초반부터 결말까지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사건들을 따라가며 지켜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기시감이라는 것은 아이들이 어른들에 대항한다는 점이다. 부당한 억압에 그냥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것, 어른들의 금기에 순종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작당을 펼쳐나가는 것. 프린들 주세요에서도 느껴봤고(마지막에 반전이 있었지만), 마틸다도 좀 그랬고, 클로디아의 비밀에서도 있었던 듯한 그 느낌. 하지만 소재는 새로웠다. 일단 학교도서관이 배경이라는 점이 내 눈을 딱! 고정시켰다. 그리고 그 도서관엔 어른들이 지정한 금서가 생긴다.

 

그 금서들이 가상의 책이었대도 대충 재밌게 보았을 것 같기는 한데, 실제로 있는 책들이어서 더 흥미로웠다. 익히 아는 책도 있었고 처음 보는 건 검색해서 찾아보기까지 했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 보니 이 책들은 지난 30년간 미국 도서관에서 항의를 받거나 서가에서 없앴던 이력이 한번이라도 있는 책들이라고 한다. 우아, 그랬단 말이야? 널리 알려진 책들부터 소개해 보자면

- 안녕하세요, 하느님? 저 마가렛이에요 (주디 블룸)

- 마틸다 (로알드 달)

- 탐정 해리엇 (루이즈 피츠허그)

- 클로디아의 비밀 (E.L.코닉스버그)

- 구스범스 시리즈 (R.L.스타인틴)

- 캡틴 언더팬츠 시리즈 (대브 필키)

등등.....

심지어 대브 필키라는 작가는 도서관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등장하기까지 하니... 생존하고 있는 인물이 동화에 등장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 않을까? 하여간 이런 식으로 관심을 자극하는 재미난 요소들이 많이 있다.

 

화자인 에이미 앤은 말썽쟁이 두 동생을 둔 첫째다. 부모님은 바쁘고, 동생들의 요구는 많기에 에이미는 늘 뒷전이다. 집은 엉망이고 에이미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거나 차분히 숙제를 할 만한 공간도 없다. 에이미는 욕구를 삼키는 법을 학습했다. 그래서 말없는, 착한, 희생적인 아이가 되었고 도서관을 자신의 보금자리로 선택했다. 거기서 좋아하는 책을 보고, 보고, 또 본다.

그러던 어느날, 청천벽력같은 사건을 접했다. 에이미가 제일 좋아하는 책, 클로디아의 비밀이 그 자리에 없다! 스펜서 부인이라는 학부모가 도서관의 일부 책들에 이의를 제기했고 학교이사회에서 대출금지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이유는 학생에게 부적절하다.’

 

위에 적은 책들이 그 목록의 일부다. 대충 견적이 나오지? 주인공 아이가 가출을 했다, 선생님(어른)을 악당으로 묘사했다, 성적인 설명이 너무 노골적이다(목록 중 성교육 책도 있었음), 정신건강에 해로워보인다, 주인공 행실이 불량하다 등등이 있겠지.

 

이에 분노한 사람은 첫번째로 사서선생님이고, 두 번째는 에이미 앤이다. 사서선생님은 이사회에 출석하여 발언하기로 했고, 에이미도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서 에이미는 얼어붙어 한마디도 하지 못했고 뒤늦게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사서선생님의 말씀은 훌륭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최대한 다양한 책과 최대한 다양한 시각을 접하게 하는 건 우리 교육자들의 임무입니다....(중략)... 아이들 각자가 무얼 읽을 수 있고 읽을 수 없는지 결정하는 권한은 부모님 각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결정을 강요할 수는 없죠. 학교 이사회가 이 책들을 없애라며 밀실에서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을 뒤집기를, 또 도서실에 있는 자료에 대해 아직도 우려하는 부모가 있다면 바로 이 이사회가 수립한 재검토 규정을 따를 것을 정중히 요청합니다.” (43)

 

평상시 에이미의 성격대로, 마음속 가득한 말을 비록 이사회에서는 하지 못했지만 단짝 친구인 레베카와 또다른 친구 대니와 대화를 하면서 아이들은 뭔가 일을 만들어 가게 된다. 그것은 바로 비사도였다. ‘비밀 사물함 도서관이라는 뜻이다. 에이미의 사물함은 금서들을 모아 원하는 친구들에게 빌려주는 비밀 도서관이 되었다. 당연히 위험이 뒤따랐고, 이야기는 흥미를 더해간다. 여기까지가 잔재미라면 마지막 한방은 정말 큰 웃음을 준다. 마지막 아이들이 문제를 해결한 방식, 어른들이 했던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어 스스로의 모순을 깨닫게 하는 방식. 좋은 의미의 미러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너무 다 말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말 안할 수가 없네.ㅋㅋ) 모든 아이들이 도서실의 책에 대하여 재검토 요청 서류를 작성한다.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말은 지어내기 나름이고 트집은 잡기 나름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결국 도서실 책의 태반이 퇴출될 위기에 놓인다.

 

너무 교훈적이지도 갑작스럽지도 찜찜하지도 무례하지도 위험하지도 않은 결말이라 생각되어 나는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에 헝거게임을 읽으려는 에이미를 부모님이 부드럽게 설득하고 책을 치우는 장면도 좋다고 생각했다. 도서관 책을 일부 학부모 입김으로 폐기하면 안되지만 발달 시기에 적당한 책을 선별하는 노력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영화도 12, 15, 19세가 있잖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사실 헝거게임을 안 봐서 그 책에 대해서는 뭐라 판단을 못하겠다.ㅎㅎ

 

스펜서 부인이 이사회를 등에 업고 학교를 좌지우지하고, 사서선생님은 고용의 위협을 받는 모습을 보며 분통이 터졌다. 어디나 저런 인간들이 있네.... 하지만 막장은 아니었으니 우리 상황보다는 훨씬 낫다고 보겠다. 한편으로는 나의 편견과 좁은 소견을 돌아보게 되어 살짝 반성도 되었다. 요즘 점점 독서력이 떨어져 동화도 긴 것은 오래 걸리는데 간만에 300쪽이 넘으면서 한번에 쭉 읽히는 책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그래도 아이들이 읽기에는 분량의 압박이 있으니 고학년 정도는 되어야 추천할 수 있을 것 같고, 교사들도 한번 읽어보면 생각할 거리가 많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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