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평범한 날에 산하 청소년
데보라 엘리스 지음, 배블링 북스 옮김 / 산하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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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 작가의 <나는야 베들레헴의 길고양이>를 읽고 깜짝 놀랐다. 그렇게 눈이 번쩍 뜨이는 책은 오랜만이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문제를 배경으로 쓴 작품이었는데 아이들에겐 좀 어려워 보였지만 욕심을 부려 5학년 학급 아이들과 함께 읽고 독후활동도 해보았다. 결과적으론 별로 욕심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잘 읽었고 책에 대해 호평을 보냈다. 나는 이 작가의 책을 검색해 보았다. 어린이용으로 나온 책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청소년소설로 나와 있었다. 나의 독서는 거의 학급 아이들과 읽을 책을 찾는 것이기에 아쉬움을 느끼며 넘어갔었다. 그러다 이번에 청소년 소설이라도 읽어보려고 몇 권 주문을 했다. 한권씩 읽어볼 참이다.

첫번째로 읽은 <아주 평범한 날에>는 분량이나 가독성 면에선 고학년어린이용으로 분류해도 큰 상관 없겠다. 이제 겨우 두번째 책을 읽었을 뿐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작가의 책은 속도감 있게 읽힌다. 책 속에 삽화 하나 없지만 쭉쭉 나간다. (물론 손에 잡기까진 난관이 있을 터이다. "그림도 하나 없잖아!" 하면서^^)

내가 이 작가에게 특별한 매력을 느끼는 건 그가 책상에 앉아서 글만 쓰는 작가가 아니라 '운동가'(활동가?)라는 점이다. 작가소개에는 '반전인권운동가'라고 나온다. '자신의 사회적 관심과 도덕적 양심에 따라 작품을 쓰는 작가'라는 소개도 있다. 그래서 그는 현장에 직접 들어가 충분한 취재를 한 후 작품을 쓰는 것 같다. 그 작품의 무대는 세계 곳곳, 주로 인권을 돌아보아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 벌어지는 곳들이니 그는 정말 치열하게 삶을 걸고 작품을 쓰는 작가라 하겠다.

이번 책의 배경은 인도다. 가난한 탄전마을 자리아에서 열세살 여자아이 발리는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배불리 먹지도, 편히 자지도 못한채 고된 석탄줍기로 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발리가 어느날 자신이 천애고아란 것과 그동안 이모와 사촌인 줄 알고 끼어 살던 가족이 사실은 가족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그 이야기를 시작하며 발리는 "이 날이 내 생애 최고의 날이 될 줄 몰랐다."라고 말한다. 무슨 뜻일까?

석탄트럭에 무작정 올라타 고향(?)을 떠난 발리는 콜카타라는 도시에 내려졌다. 자유를 얻었으나 등댈 곳도 의지할 이도 없는 아이는 거리를 떠돌며 노숙을 하게 된다. 길고양이같은 하루하루를 사는 아이의 모습은 거지꼴이다. 그리고 독자는 아이에게 심상치 않은 증상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는데 그것은 마을 사람들이 '저주받았다' '괴물'이라며 두려워하던 나병(한센병)이었다.

그 삶에서도 만남과 인연은 소중했다. 거리에서 만난 점쟁이는 아이에게 "친구들이 많이 생긴다"는 점괘를 뽑아주고는 잘못 뽑은거라고 했지만... 도시에 버려진 후 처음 만난 할아버지가 건네준 말들부터가 아이에겐 귀한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냥 스쳐 보내버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할아버지는 "자신을 보며 웃음 지을 때 슬픔의 짐을 덜 수 있으니"라는 타고르의 싯귀를 들려주었다.
"너는 운이 좋은 거야. 덕분에 모험을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겁이 나요."
"겁이 나지 않는다면, 그건 너무 평범한 날이기 때문이야."
여기에서 <아주 평범한 날에>라는 제목이 나왔나보다. 평범한게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생의 모든 하루가 평범하다면? 솟구쳐 올라야 할 때를 모르고 계속 구덩이에 빠져만 있다면?

갠지스 강의 화장터에서 만난 의사 인드라 선생님과의 인연은 결정적이다. 그 도움을 받아들이는데 약간의 방황이 있었지만 발리는 결국 받아들이고 병원의 여러 사람들과도 친구가 된다. (틀렸다던 점쟁이의 점괘는 맞은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그동안의 쥐꼬리만한 기부를 그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병원의 운영은 이런 도움의 손길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자존심 세고 독립적인 발리는 받은 도움을 꼭 되돌릴 것이고 이런 선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의 인세를 그 병원에 기부한다고 하니, 글과 행동으로 실천하는 셈이다.

책에 밑줄 긋고 싶은 대목이 많았다. 시를 들려준 할아버지를 만난 후 발리의 생각 부분을 옮겨본다. 그리고 또 다른 세상 어느 구석을 다룬 다음 책을 읽으러 가야겠다.
"그 무엇을 완전히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삶이 끝날 때에는 우리의 몸을 자연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생각은 소유할 수 있지만 그밖의 모든 것은 잠시 빌려 쓸 뿐이다. 잠시 쓰다가 돌려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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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배로 카메라 - 제6회 비룡소 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비룡소 문학상
성현정 지음, 이윤희 그림 / 비룡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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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표지의 도입부 줄거리를 읽고 솔직히 좀 흔하고 유치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몇 배로 늘어나는 마법, '진짜 엄마'나 '진짜 아빠'를 찾는 이야기 같은 건 이미 많이 나오지 않았나?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은 아이들의 내면에 중요한 문제라서인지도 모른다. 절실할수록 많이 생각하게 되고 많이 생각할수록 많이 다루게 되는 건 당연하니까 말이다.

읽기에 거부감이 없고 걸리적거리지 않으면 되는거다. 읽어보니 걸리적거리긴 커녕 쭉쭉 잘 읽히고 몰입도도 좋았다. 아이들이 읽기에도, 읽어주기에도 좋겠다. 책읽기가좋아 시리즈 3단계라 중학년이상 권장인데 인터넷서점에선 1,2학년용으로 분류되어 있다. 혼자 읽기 권해주기엔 2,3학년이 적절하고 교사가 읽어주고 생각나누기를 한다면 이야기 수준에 따라 전학년도 가능할 것 같다.

바쁜 맞벌이 엄마 아빠의 아들 '나'는 하교길에 신기한 트럭을 만난다. 예쁜 외면에 비해 파는 물건은 잡동사니 수준이었는데 그중에 카메라가 '나'의 눈에 띄었다. 주인이 없어 주머니에 있던 500원을 트럭에 던져놓고 도둑이 된 느낌으로 카메라를 들고 집으로 뛴다.

신기해서 이리저리 만져보던 중 '나'는 카메라의 신기한 기능을 알게 된다. 고양이를 찍었더니 2마리로 늘어났던 것이다. 제목과 같이 <2배로 카메라>였던 것.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엄마 아빠에게 이 사실을 고하지만 짜증나거나 무관심한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속상한 아이는 어찌하다 보니 고양이를 48마리로 늘려 놓았고 엄마가 둘, 아빠가 넷이 된다.

이 아수라장을 대체 어찌 수습할 것인가? 이제부터가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엄마 아빠들은 똑같은 모습으로 평상시 역할에 충실한다. 엄마 둘은 바쁘게 집안일을 하고 아빠 넷은 소파에 앉아 스포츠 중계를 보고 말이다. 나름 좋은(?) 점도 있었는데 엄마 한 명은 회사를 가고 한 명은 집에 남아 아들을 보살핀(감시한)다.

아이는 카메라를 들고 다시 트럭으로 갔다. 뜻밖에 트럭 뿐 아니라 주인 할아버지까지 있었다! 반품하고 싶다는 아이의 요청을 받아주며 할아버지는 가짜를 찌를 수 있는 유리바늘을 준다. 옛이야기처럼 마법도구에는 조건이 따른다. "진짜를 찌르면 영혼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함께 존재할 수 없는 과잉존재들을 어떻게 소멸시킬까?는 몹시 괴롭고도 난감한 문제인데 그것을 유리바늘로, 풍선에 바람이 빠지는 것으로 표현한 작가의 재치가 맘에 든다. 풍선이라니 왠지 마음에 부담이 없어서 좋다고 할까?^^

진짜 엄마와 진짜 아빠를 찾게 되는 과정도 재밌다.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진짜 엄마 아빠가 아니었다. 진짜 아빠는 내가 좋아하는 핸드폰 게임 이름을 알 리 없었고, 진짜 엄마는 내가 1년째 놀지 않고 있는 우영이가 단짝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 부분에서 엄마 아빠는 많이 미안해 하며 이야기가 끝났지만.... 뭐 다들 그런게 아닐까? 자식이라고 어떻게 속속들이 알겠으며,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을까? 하지만 자식이 원할 때, 엄마 아빠의 관심이 필요할 때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하지는 않을 것, 그리고 그 때가 아이에 따라서 상당히 이를 수도 늦을 수도 있다는 것은 알아야 할 것 같다.

아이들과는 이 책이 자신의 상황이라고 상상하는 활동을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엄마 아빠를 찾을 수 있을지.... 자칫하면 집안 기밀 다 누설하는 몹시 위험한 활동이 될 수도 있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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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아이돌 클럽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38
신지영 지음, 정진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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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주로 중학년용 책들을 찾아보고 있다. 이 학교에 와서 고학년 2년, 저학년 1년 했으니 다음은 중학년? 그런 속셈이 있는 것도 같고, 중학년과 읽을 책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아이돌 클럽'이라는 제목이 가벼워보여서 썩 끌리지 않았지만 읽어보았다. 첫인상과는 달리 아이들과 깊이있게 얘기해볼만한 진지한 주제가 들어있었다. 교사가 몇번에 나누어 읽어주어도 아이들이 관심을 유지하며 끝까지 들을 것 같다.

이 책에는 양 극단의 성격을 가진 서영이와 승한이가 친구로 나온다. 둘 다 선의를 갖고 친구를 위하려 하는 성격이지만 주변은 그 아이들의 마음과 달리 돌아간다. 오해와 불화가 겹치고 결국엔 고립된다. 말하자면 왕따가 된 것이다. 주변 아이들은 특별히 착하지도, 그렇다고 엄청 못되지도 않은 그냥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들이다. 그렇다면 본인들의 문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왕따 당하는 아이도 문제가 있다"는 말은 특히 교사 사이에선 금기어로 통한다. 이런 말을 함부로 했다간 뼈도 못추릴 곤욕을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한번 생각해보길 원한다. 그런 경우가 정말 1도 없을까?

서영이는 밝고 유쾌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반에서 은따가 되어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이사까지 감행하며 딸을 전학시킨다. 전학간 반에는 유치원 때 친구 승한이가 있었다. 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아주 인기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조금더 지켜보니 그 인기는 자신을 지나치게 희생하며 남좋은 일만 해서 만든 신기루인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서영이는 비분강개하여 따지고 들었고 둘은 일순간에 고립되었다. 이제 궁금했던 서영이의 왕따 원인도 밝혀졌다. 즉각적, 직설적, 공격적인 어법은 설령 틀린 말이 아닐지라도 남의 심기를 꼬이게 만드는 것이다.

1)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뭐가 문제야. 맞는 말이잖아!
2) 내가 참으면 그냥 지나갈 걸 왜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
둘의 문제는 무엇이고 나는 이 둘 사이 어디쯤에 위치할까. 나는 평소 승한이처럼 갈등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크지만 열받으면 서영이처럼 직설적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어떨까? 아이들과 찬찬히 짚어보면 좋을 문제인 것 같다.

이러한 캐릭터를 드러낸 채 스토리는 재미있게 흘러간다. 둘은 고립된 후 공교롭게 학교축제의 반대표 출연자가 되었다. 그것도 '판소리'라는 낯선 종목으로. 해낼 수 있을지의 위기에서 그들의 모든 문제를 상세히 알고 있는 '퍼펙트 아이돌 클럽'의 도움이 다가온다. (과연 그 클럽의 실체는 무엇일까?) 아이들은 여러 고비를 넘기며 둘의 개성이 담긴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문제점과 그것을 해결할 실마리도 찾아냈으니 아주아주 해피엔딩 스토리라 하겠다.

퍼펙트 아이돌 클럽의 전적인 지원으로 문제를 해결한 두 아이가 클럽의 일원 자격을 얻어 다음 친구의 문제해결을 돕게 된다는 내용이 이 책의 결말. 그러나 끝까지 클럽의 실체는 보여주지 않고 끝난다. 이건 좀.... 열린 결말이라기 보다는 안 풀리는 실을 그냥 쑤셔넣은 느낌인데.... 현실동화 안의 판타지도 아니고, 궁금해하며 읽은 독자들에게 책의 개연성만 떨어뜨리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좀 아쉬운 부분이다. (설명을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라 느껴지면 김이 새잖아!) 차라리 덜 극적이더라도 개연성 있는 역할을 설정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교실상황에서 자주 접하는 아이들의 성격적인 문제를 다룬 점은 반가웠다. 내가 교사라고 인간개조 따위를 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사람은 늘 자기 위치를 살피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자신을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시키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그런 도움을 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중학년용으로 나와 있지만 3학년은 좀 빠른듯하고 4,5학년에게 적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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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비틀랜드
공지희 지음, 지연준 그림 / 열린어린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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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랜드가 뭘까? 비틀려서 비틀랜드일까? 아니면 비틀비틀해서?

첫 편을 읽고 다음 편으로 넘어가니 다른 이야기가 나오길래 단편인가 했는데, 계속 읽다보니 연작이었다. 화자인 미뇨가 사는 동네,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그 동네의 주소는 산37번지. 이제 재개발이 진행될 다닥다닥 꼬불꼬불한 동네다.

미뇨네는 그동네에서 파랑대문집에 살았다. 대문과 마당이 있는 집이라.... 요즘은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래도 그 동네에선 형편이 나은 편이었으리라. 첫번째 이야기 <히야네 방>에선 그 집의 문간방에 히야네가 이사온다. 곰팡이가 핀 그곳은 거의 버려둔 창고나 다름없는 곳이었는데도. 단칸방에 식구는 엄청 많다. 히야는 가끔 전에 살던 집과 동네 이야기를 해주는데 너무나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들이었지만 미뇨는 이내 그 거짓말이 좋아졌다. 아니, 그걸 거짓말이라고 부르지 말자. 현실을 버티기 위한 아름다운 허구라고나 부를까?

내가 초등학교 2학년일 때, 두 친구와 함께 세 명이 같이 다녔다. 그 중의 한 친구는 거의 치마를 입고 다녔다. 어떤 때는 긴 치마도 입었다. 나는 그 애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하교 길에 그 아이는 날마다 자기 집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집이 얼마나 큰지, 엄마가 얼마나 우아한지, 얼마나 맛있는 걸 먹고 사는지, 얼마나 좋은 선물을 받는지 등을 얘기했다. 나는 진심으로 "좋겠다"라고 말해주었다. 어느날 그 아이가 일요일이 자기 생일이라며 초대를 했다. 난 그 아이 집에 가본적이 없었다.(고만고만한 우리 동네에 그아이가 말하는 그런 집이 어디에 있지? 라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다른 한 친구 집 근처라는 것만 알았다. 일요일에 나는 최대한 깨끗이 입고 다른 친구 집 근처로 갔다. 마침 나와서 놀고 있었다.
"어, 웬일이야?"
"생일초대....."
그러자 친구는 풋 웃더니 내 팔짱을 끼고 몇 걸음을 걸었다. 그러더니,
"으이그 으이그~ 그걸 믿었냐. 집에 가!"
하고 내 등을 떠밀었다.

난 지금도 그 아이가 얼마나 어른스러우면 그 말을 믿지 않을 수 있고, 또 믿지 않으면서도 가만히 듣고 있을 수 있었는지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날마다 지어낸 이야기를 했던, 긴치마를 즐겨 입던 그 아이가 가끔 보고싶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난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두번째 이야기 <햇볕 구슬>에선 한때 영재급 우등생이었던, 지금은 동네 미친놈으로 불리는 해일오빠가 나온다. 오빠가 지금 하는 일은 햇볕을 모으는 일이다. 햇볕을 빼앗겼던 시절만큼 햇볕을 모으게 되면 오빠는 다시 제정신이 들 수 있을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나 작가는 다시 내게 "제정신이란게 뭔데요?"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세번째 이야기 <뽑기 언니>에서는 미뇨보다 조금 많은 나이에 뽑기 상자를 메고 생계 전선에 나선 언니 이야기가 나온다. 어릴적 사먹어본 달고나의 달콤한 냄새가 감도는 이야기. 하지만 설탕 탄 씁쓸한 맛도 함께 느껴지는 두 여자아이의 이야기.

네번째 이야기 <노라와 아빠>에서 미뇨는 가출(?)을 한다. 아마도 이때쯤 아빠는 세상 사는 일이 참 힘들었고, 그래서 술을 마셨고, 술버릇이 사나워 가족을 힘들게 했던 것 같다. 가출길에 누굴 만났는지가 아주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노라를 만난 것은 참 다행이다. 공터에서 혼자 놀던 외로운 노라. 노라는 언제나 아빠의 물건을 걸치고 있었다. 어떤 때는 모자, 어떤 때는 신발.... 그 물건의 주인인 아빠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다섯 번째 이야기 <높고 쓸쓸한 망루 위, 초록 헬멧>에서 미뇨는 강아지처럼 살가운 염소와, 염소와 단둘이 사는 초록헬멧소년을 만난다. 소년은 자신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았고, 알 수 없는만큼 멋지고 설렜다. 소년은 의미심장한 말을 많이 들려주었고 재개발 예고로 술렁거리는 그 동네를 아쉬워했다. 그러고는 어느날부터 자취를 감추었다. 미뇨의 마음이 어땠는지 작가는 전혀 말하지 않았지만 열세살 여자아이의 마음에 싹텄던 설렘을 생각하니 내가 대신 먹먹해지려고 했다.

마지막 장 <바다파랑대문집>에서 건너편 동네 공동주택으로 이사가 살던 미뇨는 오랜만에 옛집을 찾아 추억에 잠긴다. 십삼년 아름답고 새큰하고 비틀거렸던 기억이 거기에 묻힌다.

고학년용 동화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소그룹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아이들의 감성에 다가가지는 않을 것 같다. 아이들마다 경험이 제한적이라서 말이다. 작가 공지희 님의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지만 감성이 단순한 친구들에겐 눈에 안 띄고 스쳐갈 부분들도 간혹 보인다. 아픔은 아파 본 후에야 진심으로 이해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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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면 선생님이 또 웃었다? - 2019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 2018 아침독서 신문 선정, 2018 오픈키드좋은어린이책목록 추천, 2017 고래가숨쉬는도서관 겨울방학추천도서 바람어린이책 9
윤여림 지음, 김유대 그림 / 천개의바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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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인 <콩가면 선생님이 웃었다>에도 리뷰를 썼었다. 후속편에선 제목에 '또'와 '?'가 추가되었다. 제목이 모든걸 말해준다. 선생님은 웃지 못한 것이다. 울은 거지 뭐.... 에이, 김샌다. 그래도 읽어 보자.

주인공이 콩가면 선생님이라고 하기엔, 장마다 학급의 아이들이 한명씩 대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래도 첫장엔 콩가면 선생님 이야기가 나온다. 2학기 마지막날 웃냐 우냐 공방 끝에 왕슈크림빵을 걸고 내기를 하며 2학기가 시작된다. 지금부터는 아이들의 이야기.

삐지기쟁이 은기는 정말 피곤한 스타일이다. 내가 학급 아이들이라도 이런 아이와 가까이하긴 싫겠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일수록 남탓을 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점. 그러던 은기가 친구들, 특히 착하고 조용한 호수한테 부리던 심통을 멈춘 사연이 이 장의 내용이다. 콩가면 선생님은 여기에 적극 개입하진 않았다. 딱 한번, 모둠 다툼이 생겼을 때 중재를 해준 적은 있다. 그게 적절한 중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빠르고 단호한 중재이기는 했다. 나도 이렇게 신속 건조한 중재를 하고 싶다. 감정에 호소하는 건 쓸데없이 진을 뺀다. 건조함. 이거야말로 '웃지 않음'으로 대표되는 콩가면 선생님의 장점 아닌가. 내가 갖고싶은.^^

두번째 주인공 찬휘는 참 멋진 아이였다. 얼마나 멋진 아이냐면 자기 부모를 능가하는 멋짐이다. '애가 어른보다 낫다'는 경우가 바로 찬휘네 집 이야기다. 찬휘 엄마는 문화 강사이자 작가로, 콩가면 선생님 교실에 1일 교사로 오기도 했다. 외면적으로는 더없이 멋지다. 이 엄마의 소신도 멋지다. (사실 나랑 비슷해 찔끔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필요한 정보를 책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 말고! 하지만 멋진 소신도 너무 극단적이면 못쓴다. 아들 찬휘를 컴퓨터 근처에도 못오게 하는 건 너무 심하다. (난 그래도 책이 우선이라고 할 뿐이지 컴을 병행하는 것도 말리지 않는데) 늘 아들이 읽을 책과 생각할 과제를 정해주고 체크한다. 급기야 컴퓨터로 해도 되는 숙제를 내준 콩가면 선생님을 비난하기까지.... 하지만 찬휘는 엄마를 능가하는 멋짐으로 자기 선생님의 체면을 세워준다. 우왕~ 탐나는 아이.^^

세번째 주인공 진우는 '털손'이란다. 털손이라는 말은 나도 처음 들었는데 내가 '저주받은 손' 혹은 '마이너스의 손'이라 부르는.... 뭐든 손만 대면 망하는, 되는 일이 없는 손이다. 진우에게는 선생님이 아주 깊이 개입했다. 아는 공방에 데려다 준 것이다. 여기서 진우는 나름의 역할을 부여받고 자존감을 회복한다. 알고보니 콩가면 선생님도 어릴 때 여기 다녔다나?

네번째 이야기에는 돈벌레가 나온다. 그 다리 엄청 많고 징그러운데, 죽이면 안된다는 돈벌레 말이다. 선생님이 돈벌레를 보고 끼야악 거리는데, 서연이가 그걸 생포한다. 돈벌레를 집에 들이고 싶어하는 눈물겨운 사연... 이번에도 콩가면샘은 묵묵히 주의점을 검색해 알려주었을 뿐이다. 아이와 벌레의 이야기, 동화에 가끔 나오는데 돈벌레는 처음이다. 정말 신선했다.

다섯번째 주인공은 못말리는 모범생 반장 자람이. 봉사와 배려가 몸에 배인 아이. 하지만 성인이(전편에 나왔던, 콩가면 샘과 짜장면을 먹으러 갔던) 같은 아이 눈에는 좀 피곤하고 재수없는 아이. 하지만 자람이의 오지랖은 선의였고, 선의의 눈에는 성인이의 장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발이 날리던 아침, 둘의 화해와 뜀박질, 그리고 피어나는 눈꽃.

자~ 이런 이야기 속에 2학기도 흘러가고 드디어 마지막날이 되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선생님께 편지를 써서 모았다. 의례적인 안내가 이어지는 종업식. 아이들은 선생님의 얼굴에만 초집중한다. 왕슈크림빵이 걸려 있잖아!

선생님이 애들한테 얻어 먹을 수는 없었기 때문일까? 모두들 한 손에 커다란 빵을 치켜들고 재깔재깔 웃으며 선생님을 따라 걷는 장면이 이 책의 마지막이다.
(이렇게 끝나지 않는다면 이상하겠지 뭐. 그래도 콩가면샘, 실망이에요. 당신은 울었다 이거죠. 난 끝까지 울지 않을 거예요.ㅎㅎ)

'우리 가족이에요' 라는 그림책으로 시작된 작가에 대한 감탄이 오늘의 책에도 이어졌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그대로 다 단편이었다. 콩가면샘은 그 특유의 '웃지 않는' 중용으로 이야기들을 감싸안은 울타리였다. 작가는 교사는 아니신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실제적인 선생님과 아이들의 캐릭터를 그려냈을까. 덕분에 나와 아이들을 비춰보며 재미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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