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면 선생님이 또 웃었다? - 2019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 2018 아침독서 신문 선정, 2018 오픈키드좋은어린이책목록 추천, 2017 고래가숨쉬는도서관 겨울방학추천도서 바람어린이책 9
윤여림 지음, 김유대 그림 / 천개의바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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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인 <콩가면 선생님이 웃었다>에도 리뷰를 썼었다. 후속편에선 제목에 '또'와 '?'가 추가되었다. 제목이 모든걸 말해준다. 선생님은 웃지 못한 것이다. 울은 거지 뭐.... 에이, 김샌다. 그래도 읽어 보자.

주인공이 콩가면 선생님이라고 하기엔, 장마다 학급의 아이들이 한명씩 대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래도 첫장엔 콩가면 선생님 이야기가 나온다. 2학기 마지막날 웃냐 우냐 공방 끝에 왕슈크림빵을 걸고 내기를 하며 2학기가 시작된다. 지금부터는 아이들의 이야기.

삐지기쟁이 은기는 정말 피곤한 스타일이다. 내가 학급 아이들이라도 이런 아이와 가까이하긴 싫겠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일수록 남탓을 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점. 그러던 은기가 친구들, 특히 착하고 조용한 호수한테 부리던 심통을 멈춘 사연이 이 장의 내용이다. 콩가면 선생님은 여기에 적극 개입하진 않았다. 딱 한번, 모둠 다툼이 생겼을 때 중재를 해준 적은 있다. 그게 적절한 중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빠르고 단호한 중재이기는 했다. 나도 이렇게 신속 건조한 중재를 하고 싶다. 감정에 호소하는 건 쓸데없이 진을 뺀다. 건조함. 이거야말로 '웃지 않음'으로 대표되는 콩가면 선생님의 장점 아닌가. 내가 갖고싶은.^^

두번째 주인공 찬휘는 참 멋진 아이였다. 얼마나 멋진 아이냐면 자기 부모를 능가하는 멋짐이다. '애가 어른보다 낫다'는 경우가 바로 찬휘네 집 이야기다. 찬휘 엄마는 문화 강사이자 작가로, 콩가면 선생님 교실에 1일 교사로 오기도 했다. 외면적으로는 더없이 멋지다. 이 엄마의 소신도 멋지다. (사실 나랑 비슷해 찔끔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필요한 정보를 책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 말고! 하지만 멋진 소신도 너무 극단적이면 못쓴다. 아들 찬휘를 컴퓨터 근처에도 못오게 하는 건 너무 심하다. (난 그래도 책이 우선이라고 할 뿐이지 컴을 병행하는 것도 말리지 않는데) 늘 아들이 읽을 책과 생각할 과제를 정해주고 체크한다. 급기야 컴퓨터로 해도 되는 숙제를 내준 콩가면 선생님을 비난하기까지.... 하지만 찬휘는 엄마를 능가하는 멋짐으로 자기 선생님의 체면을 세워준다. 우왕~ 탐나는 아이.^^

세번째 주인공 진우는 '털손'이란다. 털손이라는 말은 나도 처음 들었는데 내가 '저주받은 손' 혹은 '마이너스의 손'이라 부르는.... 뭐든 손만 대면 망하는, 되는 일이 없는 손이다. 진우에게는 선생님이 아주 깊이 개입했다. 아는 공방에 데려다 준 것이다. 여기서 진우는 나름의 역할을 부여받고 자존감을 회복한다. 알고보니 콩가면 선생님도 어릴 때 여기 다녔다나?

네번째 이야기에는 돈벌레가 나온다. 그 다리 엄청 많고 징그러운데, 죽이면 안된다는 돈벌레 말이다. 선생님이 돈벌레를 보고 끼야악 거리는데, 서연이가 그걸 생포한다. 돈벌레를 집에 들이고 싶어하는 눈물겨운 사연... 이번에도 콩가면샘은 묵묵히 주의점을 검색해 알려주었을 뿐이다. 아이와 벌레의 이야기, 동화에 가끔 나오는데 돈벌레는 처음이다. 정말 신선했다.

다섯번째 주인공은 못말리는 모범생 반장 자람이. 봉사와 배려가 몸에 배인 아이. 하지만 성인이(전편에 나왔던, 콩가면 샘과 짜장면을 먹으러 갔던) 같은 아이 눈에는 좀 피곤하고 재수없는 아이. 하지만 자람이의 오지랖은 선의였고, 선의의 눈에는 성인이의 장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발이 날리던 아침, 둘의 화해와 뜀박질, 그리고 피어나는 눈꽃.

자~ 이런 이야기 속에 2학기도 흘러가고 드디어 마지막날이 되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선생님께 편지를 써서 모았다. 의례적인 안내가 이어지는 종업식. 아이들은 선생님의 얼굴에만 초집중한다. 왕슈크림빵이 걸려 있잖아!

선생님이 애들한테 얻어 먹을 수는 없었기 때문일까? 모두들 한 손에 커다란 빵을 치켜들고 재깔재깔 웃으며 선생님을 따라 걷는 장면이 이 책의 마지막이다.
(이렇게 끝나지 않는다면 이상하겠지 뭐. 그래도 콩가면샘, 실망이에요. 당신은 울었다 이거죠. 난 끝까지 울지 않을 거예요.ㅎㅎ)

'우리 가족이에요' 라는 그림책으로 시작된 작가에 대한 감탄이 오늘의 책에도 이어졌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그대로 다 단편이었다. 콩가면샘은 그 특유의 '웃지 않는' 중용으로 이야기들을 감싸안은 울타리였다. 작가는 교사는 아니신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실제적인 선생님과 아이들의 캐릭터를 그려냈을까. 덕분에 나와 아이들을 비춰보며 재미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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