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아이 - 제25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눈높이 고학년 문고
남찬숙 지음, 백두리 그림 / 대교북스주니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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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학년용 장편동화인데 한달음에 다 읽었다. 엄마와 갈등을 겪는 사춘기 여자아이가 갈등이 점차 증폭되다 드디어 터져버려 집을 나왔다가 들어가 화해하며 마무리되는 내용이다. 스토리가 꽤 진부하지 않은가? 신파 느낌도 나고 말이다. 이렇게 예측하시는 분들은 꼭 읽어보시기 권한다. 하나도 진부하지 않았다. 공감과 몰입도도 대단했다. 이정도 스토리가 어떻게?

일단은 고양이가 화자이자 관찰자라는 점이 신선하다. 고양이의 시점으로 보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전지적 시점보다도 더 정확히 그들의 언행과 생각을 이해하게 해주었다. 게다가 이 고양이 녀석 자체가 또 매력이 있다. 책읽는 맛을 몇 배는 더 끌어올려 준다.

어느 추운 날 시골 할머니 집 헛간에 엄마고양이가 숨어들었다. 할머니는 들어온 생명을 내치지 못하고 두꺼운 옷가지를 깔아주었고 거기서 다섯 마리의 생명이 태어났다. 화자인 고양이는 이중 넷째다. 겨울을 지낸 고양이들은 다들 자신들의 삶을 찾아 떠났고 애교쟁이 막내는 할머니의 반려묘를 자청했다. 넷째만 떠날 날을 망설이고 있던 중 할머니의 딸이 찾아와 넷째를 싣고 동네 친구 아주머니네 데려다 주었다. 알고보니 이 집의 '까칠한 아이'를 달라지게 해주려고 데려온 거라 한다. 그 아이는 지현이라는 5학년 여자아이고 까칠과 짜증, 반항과 묵묵부답으로 똘똘 뭉쳐 있어 엄마 속을 뒤집는다.

요녀석 말이나 태도를 보아하니 나라도 열받게 생겼다. 그런데 가만 보니 엄마 아빠도 모범답안과는 한참 멀다. 최상위권 언니한테는 벌벌벌 하고, 늦둥이 막내아들은 오냐오냐 하면서 오직 둘째랑만 전쟁이다. 급기야 자기 방문을 걸어잠그고 반항하던 어느날 , 아빠는 연장을 가져와 문짝을 떼어버린다. 헉....

지현이의 가출은 예정된 수순이나 마찬가지다. 감정이 극에 달한 모녀는 서로 모진 소리를 퍼붓다가 "그러려면 이 집에서 나가!!" "꽝!!" 이렇게 되어버렸다. 다행히, 늘 바깥세상을 노리던 고양이가 잽싸게 따라나왔다. 절묘하다. (화자가 따라나오지 않으면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잖아.) 고양이는 자유를 찾아 떠나는 대신 지현이의 곁을 지키기로 결정한다. 밤이 깊도록 그들은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모두 알다시피 바깥은 험하고, 그들은 고생끝에 경찰 아저씨와 함께 귀가. 그 이후는 잠깐의 신파.ㅎㅎ 그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신파라 거부감은 느낄 수 없었음.^^

이 책을 학부모 독서모임 같은데서 함께 읽으시면 아주 좋을거라 생각한다. 모범답안을 알지만 도저히 그렇게 안되는 부분이 누구에게나 있다. 혼자서는 돌이켜지지 않고 알면서도 심화되며, 그로인해 자괴감은 깊어진다. 자신을 객관화하며 함께 얘기 나누다보면 완전하진 않지만 조금씩은 길이 보인다.

아이들도 함께 읽으면 공감의 원성이 자자할 것 같다. 아이들이 알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 어른들도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른들에게 너무 기대하진 말라고....(너무 염치없나?^^;;;;;) 어른들도 실수하고 후회한다고. 그러니 때로는 용서해 주라고. 어른들 때문에 모든 걸 내던지지는 말라고..... 되돌아보면 나도 자다가 이불킥 할 정도로 우리 아이들에게 못난 말과 행동을 했던 적이 있다. 특히 남편이 "왜 애랑 싸워?" 라고 했던 것처럼 양상을 대결로 몰아갔던 못남은 나나 이 책의 엄마나 똑같은 점이다. 그래도 애들이 그냥저냥 큰 걸 보면 다행히도 아이들 안에는 어느 정도의 회복탄력성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제대로 컸을 인간은 세상에 없다. 어른들도 철이 들어야 하지만 아이들의 회복력도 중요하다. 세상에 갈등없는 가족은 없으니 이 두가지가 조금씩 어우러지면 싸우다 화해하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남찬숙 님의 책은 내가 동화를 읽기 시작한 초기에 아주 즐겨 읽었다. <괴상한 녀석>, <니가 어때서 그카노>, <받은 편지함> 같은 책들이다. 그의 작품들에는 뚜렷한 악역이 없고 부족하지만 서로 도우며 못났지만 용서하며 따뜻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주로 나와서 내겐 참 좋았다. 이 책은 약간의 공백을 깨고 나온 책 같아서 반갑고, 역시 내가 좋아하던 남찬숙 님 책의 느낌이 또 살아있어서 좋았다. 오늘날 까칠한 아이로 살아가는 자녀와 그 부모님 모두가 읽고 위로받는 책이 됐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제 '별이'란 이름을 갖게된 고양이, 너 참 멋져! 난 고양이 별로 안 좋아하는데, 고양이도 참 매력적인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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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려나 서점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김영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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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핫한 작가의 명성에 걸맞게 그는 내놓는 책마다 신선한 상상력을 선보인다. 나한테 없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아이들한테서 언뜻언뜻 발견할 때가 있는데 그 편린들을 다 모아 정제하고 압축한 주머니를 작가는 품고 있는 것 같다. 일종의 천재라 할까? 우와 부럽다.^^

학생용으로 도서관에 수서한 책인데 읽어보니 어린이책은 아니구나. 물론 아이들이 읽어도 재밌을 책이긴 하지만 애서가 혹은 책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책을 얘기하는 그림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책의 제목부터가 <서점>인 것처럼.

"그 마을의 변두리 한 귀퉁이에 '있으려나 서점'이 있습니다"
맘 넉넉하게 생긴 중년의 아저씨가 운영하는 이 서점에 손님들이 한 명씩 찾아와 "혹시 ~~~책 있나요?" 하고 물으면 아저씨는 "있다마다요!" 하며 서가를 뒤져 "이런 책들은 어떨까요?" 하며 몇 권의 책을 손님앞에 펼쳐놓는다. 그 책들의 소개가 곧 이 책의 내용이다. 기발한 상상력, 그 상상력을 형상화한 기발한 그림이 미소를 짓게도 하고, 킥킥거리게도 하고 때로는 푸하하 웃음을 터뜨리게도 된다. 정말 맛있는 센스.

책이란 무엇인가? 누구에게는 지겨움, 졸림, 귀찮음, 짐짝이겠으나 누구에게는 소중함, 아름다움, 대체 불가능한 재미, 추억, 평생의 보물일 수도 있는 것. 그 <책>에 대한 가장 유쾌한 접근과 묘사.

한 아주머니가 '책과 관련된 명소'에 관련된 책을 찾자 서점 아저씨가 권해 준 책에 '무덤 속 책장'이란 책이 있었다. 일년에 한번 찾아가는 무덤. 그 책장은 딱 그날 하루만 열린다. 무덤을 찾아간 이는 고인이 생전에 아끼던 책을 한 권 빼서 가방에 넣고 고인이 천국에서 읽었으면 하는 책을 한 권 꽂아두고 돌아온다. 내가 죽어서 이런 걸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치만 왠지 가슴이 찡했음.... '수중 도서관'에서는 거기에 꽂힌 책들이 몹시 궁금해지고 내가 보지 못한 이 세상의 수많은 책들에 대한 신비감이 들었달까.

'독서 보조 로봇'이나 '표지 리커버 기계' 등에선 킥킥 웃었다. 마지막 '베스트셀러'관련 내용도 재밌었다. "많이 팔려고 만든 책은 아니다." 라고 말하는 작가라 해도 내심 이왕이면 책이 많이 팔리길 바랄 것이다. 인정받지 않고 싶은 사람, 그냥 잊혀져 버리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런 사람이리면 책을 내지 읺겠지.

고객들이 원하는 모든 책을 찾아주던 책방아저씨가 "그런 책은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이 이 책의 마지막장이다. '그런 책'은 어떤 책일까?^^

전체 내용도 좋지만 작은 그림 하나하나에까지 깃든 유머와 센스가 책을 소장하고 싶게 한다. 100쪽 정도 되는 이 책은 아이들 그림책에 비해서는 두꺼워도 성인도서로는 내용이 적다고 하겠지만, 꼼꼼히 읽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한번에 다 읽지 말고 아껴가며 보면 더 좋을 책 같다.

나는 평생에 책을 몇 권이나 읽을까? 내가 놓치거나 존재조차 모르는 보물같은 책들이 어디엔가 있겠지?(많겠지) 이 책은 책 앞에서의 나를 돌아보게 해준다. 누군가는 책을 쓰고, 누군가는 만들고, 그리하여 책은 오늘도 쏟아져 나온다. 미처 골라 줍기도 전에 또 와르르 쏟아지는 책 속에서 보석을 줍기는 쉽지 않다. 다시 한 번, 책이란 무엇인가. 특히 좋은 책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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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학년 아이들이랑 4인1조 돌려읽기 3차를 마치고 이제 마지막 4차를 앞두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책 선정은 난제다. 적당한 책이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다. 많기는 너무 많지만..... 너무 두꺼운 책은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이왕이면 교육과정 내용과 연관되면 좋겠는데 그중에 학년수준에 딱 맞는 것이 그리 많진 않고, 특히 문학은 정말 좋은 책이 넘넘 많지만 전체 대상이라 무난하고 재미난 책이 안전빵이다보니 그런 책을 고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4권의 책 중 보통 문학에 2권, 비문학에 2권을 배정하는데 문학도 1권은 국내, 1권은 국외 동화로 선정하는 편이다. 외국 작가로 윌리엄 스타이그(진짜 도둑)와 로알드 달(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마이클 모퍼고, 케이트 디카밀로, C.S.루이스 등을 읽히려 해도 간당간당 수준이 모자란다. 린드그렌을 읽히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늘 생각같지 않아서 실망했던 터라....ㅠㅠ (몇년전에 "이제 린드그렌은 아이들에게 안 통하나보다ㅠ" 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음) 앤드류 클레먼츠는 어떨까? 하고 <프린들 주세요> 와 <말 안 하기 게임>을 비교중이다.



국내동화로는 최은옥, 권정생, 주미경, 진형민 작가의 책을 한권씩 읽었다.

이번엔 황선미 작가의 책 중에서 <신나게 자유롭게 뻥!>을 꼽아놓고 있다. 사회 다음 단원에 인권(편견, 차별, 다양성)관련 주제가 나오기 때문인데, 거한 수업을 잘 시도하지 않는 나로서는 책이라도 이렇게 관련해서 읽으며 생각을 넓혀가길 기대할 뿐이다.




그러다 오늘 이 책을 읽었다. '오, 이런 책을 한권 읽어도 괜찮겠는데?' 싶으면서 훅 땡긴다. 이승민 작가의 <나만 잘하는 게 없어>라는 책이고 형식은 숭민이라는 주인공의 일기다. '숭민이의 일기 절대 아님'이라고 표지에 써 있기는 하지만...^^ 남의 일기를 읽는 건 구미가 당기는 일이다. 게다가 이 숭민이라는 아이의 캐릭터가 참 만만하면서도 친근하다. 잘하는 건 게임밖에 없는데 그나마 종목을 바꾸니 맥도 못추고 붙는 족족 깨진다. 삼총사 친구 중 동규는 느리고 부족해 보여도 수학영재고, 심지영은 글짓기대회에서 대상을 탔다. 원수같은 성윤 녀석도 속담 외우기 대회에서 숭민이를 제치고 상을 탔다. "나만 잘하는 게 없어." 이게 책의 제목이다.


우어어.... 이건 오랜 세월 나의 고민이기도 했다. 이 열등감을 극복하는 것이 나의 젊은 시절 과제이자 나와의 싸움이었다. 취업하고 결혼하고 애낳고 미친듯이 살다보니 이런 고민도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지금도 멋있는 사람들을 보면 한량없이 부럽다. 그래서 난 숭민이에게서 나를 본다. 친근하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더하지 않을까 싶다. 잘하는게 게임밖에 없는 녀석. 반에 적어도 한 명 이상 반드시 있으며 나머지 아이들도 이런저런 열등감들을 가지고 있고 대다수가 자존감의 문제를 앓고 있다. 모든 어긋난 행동의 기저에 이 자존감의 문제가 있다.

그런 아이들이 이 책의 숭민이랑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별다른 재능 없고, 지극히 평범한 숭민이. 하지만 숭민이는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다. 이 아이에게는 참 특별한 건강함이 있다. 평범한 건강함. 이거 우리 시대 아이들이 가져야 할 최고의 미덕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른들이 바라는 아이상도 바로 이 '평범한 건강함' 이어야 한다고 나는 입에 거품을 물고 주장하는 바이다. 4차산업, 인재, 영재, 이따위 소리 다 집어치우고 말이다.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는 평범하며 그들이 건강한 자존감을 갖추어야 사회가 건강한 법이다. 특출난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가 패배감을 맛보아야 하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난 지극히 평범한 우리반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다고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이 책의 숭민이와 함께.

엥... 이렇게 쓰다보니 뭐, 다음 책으로 이 책은 당첨인거네. 숭민아, 울반 친구들 만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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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의 독수리 - 히틀러를 쏘지 않은 병사 내인생의책 책가방 문고 45
마이클 모퍼고 지음, 마이클 포맨 그림, 보탬 옮김 / 내인생의책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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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모퍼고는 100권이 넘는 책을 출간한 영국의 국민작가라는데 우리나라에는 일부만 번역되어 나와있다. 대부분 판매지수도 그리 높지 않다. 그중 높은 책은 <켄즈케 왕국> 정도? 나도 그 책을 통해 마이클 모퍼고를 처음 접했다. 10여년 전 린드그렌을 읽으며 어린시절 독서의 추억 속으로 되돌아가고 있던 시기였다. 켄즈케 왕국은 처음 읽은 책이었지만 묘하게 독서의 추억을 자극했다. 그리고 동화는 대상연령이 어릴 뿐 결코 수준 낮은 장르가 아니라는 확신을 갖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때부터 아이들책을 읽는 것이 일상의 일부가 되었던 것 같다. 내 나름의 역사에서는 아주 중요한 책인 셈이다.

마이클 모퍼고는 주로 무거운 주제의 작품을 쓴다. 내가 읽어본 그의 작품에는 거의 전쟁이 나온다. <켄즈케 왕국>에서 무인도에 고립되어 혼자 살고 있던 켄즈케 씨는 2차 대전에 참전했던 일본인이었고, <모차르트를 위한 질문>에서 대 바이올리니스트 파울로 레비가 간직한 비밀도 2차 대전과 홀로코스트에 관련된 것이었다. <우리집 정원에는 코끼리가 산다>도 2차대전 중 드레스덴 폭격 당시 독일인 가족이 겪는 이야기다. 그런가하면 <연들이 날고 있어>에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지역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며 <집으로>는 탈핵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이 책은 1차 대전과 2차 대전에 걸친 다소 긴 기간을 다루고 있다. 1차 대전에 참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않고 혁혁한 공을 세운 영국 군인 '빌리 바이런'씨에 대한 이야기다.

배경은 2차 대전이 한창인 영국. 바니와 엄마는 폭격으로 집을 잃고 친척집이 있는 시골로 가기 위해 기차에 몸을 싣는다. 텅 빈 기차 칸에 바니 모자와 한 중년남자만 있다. 폭격을 피해 터널 속에 갇힌 깜깜한 기차 안에서, 중년 남자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1차 대전때 최선을 다해 싸웠던 빌리의 이야기를. 그는 전투에서 공을 세웠을 뿐 아니라 아주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다. 마지막 남은 독일군 병사를 살려준 것이다. 쏠 수 있었고 그는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무기만 내려놓고 가게 해주었다.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후 무시무시한 반전이 일어났다. 극장의 뉴스영화에서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고 있는 독일총통의 얼굴을 본 순간, 그는 인생이 무너져내리는 충격에 휩싸였다. 아돌프 히틀러. 그자는 바로 그옛날 자신이 살려보낸 독일 병사였던 것이다.

그는 이 일을 자신이 되돌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암살 계획을 세우고 접근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일까지 고백했다. 바니 모자가 잠들었다 깨어났을 때 그는 보이지 않았고, 이모집에 도착한 그들은 빌리 씨가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한다.

빌리 바이런의 이야기는 '헨리 텐디' 라는 실존인물의 실화를 근거로 한 것이다. 그가 살려준 병사가 히틀러다 아니다 논란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100% 픽션이라고 해도 별 상관은 없다. 중요한 건 그 딜레마이다. 그의 행위는 결과적으로 무척 불행했다. 개인 차원이 아닌 세계적인 불행을 가져왔다. 그렇다면 그의 행위는 옳지 못했는가?

그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망설이지 않고 쏠 것이라 말하며 과거의 선택을 몹시 괴로워했다고 한다. 당연한 감정이다. 하지만 인간은 미래를 볼 수 없고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한계를 가진 존재이다. 그 상태에서 인간의 최선이란 어떤 것일까?

작가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서술했으며 어떤 결론도 내려주지 않았다. 어찌보면 흥미있는 일화를 동화로 각색한 것에 그친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가가 이 실화를 다시 쓰려고 마음먹은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이 이야기 속에서 많은 질문들이 떠오른다. 선과 악, 옳고 그름, 생명, 선택, 책임..... 아, 역시 마이클 모퍼고의 책은 무겁다. 그래서 아직까지 아이들에게 읽혀보질 못했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날이 오기는 올까.
(사실은 내가 어려워 엄두가 안 나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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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하기 게임 일공일삼 65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이원경 옮김 / 비룡소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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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신 앤드류 클레먼츠 님께 충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내게 신이 주신 이야기 주머니가 있다면 이런 멋있는 글을 쓰고 싶다. <프린들 주세요>도 대단했는데 이 책도 못지않게 짜릿하다. 이 작가의 책으로 가장 먼저 읽은 책은 <성적표>라는 책이었다. 다음으로는 10년 전에 읽었던 <잘난 척쟁이 경시대회>. ㄱㅈㅌ 교육감이 취임 일성으로 "미안하지만, 초등학생들도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말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내뱉었던 즈음이었다. 그 책을 읽고 "미안하다고? 미안한 짓을 왜 해!!" 하면서 분노의 서평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해, 일제고사 거부를 허용한 담임들이 교사로서의 사형선고를 받고 길거리로 내몰린 사건도 있었다.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촛불을 들며 mb정권의 먹구름을 온몸으로 느꼈던 그해.ㅠ)

이와같이 앤드류 클레먼츠는 작품마다 참 멋있다. 그리고 교육의 본질을 꿰뚫는다. 어려운 교육학 책을 읽기에 독서력이 딸린다면 그냥 이분의 동화를 읽자!! (나만 해당되나 ㅎㅎ)

레이크턴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은 역대 유례없는 수다쟁이에 고래고래들이었다. 그리고 이또래의 특징대로 남녀 대결의 성향도 강했다. (이부분 우리반 아이들이 매우 공감할거라 예상한다. 평소 경기에서 승부욕이 강하지 않던 우리반 아이들이 남녀로 대결할 때 눈이 뒤집히도록 광분하는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란 적 있다ㅋ) 이들은 서로를 수다쟁이라 비난하다가 시합을 벌이게 된다. 바로 말 안하기 게임!

이 책은 이 게임이 진행되는 열흘간의 과정을 담고 있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게임의 규칙'을 수립했고 그중엔 "어른들께는 어쩔수 없이 대답하되 3단어 이내로 한다."와 같은 규정도 있다. 처음엔 아이들이 힘들어했지만 이내 익숙해졌고 조금 지나자 선생님들이 당황하기 시작한다. 수업진행에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선생님들 회의가 소집되었는데 선생님들마다 반응이 다양한 것도 재미있었다. 이 상황에 분노하는 선생님, 즐기는 선생님, 이 현상을 연구하려 부지런히 기록하는 선생님.... 그냥 두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을 모아놓고 게임을 중단하라 명한다. 이후 자신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중단하지 않는 모습을 본 교장선생님은 순간 이성을 잃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마는데.... 이부분에서 나도 뜨끔했다. 절대 보여서는 안되는 모습이다. 다행히 교장선생님은 바로 잘못을 시인하고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준다. 교사도 실수할 수 있는데 빨리 인정하는 것이 그나마 스타일을 덜 구기는 방법이다.;;;;

이 책에서 내가 주목하고 싶은 지점은 '언어의 정선' 이다. 아이들은 수업중 세 낱말로 말해야 했기에 적절한 낱말을 찾기 위해 고도의 두뇌활동을 해야 했으며 평상시에 얼마나 필요이상의 말들을 해왔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의사소통에는 그리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으며 언어의 쓰레기를 버리고 말을 줄여야 할 필요가 인간 대부분에게 있다. (말하기를 그리 즐기지 않는 나도 가만보면 쓸데없는 소리를 퍽 많이 한다ㅠ) 유난히 시끄럽고 말이 많은 학급을 맡을 때가 있는데, 가만히 듣고 있자면 모두가 '남 얘기'다. 그것도 아님 말고 식의 근거 없는. 그로 인한 생활지도의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본성대로 떠드는 것에 그리 동의하지 않는다. 언어의 절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어른이 가장 그렇고, 고학년 정도라면 절제를 시작할 때라고 본다. 저학년도 조금은 필요하고. 이 게임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던 이 말은 일리가 있다.
"간디는 수년간 매주에 하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 마음에 질서가 생긴다고 믿었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적용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마음의 질서'라는 말에 주목하고 싶다. 아이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옳지 않지만 조용한 순간은 있어야 한다. 시종일관 시장바닥이라면 아이들은 차분히 생각할 힘을 잃게 된다. 서로 헐뜯기 여념이 없었던 초기의 아이들이 시장바닥 상태였다면,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며 박수를 보내는 후기의 모습은 조용한 성찰을 거친 상태다. 게임을 통해 이렇게 멋진 변화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할 뿐이다. 이 설득은 전혀 꼰대적이지도 설교적이지도 않으며 반전과 유머를 통해서 전해지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한편으로 내가 이 책에 환호를 보내는 것이 시끄러운 것을 혐오하는 나의 개인적 성향과 규칙과 질서를 중시해야 하는 교사라는 직업적 신분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 아이들도 나만큼 공감할까? 이제 다음주부터 우리반 아이들이 돌려읽을 책에 이 책이 포함되어 있으니 한번 반응을 살펴봐야지. 내가 한 생각을 아이들이 할 가능성은 적지만, 적어도 재밌게는 읽으리라 생각한다. 교사인 내가 환호한다고 해서 설교책인 것은 아니고,ㅎ 흥미진진한 요소가 가득 있으니. 나와 같은 각도에서 공감하진 않더라도 그들 나름대로 공감하며 읽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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