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 - 2020년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미래주니어노블 5
크리스천 맥케이 하이디커 지음, 이원경 옮김 / 밝은미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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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봐도 끌리는데 2020 뉴베리 아너상을 받은 책이라니, 게다가 '무서운 이야기'라니 요즘 읽기 딱이잖아? 나는 무서운 걸 싫어한다. 영화 중에선 공포영화를 가장 싫어한다. 하지만 이 책의 무서움은 내가 싫어하는 칼질, 도끼질, 피 낭자... 이런 잔인함 쪽은 아니었고 으시시... 귀신... 이런 괴기 쪽도 아니었다. 그런데 무서운 건 맞았다. 제대로 무서웠다.

여우 일곱 남매는 밤마다 엄마한테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는데, 엄마는 밑천이 다 떨어졌다. 새끼여우들은 엄마가 잠든 틈을 타 '습지동굴의 늙은 이야기꾼'을 찾아간다. 겁먹어 주저하던 막내까지 함께.

늙은 이야기꾼은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야기의 전제와도 같은 아주 중요한 말을 먼저 했다. 끝까지 읽고 나서 다시 돌아와보게 되었던 그 말은 이런 것이다.
"모든 무서운 이야기는 두 가지 면을 갖고 있다. 달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처럼 말이지. 너희가 끝까지 들을 만큼 용감하고 슬기롭다면, 그 이야기는 세상의 좋은 모습을 밝혀줄거야. 너희를 바른 길로 인도해 주고, 너희가 살아남을 수 있게 도와주겠지."
"하지만 말이야. 너희가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무서워서 끝까지 듣지 않고 꽁무니를 뺀다면, 이야기의 어둠이 모든 희망을 집어삼킬 수 있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너희는 두 번 다시 굴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이야. 엄마 곁을 떠나지 못하고 영원히 젖내를 풍기며 삶을 허비하게 되겠지."

이야기꾼은 미아와 율리라는 두 어린 여우가 겪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가 한 편 한 편 끝날 때마다 새끼여우들은 한마리씩 집으로 슬금슬금 내뺀다. 마지막 이야기까지 남은 아이는 막내 뿐.) 두 어린 여우는 도와줄 누구도 없는 미지의 험난한 세상에 내팽겨쳐진다. 미아의 스승님은 어느날 '노란악취'에 물든 후, 이빨을 드러내며 다른 사람, 아니 다른 여우가 되어 미아 남매들을 물어뜯었고 꼬리털만 물린 미아는 겨우 도망쳐 길을 떠났다. 앞발 하나가 짧게 태어난 율리는 누나들의 괴롭힘 속에 엄마의 사랑만으로 근근히 살다가 어느날 발톱마왕의 출현으로 그 가는 행복의 끈마저 끊어졌다. 그런데 그 발톱마왕은 바로 아빠였다는 사실.

둘의 만남은 미아가 올가미에서 벗어나는 걸 율리가 도와주면서부터다. 그런데 미아를 그렇게 만든 건 그림책 작가인 인간이다. 그녀는 토끼 등의 동물들을 잡아 가두고 그림작업이 끝난 후에는 죽여서 내장을 꺼내고 짚을 넣어 박제로 만든다. 섬뜩한 한 마디. "내가 이야기를 쓰면 넌 그 속에서 영원히 살게 돼."
근데 그 작가의 이름이 베아트릭스 포터? 피터래빗 시리즈를 만든? 아니 실존했던 작가를 이렇게 악인으로 등장시켜도 되는 건가? 무슨 사연이 있는 거지? 어리둥절하다. 인간이 보기에 고상하고 아름다운 인간도 동물 입장에서는 얼마나 끔찍한지 말해주려는 건가? 하여간에 이 장은 여우 입장에서 진짜 숨막히도록 무서움.ㅠ

둘이 만난 후로부터의 이야기는 여전히 잔인하도록 험난한 세계에서 서로를 지켜주며 닥치는 일을 겪어내는 이야기다. 산사태처럼 밀어닥치는 고난에 여유있게 생각할 틈은 없다. 그래도 둘은 서로를 버리지 않았다. 작가 인간에 이어 가장 무서운 존재가 그들에게 다가왔는데, 그는 동족(여우)이었지만 '약한 자를 경멸하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무섭고 폭력적인지 절절히 느낄 수 있다. 그는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어 그들을 괴롭혔다. 그러나 결국은....

그러니까, 이 책에서의 무서움은 환상 속의 공포가 아니었다. 우리가 맞닥뜨려야 할 현실의 두려움,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의 무서움이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에서 '레질리언스'라는 낱말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미도서관사서협회에서 일하는 크리스나 그라디는 이 작품에 대해서 레질리언스(회복탄력성)를 언급하였다. “흥미로웠습니다. 우리가 모든 책을 선택한 후에 깨달았어요. 이 책의 각각의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든 레질리언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요."
이 책은 보통의 어린이들이 읽는 무서운 이야기와는 다르다. 이 책은 여우들의 모험과 삶을 통해 인간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극한 상황, 무서운 상황, 두려운 상황에서도 그것을 견뎌내며 사는 율리와 미아의 모습을 지켜본다. 끔찍한 슬픔 속에서도 자신이 그것을 감당해 내면서 책임감 있는 어른 여우가 되어 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 전개 방식이 아이들에게 레질리언스를 기를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눈 앞에 닥친 나쁜 상황에서 숨거나 도망치거나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차분히 바라보고 견뎌내며 이겨내는 마음을 키워줄 것이다.]

나도 책의 어떤 대목에서 그걸 느꼈기에 해설에 더욱 공감이 갔다.
"네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두려움을 이겨내고 꼭 필요한 일을 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구했다고 생각해."
"너는 오랫동안 싸워 오며 살아남았단다.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모를 뿐이야." (329쪽)

인생은 고해라는 흔한 말을 곰곰히 되새겨 봐도 인간의 탄생은 공포영화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또는 아이들의 인생이 두 여우만이야 할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무서운' 이야기임과 동시에 '용기를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4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읽기에 크게 부담은 없을 것 같다. 중간정도 독서력을 가진 고학년이면 무난히 읽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하고 묻는 아이들처럼, 뒷장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장점이라고 내가 생각하는점, 예측이 안된다. 기시감 같은 것도 없고 아 이렇게 끝나겠구나 싶은 느낌도 없다. 마지막장까지 전혀 열리지 않는 상자를 들고 여행하는 느낌이다. 그 상자를 중간에 버리긴 싫고 말이다. 그래서 끝까지 읽게 될 것이다. 작가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한 것이다. 뉴베리 아너라는 묵직한 상은 그래서 주어진 것이 아닐까.

동화를 읽고 가끔 드는 생각.
'이거 애니메이션으로 안 만들어지나?'
이 책은 특히, 머리 속에 영화 속 장면이 그려진다. 무섭고, 휘몰아치고, 벗어나고, 애틋하고, 또 휘몰아치고... 그리고 잔잔한 관조까지. 화면의 주 색조가 바뀌어지는 것까지 느껴지는 이 생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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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보름달문고 80
이나영 지음, 유경화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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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년 단편집을 오랜만에 읽었다. 히죽 킥킥 웃음이 나는 대목도 있었지만 대체적인 코드는 웃음이 아니었다. 색깔로 표현한다면 이 책의 표지와 같았다. 어두운 푸른색.

6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첫 편이자 표제작인 [블루 마블]의 화자 '나'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혜나를 동경하고 친해지려 노력한다. 그반에 전학온 은서는 혜나의 관심거리가 되었다. 능력치는 혜나 못지않은 것 같은데 집안 환경은 베일에 싸인 느낌? 혜나는 '나'를 시켜서 은서네 집을 알아내고 놀러가겠고 청한다. 흔쾌히 승락하는 은서. 주소에 쓰인 '초원빌라'는 재개발지역의 허름한 빌라였고 은서네 집은 지하 원룸이었으며 은서는 할머니랑 둘이 살면서 구슬로 머리핀을 만드는 부업을 했다. 이 모든걸 은서는 스스럼없이 공개한다.
이러기 쉽지 않은데 은서가 이럴 수 있는 이유는 독자의 상상에 달렸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그 자존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단한 애를 썼을 것 같은데.... 은서는 친구 손님들에게 '블루 마블' 게임을 제안한다. 가상의 세계 여행에서 은서는 당당하고 모르는 것이 없다. 오히려 "거짓말! 너 미국, 영국도 다 다녀왔냐?"하고 묻는 혜나 얼굴이 벌게졌을 뿐.

잘사는 못된 아이, 못사는 착한 아이를 이분법으로 갈라놓는 구분은 싫다. 하지만 주눅들기보다 자신의 세계를 세워나가는 건강한 아이를 보는 느낌은 좋았다. 이 나라에서 이 아이가 살아나가며 얼마나 좌절을 겪어야할까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그래도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긴 싫다. '나'도 살며시 은서와 우정의 눈빛을 나눈 것처럼, 그렇게 부드럽고 친절하면서도 당당하게, 세상을 헤쳐나가며 살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두번째 작품 [노란 포스트잇] 노란 포스트잇 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열린 결말에 간절한 바람을 얹어 보지만 우리의 트라우마가 먼저 슬픔을 몰고 오는 것 같다.

[봄날의 외출]은 흐뭇하다. 귀엽지만 건사하기 힘든 쌍둥이 남동생들과 아빠차를 타고 춘천에 닭갈비를 먹으러 가.....는 장면은 TV속 장면이다. 아빠는 연예인이 아니고 화물트럭 기사다. 쉬는 날엔 놀러다니기보단 푹 쉬어야 한다. 그런 아빠랑 데이트하러 모처럼 나온 봄날, 부녀는 춘천이 아닌 어디에서 닭갈비가 아닌 무엇을 먹었을까? 마치 첫사랑의 연인들이 보잘것 없는 것을 먹으며 데이트를 해도 서로가 있으면 웃음만 나오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현실에서 그건 오래가지 않는다지? 그래도 이 부녀의 행복은 탄탄하다고 믿는다. 그들의 만족에서 나온 에너지 덕분에. 그게 큰 추진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 남자의 그녀] 이게 젤 웃긴 이야기였다. 연수는 동원이에게 반했다. 적극적인 연수는 동원이를 쫓아다니려 하지만 '그녀'에게 번번히 막힌다. '그녀'는 바로 동원이의 기사이자 매니저인 엄마다. 말하자면 동원이는 마마보이였던 것이다.
연수는 위험한 상황에서 동원이 엄마를 구하고, 그 야무짐에 감탄한 엄마는 연수를 여친으로 (적극) 인정한다. 하지만 이 일을 어째? 이제 정이 떨어져버렸으니. 아들 가진 엄마들 꼭 보세요. 아들 장가보내고 싶으시면.ㅎㅎㅎㅎ

[검정 가방] 가장 읽기 힘든 이야기였다. 나는 엄마품에서 온실속 화초처럼 자라나 험한 일을 겪어보지 못했다. 고생 안했으면 좋은거 아니야? 공감능력 면에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화가 나고 답답하지만 어찌할 줄을 모르겠다. 유년기 성폭행(추행)은 실제로 상당한 비율로 일어난다고 한다. 이걸 막으려면 어찌해야 할까? 이런 인간들은 다시는 세상 빛을 못보게 해주든가 피를 토하며 후회하게 해주면 좋겠다.

마지막 이야기 [어느 날 고래가]도 힘들고 답답하다. 공부 압박이 너무나 심한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유유상종이어선지, 내가 서울 변두리 별볼일 없는 동네에 살아선지 주변에서 이런 케이스를 보진 못했다. 하지만 상당히 있는 사례라고 한다. 드라마 못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 이야기엔 상징과 비유도 사용되었지만 민낯의 이야기들은 정말 끔찍할 거 같다.
"왜 저러고 살까."
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보고 똑같은 생각을 하겠지.
"뭐하고 있냐. 한심하다."
이 간극이 좁혀지기 전까진, 아니 이렇게 유소년 시기를 담보해야만 남을 이기고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이런 작품은 계속 쓰여지겠지.ㅠㅠ

이 책을 잘 읽었고 추천하지만, 이런 책을 아이들과 깊이 읽을 자신은 잘 생기지 않는다. 그저 읽고 스스로 생각해보고 깊어지길 바랄 뿐이다. 무슨 말을 보태고 싶지가 않다. 나부터가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부족해서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무슨 답을 아는 것도 아니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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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교사의 삶으로 다가오다 - 교사에게 그림책이 필요한 순간
김준호 지음 / 교육과실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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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그림책 관련 책들이 이렇게 많이 나오기 시작했을까. 나는 10여년 전, 이제는 몇몇 오래된 이들만 나오는 지역교사모임에서 처음 그림책을 접했다. 우릴 이끌어주시던 선배님이 모임의 동기유발을 위해 꺼내든 카드였는데, 그림책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깊은 세계를 알려주시던 그분의 신나는 표정과, 참새처럼 받아먹던 우리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느새 이렇게 많은 날들이 지났을까. 나는 그때와 크게 달라진게 없는 것 같은데 도서실에 가득한 그림책 관련 책들은 그동안의 변화와 발전을 보여주는 것 같다. 너무 많아서 다 읽을 수는 없다.^^

그중에 이 책을 골라든 것은 우연이었지만, 읽다보니 잘 골라졌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일단 소개된 그림책들이 대부분 내가 읽은 책들이라는 점.(안 그런 책도 많아서.ㅎㅎ 그런 경우 그림책을 같이 봐가면서 읽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공감하기 어렵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그냥 이 한권 가볍게 들고 읽기에 좋았다.) 그리고 저자 선생님이 평범한 교사시라는 점(물론 겸손이겠지만), 나랑 너무 닮은 약점을 솔직하게 말씀하시는 점에 편안함을 느꼈다.

나는 문학을 제외한 책들에서는 실용성을 첫째로 찾는 사람이다. 수업 아이디어를 주는 책, 유용한 지식을 주는 책.... 이 책처럼 자기고백적인 책은 굳이 찾아읽지 않았다. 사실 이 책의 성격을 미리 알았다면 고르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읽다보니 그 흐름을 끝까지 따라가게 됐다.

이 책은 크게 두 장으로 되어 있다. 1장은 '그림책 나에게 말을 걸다' 2장은 '그림책 교사에게 말을 걸다'이다. 1장이 그림책을 통해 자신을 성찰해 가는 이야기라면 2장은 교사로서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1장을 보며 저자와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 아마도 자연인으로서 저자와 나는 거의 같은 성격이나 기질을 가진 것 같다. 2장에 보면 저자는 교사로서 커다란 변화와 성장을 거치는데, 이부분은 나와 좀 다르다. 저자의 두 배 경력을 가졌어도 딱히 극적인 변화를 겪은 적은 없으니까.^^;;;

일단 처음 소개한 책이 <너는 특별하단다>, 두번째 소개한 책이 <수퍼 거북>이라는 점 때문에 첫인상이 강렬했던 것 같다. 작년에 간혹 나가던 그림책모임에서 "나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이라는 주제에서 내가 가져갔던 책이 바로 수퍼 거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토끼를 이기고 수퍼거북이 되었던 적은 없다. 마지막에 승부를 포기한 거북이 집에와서 널부러진 장면, 그게 너무 행복해 보인다는 점이 나에게 위안을 주었을 뿐이다. 저자는 이 장의 제목을 '나답게 사는 행복'으로 뽑았다. 그렇다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을 터이다. 거북이가 경주마가 되려는 몸부림 같은 건 안해도 되니까 말이다. 교사로서도 '클라스가 다른' 교사가 되려고 조바심을 갖지 않아도 될 것이니까 말이다. 이 장에서 저자의 성격검사 결과를 공유했는데 거기에 "대부분의 일을 과제로 생각한다."라는 말이 내게 너무나 딱이었다. 과제보다는 게임으로 생각한다면 인생이 얼마나 신나겠냐만 그렇게 생겨먹은 걸 어쩌겠어.^^;;;

<오늘은 쉬는 날>과 <오늘 하루도 괜찮아>라는 책을 소개하는 장에 나왔던 '케렌시아'라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투우사와 싸우다 지친 소가 투우장 한쪽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회복하는 장소'라는 뜻이라는데, 인간에게는 치열한 노력의 장과 함께 케렌시아도 꼭 필요한 것 같다. 그 균형이 필요할텐데 이쪽으로 마음이 확 쏠리는 걸 보니 내가 지금 많이 지쳐있는 상태인듯.

2장에서는 토론수업, 회복적 생활교육을 통해 수업면, 관계면에서 꾸준히 성장하는 저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본성도 존중해야 하지만 교사라는 직무 자체가 요구하는 성품도 없지는 않은지라,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그림책을 통해 성찰하는 과정이 매우 의미있다. 몇가지 인상적인 그림책들을 골라보면 생각(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돼지왕(닉 블랜드), 너에게 난 나에게 넌(송봉주), 빨간 벽(브리타 테켄트럽), 가드를 올리고(고정순) 등이 있었다. 그중 "모든 진리를 학생에게 전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학생들이 정답을 알려달라는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내겐 가장 되새길 대목이었고, 그래서 소개된 <생각>이라는 그림책을 구입하기도 했다.^^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는 그림책과 더불어 시, 노래가사 등의 좋은 문구를 함께 소개해 준다는 점이다. 앞부분을 보고 국어선생님이신가 했는데 그건 아닌거 같지만, 교사가 문학적 소양과 감수성을 갖는 건 큰 장점인 것 같다.

나도 읽은 책을 기록해 놓는 편이긴 한데, 나의 기록이 이렇게 맥락을 갖고 다른 이들의 생각과 성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려면 모든 면에서 참 많이 노력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혼자 읽기에 좋은 책이지만 교사모임에서 함께 읽으며 교사의 삶에 대해 성찰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림책을 기반으로 풀어낸 생각들이라 확장하기에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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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놀자, 음악놀이터 - 몸도 마음도 들썩들썩 신나는 교실
한승모 지음, 박지원.박채현 그림 / 에듀니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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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모 선생님의 고명은 익히 들어보았고, 연수에서도 두 번쯤 뵌 적이 있다. 본인만 잘하실 뿐 아니라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나눠주며 앞장서시는 이런 분들이 초등교육의 자랑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비교되어 작아지는 마음이야 어쩔 수가 없지만.... 특히 음악 같이 타고나는 비중이 큰 분야는 정말 부러움의 대상이다. 저자는 아카펠라로 먼저 유명하신 분이었는데, 아카펠라? 반주가 있어도 음을 잡을까 말까인데 그걸 어떻게 해? 나도 못하는 걸 애들한테 어떻게 가르쳐? 이런 생각 때문에 나랑은 다른 세계의 교사라고만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신청하면서도 내가 활용할 만한 게 있을까 반신반의 했었다. 교육서적을 종종 읽지만 그게 활용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원격연수 들을 때는 오~ 하다가 곧 잊어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애써 붙잡고 찾아보고 직접 해보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냥 관성에 의해 하던 것만 하게 된다. 이 책도 그렇게 흘려보낼 가능성을 인정하며 책을 펼쳤는데.....

우와~ 거의 심봤다 수준이다! 책 자체는 매우 헐렁해 보인다. 제목과 사진 한장이 한쪽을 차지하는가 하면 설명도 그림 위주로 간단하다. 그런데 그게 접근성을 높여준다. 아~ 이런거! 하고 감이 쉽게 오고, '자세히 보면 좋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때쯤, QR코드가 뙇! 나타난다.^^

솔직히 책 보면서 거기에 든 QR코드를 따라가 본 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 책의 QR코드는 보물창고나 다름없었다. 저자의 노력과 나눔을 축적한 창고라고 할까. 글과 그림으로 감을 잡는다면, 동영상으로는 실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종이책과 동영상 연수의 합본이라 할 수 있다. 책값만 내고 두 가지를 모두 손에 얻는 셈이다.

음악이라는 교과의 중요성은 갈수록 밀리는 느낌이다. 게다가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지속시키기도 갈수록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음악놀이'를 표방했다. 놀이를 통해 재미있고 부담없게 접근하자는 뜻일 터이다. 그런데 수업에서 놀이를 표방하다보면 교과의 내용깊이는 고수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며 읽다가 깜짝 놀랐다. 아니 이건 놀이를 표방하지 않은 나의 재미없는 수업보다 내용수준도 훨씬 높잖아! 이런 걸 바로 고수의 수업이라고 하는 거구나.^^

챕터 구성을 보면 발성, 노래, 박자, 가락, 화음 순으로 되어 있다. <발성>장에서부터 감탄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지만 그 전 2년간 동네 도서관 합창단에 다녔다. 음치 겨우 면한 수준에 합창을 한다는 게 참 민폐스러운 일이었지만 노래가 주는 매력을 포기 못해서 뻔뻔하게 다녔다. 그때 배웠던 발성이 여기에 다 녹아 있었다. 호흡부터. TV 오디션 심사위원들도 첫째도 호흡, 둘째도 호흡이라고 하고, 공기반 소리반이니 뭐니 호흡 관련한 소리를 듣기는 많이 들었지만 얼마 되지도 않는 음악시간에 교과서 진행하기도 빠듯해 그런 건 엄두도 내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은 중요한 걸 빼놓지 않는다. 호흡이 길어질 수 있는 훈련을 놀이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게 제시되어 있다.

<노래>장에 보니 어릴 때 많이 하던 '쎄쎄쎄'가 일종의 음악놀이였구나를 깨닫고 반가움. 다 까먹었는데....ㅎㅎ 기존의 것들과 더불어 창작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일정리듬을 만들어 손뼉을 치며 노래부르는 활동은 타악기 지도의 기본이 될 것 같다. 드럼이나 카혼 같은 것. 몇가지 대표 리듬에 어울리는 노래를 맞춰보게 하면 뭔가 오호~ 하는 느낌을 줄 것 같다.

<리듬>은 놀이로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요소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몸은 기본적으로 리듬을 탄다. 즉, "내 안에 리듬이 있어."인 것이지. 리듬은 가락과 함께 가장 중요한 음악 요소이므로 매 음악시간마다 하나씩 진행해도 좋을 것 같다. 수업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는 교사에게 아주 익숙해야 한다. 물 흐르듯. 그러려면 연습이 필요할듯.^^

<가락>과 관련된 놀이도 리듬만큼은 아니지만 많이 제시되어 있다. 놀다보면 조금씩 음감을 키워갈 수 있겠다. 음감이 없는 아이들은 처음에 좀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어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겠다. 틀린 소리가 날 경우 함께 교정한다. 이게 웃으면서 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게 관건일듯. 일단 기본적으로 교사의 음감은 있어야하고 (뜨끔!) 음감과 성격이 같이 좋은 아이 두셋이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전에 그런 학급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아깝네!^^

<화음>장도 재미있었다. '음식 아카펠라'를 보고 빵 터졌다. 이건 진짜 해보고 싶은데, 언제 해보나? 코드진행이 같은 노래를 동시에 부르며 화음을 느끼는 활동은 전에 소개받은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 몇가지 해당 곡들을 더 소개해주셔서 좋았다. 악보도 있으면 좋은데.... 찾아봐야지.^^ 아카펠라의 기초로 오스티나토 아카펠라를 소개해 주셨는데, 이정도는 할수도 있을 것 같다. 일단 도전 예약!

일단 다 읽는게 먼저라서 모든 내용 숙지하지는 못했다. QR코드도 다 들어가보진 못했다. 하지만 저자샘 유튜브는 일단 구독! 틈틈이 영상들을 둘러볼 생각이다. 그리고 이 책은 내가 가진 수업관련 책들 중에서 활용도 높은 책으로 손꼽힐 거라는 예감이 든다. 내년에는 코로나 물러가고, 마스크 벗고 노래부르는 수업을 하게 되길! 음악이어서 행복한, 그런 시간이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주어진다면 꽤 괜찮은 교실이라 부를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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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학교를 구하라! - 비교하지 않고 ‘나’를 찾아가는 어린이,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2020 신학기 추천도서, 2020 문학나눔 선정 도서 파랑새 사과문고 92
범유진 지음, 김유강 그림 / 파랑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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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영웅은 누구일까?

국어사전에서 영웅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나온다.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

유아적인 언어로는 멋지고 훌륭한 사람정도가 되겠다.

작가는 진정 멋지고 훌륭한 사람은 누굴까?’를 독자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믿음이는 자기 아빠를 영웅이라고 소개했다가 거짓말쟁이라며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아빠는 사실 지금은 안 계시다. 소방관으로 순직하셨다. 뉴스에서 시민을 불길에서 구하는 영웅들이라는 자막이 나온 적도 있으니 절대 거짓말이 아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세계 영웅 모임만화에 나오지 않는다며 믿음이를 거짓말쟁이라 몰아붙인다.

 

세계 영웅 모임만화는 이 책의 발단이 되는 중요한 소재다.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만화이며, 매년 한 곳에서 영웅 학교를 개최한다. 그런데!! 사건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 영웅 학교가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것이다! 영웅 학교 초대장은 세계 영웅 모임만화책 신간에 들어있다. 아이들이 있는 집은 그 만화책을 사느라 법석이다.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 초대장을 연상시킨다. 찰리가 그 초대장을 손에 넣었듯이, 믿음이에게도 그 행운이 왔다. 그래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믿음이는 영웅 학교에 참가해 슬기, 힘찬이와 한 조가 되어 삼총사를 이룬다. 부푼 마음으로 입학식에 참여했는데 이게 웬걸, 교장선생님의 등장부터 아수라장이 된다. 알고보니 세계 영웅 모임에 대적하는 세계 악당 모임에서 매년 스파이를 보내는데 그 스파이의 힘이 날로 강해진다는 것이다. 올해는 교장으로 나타나 입학식을 접수해 버린 것!

 

다행히 삼총사는 벙글벙글 선생님이 지켜준 덕분에 악당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지만, 이야기의 공식에 의하면 이제 어떻게 되어야겠어? 삼총사가 악당을 물리쳐야겠지? 나머지 절반 정도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내용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악당 교장이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다. 여기에 작가가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많이 담았다는 것이 바로 느껴졌다. 교장은 아이들을 경쟁에 몰아넣고 ‘1만을 목표로 매진하게 하며 남을 도와주지 않고’ ‘웃지 않고’ ‘쫒기듯 허둥거리고’ ‘무조건 달달달 외우게만든다. 작가의 이런 문제의식에 백번 동감한다. 그런데 왠지... 너무 노골적인 느낌? 동화를 많이 읽다보니 이제 약간 불편러가 되었나.... 너무 날것 같은 느낌에 살짝(아주 살짝, 잠깐) 거부감이 들었다. 뭔가 좀 돌려서 말했어야 만족했으려나. 까다롭기만 해져서 나도 참 큰일이다.^^;;;;

 

어쨌든, 이런 악당에 맞서 싸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꽤 마음을 졸이며 응원할 것 같은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쓸모있었던 것들, 그것이 바로 작가가 진정한 영웅의 조건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모험 이야기의 절정에서는 뭔가 간절한 것’ ‘이것만 있으면 되는데 지금 없는 것이 나오는데 여기서도 고양이의 목걸이에 걸린 유리병 속의 금가루가 바로 그렇다. 그것이 세 아이들에 의해서 채워지는 장면이 꽤 극적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본다면 박수가 나올 것 같다.^^

 

이리하여, 세 주인공 아이들과 함께 독자들도 진정한 영웅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고, 또 그 모든 영웅이 귀하게 여겨지는 사회가 된다면 우린 행복하겠지.... 어떻게 된게, 좀 좋아질 줄 알았던 세상은 우리가 기대한 것과는 계속 반대로만 나아간다. 이 책을 읽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좀 다르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너무 그대로 드러내는 느낌, 대화체의 어색함(걱정하지 말려무나, 선생님을 믿으렴... 같은 일상적이지 않은 대화체)이 약간 거슬릴 때가 있었지만, 작가의 주제의식에 공감하며 작가의 바람과 믿음에 내 한 표도 보태고 싶다. 4학년 정도 친구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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