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 싶을 땐, 카멜레온 하늘을 나는 책 5
정유선 지음, 신민재 그림 / 그레이트BOOKS(그레이트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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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로는 별 다섯 개, 재미로는 별 세 개 주고 싶다. 솔직히 재미가 좀 없었다. 하지만 중간에 책을 덮고 싶지는 않았다. 작가가 제시하신 결말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소재도 신선하다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의 특성(욕구)에 따라 동물로 변하는 아이들. 누구나 크든 작든 내면의 문제가 있을 것이고 이 책과 연결하여 되고 싶은 동물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면 상당히 의미있는 대화, 혹은 집단상담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했다. 그런 흑심(?)에서 끝까지 읽었다.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는 저마다 다르니까, 어른인 나에게 의미 점수를 높게 받았다면 아이들에겐 재미 점수를 높게 받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혹은 어떤 '해소'의 역할을 해줄수도 있지 않을지.

주인공 미소는 나랑 비슷한 성향이다. 미소가 극단적이라면 나는 직업 때문에 대외적으론 많이 극복한 케이스다. 눈에 띄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아이. 그런 미소에게 담임 선생님의 연극 열정은 하나도 고마운 게 아니다. 오히려 원망스럽기만 하다. 토끼도 자라도 아닌 오징어라는 단역을 맡았는데도 말이다. (일반 독자들에겐 중요한게 아니겠지만 내 눈엔 선생님의 열심이 보였다. 대단히 훌륭한 열심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심이 모두에게 좋을 수는 없다는 사실, 이건 참 난감하고도 어렵다.)

미소는 도서실에서 '수상한 동물도감'을 보다가 카멜레온과 눈이 맞았다. 미소는 카멜레온의 특성(보호색으로 몸을 숨기는)을 갖게 됐고 끝내는 카멜레온으로 변신도 하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다. 자기 말고도 그 책에 눈이 맞은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고슴도치가 된 아이, 기린이 된 아이....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내가 미소에게 완전히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미소는 주목받기 힘들어하고 때로는 숨고 싶어한다. 하지만 완벽히 잊혀지고 싶은 건 아니다. 존재감이 필요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미소도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고 싶어한다. 결국 미소는 오징어 대사를 잘 해냈고, 다시 카멜레온이 되어 앙숙이던 은후의 대사까지 도와주었다. 미소에게 카멜레온은 숨통이었다. 그걸 틔워주어야지 틀어막으면 안된다. 고슴도치도, 기린도, 마지막장에 그림으로만 살짝 등장한 독수리도... 다 마찬가지다. 작품 속 인물 중에 소아과 의사 선생님은 척하면 척, 알고 계셨는데, 그런 역할이 현실에서도 매우 중요할 거란 생각이 든다.

이 의미는 꽤 중요하게 느껴져서 오래 기억하고 싶다. 좋은 실마리를 준 이 작품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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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찌는 엄마가 셋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유승희 지음, 윤봉선 그림 / 우리학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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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유승희 작가님 책이 또 나왔네! 꼭 챙겨보는 작가님 중 한 분이다. 책의 판매지수가 아주 높진 않은 것 같은데 내가 짚는 매력 포인트는 이런 거다. '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지?' 어떤 작가는 스케일이 엄청나고, 어떤 작가는 소재와 그에 따른 취재가 대단하고, 어떤 작가는 상상력이 놀랍고.... 내 머리론 닿아본 적 없는 그런 생각들을 펼쳐놓을 때 역시 모든 것은 타고나야 하는구나 생각하게 된다.^^

유승희 작가님은 어떤 쪽인가 명확히 말하긴 어려운데 내게는 '새로운 재미'를 준다고 할까? 우화로 표현하는 방식과 웃음을 주는 대화글 때문인 것 같다. 작가님 책 중 가장 많이 알려진 <불편한 이웃>이 내게는 썩 재밌지 않았고 <별이 뜨는 모꼬>나 <지구행성 보고서> 같은 책들이 좋았다.

이 책도 처음부터 입맛을 짭짭 다시며 읽었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의 영상을 보며 아이들과 분노했던 기억이 난다. 가장 경악했던 건 갓 태어난 뻐꾸기 새끼가 다른 알들을 밀어 떨어뜨리는 장면. 아니 저게 본능이라니 무슨 저런 못돼처먹은 유전자가 있단 말이야? 하지만 그게 자연이다, 그게 세상이다.... 생각하면 호들갑 떨 일은 아니겠다. 그 소재로 어떤 이야기를 만드셨나 너무 궁금해서 빨리 책장을 넘겼다.

역시나 이 책은 동물의 이야기이자 사람의 이야기였다. 동물의 이야기로서 터무니없지 않으려면 어느정도 생태 지식을 갖추어야 했을 것 같고, 사람의 이야기가 되기 위해선 세상의 많은 사연에 귀를 기울여야 했을 것 같다. 저학년 동화스러운 제목이나 표지와는 다르게, 이 책은 전 세대의 동화라고 생각한다. 같은 사연을 가진 이들이 읽으면 가슴을 부여잡을 그런 이야기.

나에게는 그런 사연이 없다. 마지막장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저 아이가 자연의 섭리를 이긴 건가."
생각해보면 나는 본능 이상의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 내새끼도 꼴보기 싫을 때가 있는데 남의 새끼 키우다 미워지면 그때는 어떡해?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마 어떤 상황에 처했더라도 저런 선택지는 내게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나같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성인군자는 흔히 있는게 아니니, 등장인물(동물)들도 나름 고민과 방황을 하곤 한다. 먼저 뻐꾸기 새끼를 키운 뱁새. 그 사실을 알게 되어 갈등한다.
"그날 밤, 뱁새는 컴컴한 숲 가운데 앉아 있었어요. 이미 사라진 자신의 알들과 수컷이 그리웠어요. 그 그리움은 세찌에 대한 미움이 되었어요. 미움으로 불타는 마음에 잠도 오지 않았어요. 뱁새는 이 숲을 멀리 떠나 아무도 아는 이가 없는 곳으로 가려 마음먹었어요."
이 대목이 없었다면 이 책에 공감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뱁새는 자기보다도 덩치가 큰 새끼에게로 돌아오고 만다. 그리고 날려보낼 날이 올 때까지 곱게 키운다.

"너도 이미 알고 있잖니. 네 엄마가 저기서 널 기다린다는 걸."
"엄마, 엄마는 그걸 알면서도....."
세찌와 뱁새의 눈에서 동시에 눈물이 흘렀어요.
뱁새가 세찌를 가만히 안았어요.
"너를 키우면서 행복했어. 나는 그거면 충분해."

본능이 아니었다면 이들은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본능을 넘어서는 것이 없었다면 끝까지 견디지 못하고 깨졌을 것이다. 인간의 얼키고 설킴에는 본능과 본능아님이 혼재해 있는 것 아닐까. '자연의 섭리와 그걸 넘어선 그 어떤 것'

그리하여 세찌는 친엄마인 뻐꾸기에게 갔지만, 그래서 얼마간 행복한 나날을 보냈지만, 이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이냐. 뻐꾸기야. 너도 이제 뱁새 엄마의 심정을 알겠지? 그런 주제에 계속 자연의 섭리 타령만 하고 있을래? 다행히도, 이야기는 행복하게 잘 끝났다.

세상은 훨씬 복잡하니 이보다 더 아름다운 해피엔딩도 있고 차마 맘이 아파 입에 올리기도 어려운 참혹한 일들도 있다. 이 작은 동화는 사랑을 지키려 애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과 위로를 줄 것 같다. 나같은 사람에게는 웃음과 함께 이해의 영역을 조금 넓혀 주었다. 아이들에게는.... 모르겠다. 재미있게 읽을 것 같은데, 무엇을 느낄지는. 그 느낌 하나하나도 다 소중하다 믿는다.

출판사 안내글을 읽어보니 제목에 대한 논의가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제목은 너무 저학년 느낌이라서 난 좀 살짝 아쉬웠다. 가제였다는 '새 엄마, 세 엄마, 새엄마'가 주제에 더 맞는 것 같지만 이 역시 제목으로 최종 결정하긴 어려웠겠다고 수긍은 된다. 뭔가 다른 제목은 없었을까? 라는 쬐끔의 아쉬움이.... 하지만 저학년 동화인 줄 알고 펼쳤다가 훅 들어오는 인생 이야기에 마음이 먹먹해지는 경험도 좋은 것이다. 세상의 아픈 이야기가 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모두들 조금씩만 편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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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개가 되었어요 서유재 어린이문학선 두리번 11
김태호 지음, 장경혜 그림 / 서유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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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작가님의 책은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제후의 선택>은 읽은지 꽤 되었지만 단편집 중에서 아직도 손꼽고 있는 책이다. 이번에 인상적인 제목의 단편집이 또 나왔다. 역시 좋다. 간결한 문체 안에 담아놓은 감정들이 출렁거린다. 그리고 어떤 작품은 꽤 어렵기도 하다. 눈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며, 머리로 해석하며 읽어야 할 작품이다.

첫 작품 [초콜릿 샴푸]에선 설명서가 먼저 나온다. ‘천연 초콜릿 샴푸 만드는 법’이다. 그런데 앞부분만 조금 나오고 끊겨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뒤에 계속 나온다. 설명서와 이야기가 함께 가고 있다. 이런 구성들에서도 작가의 센스를 느낀다. 샴푸 만들기라는 소재도 그렇다. 작가가 이것을 포착하지 못했다면 이런 작품은 나오지 않았겠지.... 작가는 아는 것과 경험이 많을수록 좋겠구나, 소재를 포착하는 감이 뛰어나야겠구나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소재 안에 흐르는 감정은 돌아가신 엄마(아내)에 대한 그리움..... 엄마 없이 남자들끼리 남은 집안에 따스함과 부드러움을 채우기는 얼마나 힘들까? 눈물겹지만 그래도 절망적이진 않은 작품이어서 좋았다.

두 번째 [요즘 자꾸 까먹는 일]에는 장애를 가진 친구가 등장한다. 사고로 다리를 못쓰게 되어 휠체어를 타는 강주다. 강주가 휠체어를 탄 채로 농구경기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농구의 감각을 갖고있는 걸 보니 강주의 장애는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얼마나 안타까울까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같은 반 친구들은 평범해 보인다. 강주를 끼워주고, 격려해주고 편들어준다. 다만 주장 격인 태하가.... 승부욕이 과하다보니 졌을 때의 반응이 강주를 주눅들게 만든다. 그리고 상대편 반 아이들은 아주 비겁하고 매너없고 못됐다. 강주에게 상처가 퍼부어진 채로 경기는 끝났고, 아이들은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는 사실을 까먹고 자기들끼리 교실로 들어오고.... 총체적인 난국이다. 강주는 서러움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친구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결말은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그게 엄청 안도감을 주었다.

세 번째 작품이 표제작인 [엄마가 개가 되었어요]다. 제목에서 쉽게 짐작되지 않는다. 웃긴 이야기려나? 아니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 중 가장 아프고 괴로웠다. ‘개’가 되어가는 엄마는 이미 ‘개’인 아들을 채근하여 학교로 왔다. 학교 회의실이었다. 가만 보니.... 그건 학폭위였다.ㅠㅠ 아 읽고 싶지 않다.... 하지만 외면하면 안된다.

아들은 학폭 가해자의 위치로 그곳에 섰다. 아이는 친구들을 물어뜯었다고 한다. 폭력 맞다. 하지만 학폭에는 이런 경우가 정말 많다. 오래된 피해자가 그동안 참았던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되돌리고 단번에 가해자로 규정되는 일. 가해자로 여기저기 눈치봐야 했던 부모가 피해자의 자리에 앉아 태도가 돌변하여 고래고래 다그치는 일. 저간의 사정보다도 규정에 따라야만 하는 무능한 학교, 불합리하지만 여간해선 고쳐지지 않는 규정..... 익히 들어봤던 일이라 더 얼굴이 뜨겁고 마음이 괴롭다.

이 상황에서 엄마 혼자만 몸부림을 치고 있다. 아들을 대변하려 하다 남탓만 한다고 비난을 받는다. 항변을 마친 엄마는 누구보다 가장 큰 잘못을 한 사람은 자신이라며 울부짖는다. 그리고 자신 뿐 아이라 당신들 모두도 아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점점 알아들을 수 없는 짖음으로 울부짖는다. 엄마 말이 맞다. 아이가 고립될 때까지 살펴주지 못한 어른들, 고립된 친구를 불러주긴 커녕 사냥감마냥 괴롭힌 친구들, 때는 이때다 하고 심판대에 놓고 비난해대는 어른들, 모두 사과해야 한다. 물론 아이도 자신의 폭력을 사과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자리는....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저마다 눈감고 자기 이야기만 한다. 상대를 가해자라 규정하기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사과하면 그 프레임이 무너지기 때문에 절대로 사과하지 않는다. 자식에게도 절대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인 ‘인정’과 ‘사과’는 그래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두 함께 진흙탕 속을 뒹군다.ㅠㅠ

[사냥의 시대]는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대충 읽었다가 엥? 무슨 얘기지? 하고 다시 읽었다. 배경은 지금보다 훨씬 뒤의 미래다. ‘돼지가 멸종한지 50년도 더 지났다’고 하고 남북통일도 되어있는 걸 보면 말이다. 첨단 기계화된 도시에서 살던 빈이는 할아버지 동네에 와서 낯선 체험을 많이 하게 된다. 그곳은 자동화되어있지 않으며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인간의 손으로 자연을 일구며 살아가는 곳이었다. 빈이와 할아버지는 산속에서 돼지를 만난다. 할아버지는 뛸 듯이 기뻐하시며 마을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신다. 어느날 마을로 내려온 돼지는 주민들에게 생포되고 어른들은 심각한 회의를 오랫동안 한다. 돼지가 불쌍해진 빈이는 도망시켜주려고 하지만 결국은....ㅠ

빈이는 치명적으로 맛있는 고기를 씹으며 운다. 어린이 독자들은 여기서 ‘잔인하다’ ‘할아버지가 나쁘다’고 하기 쉬울 것 같다. ‘교훈이 뭔지 모르겠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겠다. 할아버지의 이 말씀을 읽고서 나는 알아들었다.
“인간이 욕심을 부릴수록 돼지가 아팠어. 살아있는 돼지들을 땅에 묻고, 또 묻고, 그래도 돼지들은 아팠지. 모두 사라져버릴 만큼 너무 아팠던 거야. 우리 때문에 돼지들이 또 아프면 안 되잖아!”
“지구가 키워서 선물처럼 보내주면 우린 이제 사냥해서 잡아 먹을 거야.”
이제 제목의 의미가 이해된다. 아, 우리는 이만큼의 시대를 거슬러야 하는 것인가. 거의 원시시대에 가깝도록?
“너희들의 시대는 너희가 선택해서 만드는 거야.”
이 말씀을 잘 기억해두도록 하자. 강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보다는 선택을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바틀비]는 정말 애를 태우며 읽었다. 섬에 버려진 개 바틀비. 아마도 처음에는 미친듯이 헤매며 주인을 찾고 기다렸을 것이다. 선착장에 배가 들어올때마다 목을 빼고 주인이 내리나 살폈을 것이다. 얼마나 그걸 반복했을까. 이제 바틀비는 아무것도 안하는 것을 선택했다. 길위에 죽은듯 엎드려버렸고 그러다 풀숲으로 던져졌다. 안타깝게 보던 해찬이 다가가 말을 걸고 먹을 것을 가져다 주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해찬이 할머니가 내뱉는 거친 말로 아이의 형편을 짐작할 수 있다. "지 새끼도 버리는데 개야 오죽허겄어!" 애태우며 바틀비를 보살피던 해찬이가 어느날 육지로 나갔다. 이후 태풍이 불어 한참동안 돌아오지 못했다. 바틀비는 내리는 비와 함께 녹아들어 그대로 꺼져버리는 듯했다. 마지막이 가까워져가는 순간에 바틀비는 해찬이를 떠올린다.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생명이 그토록 끈질긴가. 다시 찾은 해찬이가 발견한 것은 반쯤 썩은 시신일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그래 보였다. 그런데.... 꼬리가, 꼬리가 움직였다. 개를 키워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개가 꼬리로 어떻게 말을 하는지. 울컥 눈물이 났다. 개야. 이제 함께 해라. 너와 같은 처지의 소년과. 이제 버려질 일 없을거야. 해찬이가 용기있게 살아가게 곁을 지켜줘.

[산을 엎는 비틀거인]은 폭력가정의 이야기다. 아빠는 술에 취해 들어와 트집을 잡고 끝내는 밥상을 엎는다. 세상에 이런 남자들이 많다는 걸 난 꽤 나중에 알게됐다. 못난 새끼들. 아껴줘야 할 가족들에게 오히려 분풀이하는 찌질한 루저들. 분노가 인다. 엄마는 안계신 것 같고 (집을 나가지 않았을까?) 할머니와 연우가 그 폭력을 고스란히 받아낸다. 할머니는 연우에게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준다. 제목인 '산을 엎는 비틀거인' 이다. 잘 들어보면 이건 바로 '상을 엎는 아빠'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 속엔 희망이 있다. 연우는 그 희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고작 그게 희망이라는 게 슬프지만.....

여섯 편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다 좋아서 쓰다보니 다 쓰게 되었네. 슬프고 외롭고 약한 존재들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사랑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이다. 상실을 경험했거나, 폭력을 당하고 있거나, 버려졌거나, 결핍이나 장애를 갖고 있거나, 인간의 욕심 때문에 희생되었거나.... 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독자들의 마음에도 빛을 준다. 장경혜 그림작가의 노란 표지와 빛나는 햇살 또한 이런 공감 때문이지 않을까.

찬찬히 읽고, 음미하고, 이야기 나눠볼 책 한 권을 더 소장하게 되어 든든하다. 무게감이 남다른 책이라 생각한다. 여운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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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 숙제 조작단 사계절 아동문고 103
이진하 지음, 정진희 그림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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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 읽었던 동화들 중에서 재미로는 최고다. 고학년 분량인데 단숨에 읽게 된다. 방학숙제가 많고 그걸 개학 후에 시상한다는 게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이 살짝 걸리는데, 어딘가 그런 학교도 있을 수 있으니까.... 30년 가까운 경력동안 방학과제 상 주는 학교에는 한번도 안있어봤다. 또 분량 문제도 요즘 방학과제라면 하루 30분 독서하기, 매일 꾸준히 운동하기처럼 제출물이 없는 과제들이 대부분이라 아이들의 큰 근심거리는 아닐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관념 속에 '방학숙제' 하면 부담되는 것, 밀리는 것, 벼락치기로 하는 것 등으로 각인되어 있고 모든 학교의 상황이 같은 것도 아니니 꼭 지금의 전반적인 현실을 반영하란 법은 없겠지. 그리고 중요한 건 방학숙제 자체보다도 그 과정을 통한 아이들의 변화와 깨달음이기에나의 체감과 다른 상황묘사가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아주 다른 캐릭터를 가진 3명의 남자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캐릭터들만 봐도 재미난 얘기가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이 온다. 1호와 2호는 통한다. 오준보와 방구봉. 모범생과는 거리가 먼, 힘든 건 최대한 미루고 놀 궁리만 하는, 어찌보면 우리 주변에 널린 남자아이들 캐릭터다. 3호는 좀 다르다. 구경수. 공부도 1등이고 어긋남 없이 규격에 맞춘 듯이 살아간다. 결정적으로 숙제를 엄청 잘해온다. 작년 방학때도 방학숙제 상을 받았었다.

 

때는 여름방학 중간, 준보는 생활계획표와 아~무 상관없는 빈둥빈둥 쿨쿨 생활 중이다. 보다못한 엄마가 채근을 하다가 입맛 당기는 미끼를 걸었다. 방학숙제 상을 받으면 준보가 꼭 갖고 싶어하던 게임기를 사준다고! 준보는 당장 이 희소식을 구봉이에게 알렸고, 둘은 숙제 작전에 들어갔다. 그리고 평소에 생각지도 않던 친구, 구경수를 끌어들이게 된다. 아무래도 멘토가 필요했으니까.

 

하지만 경수는 멘토가 될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제 입으로 내뱉고 만다. 그 완벽한 과제물들은 다 아빠의 손을 거친 것들이었다. (보통 아빠가 그러시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아빠가 꽂히면 엄마보다 더 징하다는 것이 정설) 이러다가 경수는 코가 꿰이고 만다. ‘여름방학 숙제 조작단이 결성된 것이다.

 

수많은 선택과제들이 있고, 그중에서 3개만 고르면 된다지만, 하나하나 만만한 것이 없으니 어찌 선택과제라 하리오? 그들은 그나마 나은 동시쓰기를 선택했다. 동시 정도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 음 그건 선생의 생각이고. 셋은 준보네 집에 모여 갑론을박하며 동시를 써나가기 시작한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졸작들이 난무한다. (이 과정이 엄청 웃김ㅎㅎ) 그러나 그 엉망진창의 시간들 속에서 뭔가 싹이 트고 틀이 잡히기 시작한다. 이리하여 선택과제 1은 성공!

 

두 번째는 관찰보고서 쓰기로 정했다. “남들이 다 하는 흔한 걸 고르면 안 돼.”라는 경수의 조언 때문이었다. 이제부터가 문제다. 무엇을 관찰할 것인가? 아이들은 주변을 둘러보다 길고양이, 개미, 마트에 있는 반려동물 가게 등을 살펴봤지만 고민만 늘어간다. 그러다가 준보의 결정. “나는 우리 엄마를 관찰할 거야!” 그러자 구봉이도 좋은 생각이 났다며 호들갑을 떨더니 을 관찰하겠다고 한다. 그러자 시무룩해지는 경수가 의외였다. “사실은 너희들처럼 재미있는 생각이 잘 안 나.”

 

마지막 세 번째는 체험학습 보고서다. 이 과정이 가장 길고도 재미있다. 얼떨결에 PC방에 끌려가 금단의 열매를 맛본 경수의 반응도 웃기고 <우리 동네 버스 여행>으로 주제를 정한 아이들의 생각도 신선하다. 지하철역에서 열린 서예전시회, 동네 도서관, 버스 타고 동네 돌아보기 등의 과정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야기라면 갈등과 클라이막스가 있어야 하는 법. 체험학습을 끝낸 아이들은 서로 다투고 마음이 상한채 돌아서고.... 그런 채로 방학은 끝나고 말았다.

 

개학이 되고, 아이들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경수는 역시나 함께했던 방학숙제들을 모두 아빠한테 퇴짜맞고 으리으리한 결과물들을 가져왔다. 하지만 선생님이 전시하려는 찰나, “그거 숙제 아니예요.”라고 밝히는 경수. 으리으리한 결과물을 넣어두고 꼬깃꼬깃한 결과물을 꺼내 제출하는 경수. 그건 반 아이들에게 대단히 인기 있었다. 바로 [친구 관찰 보고서]였기 때문이다. 어떤 친구인지는 굳이 말 안해도 되겠지? 그리고 셋의 서먹함 또한 하루만에 원상태로 바로 돌아갔다.^^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열매는 얻지 못했다. 상은 셋 중 누구도 아닌 다른 아이가 받았으니. 하지만 이 책은 엄청나게 해피엔딩인 이야기였다. 이렇게 끝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방학하는 날보다도 더 방학 같은 날이었다.”

 

나는 이렇게 아이들이 변화하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교사라서, 아이들을 관찰하는 게 습관이 된 직업인이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극적인 변화는 좀 부담스럽고, 아닌 척 슬쩍 변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들이 그들의 본성까지야 어떻게 바꾸겠어. 하지만 이렇게 하나씩 깨우치면서 멋있는 쪽으로 조금씩 방향을 트는 것, 그 멋있어짐을 바라보는 것, 그보다 더 재밌는 건 없다. 선생들은 그렇다. 직업병.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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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떡볶이 그래 책이야 47
소연 지음, 원유미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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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쪽이 넘으니 아주 두껍지도 그렇다고 얇지도 않은 책인데 속도감이 대단하다. ? 어느새 다 읽었네? 이런 느낌이다.

 

초딩들 연애 이야기라면 내가 목록을 만들 정도였고 리뷰도 많이 썼다. 이 책은 또 색다른 느낌이다. 무겁지 않고, 흥미진진하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공감도 많이 가겠다. 마음은 변하는 것이고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다. 그 과정이 아주 재미있으면서도 누구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이 아니어서 아주 훈훈하고 사랑스러웠다.

 

아이들의 연애 시작은 곧 담임의 고생 시작으로 연결되곤 한다. 한마디로 달갑지가 않다는 뜻이다. 그걸 공개적으로 말할 순 없고 내 입장에선 솔직한 심정이 그렇다는 거다. 그건 연애의 과정이 너무 공개적이고, 떠벌리는 성향을 갖고 있고, 주변을 의식하지 않으며, 너무 집착하기 때문에 그렇다. 일상이 잘 운영되지 않고 자잘하거나 크거나 간에 사고들이 따라붙는다. 나는 그것을 건강하지 못한 연애라고 규정한다.

 

연애가 다 그렇지 건강한 연애도 있냐? 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일단은 자신의 일상을 파괴하지 않는 것. 연애 한 가지에만 몰빵하지 않고 자신의 생활도 살아가는 것. 자신의 관심사에 온 우주가 집중해야 한다는 듯이 동네방네 떠벌리며 소란을 일으키지 말고 개인사로 조용히 진행하는 것. 나를, 또 상대를 파괴하지 말고 서로 건강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것. 한마디로 서로 성장시켜 주는 관계. 나는 이것을 건강한 연애라고 규정한다. 작가님들의 좋은 작품들은 이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책도 그 목록에 넣고 싶다. 초반이 좀 시끄럽긴 한데 그정도도 봐주지 못한다면 너무 이해심이 없다고 봐야겠지.ㅎㅎ

 

자꾸만 예림이에게 눈이 돌아가는 건이를 짝꿍인 희주가 알아보았고, 거기에 민호가 끼어들어 셋은 진실게임을 하게 됐다. 서로 좋아하는 아이 이름을 공개하고 잘되도록 도와주기. 비밀 수첩에 그 과정을 기록하기. 잘되는 사람이 떡볶이 쏘기. 그래서 모임 이름이 사이 떡볶이가 되었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떡볶이라는 뜻.

 

'사이 떡볶이'는 곧 깨졌다. 민호의 마음이 금방 변해버렸고 이녀석이 배신까지 했기 때문이다. 이게 큰 싸움으로 번지고 울고불고 동네방네 소문나고 쑥덕거리고 잘잘못을 따지고 하다보면 교실이 흉흉해지는 건 순식간이다. 다행히도 나머지 두 명은 괘씸하고 화는 났지만 그들 선에서 대처해 나갔다. 영리하고 사려깊으면서도 행동력이 있는 희주의 역할이 컸다.

 

그 과정에서 둘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동지애가 생기며 가까워진다. 그리고 곧 깨닫는다. 그들의 첫사랑의 허상을...... 다음 이야기는..... 상상이 가능하겠지?^^

이 과정을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그렇지~ 맞아~ 편안한 게 최고야. 불편하면 그건 아닌거야. 그런데 딱 건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

아직도 예림이 좋아해?”

.... 모르겠어. 뭔가 불편해. 나는 편한 게 더 좋은 것 같아.”

 

사람들아. 불편한 그 감정 위에서 줄타기 하는 짜릿함을 사랑이라 착각하고 주변을 피곤하게 하는 일을 그만둡시다. 이 쬐끄만 아이들도 말하잖아요. 마음이 편한 게 최고라고.^^

그러니 나도 사랑하고 싶다면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인격을 갖출 것. 그리고 내가 도움을 받듯이 상대방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파괴하지 말고 성장할 것.

 

언제 연애 강의나 한번 해야 되려나. 음 하지만 못할 게 뻔하다. 내가 꼰대인 건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서. 그냥 이 책을 함께 읽으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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