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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 싶을 땐, 카멜레온 ㅣ 하늘을 나는 책 5
정유선 지음, 신민재 그림 / 그레이트BOOKS(그레이트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의미로는 별 다섯 개, 재미로는 별 세 개 주고 싶다. 솔직히 재미가 좀 없었다. 하지만 중간에 책을 덮고 싶지는 않았다. 작가가 제시하신 결말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소재도 신선하다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의 특성(욕구)에 따라 동물로 변하는 아이들. 누구나 크든 작든 내면의 문제가 있을 것이고 이 책과 연결하여 되고 싶은 동물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면 상당히 의미있는 대화, 혹은 집단상담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했다. 그런 흑심(?)에서 끝까지 읽었다.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는 저마다 다르니까, 어른인 나에게 의미 점수를 높게 받았다면 아이들에겐 재미 점수를 높게 받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혹은 어떤 '해소'의 역할을 해줄수도 있지 않을지.
주인공 미소는 나랑 비슷한 성향이다. 미소가 극단적이라면 나는 직업 때문에 대외적으론 많이 극복한 케이스다. 눈에 띄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아이. 그런 미소에게 담임 선생님의 연극 열정은 하나도 고마운 게 아니다. 오히려 원망스럽기만 하다. 토끼도 자라도 아닌 오징어라는 단역을 맡았는데도 말이다. (일반 독자들에겐 중요한게 아니겠지만 내 눈엔 선생님의 열심이 보였다. 대단히 훌륭한 열심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심이 모두에게 좋을 수는 없다는 사실, 이건 참 난감하고도 어렵다.)
미소는 도서실에서 '수상한 동물도감'을 보다가 카멜레온과 눈이 맞았다. 미소는 카멜레온의 특성(보호색으로 몸을 숨기는)을 갖게 됐고 끝내는 카멜레온으로 변신도 하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다. 자기 말고도 그 책에 눈이 맞은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고슴도치가 된 아이, 기린이 된 아이....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내가 미소에게 완전히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미소는 주목받기 힘들어하고 때로는 숨고 싶어한다. 하지만 완벽히 잊혀지고 싶은 건 아니다. 존재감이 필요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미소도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고 싶어한다. 결국 미소는 오징어 대사를 잘 해냈고, 다시 카멜레온이 되어 앙숙이던 은후의 대사까지 도와주었다. 미소에게 카멜레온은 숨통이었다. 그걸 틔워주어야지 틀어막으면 안된다. 고슴도치도, 기린도, 마지막장에 그림으로만 살짝 등장한 독수리도... 다 마찬가지다. 작품 속 인물 중에 소아과 의사 선생님은 척하면 척, 알고 계셨는데, 그런 역할이 현실에서도 매우 중요할 거란 생각이 든다.
이 의미는 꽤 중요하게 느껴져서 오래 기억하고 싶다. 좋은 실마리를 준 이 작품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