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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떡볶이 ㅣ 그래 책이야 47
소연 지음, 원유미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1년 11월
평점 :
100쪽이 넘으니 아주 두껍지도 그렇다고 얇지도 않은 책인데 속도감이 대단하다. 엥? 어느새 다 읽었네? 이런 느낌이다.
초딩들 연애 이야기라면 내가 목록을 만들 정도였고 리뷰도 많이 썼다. 이 책은 또 색다른 느낌이다. 무겁지 않고, 흥미진진하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공감도 많이 가겠다. 마음은 변하는 것이고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다. 그 과정이 아주 재미있으면서도 누구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이 아니어서 아주 훈훈하고 사랑스러웠다.
아이들의 연애 시작은 곧 담임의 고생 시작으로 연결되곤 한다. 한마디로 달갑지가 않다는 뜻이다. 그걸 공개적으로 말할 순 없고 내 입장에선 솔직한 심정이 그렇다는 거다. 그건 연애의 과정이 너무 공개적이고, 떠벌리는 성향을 갖고 있고, 주변을 의식하지 않으며, 너무 집착하기 때문에 그렇다. 일상이 잘 운영되지 않고 자잘하거나 크거나 간에 사고들이 따라붙는다. 나는 그것을 건강하지 못한 연애라고 규정한다.
연애가 다 그렇지 건강한 연애도 있냐? 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일단은 자신의 일상을 파괴하지 않는 것. 연애 한 가지에만 몰빵하지 않고 자신의 생활도 살아가는 것. 자신의 관심사에 온 우주가 집중해야 한다는 듯이 동네방네 떠벌리며 소란을 일으키지 말고 개인사로 조용히 진행하는 것. 나를, 또 상대를 파괴하지 말고 서로 건강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것. 한마디로 서로 성장시켜 주는 관계. 나는 이것을 건강한 연애라고 규정한다. 작가님들의 좋은 작품들은 이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책도 그 목록에 넣고 싶다. 초반이 좀 시끄럽긴 한데 그정도도 봐주지 못한다면 너무 이해심이 없다고 봐야겠지.ㅎㅎ
자꾸만 예림이에게 눈이 돌아가는 건이를 짝꿍인 희주가 알아보았고, 거기에 민호가 끼어들어 셋은 진실게임을 하게 됐다. 서로 좋아하는 아이 이름을 공개하고 잘되도록 도와주기. 비밀 수첩에 그 과정을 기록하기. 잘되는 사람이 떡볶이 쏘기. 그래서 모임 이름이 ‘사이 떡볶이’가 되었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떡볶이’라는 뜻.
'사이 떡볶이'는 곧 깨졌다. 민호의 마음이 금방 변해버렸고 이녀석이 배신까지 했기 때문이다. 이게 큰 싸움으로 번지고 울고불고 동네방네 소문나고 쑥덕거리고 잘잘못을 따지고 하다보면 교실이 흉흉해지는 건 순식간이다. 다행히도 나머지 두 명은 괘씸하고 화는 났지만 그들 선에서 대처해 나갔다. 영리하고 사려깊으면서도 행동력이 있는 희주의 역할이 컸다.
그 과정에서 둘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동지애가 생기며 가까워진다. 그리고 곧 깨닫는다. 그들의 첫사랑의 허상을...... 다음 이야기는..... 상상이 가능하겠지?^^
이 과정을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그렇지~ 맞아~ 편안한 게 최고야. 불편하면 그건 아닌거야. 그런데 딱 건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
“아직도 예림이 좋아해?”
“음.... 모르겠어. 뭔가 불편해. 나는 편한 게 더 좋은 것 같아.”
사람들아. 불편한 그 감정 위에서 줄타기 하는 짜릿함을 사랑이라 착각하고 주변을 피곤하게 하는 일을 그만둡시다. 이 쬐끄만 아이들도 말하잖아요. 마음이 편한 게 최고라고.^^
그러니 나도 사랑하고 싶다면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인격을 갖출 것. 그리고 내가 도움을 받듯이 상대방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파괴하지 말고 성장할 것.
언제 연애 강의나 한번 해야 되려나. 음 하지만 못할 게 뻔하다. 내가 꼰대인 건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서. 그냥 이 책을 함께 읽으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