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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궁극 : 서평 잘 쓰는 법 - 읽는 독서에서 쓰는 독서로 ㅣ 더행의 독서의 궁극 시리즈 1
조현행 지음 / 생애 / 2020년 6월
평점 :
저자는 글쓰기 강의를 많이 하시는 분인 것 같다. 글쓰기 강의는 어떤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나도 한번 받아보고 싶은데 퇴직이나 하면 가능하려나? 근데 안할 가능성이 많다. 고치라는 게 많을거 같아서... "아몰라 그냥 꼴리는대로 쓸래! 내가 뭐 작가가 될 것도 아니고." 이럴 것 같아서.ㅎㅎ
그래도 동네 도서관 신간코너에 진열된 이 책을 보고 궁금해서 한번 빌려와 봤다. 두꺼웠으면 도로 내려놓았을 확률이 큰데 150여 쪽의 얇은 분량이라 읽기가 가능했다. 내가 쓰는 글이란 게 페북에 쓰는 신변잡기를 빼면 알라딘 서재에 올리는 리뷰가 유일해서 이 책이 더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서평 잘 쓰는 법>
책 리뷰는 꽤 많이 쓴 편이다. 서재에 올린 것만 800편이 넘었으니까 그 전에 정리 안해놨던 것까지 합하면 1000편은 썼을거다. 학기중엔 주1편 정도, 방학중엔 주말빼고 거의 매일 쓴다. 근데 내가 쓰는 건 대부분 서평은 아니고 독후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도 서두에 독후감, 서평, 비평을 구분하여 정의해 놓았는데 읽어보니 역시 그렇다. 칼로 끊듯이 딱 구분할 수는 없는데, 서평에 가깝게 쓸때도 있지만 독후감인 경우가 더 많다. 이 책이 서평에 대해 설명하는 문장을 옮겨보면 이렇다.
- 서평은 책의 내용과 함께 책이 지니는 의미와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글이다.
- 주관적인 견해가 여러사람의 공감을 얻고 그들의 설득을 이끌어 내도록 객관적인 근거를 갖춘 글이 서평이다. (18~19쪽)
독후감이든 서평이든 그게 나한테 중요하진 않다. ‘이제부턴 독후감이 아닌 서평을 써야지!’ 라고 결심할 필요도 없고. 나에게 리뷰는 독서의 기록인데, 그걸 일기장이 아닌 공개된 곳에 쓰는 것일 뿐이다. 쓰는 김에 잘 쓸 수 있다면 더 좋고. 이 책을 읽으면 독후감이든 서평이든 독서기록 전반에 도움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읽어봤다.
이 책은 총 6부로 되어있는데, 서평쓰기를 5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1부는 '왜 서평쓰기인가'이다. 서평을 쓰는 행위 자체의 가치를 역설한다. '독서의 궁극'이라는 제목이 여기서 나왔다. 즉 독서는 쓰기까지 이르러야 완성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매우 동의한다. 내가 리뷰를 쓰고 축적하기 시작한 이유도 이것이다. 쓴 책과 안 쓴 책이 너무 달라서. 안 쓴 책은 입 속에 넣은 솜사탕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일정기간 지나고 보면 말할 것이 하나도 남지 않는다. 물론 쓴 책도 오래 지난 다음 보면 "내가 이런 글을 썼다고?" 할 때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흔적은 남아있어 복원이 가능하다.
2부부터는 본격적으로 방법에 대한 지도가 나온다.
1단계 : 기본 다지기
이 기본이 낭독과 필사라고 하셔서 좀 좌절.... 한번도 안해본 방법이라... 필사할 시간이 어딨어... 근데 이것도 핑계겠지. 전체 필사는 무리라도, 좋은 대목을 필사하는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2단계 : 읽기
책을 읽어야 서평을 쓸 수 있으니 당연한 단계라 하겠다. 여기선 3단계 읽기법을 제시한다.
1단계 – 글의 내용을 파악하면서 가볍게 읽기
2단계 – 밑줄 그으면서 읽기
3단계 – 밑줄 그은 부분을 노트에 옮게 적기 (발췌-서평을 쓰기 위한 전 작업)
이렇게 읽으면 그야말로 정독이 되겠다. 나는 한 번 읽기도 급급한데...^^;;; 주로 어린이책 서평을 쓰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좀 어려운 책을 읽을 때는 꼭 발췌하며 읽어야겠다.
발췌까지 해놓았으면 다음 단계는 자신의 생각, 견해를 만들어가는 연습이다. 발췌한 내용 밑에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적어본다. 이렇게 하면 기본 내용은 거의 만들어지는 셈이다. 여기까지는 의식하든 안하든 해왔던 과정인데, 다음 내용이 새로웠다. 바로 ‘질문 만들기’.
- 좋은 서평에는 서평가의 질문이 반드시 담겨있다. 따라서 서평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 문제를 설정하는 능력 즉,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질문과 해석이 빠진 서평은 공허하다. 어떤 의미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73쪽)
이건 하기도 하고 안하기도 했던 것 같다. 의식해볼 필요가 있겠다. 서평을 쓴다는 것은 나의 해석을 펼치는 과정이고 해석이라는 건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해석의 툴도 제시하는데, 읽는다고 바로 되는 건 아니지만 상당히 참고할 만한 지침이었다.
3단계 : 쓰기
위와 같이 의미있게 읽었으면 이제 쓰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일단 자존심과 부담의 경계를 넘어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는 그 단계는 넘었으니 다음 내용을 보자면 구조와 문장, 독창성에 대해서 나온다.
그중 구조는 지시대로 연습하면 어느정도 익숙해지는 영역인 것 같다. 그다음 문장과 독창성은.... 잘 모르겠다. 이건 선천적인 부분이 큰 것 같다. 음악도 운동도 소질이라는 것이 있듯이 이것도 소질의 분야가 아닌가 싶다. 찰진 문장을 원래 잘 구사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이건 참 부러운 일이지. 하지만 악기 전공자가 되지는 못해도 친구들과 모여서 앙상블 정도는 할 수 있듯이 어느 정도까지는 노력하면 이를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작품을 많이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내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독창성이었는데, 서평에서 독창성이란 ‘해석의 독창성’이다. 서평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나름대로의 해석, 그리고 그것을 설득력있게 잘 표현하는 일인 것 같다. 나머지는 부차적이거나 형식에 해당된다. 나는 그동안 해석을 잘 해왔던가? 음... 앞으로 쓸 때는 요걸 특히 염두에 두어야겠다.
4단계 : 퇴고하기
저자는 퇴고의 중요성을 매우 높게 본다. 글쓰는 분들은 공통적으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이 면에서 보면 나는 빵점...? 난 쓰면 바로 업로드한다. 나중에 오타 정도 발견하면 고칠까, 거의 고치지 않는다. 나의 리뷰가 늘 거기서 거기인 것은 이 퇴고를 안하기 때문일까?
5단계 : 분석하기
저자가 잘 쓴 서평으로 보는 기준(서평 분석 방법)이 나와있다. ①책의 내용을 알기 쉽게 잘 전달했는가 ②책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밝혔는가 ③서평가의 독창적인 해석이 있는가. 타당한 기준이라고 본다. 나는 꼭 서평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염두에 두고 내 리뷰를 읽어보겠다.
마지막으로 독서를 ‘자신을 알아가는 행위’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에 대체로 동의한다. 나는 실용적인 목적으로 책을 읽는 경향이 강하다. 실용성+재미라고 할까? 내가 초등교사면서 동화책을 주로 읽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런데 걱정이 하나 있다. 퇴직하면 뭘 읽지? 내가 읽기는 할까? 리뷰를 쓸까?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딱히 써먹을 일 없는 책을 꾸준히 천천히 읽는 것도 좋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퇴직하면 이 책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제 2의 독서인생을 살아야겠다.
(퇴고는 못하고, 쓴 걸 다시 한번 읽어보니 이 글은 확실히 서평이 아니구나. 완전 개인적 얘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