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동화 두 권이 우연히 비슷한 소재를 담고 있었다. 아동학대와 방임, 그리고 아이들이 보육원에 가는 상황까지....
<해피버스데이 투 미 / 신운선 / 문학과지성사>
이 책의 화자는 아이다. 남매 중에 누나다. 아빠는 집을 나갔고 엄마는 남매를 돌보지 않는다. 며칠씩 안들어오기도 하고 들어와도 잠만 잔다. 늘 술에 절어 있다. 보다못한 동네 주민들의 신고로 복지사들이 방문을 했고, 아이들을 일시보호소로 보냈다. 기간 중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코스는 보육원이다.
<우주비행사 동주 / 김소연 / 별숲>
이 책의 화자는 복지센터에 근무하는 미술치료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동주라는 아이의 치료와 상담을 맡게 되는데 엄마는 이혼과 함께 떠났고, 아빠는 몇년 키우다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겼으며, 몇 번 생활비를 보내다 그마저도 끊고 잠적했다. 이 할머니도 위 책의 엄마처럼 알콜중독이다. 더 심한 것은 술을 마시면 울분이 폭발해 아이를 개 패듯 팬다. 이 상황을 알게된 상담사 선생님들은 아이의 보육원 행을 추진한다.
두 작품 모두에서 아이들의 공통된 반응은 보육원 행에 극렬히 저항한다는 것이다. 비록 돌보지는 못해도 엄마 아빠가 있는데, 할머니도 있는데.... 아이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을 한편으로는 알면서도 강력히 부인하고 싶어한다. 이 아이들에게 보육원이란 세상의 끝에 이르러서야 가는 곳이다. 즉, 세상 모두가 나를 버렸을 때 말이다. 아이들은 그 누구라도 한명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고 믿으려 한다. 동주는 자신을 패는 할머니가 바로 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그냥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나는 그 때 세상에 아니, 우주에 나 혼자 남은 줄 알았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할머니가 날 때리는 거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날 버리는 건 참을 수 없어요."
위 책의 누나 유진이는 몇 년 전에 갔던 할머니댁을 떠올린다. 할머니가 있는데 왜 보육원에 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유진이는 하루의 탈출을 감행해 시골에 있는 할머니집까지 간다. 하지만 그 집에는 다른 가족이 살고 있다. 할머니는 돌아가셨던 것이다.....ㅠㅠ
이리하여 두 동화 모두 주인공들이 보육원에 가게 되는 상황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누군가가(예를 들면 상담사 선생님이라든지, 할머니 집에 새로 이사온 가족이라든지) 그들의 상황을 딱하게 여겨 대신 부모가 되어준다든지, 그런 건 없다. 그들은 주어진 현실에 직면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무진장 딱하고 안타깝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무식한 말이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뭔가 붙잡을 것, 희망을 가질 것이 있을 것이다. 다시 찾아올 엄마 혹은 아빠일 수도 있고 스스로에게서 보이는 가능성일 수도 있고 함께 삶을 나누는 이들의 작은 사랑일 수도 있다.
두번째 책의 상담 선생님은 동주와의 관계에서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 애를 쓴다. 이 적절함이 그를 프로로 보이게 했다. 이 모습에 비추어 나를 볼 때, 나는 교사 초년생일 때 너무 감정 과잉이었다. 도와주고 싶어 눈물 가득한 눈으로 동동거렸으나 결국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다. 지금의 나는 감정부족이다. 선을 정확히 긋고 사적 영역 안에는 절대 들여놓지 않는다. 그게 피차를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을 한다. 둘 중에 하나 선택을 하라면 난 초보일 때의 감정과잉보다는 지금을 선택하겠으나, 그게 꼭 좋지만도 않다. 감정이 빠진 껍데기에는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둘의 조화가 잘 되어야 진정한 선생이다.
동화의 소재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내가 하루에 잡은 동화 두 편이 너무 흡사한 이야기였다는 것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올해들어 접한 가슴아픈 이야기만도 한 둘이 아니었다. 현실은 동화보다 더 참혹한 경우가 많다. 그 아이들이 보육원이든 어디든 극한 상황만은 벗어났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어떻게든 꿈을 꿀 수는 있었을 것을.... 이 두 권의 책은 살아가는 이유나 힘을 어떻게든 찾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응원한다. 건강한 사회에서는 이것이 충분히 가능할 테고, 그것이 우리가 건강한 사회를 바라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