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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적 글쓰기 -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8월
평점 :
동학년 선생님 한 분이 이 책을 내밀며 "저번에 얘기하던 책이에요. 천천히 읽고 주세요." 하신다. 엥? 언제 이 책 얘길 했더라.... 기억이 없다. 정말 큰일이다. 어쨌건 저자가 꽤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고, 책도 재밌어 보여서 읽기 시작했는데 요즘처럼 바쁜 날, 자기 전에 읽다 자는 책으로는 드물게 3일만에 다 읽었다. 인내심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무척 고마운 책. 작가의 지론처럼 쉽게, 솔직하게 쓰였다는 점이 매력인 듯. 그러면서 누구나 가능하니 열심히 좀 써보라고 강렬히 선동하는 책이다.
글쓰기의 이론 책은 아니다. 작법다운 이야기는 마지막에 아주 잠깐 나온다. 대부분은 작가 자신의 글쓰기 역사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중 절반 정도는 실패담이어서 독자에게 묘한 위로(?)와 만족감(?)을 준다. 거의 셀프디스에 가까운 전반부는 자신의 첫번째 책에 대해 "자신의 글에 도취되어 있는 데다 쓴소리를 하는 친구마저 멀리한 결과는 훗날 <소설 마태우스>라는, 천하에 둘도 없는 쓰레기를 만들게 된다" 라고 비하하고 있다. 그 책을 본 적 없어서 정말 쓰레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는 이렇게 자신의 글쓰기 전반부의 실패를 솔직하게 까발린다.
사람이 아무리 솔직하다 한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쓰진 않을 것이다. 저자의 후반부 글쓰기 인생에는 몇가지 성공 이유와 함께 저자의 자부심도 엿보이는데, 그 사이에는 저자가 '지옥훈련'이라고 표현한 10년간의 공백기가 있었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점은 이것이다. 훈련을 해라. 그러면 분명히 나아진다.
저자는 그 10년간 무수히 책을 읽었고(놀랍게도 그 전에는 거의 읽은 책이 없었다고 한다),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어 꾸준히 글을 썼다.(매일 하루 두 편씩 썼다고 하니 대단한 노력 맞다) 또 알라딘 서재에서 서평활동을 왕성히 했다. (나도 알라딘에 서재가 있긴 한데.... 하루에 두편은 커녕 한달에 두세편이 고작이니) 또 글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트와 펜을 끼고 다녔고, 종이신문을 꼼꼼히 읽었다는 비결도 나온다.
그 결과, 이후에 나온 책과 경향신문에 쓴 칼럼부터는 대중의 호평과 인정을 받게 된다. 자타가 인정하는 그의 글의 매력은 쉽고 솔직하며 유머가 있다는 점.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쓰지 말라"고 본인도 조언하고 있는데, '자신이 아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서 그것을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쓰는 것이 그의 글쓰기 비결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의 입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사회와 사람을 보는 건강한 시선. 그것도 중요한 요인일 것이라고 나는 짐작한다.
그러나 말이 쉽지, 욕구가 얼마나 강렬해야 그가 말한 '지옥훈련'을 이겨내고 글을 쓸 수 있을까? 전업작가가 아닌 이상 바쁜 일상에 쫓기다 좀 틈이 나야 키보드에 손가락이라도 올려보게 되는 것인데 꾸준한 블로그와 서재 활동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요는 독한 결심과 잠을 줄이는 부지런함에 있을 것 같다. 저자 또한 본업을 내팽개치고 글쓰기 활동에만 몰두하지는 않았을 터. 보기보다(?) 굉장히 의지가 굳고 부지런한 사람일 거라 짐작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이야 뭐... 책을 내거나 신문에 칼럼을 쓸 꿈을 꾸는 것까진 아니니까 조금은 편하게 저자를 흉내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떠오르는 소재를 메모하는 습관을 갖는 것,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은 길든 짧든 꼭 써놓는 것, 남의 글에 관심을 갖고 장점을 배우는 것,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고 나의 생각을 늘 정립하는 것 등이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상당한 장점이다. 나도 어떤 분야든 성공하려면 글을 잘써야겠구나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여기서 성공은 자신 안에 쌓인 것을 남에게 나눠주는 것을 말하는데 미술 분야에서 이주헌 씨라든지, 과학 분야에서 정재승 씨 이런 분들을 보고 문학 분야 종사자가 아니라도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이렇게 유익하구나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일반인들도 나름대로의 축적과 소통의 욕구가 있는 법이니 이 책의 조언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당히 의미가 있겠다.
사실, 모든 능력이 그렇듯이 글쓰기도 모든 이에게 똑같은 능력이 주어지진 않았다. 노력으로 되는 부분을 넘어선 능력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긴 한다. 그러니 노력하되 너무 스트레스 받진 말기. 책을 낼 것까진 아니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