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 있으시죠? - 김제동과 나, 우리들의 이야기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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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김장날이라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났고, 무엇보다 책이 쉽게 읽혀서 다 읽었다. 나처럼 호흡이 길지 못한 사람들도 웃기도 하고 공감도 하며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좋다.

김제동씨는 전문 작가도 아니면서 책을 여러 권 냈다. 작가수업을 받은 것 같지도 않다.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은 아마도 '말'일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그것이 그의 본업이니) 이 책은 바로 그의 '말'이다. 그의 육성을 고대로 옮겨 놓은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는 책에서 그의 외로움과 약함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때로 우리 모두가 그의 소신있는 발언에 감탄하고 그의 용기를 칭찬할 때조차 그 그늘에서 떨고 있는 외로운 아이같은 자신의 모습을 우리에게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것이 느껴질 때 난 눈물이 났다. 두려움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불이익과 비난이 어찌 두렵지 않으랴. 하지만 그는 단순하게 간다. 그의 마음이 향하는 길로 간다. 그 반대로 가는 게 더 괴롭기 때문이다. "그게 다예요" 라고 그는 말한다.

김제동씨는 내가 보기에 상당히 노력하고 공부하며 열심히 사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러지 않고 저런 내공과 뚝심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 그는 겸손하고, 자신의 별볼일없는 모습을 감추지 않는다. 성경에도 "나의 약함을 자랑합니다. 이는 내가 약할 그때에 곧 강하기 때문입니다." 라는 사도 바울의 고백이 나오는데, 똑같은 맥락은 아니겠지만 제동씨의 강함도 어쩌면 거기서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가 외롭고 초라해졌을 때, 약한 사람들이 주었던 작은 위로를 잊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자신도 같은 위로로 세상 사람들과 어깨동무하려 한다.

"그럴 때 있으시죠?"
라는 말로 말이다.

주저앉은 무릎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사실 채찍질이 아니다. 이것을 잊고 살 때가 많다. 나는 오늘 제동씨에게 좀더 힘빼고 단순하게 살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그건 생각없이 산다는 말과는 다르다. 오히려 대단한 동력이다. 그가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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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샘 2016-11-2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이들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책을 읽다보면 앞의 내용이 가물가물해진다는 점이 아날까 싶어요.(저만 그러는지.....) 혼자 박장대소하며 웃다가, 눈가를 훔치기도 하고, 눈가가 붉어지고 콧등이 아려지던 기억과 더불어 가슴이 먹먹했었는데, 어느 대목에서 크게 웃었던가 싶은 기억의 아련함이 내자신을 쥐어박게 하네요.^^ 샘의 서평을 통해 다시금 책 속의 말들이 살아나 기억속에 자리잡고 있음에 감사하게 되네요. 고마워요.^^ 앞으로는 채찍질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나도 그럴 때 있어요.˝ 라는 말로 아이들을 대해볼까 해요..^^
 
서민적 글쓰기 -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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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년 선생님 한 분이 이 책을 내밀며 "저번에 얘기하던 책이에요. 천천히 읽고 주세요." 하신다. 엥? 언제 이 책 얘길 했더라.... 기억이 없다. 정말 큰일이다. 어쨌건 저자가 꽤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고, 책도 재밌어 보여서 읽기 시작했는데 요즘처럼 바쁜 날, 자기 전에 읽다 자는 책으로는 드물게 3일만에 다 읽었다. 인내심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무척 고마운 책. 작가의 지론처럼 쉽게, 솔직하게 쓰였다는 점이 매력인 듯. 그러면서 누구나 가능하니 열심히 좀 써보라고 강렬히 선동하는 책이다.

글쓰기의 이론 책은 아니다. 작법다운 이야기는 마지막에 아주 잠깐 나온다. 대부분은 작가 자신의 글쓰기 역사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중 절반 정도는 실패담이어서 독자에게 묘한 위로(?)와 만족감(?)을 준다. 거의 셀프디스에 가까운 전반부는 자신의 첫번째 책에 대해 "자신의 글에 도취되어 있는 데다 쓴소리를 하는 친구마저 멀리한 결과는 훗날 <소설 마태우스>라는, 천하에 둘도 없는 쓰레기를 만들게 된다" 라고 비하하고 있다. 그 책을 본 적 없어서 정말 쓰레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는 이렇게 자신의 글쓰기 전반부의 실패를 솔직하게 까발린다.

사람이 아무리 솔직하다 한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쓰진 않을 것이다. 저자의 후반부 글쓰기 인생에는 몇가지 성공 이유와 함께 저자의 자부심도 엿보이는데, 그 사이에는 저자가 '지옥훈련'이라고 표현한 10년간의 공백기가 있었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점은 이것이다. 훈련을 해라. 그러면 분명히 나아진다.

저자는 그 10년간 무수히 책을 읽었고(놀랍게도 그 전에는 거의 읽은 책이 없었다고 한다),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어 꾸준히 글을 썼다.(매일 하루 두 편씩 썼다고 하니 대단한 노력 맞다) 또 알라딘 서재에서 서평활동을 왕성히 했다. (나도 알라딘에 서재가 있긴 한데.... 하루에 두편은 커녕 한달에 두세편이 고작이니) 또 글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트와 펜을 끼고 다녔고, 종이신문을 꼼꼼히 읽었다는 비결도 나온다.

그 결과, 이후에 나온 책과 경향신문에 쓴 칼럼부터는 대중의 호평과 인정을 받게 된다. 자타가 인정하는 그의 글의 매력은 쉽고 솔직하며 유머가 있다는 점.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쓰지 말라"고 본인도 조언하고 있는데, '자신이 아는 것을 최대한 활용해서 그것을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쓰는 것이 그의 글쓰기 비결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의 입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사회와 사람을 보는 건강한 시선. 그것도 중요한 요인일 것이라고 나는 짐작한다.

그러나 말이 쉽지, 욕구가 얼마나 강렬해야 그가 말한 '지옥훈련'을 이겨내고 글을 쓸 수 있을까? 전업작가가 아닌 이상 바쁜 일상에 쫓기다 좀 틈이 나야 키보드에 손가락이라도 올려보게 되는 것인데 꾸준한 블로그와 서재 활동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요는 독한 결심과 잠을 줄이는 부지런함에 있을 것 같다. 저자 또한 본업을 내팽개치고 글쓰기 활동에만 몰두하지는 않았을 터. 보기보다(?) 굉장히 의지가 굳고 부지런한 사람일 거라 짐작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이야 뭐... 책을 내거나 신문에 칼럼을 쓸 꿈을 꾸는 것까진 아니니까 조금은 편하게 저자를 흉내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떠오르는 소재를 메모하는 습관을 갖는 것,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은 길든 짧든 꼭 써놓는 것, 남의 글에 관심을 갖고 장점을 배우는 것,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고 나의 생각을 늘 정립하는 것 등이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상당한 장점이다. 나도 어떤 분야든 성공하려면 글을 잘써야겠구나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여기서 성공은 자신 안에 쌓인 것을 남에게 나눠주는 것을 말하는데 미술 분야에서 이주헌 씨라든지, 과학 분야에서 정재승 씨 이런 분들을 보고 문학 분야 종사자가 아니라도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이렇게 유익하구나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일반인들도 나름대로의 축적과 소통의 욕구가 있는 법이니 이 책의 조언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당히 의미가 있겠다.

사실, 모든 능력이 그렇듯이 글쓰기도 모든 이에게 똑같은 능력이 주어지진 않았다. 노력으로 되는 부분을 넘어선 능력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긴 한다. 그러니 노력하되 너무 스트레스 받진 말기. 책을 낼 것까진 아니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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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을 읽는 영화 수업
차승민 지음 / 에듀니티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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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교육이라 하기엔 부족하지만 학기당 두 편 정도는 영화를 본다. 필독도서로 읽히는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보기도 하고, 사회과 주제와 관련된 영화를 보기도 한다. 그런데 시간확보가 만만치 않아서 전체를 한번에 쭉 보여주는 경우는 없다. 주로 행사를 하는 날 남는 시간 같은 때 보는데 그러다보면 영화 한 편을 가지고 대여섯번을 잘라서 보게도 되고 그 기간은 두 달을 넘기도 한다. 영화교육이라 이름 붙이긴 힘들겠고 그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영화보기라 하면 되겠다.

10년 전쯤에 어쩌다보니 영화감상부를 2년 정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창 비디오 가게가 사장길로 접어든 때여서 폐업하는 비디오 가게에서 싼 값에 비디오테잎을 사는걸 재미로 삼기도 했다.(이젠 재생할 기자재가 없어 얼마전에 다 버렸지만...ㅠ) 그리고 얼마후 난 차쌤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초등교사 커뮤니티에 영화수업 이야기를 하나 둘씩 올리기 시작하신 것이다. 이런 선생님이 있다는 것이 참 신선하고 반가웠지만 영화감상부를 안하게 되자 원래 영화를 즐겨보지 않던 나는 더이상 차쌤의 글을 찾지 않게 되었다.

3년 전인가 차쌤의 첫번째 책이 나왔다. 저자명을 보고 반가웠다. 아, 커뮤니티의 그 쌤이구나! 바로 도서실에 구입하고 도서실의 비도서자료(DVD)도 그 책을 참고해서 구입했다. 선생님들께 호응이 꽤 좋았다.^^

이후 나온 차쌤의 저서는 영화와는 좀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선생님 사용 설명서, 학생 사용 설명서? 아 이분은 영화에만 관심이 있는게 아니었구나. 영화는 어쩌면 매개물이고 그것을 통한 소통과 이해에 이분의 진짜 관심이 있구나.
"영화수업은 자기중심적 사고에 머물러 있던 아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한걸음 물러서서 감정을 추스르는 능력이 생겼다. 자신있게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법을 익혔다."(본문 33쪽)
이와같이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나와 다를지라도 존중하며, 나의 느낌과 감정을 공유하여 이해하고 이해받으며, 치유하는 과정을 저자는 중시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영화교육은, 그동안 내가 해왔던 것처럼 자투리 시간에 보여주기 정도로는 부족하다. "알아서 보고 알아서 느껴." 이걸로는 안된다는 말이다. '막'을 '뚫고' 들어가는 수고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것에 전문가다. 그의 영화수업이 성공한 이유로 영화에 대한 지식과 안목 등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는 일단 텍스트로 선택한 영화를 깊이있게 봐야한다. 매우 집중해서. 감상 전 활동에서 어느 정도까지 내용을 소개해줄 것인지, 사전 질문은 어떻게 던질 것인지. 감상 중에는 어느 부분에서 멈추고 집중시킬 것인지. 감상 후에는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 계획을 짜야 한다. 감상 중 아이들의 반응도 살펴야 하고 아이들의 대화도 주의해서 들어야 한다. 그 데이터는 잘 저장해 두었다가 이후 생활지도에 참고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영화수업은 교사에게 편한 수업, 잠시 공문처리를 해도 되는 수업이 아니다. 교과서로 공부하는 수업보다 훨씬 열린 수업이며 그만큼 교사의 역할과 노력이 중요한 수업이다.

에잉.... 그럼 책을 읽을 입맛이 떨어지잖아?^^;; 그렇게 힘들게까지 해서 굳이 영화를 보여줄 필요가 있어?
가끔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차쌤처럼 학급특색으로까지는 못하겠지만 학기에 두 편 보여주는 영화라도 차쌤 흉내를 내어 보여주고 싶다.

이책의 백미는 사용설명서 시리즈의 저자 차쌤의 특기가 가장 잘 드러난 제4장 <영화를 통한 마음 읽기>인 것 같다. 이미 페북을 통해 일상의 생활 속에서 아이들의 심리를 읽는 차쌤의 통찰력에 여러번 감탄해 본 터이다. 이 장의 '차쌤의 조언'을 읽으니 그때의 느낌이 다시 떠오른다. 나도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훈련을 많이 해봐야 되겠다. '껍질'을 '깨고' 들어가는 수고는 감수해야 할 터. 음... 쉬운 건 없으니까.

마지막 장은 주제별 영화 목록이다. 재미있는 영화, 가치로운 영화, 가족과 관계된 영화, 친구와 관계된 영화 등 12가지의 주제별로 몇편씩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줄거리 소개, 눈여겨볼 지점, 좋은 질문, 가능한 활동 등을 소개해 놓아서 교사의 수고를 확 줄여 주었다.

나는 방학이면 연수도 많이 받지만 꽤 많은 시간 아이들 책을 끼고 방바닥을 뒹구는데 이것을 '교재연구'라 부르는데에 양심의 가책을 전혀 받지 않는다. 실제로 그 독서는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한 독서이고 유용한 텍스트를 찾기 위한 독서이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방학엔 교재연구를 하나 더 추가하기로 하겠다. 이 책에 나온 영화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기껏해야 컴퓨터 모니터로 봐야되는 우리집 영화 환경이 좀 아쉽긴 하지만.... 우와, 새로운 숙제가 재밌는 숙제라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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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교과서 속 우리말 5~6학년군 - 악마의 게임에서 탈출하라 닮은 듯 다른 교과서 속 우리말
정유소영 지음, 박우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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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같은 책 3,4학년용을 읽고 5,6학년용도 나왔으면 했는데 딱 1년만에 나왔다.

읽으면서 작가가 참 머리가 좋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순수창작동화도 어려운 작업이지만 이렇게 학습과 연계한 동화도 머리를 쥐어짜는 창작의 고통이 뒤따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닌가? 작가들에게 이정도는 껌인가?^^) 정유소영 작가는 전통문화를 소개해주는 <내가 원래 뭐였는지 알아?>에서도 이름을 봤다. 이야기와 학습을 연결짓는(막말로는 끼워맞추는) 스토리구성 능력이 대단하신 것 같다.

3,4학년용에서는 다의어와 동음이의어를 다루고 있는데 이건 5학년 교과서에도 나온다.(1학기엔 다의어, 2학기엔 동음이의어) 이 둘의 차이를 평소에 구분하지 않고 지냈기에 자칫하면 혼동해서 지도할 수도 있다. 교사들도 한 번 읽어보면 지도의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을만한 책이었다. 다의어나 동음이의어의 의미차이로 인해서 '무서운 이야기'가 '우스운 이야기'로 바뀌는 설정으로 전체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물론 특정 낱말들의 의미차이를 드러내는데 촛점을 맞춰야 하므로 이야기 자체가 완전히 자연스러울 수는 없다. 그래도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그정도의 스토리 구성이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도 다의어나 동음이의어로 인한 생활주변의 개그상황(?)들을 간단한 만화나 역할극으로 만들어보는 수업은 어떨까도 생각해 보았다.

이번 5,6학년용에서는 받침에 따라 뜻이 다른 말(낫,낮,낯,낱 등), '-이'와 '히'의 올바른 표기, 비슷하게 쓰이지만 다른 뜻을 가진 말(껍질과 껍데기 등)을 다룬다. 주인공 승균이가 악마에게 잡혀간 할아버지를 구하려고 악마가 내 준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이 낱말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구성해 놓았다. 이 책의 내용을 참고해서 교사들도 비슷한 게임을 창작해 수업에 활용힐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작능력이 있어야 해서 나로선 그림의 떡...ㅠ)

읽어주기엔 좀 길고, 닡말을 눈으로 봐야 해서 책 그대로를 수업에 활용하기보단 아이들이 스스로 읽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우려되는 점은, 아이들은 학습적 요소에 눈이 머무르지 않고 스토리만 쫓아 갈 것이라는 점이다. 스토리가 너무 재밌으면 오히려 방해가 된달까?^^ 그래도 세세한 건 기억 못하더라도 우리말의 재미를 알고 관심을 가지는 계기는 되지 않을까 싶다.

승부는 아이디어에서 난다! 이 작가의 아이디어는 매번 훌륭하다. 나도 수업에 이런 아이디어가 흘러나온다면 얼마나 신이 날까 싶다. 뼈를 깎는 창작의 고통을 몰라서 하는 소릴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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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에너지, 원자력 - 에너지 너랑 나랑 더불어학교 13
김성호 지음, 전진경 그림 / 길벗스쿨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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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에너지, 원자력/김성호/길벗스쿨>

탈핵을 말하면 순진한 사람이거나 무식한 진보인 걸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순진한 건 잘 모르겠고 그리 진보도 아니지만 무식한 건 맞기 때문에 탈핵에 관심은 있었지만 남한테 말하기는 좀 꺼려졌었다.

이 책 한권을(더구나 어린이용 책을) 읽었다고 어찌 무식을 벗어났으랴만 난 일단 탈핵을 지향해야 한다는 생각만은 분명해졌다. 이 책은 고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과히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참 잘 쓴 책이다. 그리고 쉬운 단계에서부터 이해하고 싶은 나같은 어른들에게도 딱 좋은 책이다.

원자력발전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주로 이런 논점에서 반대측을 비웃는다. 올여름 더웠지? 너 에어컨 틀어놓고 살았지? 그거 다 원전에서 나온거야~ 싫으면 더워도 참든가~ 못하겠으면 입 다물어~

사실 이건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 중 원자력 비율이 상당히 높은 나라다. 30%라고 책에도 나와 있다. 그런데 이건 유동적인 듯하다. 올해(2016 4월) 통계를 보니 21%로 나오는데 몇 기가 점검 중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니 실제로는 30%보다 낮아도 큰 문제는 없는 것 아닌가 싶다. 그정도 비율이면 포기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100%라도 인류의 생존이 달린 문제면 대책을 찾는게 맞지 않는가? 전기 없이 살 수 있어? 이미 틀렸지? 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본다.

석탄과 석유의 매장량이 이제 끝을 보인다는 얘기는 교과서에도 나온다. 그에 비해 우라늄의 매장량에 대해서는 인식이 없는 것 같다. 며칠 전 우리반은 찬반토론을 했는데 아이들은 과학기술 발전이 인류에 미친 영향을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으로 나누어 토론을 했다. 그때 반대측 토론자가 원자력발전의 피해와 위험성에 대해 지적을 했다. 그러자 찬성측에서 "모든 에너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라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우라늄을 포기하면 뭘로 전기를 만들 겁니까?"라며 반론을 펴는 것 아닌가? 아, 이런 오개념을 갖고 있구나.... 이 책에 보면 우라늄의 매장량도 최대한 잡아서 80년이라고 나온다. 매우 유한한 에너지원인 것이다. 그에 비해 감수해야 될 위험성은 국가존망을 거론할 지경이며 특히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고준위 방폐장) 문제는 아직 어느 나라도 안전하게 성공해보지 못한, 생각만 해도 골치거리인 거대숙제인 것이다.

이 책은 탈핵의 입장에 치우쳐 쓴 책은 아니다. 저자의 마음 속에는 지향이 있다고 짐작되지만, 표면적으로는 '두얼굴'이라는 제목에 맞게 객관적인 사실 중심으로 썼다고 본다. 이 책에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내용도 나온다. 비용 대비 효율성도 아직은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효율 면에서 원자력 에너지도 숨겨진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명을 다한 원전의 폐기와 뒷처리까지 따져보면 그렇다. 방사능 물질들이 인체에 주는 가공할 파괴력과 그 영향력의 엄청난 기간을 생각하면 30년을 운영하자고 원전을 계속 지을 일은 아니라는 판단이 선다. 효과는 잠깐이요 부작용은 거의 무한한 약 같은 존재가 아닐지.

이번 경주 지역 지진으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확산되었다. 이번 기회에 노후 원전의 가동중단과 추가 건설 계획의 백지화만큼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서 나머지 운영과 처리에 대한 문제도 미루지 말고 고민해야 될 것이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비율을 높여가는데 힘써야 한다. 이것은 탈핵을 하든 하지 않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어차피 원자력의 연료도 몇십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을 향해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열려있어야 한다.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국민의 삶의 터전을 유린하는 것은 4대강으로 족하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속는 것도 지겹고 안 속으려고 필사적으로 의심하는 것도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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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9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