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에너지, 원자력/김성호/길벗스쿨>탈핵을 말하면 순진한 사람이거나 무식한 진보인 걸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순진한 건 잘 모르겠고 그리 진보도 아니지만 무식한 건 맞기 때문에 탈핵에 관심은 있었지만 남한테 말하기는 좀 꺼려졌었다.이 책 한권을(더구나 어린이용 책을) 읽었다고 어찌 무식을 벗어났으랴만 난 일단 탈핵을 지향해야 한다는 생각만은 분명해졌다. 이 책은 고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과히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참 잘 쓴 책이다. 그리고 쉬운 단계에서부터 이해하고 싶은 나같은 어른들에게도 딱 좋은 책이다.원자력발전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주로 이런 논점에서 반대측을 비웃는다. 올여름 더웠지? 너 에어컨 틀어놓고 살았지? 그거 다 원전에서 나온거야~ 싫으면 더워도 참든가~ 못하겠으면 입 다물어~사실 이건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 중 원자력 비율이 상당히 높은 나라다. 30%라고 책에도 나와 있다. 그런데 이건 유동적인 듯하다. 올해(2016 4월) 통계를 보니 21%로 나오는데 몇 기가 점검 중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니 실제로는 30%보다 낮아도 큰 문제는 없는 것 아닌가 싶다. 그정도 비율이면 포기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100%라도 인류의 생존이 달린 문제면 대책을 찾는게 맞지 않는가? 전기 없이 살 수 있어? 이미 틀렸지? 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본다.석탄과 석유의 매장량이 이제 끝을 보인다는 얘기는 교과서에도 나온다. 그에 비해 우라늄의 매장량에 대해서는 인식이 없는 것 같다. 며칠 전 우리반은 찬반토론을 했는데 아이들은 과학기술 발전이 인류에 미친 영향을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으로 나누어 토론을 했다. 그때 반대측 토론자가 원자력발전의 피해와 위험성에 대해 지적을 했다. 그러자 찬성측에서 "모든 에너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라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우라늄을 포기하면 뭘로 전기를 만들 겁니까?"라며 반론을 펴는 것 아닌가? 아, 이런 오개념을 갖고 있구나.... 이 책에 보면 우라늄의 매장량도 최대한 잡아서 80년이라고 나온다. 매우 유한한 에너지원인 것이다. 그에 비해 감수해야 될 위험성은 국가존망을 거론할 지경이며 특히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고준위 방폐장) 문제는 아직 어느 나라도 안전하게 성공해보지 못한, 생각만 해도 골치거리인 거대숙제인 것이다.이 책은 탈핵의 입장에 치우쳐 쓴 책은 아니다. 저자의 마음 속에는 지향이 있다고 짐작되지만, 표면적으로는 '두얼굴'이라는 제목에 맞게 객관적인 사실 중심으로 썼다고 본다. 이 책에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내용도 나온다. 비용 대비 효율성도 아직은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효율 면에서 원자력 에너지도 숨겨진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명을 다한 원전의 폐기와 뒷처리까지 따져보면 그렇다. 방사능 물질들이 인체에 주는 가공할 파괴력과 그 영향력의 엄청난 기간을 생각하면 30년을 운영하자고 원전을 계속 지을 일은 아니라는 판단이 선다. 효과는 잠깐이요 부작용은 거의 무한한 약 같은 존재가 아닐지.이번 경주 지역 지진으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확산되었다. 이번 기회에 노후 원전의 가동중단과 추가 건설 계획의 백지화만큼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서 나머지 운영과 처리에 대한 문제도 미루지 말고 고민해야 될 것이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비율을 높여가는데 힘써야 한다. 이것은 탈핵을 하든 하지 않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어차피 원자력의 연료도 몇십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무엇보다 국민들을 향해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열려있어야 한다.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국민의 삶의 터전을 유린하는 것은 4대강으로 족하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속는 것도 지겹고 안 속으려고 필사적으로 의심하는 것도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