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교사, 세사르 보나의 교실 혁명 세상을 바꾸는 교육
세사르 보나 지음, 김유경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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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잡은지 오래되었고, 읽기 어렵지도 않은데 야금야금 읽느라 이제야 다 읽었다. 이 책은 스페인의 초등교사 세사르 보나 선생님의 교육 이야기이다. 이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한 프로젝트들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교사상 후보로 매스컴에 보도되었고, 덕분에 유명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유명세 때문에 쓸 수 있었던 책은 아니다. 교육자 세사르의 교육신념을 동료들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나또한 그의 동료로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국경을 넘어서는 깊은 공감과 존경심을 느꼈다.

이 책에는 구체적인 수업기술이나 방법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다른 어떤 교육서적들보다도 더 많이 교실과 수업을 떠오르게 했다. 내게 빠져있는 것을 보게 해주었고 그동안 해오던 일에 의미와 가치부여를 해주어서 스스로 뿌듯하고 흐뭇한 기분도 느끼게 해주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역동적이었다. 마음이 마구 움직이고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뭐라도 해보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권재원 선생님은 추천사에서 젊은 교사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고 하셨는데, 매너리즘에 빠졌거나 자존감을 다시 추슬러야 하는 나같은 중년 교사들에게도 비타민 같은 책이라 생각했다.

그의 교육관과 실천에서 내게 도전을 주는 몇가지 키워드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호기심과 창의성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의 창의력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필요조건이 있는데, 교사가 먼저 호기심으로 충전되어 있어야 한다. 호기심....(털썩) 이 나이에도 호기심이 필요해? 그게 가능해?
이건 타고난 기질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사람마다 호기심이 발동하는 분야가 다르기도 하지만, 호기심으로 빛나는 아이들의 눈 앞에서 인생 다 산 심드렁의 눈빛으로는 스파크가 일어날 턱이 없으리라. 그러니 호기심(쓸데없는 신변잡기 호기심 말고 지적 호기심)은 교사의 필수 조건인 것이다. 두 눈빛이 마주치면 일을 낸다!!
(근데 요즘은 애들 눈빛이 더 썩어있기도 한데... 그것도 결국 어른들의 탓이겠지?ㅠ)

2. 교사 혼자 가르치지 않기
- 아이들과 서로 가르치고 배우기
나는 가르쳐야만 하고 너희들은 배워야만 한다는 생각은 매우 경직된 사고다. 나는 모든 것을 다 아는 상태로 아이들 앞에 서야 된다 - 이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강박적인 생각이다. 갈수록 교사의 역할은 지식전달자에서 조력자, 안내자, 연결자의 역할로 옮겨가고 있다. 난 이중에 연결자의 역할에 주목한다. "여러분, 저는 선생님이지만 모든 것을 다 알진 못해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저에게 가르쳐 줄 수 있어요." 저자가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자신이 아는 것과 내가 아는 것을 합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아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학교에 흥미를 갖게 된다.(본문 92쪽)
교사만 가르치는 자가 아니라는 이 유연한 생각은 아이들을 소극적 수용자에서 적극적 창조자로 변화시킬 수 있겠다.

3. 소심함 극복 : 말하기 교육의 중요성
교사는 아이들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존재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도구를 제공하는 것도 교사의 역할이다. 대표적인 것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 즉 말하기이다. 우리반에는 함구증을 가진 아이가 있어서 한번도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게다가 여자아이 세 명 정도는 글은 무척 잘 쓰는데 전체 앞에서 말하는 것은 잘 못한다. 독서토론을 어쩌다 해보면 책에 대한 통찰이 뛰어난 이 아이들은 꿀먹은 벙어리로 있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놈들만 되지도 않은 소리로 떠드니 배가 산으로 가서 속이 터진다.ㅎㅎ 난 이것을 아이들의 특성으로 받아들였고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는데 저자는 <넘어서야 할 장벽>으로 인식하고 뛰어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심지어 책상 위에 올라가서 말하는 연습을 시키기도 한다. 1분 스피치, 학급회의 시 돌아가며 말하기 등 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방법들도 있는데 이 부분 고민을 더 해봐야겠다. 그동안 내가 이쪽의 개발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 인정. 하지만 개인차와 성향 문제도 있는데 어느 정도까지 밀어붙여야 하는지. 고민되는 지점을 남겨둔다.

4. 아이들을 사회와 연결시켜 사회 변혁에 참여하게 하기
내가 아는 선생님 중 이것을 잘하는 분은 배성호 선생님이다. 지역의 문제에 문제의식을 갖게 하고 직접 뛰어들어 해결에 동참하도록 하는 교육. 그렇게 해서 선생님 반 아이들은 학교 근처에 자전거 길을 만들기도 했고(초딩 자전거 길을 만들다란 책으로 나옴) 박물관에 도시락 먹을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우리가 박물관을 바꿨어요 라는 책으로 나옴) 근데 솔직히 난 이건 부러워하는 데서 그쳐야겠다. 내겐 그런 무시무시한 오지랖도 없고 무엇보다 일을 벌였다가 수습이 잘 안될 때의 난감함을 극복할 의지가 없다. 이건 참 훌륭한 일인데 내 그릇이 거기까지 안되어 안타깝다.....

5. 교실의 시스템
교사에게 집중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아이들이 역할을 맡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좋다. 여기서는 학급긍정훈육법의 여러 기법들이 많이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학급의 특성이 담긴 적절한 네이밍은 효과를 높여준다. 아이들과 함께 한 네이밍이면 더 의미가 깊을 것이다. 요즘 사실 나는 그놈의 '튀는' 네이밍에 좀 신물이 나던 참이었다. 교육 계획서나 보고서가 '드림 업'이니 '다독다독' 이니 뭐니 하는 네이밍으로 도배되고 담당자들이 내용보다 네이밍에 골머리를 짜내고 남의 학교 네이밍을 적당히 따라하는 걸 보면 짜증난다. 그래서 난 일부러 가장 평범하고 무난한 작명을 하곤 했었는데.... 세사르 선생님네 반 모둠명을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지명 이름으로 한 걸 보니 좀 구미가 당겼다. 그리고 학급에서의 역할도 창의적인 작명을 하면 좋을 것이다. (이 내용도 학급긍정훈육법에 나온다)

이 외에도 많다. 그만큼 이 책에는 의미있는 키워드들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아우르고 바탕이 되는 키워드를 소개하자면 그것은 공감과 존중, 감수성이다. 교육은 아이들 하나하나를 행복한 세상의 일원으로 살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를 함께 봐야 한다. 행복한 사회여야 그 안에 속한 개인이 행복할 것이고, 행복한 개인이 모여 행복한 사회를 이루는 것이다. 이 관계들 속에 존중이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공감과 감수성이다. 이 키워드를 끌어안고 학급에 녹여내는 것이 앞으로 나의 숙제이다. 아직은 낱말에 불과한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 녹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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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으로 간 선생님 나는 새싹 시민 2
강창훈 지음, 김현영 그림 / 초록개구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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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형식을 빌린 작가의 체험담이다. 저자 약력을 보니 대학 후배다. 30대 초반의 까마득한 후배.... 이 후배가 옆반이라면 난 어떨까? 난 후배를 무척 어려워하는 편이지만 왠지 이 후배와는 잘 통할거 같다.^^

작가선생님과 나는 약간의 공통점과 큰 차이점이 있다. 공통점은 책을 좋아하고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어 안달을 한다는 점, 애들을 휘어잡는(?) 법을 몰라 고생한다는 점 정도 되겠다.

차이점에서 이 선생님의 진가는 빛을 발한다. 첫째는 결단력이다. 지구 반대편 파라과이로 돌연 떠날 수 있는 결단력. 한국국제협력단 코이카 활동을 했던 선생님을 몇 분 본 적이 있는데 새롭고 의미있는 경험을 향해 도전하는 그들의 용기가 부럽다.

둘째는 현지 적응력과 친화력이다. 낯선 나라, 낯선 환경, 낯선 학교에서 그는 빠르게 적응했고 사람들과 친해졌다. 학교 선생님들, 학생들, 학부모들까지. 사막기후의 더운 날씨, 불편한 주거 환경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 먼 곳에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마음의 벽 없이 협력하는 모습은 내가 흉내내기 어려운 점이었다.
여기서 선생님의 첫 수업은 퍽 인상적이었다. 그의 관심사인 '책'읽기로 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준비해간 책과 실물화상기가 큰 역할을 했다. 이어지는 독후횔동은 색종이로. 내가 좋아하는 수업이다.^^

셋째는 일의 추진력이다. 남의 나라 남의 학교에 가서, 그 학교에 도서관을 만들어주기로 마음을 먹고 결국은 이루어내는 추진력! 그 도서관의 규모는 고작 우리반 학급문고 정도에 불과하지만(우리반이 책이 좀 많다^^) 책을 구하기 어려운 나라에서 그정도 도서관을 단기간에 만들어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다. 비용마련의 기회가 우연히 만들어진 사연도 재미있다. 선생님은 사진찍기에 취미가 있는데, 그곳은 사진이 아주 비싸고 사람들이 매우 갖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졸지에 선생님은 동네의 '출장 사진기사'가 되고 말았다. 비용마련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주지사의 지원으로 이어졌으며 학부모들의 정성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일이 되게끔 만들어가는 추진력을 가진 후배샘이 참 든든해 보였다. 여기서 좌절, 역시 사진은 찍는게 좋구나.(평생 카메라와 담 쌓고 살아온 나)
능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선생님이 이런 도전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어학실력이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 이곳은 에스파냐어를 쓴다. 현지에서 언어문제를 따로 겪지 않고 바로 적응하는 것을 보니 어학실력을 갖추고 갔던 것 같다. 여기서 또 좌절. 역시 외국어 능력은 나의 인생 범위를 넓히는 필수 도구였어.

넷째는 인정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그들의 어려움을 동정이 아닌 이해의 눈으로 보고 도울 수 있는 인정. 선생님은 별도의 시간을 내어 문맹인 마을 노인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아이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적절히 돕는 일, 학부모 상담까지 마음을 다했다. 사람 사이의 정이 통하는 일, 그건 지구상 어디에나 공통적인 일 같다. (그곳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좀더 순수한 것 같긴 했다.ㅎ)

어느덧 정해진 2년이 되어 아쉬움의 작별을 하고 본국으로 돌아와 이곳 초등학교에 다시 복귀한 선생님. 여전히 아침마다 둘둘말린 이불을 걷어치우며 쏟아지는 어머니의 잔소리는 여전하지만, 선생님의 학교생활은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겉모습은 크게 달라진 게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의 한 작은 학교에서 변화의 새바람을 주도하고 돌아온 이의 내면은 한층 단단하고 여유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대한 자신감도,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신뢰도 한층 깊어졌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만큼 선생님은 글쓰기에도 꿈이 있을 것 같다. 이어지는 본국에서의 학교생활이 두번째 동화로 나오길 기대해본다. 원래 자기 자리에서의 역할이 더 어렵고 본전 찾기도 힘든 법이다. 후배샘의 활약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그리고 나도, 지구 반대편은 언감생심일지라도 일상에 안주하지 않는 도전은 가끔 해보면서 살고 싶다.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았단 말이다. 교실에서의 날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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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가장 똑똑한 고양이 아스트로캣의 물리학 여행 우주에서 가장 똑똑한 고양이 아스트로캣
도미니크 월리먼 지음, 이충호 옮김, 벤 뉴먼 그림 / 길벗어린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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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이 너무나 크고 게다가 양장본이어서 내게는 부담스러운 책이다. 이 두가지 사실은 나에게 한가지를 불가능하게 한다. 바로 누워서 읽는 것.^^

어쩔 수 없이 식탁에 앉아 큰 판형의 책을 펼친다. 눈알을 위로 아래로 옆으로 열심히 굴려야 한다. 이렇게 그림이 가득차 있고 그림 사이사이에 설명이 들어가 있는 구성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구성. 아 정신없어~ 한데로 좀 몰지. 이건 아줌마 사정.ㅎㅎ
나처럼 문자 의존도가 높은 어른은 차근차근 설명하고 거기에 보조적으로 그림을 곁들이는 방식에 이해도가 올라가지만 아이들은 좀 다르다. 판형이 큰 것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소 중 하나이고.

물리학이라 하면 학창시절 내 취약과목 중 하나다. 수학 과학에 약했던 나는 '물리'라면 어렵고 졸렸던 기억만 남아있다. 그래서 비록 아이들 책, 그것도 그림으로 가득찬 책이지만 겸손한 마음으로 읽어보았다.

첫번째 키워드는 중력이다. 천체의 활동, 지구상의 모든 운동의 기본 법칙이 되는 중력.
다음은 원자다. 물질의 기본단위인 원자. 이 원자가 얼마나 작은지, 작은 이것의 구조는 어떠한지(양성자+중성자+전자) 그림으로 잘 설명해 놓았고 크기 비례도 우리가 알 만한 물건들에 빗대 놓아서 이해하기가 쉽다.
여기서 원소기호와 주기율표도 나온다. 이건 화학시간에 배우던 건데? 이제부터 그림책이라 무시할 수 없는 내용들이 계속된다.^^

운동과 속력, 힘에 대한 내용이 나오자 비로소 물리시간의 졸린 추억이 떠오른다. 이제 드디어 법칙이 등장한다. 뉴턴의 운동법칙!(첫번째는 관성의 법칙, 두번째는 가속도의 법칙, 세번째는 작용 반작용의 법칙. 어, 기억이 나잖아?) 이어서 에너지, 자기, 빛 등에 대한 내용이 나오고 핵물리학도 나오는데 여기서 핵융합, 핵분열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E=mc2 이라는 유명한 공식도 나온다. 이어지는 입자물리학과 양자물리학 내용은 내겐 낯선 내용이다.

으흠으흠~ 고등학교 이후 잔류된 지식이 이 그림책 한 권짜리도 못되는 걸 깨닫는 느낌은 썩 좋지 못한데....^^ 그만큼 한 권에 많은 내용을 담았다는 점을 생각하자.ㅎ 아이들에게 조금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사진 찍듯이 내용을 통째로 삼켜 접수하는 경우가 많다. 그림 위주의 이런 설명은 특히 그렇다. 그런 공부가 사전에 된 아이들은 중고등학교 가서 겁먹지 않을 것이다. 주기율표? 이거 내가 초등학교 때 그림책에서 봤던 거잖아? 이렇게 말이다.^^ 지식을 얻는 방법은 이전보다 많이 열려있다. 그 대표주자가 바로 이와 같이 다채로운 책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중학년부터 놀듯 읽듯 하면 좋을것 같고, 고학년이 읽으면 더 좋겠다. 물론 중학생이나 어른이 읽는대도 말리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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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후의 선택 - 제17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70
김태호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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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단편동화집을 한 권 읽었다. 김태호 작가의 <제후의 선택>이라는 책이었다. 표제작을 비롯 9편의 작품이 실려 있었다. 책이 두껍지 않은데 9편이니 대부분 길이가 짧았다. 하지만 의미를 곱씹으려면 그리 빠르게 넘길 수가 없는 작품들이었다. 재치가 번득여 웃음짓기도 했고, 경고가 엄중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이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작가의 특징이 어떤 것 같다는 말은 하지 못하겠고 이 책만 가지고 본다면
1. 주인공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능청스럽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목이>가 대표적인데 '친엄마가 아닌 엄마'에게 쫓겨나 아파트 복도에서 떨고 있는 아이들은 한참 읽다 보니 모기였다. 그러고 보니 제목이 '나목이'! 와~작가는 짖궂다. 좀 얄미울 정도.^^;;
표제작인 <제후의 선택>에서도 주인공이 고양이들에게 집중 공격을 받는 모습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불러온다. 사람이 아닌거야...? 역시, 제후가 애완동물로 키우던 흰 쥐의 변신이었다.
위 두 작품처럼 정체 파악이 어려운 경우는 아니지만 <창 안의 아이들>에서 아이들의 말과 표정, 행동들도 무심코 보다가는 오해할 수 있다. 아이들은 모두 '창 안에서만' 떠들고 날뛰고 있다. 마지막에 강미 한 명만 대화창을 빠져나와 현장에 온다. 한 목숨이 꺼져가는 장면을, 그래도 연수 혼자 지키지는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창 안에서만 떠들기' 우리가 늘상 하고 있는 짓이 아닌가. 부끄러웠다.

2. 상징성이 매우 강하다. <나리꽃은 지지 않는다>에서 군인들은 나리꽃들을 함부로 꺾어 가져간다.
"꽃들에게 사과하세요."
"우리는 꽃 따위에게 사과하지 않아"
"꽃들이 사라졌으니 곧 잊힐거야."
이런 말들 사이에서 연상되는 것이 또렷이 솟아올랐다. 물론 누구나 다 똑같이 보이고 느끼지는 않겠지만.
<꽃지뢰>라는 작품도 그렇다. 지구인은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아토라는 행성을 발견했다. 지구인의 딱한 사정을 알고 아토인들은 협조를 해주었는데 지구인들은 그것을 원수로 갚았다. 전쟁이 벌어졌고 서로가 뿌린 돌지뢰와 꽃지뢰는 아토별을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고 말았다. 지구인들은 아토인들을 불행에 빠뜨렸고 자신들도 행복해지지 않았으며 목적한 것도 손에 넣지 못했다.

3. 패러디와 언어의 재치가 넘친다. 난 첫작품 <남주부전>이 가장 재미있었다. 전업주부인 담이아빠는 정수기 수리기사 구과장의 꾀임에 빠져 용사장 앞에 끌려간다. 용사장은 역시나 '간'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 아닌가! 살려달라는 담이와 아빠 앞에 그들은 커다란 가마솥을 끌고 온다. 그들은 역시 '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전업주부 담이아빠는 이렇게 해서 용왕님의 생명을 살린 것이다.ㅎㅎ
지난달에 우리는 동형어(동음이의어) 수업을 했다. 그때 난 "우리말의 동형어는 수많은 농담과 개그의 소재가 되곤 하지요."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 그 개그를 아이들에게 펼쳐주진 못했다. 아깝다!! 이 동화를 읽어줄 것을....^^ 나이든 내가 동화를 읽는 것은 그 자체로 재미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생생한 수업 텍스트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건졌다!^^

4. 교훈적이지는 않으면서 메시지가 적당하다. <게임 중>이라는 작품에는 아들의 친구들과 신나게 놀아주는 아빠의 모습이 나오는데, 읭? 이건 뭐 놀아준다기보다 놀이를 주동한다. 아빠는 게임중독이었던 것이다. 게임중독 아이와 그걸 꾸짖는 부모가 나오는 것보다 훨씬 더 섬뜩하다. 이 작품도 품에 끼워놨다가 필요하면 써먹을테다.

요즘 우리반 아이들과 나라별, 작가별 책읽기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과 깊이읽기를 시도하다 보면 꽤 수준높은 작품에 관심과 호의를 보이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이 책도 그렇게 읽을 만한 책인 것 같다. 아이들의 해석과 감상이 무척 궁금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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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 초등학교의 꽃, 평생 제자를 만나는 즐거움
서준호 지음 / 지식프레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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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라는 이 책을 내가 꼭 읽을 필요가 있을까? 40대 후반인 내가 이번 학교에 와서 2년 연속 5학년을 했으니 이 학교에서는 6학년을 안할 것 같고, 다음 학교로 옮기면 50대로 접어드니 이제는 6학년을 안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얄팍한 계산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는 나.
표지에 있는 "6학년은 졸업 후에도 평생 제자가 돼요" 라는 문구에 세상에서 젤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평생 제자? 그런게 왜 필요하지?"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나.

나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눈앞에서 사라지는 순간 깨끗이 잊고 새 아이들에 집중한다. 그러니까 나의 '최선'의 임기는 딱 1년이다. 그 이후는 없다. 몇년에 한번쯤 교육청을 통해 학교로 연락오는 옛 제자가 있는데 난 이들이 만나자고 할까봐 걱정한다. 다행히 그런 적은 없었다.^^ 하여간 평생제자 만들겠다고 6학년을 하는 건 나로선 이해를 할 수 없는 심리다.(내가 비정상인거지. 그건 인정 ㅎ)

그래도 혹시 몰라 라는 생각에 나는 이 책을 집어든다. 읽어보니 6학년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이 좀 줄어드는 듯도 하다. 그리고! 꼭 6학년이 아니어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특히 같은 고학년으로 분류되는 5학년 정도는 책의 내용을 거의 대부분 적용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적용해보고 싶었던 건 '선생님 사용 설명서'와 '학생 사용 설명서'다. 전에 모임에서 그걸 보여주신 샘이 있었는데 그때는 왠지 내키지가 않더니 책을 읽으면서 효과를 이해하니 꼭 하고 싶어졌다. 일단 올해 말 아이들에게 선생님 사용 설명서를 잘 받아두어야 내년 첫날 나를 소개할 수 있고 그걸 참고로 학생 사용 설명서를 작성하게 할 수 있구나. 학생 사용 설명서는 학생 상호간, 교사학생간에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상담 때도 활용할 수 있겠구나. 잘 준비해 둬야겠다.

놀이연수를 진행하신 놀이 전문가 답게 놀이로 부드럽고 유쾌하게 학급을 이끌어가는 노하우도 담겨있다. 저자의 원격연수를 나도 들었는데 놀이에 의미를 부여하는 멘트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 그런 멘트들이 잘 나와있어 참고할 수 있다.

저자는 심리치료를 깊이 공부한 전문가이도 하다. 그래서 제2장 <학생파악하기>와 제4장 <문제해결 프로그램>에는 학생의 감정을 파악하고 다루는 세심한 방법들이 잘 나와있다. 또 진단할 수 있는 도구와 방법들도 다양하게 소개한다. 나로선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했거나 혹은 서툴게 적용하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보게 해주었다.

앞으로도 나는 할 수 없겠다 싶은게 있는데 그건 '사진'이다. 저자는 본인의 초등 때 사진이 없는게 아쉽다며 사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수준높은 사진을 찍어 공유하며 인화까지 해서 나눠준다. 그반 학부모님은 얼마나 고마울까 싶으면서 우리반에게 살짝 미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 사진이란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나역시 초등 때 사진이 별로 없지만 있다고 해도 보고싶은 마음이 없다. 우리집 아이들 돌사진도 찍지 않았는데 하나도 아쉽지 않다. (추억이란 마음 속에 있으면 되고 잊혀졌으면 그만이다 라는 생각을 평상시에 갖고 있다) 사진이란 건 교사가 시도할 수 있는 일 중에서는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축에 들지만, 그것도 교사가 의미부여를 못하면 불가능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나는 참 특이한 사람이구나 싶으면서 좀 미안하다 ㅎㅎ)
또 한가지는 학부모와의 소통방식이다. 내가 소통하는 방식은 주간학습안내와 특별할 때는 단체문자 정도가 고작인데 저자는 밴드를 권장한다. 내가 저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얼굴을 안보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고 굳이 양방향(때로는 다방향) 소통까지는 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피곤함을 감수하느니 주간학습안내에 최선을 담아 계획을 세우고 상세하게 안내하는 것으로 마음의 짐을 던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고마워하는 학부모님들이 있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도 이런 내용을 보게 되니 마음에 압박이 된다.ㅠ 내년에는 최소한 단체문자라도 좀 더 활용을 해봐야 될까보다.

위의 두가지 나로선 잘 안되는 것, 이것은 사실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나는 이 책의, 또 저자 서준호 선생님의 가장 큰 강점이 '감정'을 다룰 능력이 있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위의 사소한 것들 말고 나의 사실상 큰 약점도 거기에 있다. 나는 감정에 백치는 아니다. 약간은 민감한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려워한다. 아니 피곤해 한다는 표현이 맞을까. 감정에 직면한다는 것, 그것은 나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러다보니 적당히 모른척하고 살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차하는 사이 그것은 학급을 병들일 수도 있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6학년(고학년) 아이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따뜻하게 이끌어주기는 참 어렵다. 교사도 아이들도 상처받지 않는 교실. 이것은 장밋빛 꿈인 것만 같다......

그러나 우리의 모델이 될 만한 많은 선생님들은 이 가능성을 먼저 열어가며 앞서 걸어가고 있다. 저자 서준호 선생님은 그 대표주자라 하겠다. 그릇의 크기는 다르겠지만 나도 그 가능성을 따라가보고 싶다.

이 책을 한번 읽었다. 이런 종류의 책을 한번 읽고 바로 적용된 적은 없었다. 두세번 읽고도 수시로 필요한 부분을 다시 찾아보며 적용해야 한다. 6학년(고학년) 학급운영 노하우의 총집합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도서실에도 준비해놓고 신규샘들께 광고 좀 해야겠다. 그러나 그들보다 코가 석자인 건 바로 나라는 사실. 다시 정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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