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구 반대편으로 간 선생님 ㅣ 나는 새싹 시민 2
강창훈 지음, 김현영 그림 / 초록개구리 / 2016년 12월
평점 :
동화 형식을 빌린 작가의 체험담이다. 저자 약력을 보니 대학 후배다. 30대 초반의 까마득한 후배.... 이 후배가 옆반이라면 난 어떨까? 난 후배를 무척 어려워하는 편이지만 왠지 이 후배와는 잘 통할거 같다.^^
작가선생님과 나는 약간의 공통점과 큰 차이점이 있다. 공통점은 책을 좋아하고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어 안달을 한다는 점, 애들을 휘어잡는(?) 법을 몰라 고생한다는 점 정도 되겠다.
차이점에서 이 선생님의 진가는 빛을 발한다. 첫째는 결단력이다. 지구 반대편 파라과이로 돌연 떠날 수 있는 결단력. 한국국제협력단 코이카 활동을 했던 선생님을 몇 분 본 적이 있는데 새롭고 의미있는 경험을 향해 도전하는 그들의 용기가 부럽다.
둘째는 현지 적응력과 친화력이다. 낯선 나라, 낯선 환경, 낯선 학교에서 그는 빠르게 적응했고 사람들과 친해졌다. 학교 선생님들, 학생들, 학부모들까지. 사막기후의 더운 날씨, 불편한 주거 환경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 먼 곳에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마음의 벽 없이 협력하는 모습은 내가 흉내내기 어려운 점이었다.
여기서 선생님의 첫 수업은 퍽 인상적이었다. 그의 관심사인 '책'읽기로 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준비해간 책과 실물화상기가 큰 역할을 했다. 이어지는 독후횔동은 색종이로. 내가 좋아하는 수업이다.^^
셋째는 일의 추진력이다. 남의 나라 남의 학교에 가서, 그 학교에 도서관을 만들어주기로 마음을 먹고 결국은 이루어내는 추진력! 그 도서관의 규모는 고작 우리반 학급문고 정도에 불과하지만(우리반이 책이 좀 많다^^) 책을 구하기 어려운 나라에서 그정도 도서관을 단기간에 만들어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다. 비용마련의 기회가 우연히 만들어진 사연도 재미있다. 선생님은 사진찍기에 취미가 있는데, 그곳은 사진이 아주 비싸고 사람들이 매우 갖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졸지에 선생님은 동네의 '출장 사진기사'가 되고 말았다. 비용마련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주지사의 지원으로 이어졌으며 학부모들의 정성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일이 되게끔 만들어가는 추진력을 가진 후배샘이 참 든든해 보였다. 여기서 좌절, 역시 사진은 찍는게 좋구나.(평생 카메라와 담 쌓고 살아온 나)
능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선생님이 이런 도전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어학실력이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 이곳은 에스파냐어를 쓴다. 현지에서 언어문제를 따로 겪지 않고 바로 적응하는 것을 보니 어학실력을 갖추고 갔던 것 같다. 여기서 또 좌절. 역시 외국어 능력은 나의 인생 범위를 넓히는 필수 도구였어.
넷째는 인정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그들의 어려움을 동정이 아닌 이해의 눈으로 보고 도울 수 있는 인정. 선생님은 별도의 시간을 내어 문맹인 마을 노인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아이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적절히 돕는 일, 학부모 상담까지 마음을 다했다. 사람 사이의 정이 통하는 일, 그건 지구상 어디에나 공통적인 일 같다. (그곳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좀더 순수한 것 같긴 했다.ㅎ)
어느덧 정해진 2년이 되어 아쉬움의 작별을 하고 본국으로 돌아와 이곳 초등학교에 다시 복귀한 선생님. 여전히 아침마다 둘둘말린 이불을 걷어치우며 쏟아지는 어머니의 잔소리는 여전하지만, 선생님의 학교생활은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겉모습은 크게 달라진 게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의 한 작은 학교에서 변화의 새바람을 주도하고 돌아온 이의 내면은 한층 단단하고 여유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대한 자신감도,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신뢰도 한층 깊어졌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만큼 선생님은 글쓰기에도 꿈이 있을 것 같다. 이어지는 본국에서의 학교생활이 두번째 동화로 나오길 기대해본다. 원래 자기 자리에서의 역할이 더 어렵고 본전 찾기도 힘든 법이다. 후배샘의 활약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그리고 나도, 지구 반대편은 언감생심일지라도 일상에 안주하지 않는 도전은 가끔 해보면서 살고 싶다.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았단 말이다. 교실에서의 날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