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담임해도 괜찮아 라는 이 책을 내가 꼭 읽을 필요가 있을까? 40대 후반인 내가 이번 학교에 와서 2년 연속 5학년을 했으니 이 학교에서는 6학년을 안할 것 같고, 다음 학교로 옮기면 50대로 접어드니 이제는 6학년을 안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얄팍한 계산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는 나. 표지에 있는 "6학년은 졸업 후에도 평생 제자가 돼요" 라는 문구에 세상에서 젤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평생 제자? 그런게 왜 필요하지?"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나. 나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눈앞에서 사라지는 순간 깨끗이 잊고 새 아이들에 집중한다. 그러니까 나의 '최선'의 임기는 딱 1년이다. 그 이후는 없다. 몇년에 한번쯤 교육청을 통해 학교로 연락오는 옛 제자가 있는데 난 이들이 만나자고 할까봐 걱정한다. 다행히 그런 적은 없었다.^^ 하여간 평생제자 만들겠다고 6학년을 하는 건 나로선 이해를 할 수 없는 심리다.(내가 비정상인거지. 그건 인정 ㅎ) 그래도 혹시 몰라 라는 생각에 나는 이 책을 집어든다. 읽어보니 6학년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이 좀 줄어드는 듯도 하다. 그리고! 꼭 6학년이 아니어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특히 같은 고학년으로 분류되는 5학년 정도는 책의 내용을 거의 대부분 적용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적용해보고 싶었던 건 '선생님 사용 설명서'와 '학생 사용 설명서'다. 전에 모임에서 그걸 보여주신 샘이 있었는데 그때는 왠지 내키지가 않더니 책을 읽으면서 효과를 이해하니 꼭 하고 싶어졌다. 일단 올해 말 아이들에게 선생님 사용 설명서를 잘 받아두어야 내년 첫날 나를 소개할 수 있고 그걸 참고로 학생 사용 설명서를 작성하게 할 수 있구나. 학생 사용 설명서는 학생 상호간, 교사학생간에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상담 때도 활용할 수 있겠구나. 잘 준비해 둬야겠다.놀이연수를 진행하신 놀이 전문가 답게 놀이로 부드럽고 유쾌하게 학급을 이끌어가는 노하우도 담겨있다. 저자의 원격연수를 나도 들었는데 놀이에 의미를 부여하는 멘트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 그런 멘트들이 잘 나와있어 참고할 수 있다.저자는 심리치료를 깊이 공부한 전문가이도 하다. 그래서 제2장 <학생파악하기>와 제4장 <문제해결 프로그램>에는 학생의 감정을 파악하고 다루는 세심한 방법들이 잘 나와있다. 또 진단할 수 있는 도구와 방법들도 다양하게 소개한다. 나로선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했거나 혹은 서툴게 적용하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보게 해주었다.앞으로도 나는 할 수 없겠다 싶은게 있는데 그건 '사진'이다. 저자는 본인의 초등 때 사진이 없는게 아쉽다며 사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수준높은 사진을 찍어 공유하며 인화까지 해서 나눠준다. 그반 학부모님은 얼마나 고마울까 싶으면서 우리반에게 살짝 미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 사진이란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나역시 초등 때 사진이 별로 없지만 있다고 해도 보고싶은 마음이 없다. 우리집 아이들 돌사진도 찍지 않았는데 하나도 아쉽지 않다. (추억이란 마음 속에 있으면 되고 잊혀졌으면 그만이다 라는 생각을 평상시에 갖고 있다) 사진이란 건 교사가 시도할 수 있는 일 중에서는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축에 들지만, 그것도 교사가 의미부여를 못하면 불가능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나는 참 특이한 사람이구나 싶으면서 좀 미안하다 ㅎㅎ)또 한가지는 학부모와의 소통방식이다. 내가 소통하는 방식은 주간학습안내와 특별할 때는 단체문자 정도가 고작인데 저자는 밴드를 권장한다. 내가 저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얼굴을 안보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고 굳이 양방향(때로는 다방향) 소통까지는 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피곤함을 감수하느니 주간학습안내에 최선을 담아 계획을 세우고 상세하게 안내하는 것으로 마음의 짐을 던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고마워하는 학부모님들이 있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도 이런 내용을 보게 되니 마음에 압박이 된다.ㅠ 내년에는 최소한 단체문자라도 좀 더 활용을 해봐야 될까보다. 위의 두가지 나로선 잘 안되는 것, 이것은 사실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나는 이 책의, 또 저자 서준호 선생님의 가장 큰 강점이 '감정'을 다룰 능력이 있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위의 사소한 것들 말고 나의 사실상 큰 약점도 거기에 있다. 나는 감정에 백치는 아니다. 약간은 민감한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려워한다. 아니 피곤해 한다는 표현이 맞을까. 감정에 직면한다는 것, 그것은 나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러다보니 적당히 모른척하고 살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차하는 사이 그것은 학급을 병들일 수도 있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6학년(고학년) 아이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따뜻하게 이끌어주기는 참 어렵다. 교사도 아이들도 상처받지 않는 교실. 이것은 장밋빛 꿈인 것만 같다......그러나 우리의 모델이 될 만한 많은 선생님들은 이 가능성을 먼저 열어가며 앞서 걸어가고 있다. 저자 서준호 선생님은 그 대표주자라 하겠다. 그릇의 크기는 다르겠지만 나도 그 가능성을 따라가보고 싶다. 이 책을 한번 읽었다. 이런 종류의 책을 한번 읽고 바로 적용된 적은 없었다. 두세번 읽고도 수시로 필요한 부분을 다시 찾아보며 적용해야 한다. 6학년(고학년) 학급운영 노하우의 총집합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도서실에도 준비해놓고 신규샘들께 광고 좀 해야겠다. 그러나 그들보다 코가 석자인 건 바로 나라는 사실. 다시 정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