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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못 말리는 하우스메이트- 도시에서 대형견과 산다는 건, 2023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청어람미디어(나무의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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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외부자들- 학교 내부자들은 시작에 불과했다
박순걸 지음 / 교육과실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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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처럼 읽는 법
에린 M. 푸시먼 지음, 김경애 옮김 / 더난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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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클래식 365- 곁에 두고 매일 읽는 그림책 명작들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지음 / 케렌시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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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해 주는 멋진 말 스콜라 창작 그림책 74
수전 베르데 지음, 피터 H. 레이놀즈 그림, 김여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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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가 당연한 진리인 것처럼 휩쓸었던 시기가 있었고, 그에 대한 반론이 고개를 들었던 시기도 있었다. 솔직히 난 전자에 처음부터 동의하지 않았고, 그 반론에 대체로 동의한다. 나는 교사로서 교실에서 칭찬거리를 부지런히 찾는 사람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거 없는 치켜세움은 절대 하지 않는다. 이건 내 성격상 한계이기도 한데, 맘에 없는 소리는 애들일지라도 못하겠고, 때로는 팩폭의 욕구를 참느라 고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맥락없이 이 책을 대충 읽으면 난 할 수 있어!” “난 세상에 하나뿐이야. 기적처럼 빛이 나. 눈부시게 아름다워.” 이런 말들이 부질없이 느껴진다. 할 수 있긴 뭘 할 수 있어? 그렇게 애타게 당부하고 신경을 써줘도 날마다 늦잠 자고 지각하면서 뭘 할 수 있는데?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라고? 안 그런 사람 있니? 너는 우주만큼 소중한 존재인 동시에 바닷가의 모래알 하나 같은 존재야. 너만 소중한 게 아니니까 결국 다 똑같은 거야. 빛이 나고 눈이 부시다고? 어 그래 그럴 수 있는데 단, 그런 모습을 니가 만들어 가야지. 이런 생각이 앞서간다.

 

하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면 뒤따라가는 생각은 좀 다르다. 소위 자뻑에 빠져서 남을 무시하거나 주제파악을 못하고 나대거나 모두 심연을 들여다보면 자존감 부족이라는 문제를 담고 있다. (드물게 자의식 과잉인 경우도 있겠지만 그건 논외로 하고)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아이들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부정적인 말을 던진다.

나는 원래 그래.”

사람들이 날 싫어해.”

나는 못 해.”

거 봐, 안 될 거라고 했잖아.”

해봤자 뭐 해.”

아이들에게 자주 듣게 되는 마음 아픈 말들이다.

 

이 책을 차근히 읽어보니 아이들에게 무턱대고 좋은 말을 해준다기보다 아이들의 마음의 길을 안내해준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힘들거나 슬픈 날, 화가 나고 불안한 날 나에 대해 좋은 생각을 하기는 힘들다. 그럴 때 마음을 가라앉히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해주어서 좋았다. , 남에게 걱정 끼치기 싫어서 끙끙 앓는 아이에게 누구나 걱정거리가 있어. 서로에게 털어놓아도 괜찮아.” 라는 말이 사려깊고 고맙게 느껴졌다. 실수할까 봐 두려워하거나 실패해버린 아이에게 용기를 주는 말도 좋았다.

 

용기를 주고 거기서 끝나지 않은 점이 가장 좋았다. 나를 채웠으면 그걸 흘려보내는 것이 맞다. 도움을 받았으면 돕는 것이 맞다. 그게 모두가 행복하고 나도 행복한 방법이다.

난 친절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아이들의 생각이 여기까지 이른다면 정말 기쁜 일이다.

 

이 책의 마지막도 좋았다. 자신에게 해 줄 말을 스스로 골라보라고 하는 대목이다.

내가 지닌 선한 마음과

내가 해 온 노력을 품은 말을 골라요.”

이런 말들은 아이들이 한 번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함께 시도해보고 싶은 일이다. 이 책을 읽고 활동을 한다면 이 대목에 집중해보고 싶다.

 

여기에 한 가지 나보고 추가하라고 한다면, 해서는 안되는 생각의 방향으로 남 탓을 꼽겠다. 부모 탓, 친구 탓, 교사 탓 등.... 안의 문제를 밖으로 돌려버리는 생각들... 은 자학보다도 더 나쁘다. 구제가 불능하다는 면에서 최악이다. 한 책에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으니 이에 대한 책도 나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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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소년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파리) 14
엘로이 모레노 지음, 성초림 옮김 / 사파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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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인물 구조는 아닌데도 초반에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시점이 혼재되어 있는데다가 인물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고 팔찌를 많이 찬 소녀’ ‘눈썹에 흉터가 있는 소년’ ‘손가락이 아홉 개 반인 소년등의 설명으로 인물들을 칭하기 때문에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누구의 이야기인지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주인공은 1인칭 시점으로 이 책의 화자이지만 다른 챕터에서 3인칭 시점인 그 소년으로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헷갈린다. 짧은 챕터들이 교차되어 나오면서 서로 다른 시점에서 단서들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초반부 읽기는 다소 난이도가 있다. 하지만 초반이 넘어가면서 퍼즐들이 제자리를 잡고부터는 아하, 하고 가닥이 잡히는데 그때부터는 읽기에 엄청 속도가 붙는다.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다.

 

아하라고 표현했지만 즐거운 알아차림은 아니다. 아픔과 충격, 심지어 죄책감을 동반하는 깨달음이다. 둔중하기도 하고 날카롭기도 한 깨달음.

 

소년은 어떤 사고 후 병원에 입원해 있고, 그동안 사느라 바빠 돌아보지 못했던 부모가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소년을 돌보고 있다. 소년은 괴물, 슈퍼파워, 투명인간 등의 표현을 해서 부모 뿐만 아니라 정신과 의사선생님까지 혼란에 빠뜨리는데.... 어떤 시점 이후로 자신이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굳게 믿는다. 여기에서 제목이 나왔겠다. 보이지 않는 소년(invisible)

 

제목만 보아도 이 책이 학교폭력을 다루었구나 하는 짐작을 할 수 있다. ‘투명인간 취급한다는 표현을 우리는 쉽게 쓰고, 그런 형태의 폭력이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내 눈물샘을 자극한 것은 투명인간 취급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에 대한 소년의 확신이었다. 자신의 슈퍼파워로 드디어, 투명인간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믿는 확신 말이다. 투명인간이길 간절히 바랄 만큼 지독하고 집요했던 괴롭힘, 그리고 투명인간이어야만 말이 되는 주변인들의 외면. 이런 것들이 그 소년에게 그런 확신을 갖게 만들었다.

그래, 그거였네!”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이제 모든 게 이해되었다. 사람들이 결코 날 도와주지 않고, 아무도 날 보지 못하고, 날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건.... 바로 내가 투명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침대에 누워 모처럼 행복했다. 너무나 행복했다. (252~253)

 

눈썹에 흉터가 있는 소년은 그 소년과 등교를 같이 하는 절친이다. 하지만 소년이 괴롭힘을 당할 때 항변하거나 막아주거나 어른들에게 알려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하지 못한다. 언제나 머뭇거리기만 한다.

팔찌를 많이 찬 소녀는 소년과 마음속으로 서로 좋아하는 사이다. 위의 눈썹 소년보다는 도우려는 마음이 크긴 하지만 별 도움이 안된다는 면에서는 다를 게 없다. 오히려 무력하고 처참하게 당하는 모습을 좋아하는 여자아이한테까지 보였다는 자괴감만 더 커진다.

이상 두 아이는 방관자이다. 이 외에도 방관자는 많다. 대충 알아챘을 것 같은데도 굳이 알아보려 하지 않는 선생님들, 특히 보고를 받고도 문제 만들기 싫어서 그냥 넘기는 교장선생님, 학급의 모든 아이들, 동네 사람들까지 소년 주변의 대다수가 방관자다.

 

손가락이 아홉 개 반인 소년이 이른바 가해자다. MM이라 불리는 이 소년은 낙제를 해서 학급에서 나이가 두 살이나 많고 덩치나 힘도 강하다. 이 아이의 심리묘사도 매우 잘 되어있다. 그를 공감하고 이해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아 이런 아이는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이해가 가능하다. 타고난 성품일 수도 있지만 이 아이도 상처가 있다. 어릴 적 큰 사고를 당했고(손가락 반 개가 없어질 정도의) 그 원인을 제공한 부모는 소년에게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눈길을 외면한다. 죄책감이 크면 오히려 그런 형태로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소년은 치유되지 않는 아픔을 늘 품고 살았다. 그리고 그 서러움은 약한 대상 앞에서 분노로 표출된다.

 

이러한 구도일 때, 방관자들이 자신의 위치를 방어자로 옮겨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방어자가 많을수록 가해자는 힘을 쓰지 못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방어자는 오직 한 명이었다. 문학선생님. 등에 끔찍한 화상 흉터를 드래곤 문신으로 덮는 장면에서 이분의 과거 상처를 짐작한다. 자신의 상처를 품은 드래곤의 힘은 꽤 강해서, MM을 떨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부족이었다. 방관자들의 철벽은 그렇게도 강하다.

 

이 숨막히는 서사 가운데서 학폭의 성질을 알려주는 문장들이 눈에 띈다.

어떤 특별한 짓을 저질러야만 괴물이 되는 게 아니라, 때로는 아무 일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괴물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101)

상대의 두려움. 그건 MM 같은 아이들에게는 휘발유나 다름없었다. 악한 마음이 더욱 거세게 불타올랐다. (143)

악당들도 때로는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니까. (302)

 

문학선생님은 수업 중 MM과 대다수의 방관자 앞에서 여러 가지 키워드로 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겁쟁이로 가해자의 괴롭힘이 얼마나 찌질한 짓인지 알려주었고 쥐덫으로 나를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그건 내 문제가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방관자들이 가져오는 결과를 심각하게 알려주었다. 이 책은 가해자와 방관자들의 극적인 변화, 즉 회개를 보여주진 않는 작품이다. 그건 독자의 다음 상상에 맡긴다. 다만 피해자가 어떤 막다른 길까지 몰리는지, 그 숨막히는 백척간두의 지점까지 갔다가 가파르게 끝난다. 피해자의 고통과 아픔을 이보다 잘 표현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에게는 천만다행이게도 루나가 있었고, 드래곤이 있었다. 루나는 사랑, 드래곤은 관심과 정의를 대표한다. 하지만 방어자가 한 명이라도 더 있었다면 그렇게 깊은 고통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각성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라고 생각된다.

 

학폭은 요즘 학교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라 이 책의 학교처럼 듣고도 모른 척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관찰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관찰의 지점, 개입의 지점, 도움의 지점을 섬세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보다 더 좋은 것, 가장 좋은 방법은 방어자들이 가득한 교실을 만드는 것이다. 두려움이 곰팡이처럼 자라나지 못하는 곳. 그런 토양을 만드는 데 이 책이 큰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쉬운 책은 아니라서 중학생 쯤에게 알맞다고 생각되지만 초등 고학년에게도 읽히고 싶은 욕심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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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 충전 완료 바람어린이책 26
정연숙 지음, 이수영 그림 / 천개의바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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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독자층이 어떻게 될까? 아이들 읽으라고 사줬다가 엄마가 읽거나, 아님 할머니가 읽으시는 건 아닐까?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엄마와 할머니의 중간쯤 되는 나한테도 아주 재미있었으니까. ‘딱 내 얘기까진 아니어도 공감이 많이 되었다. 내가 곧 그렇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고.

 

오들희 할머니는 미용사다. 65세 젊은 할머니라 노인복지관에서 막내로 통한다. 사실 요즘 65세인 분한테 할머니라 부르기도 주저된다. 나보다 더 젊어보이시는 60대도 많더라 뭐... 하지만 책에 할머니라 나와 있으니 그냥 부르기로. 그럼 이분을 할머니라 부르는 이 책의 화자는 누구일까? 내가 알기로 이런 화자는 처음 등장하는 것 같은데.... 바로 할머니의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이야 요즘 세상에 주인과 찰떡같이 붙어사는 존재이니 주인공을 설명하는 화자로서 그만한 게 없겠다.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도 스마트폰 말고 달리 꼽을 만한 게 없네. 스마트폰에 나의 모든 것이 다 담겨있으니 손에서 떨어지면 바로 두리번거리게 되는 존재. 그럴 일은 없지만 나를 주인공으로 동화를 쓴대도 화자는 스마트폰을 시켜야 되겠다. 인정.ㅎㅎ

 

이 동화는 분량도 짧고 소재도 단순한 편이다. 할머니의 정보화 사회 적응기라고 할 수 있겠다. 정보화 사회에서 노인들이 극복해야 할 것들은 많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도 마찬가지다. 오들희 할머니가 자신을 기계치라고 표현했는데 사실 나도 나를 그렇게 생각한다. 어떤 제품이든 딱 기본사용법만 익히고는 더 이상 깊이 파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용하다 필요한 기능이 더 생기면 옆사람한테 물어봐서 딱 그것만 익히고는 또 끝이다. 이런 내가 온라인 수업을 만들어 올리고, 줌수업을 하면서 각종 온라인 수업도구들을 사용했다니 궁하면 통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기억에서 멀어졌다.

 

숙달된 미용사인 오들희 할머니는 화,목에는 오후 2시면 미용실 문을 닫고 부지런히 어디론가 향한다. 바로 노인복지관이다. ‘폰맹 탈출 수업시간이다. 젊은 강사가 아주 친절하게 노인들의 요구에 맞춰 지도해준다. 수강생들은 기프티콘 보내는 법, 키오스크 사용법 등을 요청하고, 오들희 할머니는 콘서트 예매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누구 콘서트 가고 싶으시냐는 강사의 질문에

당연히 호걸이죠!”

라고 대답하자 순간 강의실에 웃음꽃이 활짝 핀다.

 

호걸이라.... 현생에 대입하자면 임영웅이겠다. 나는 팬까지는 아니고 노래실력은 인정하는 가수. 80대의 우리 엄마가 그의 팬이시지. 들어보니 그는 트로트만 잘하는 것도 아니던데, 유독 할머니 팬들이 많더라구? 하여간에 임영웅을 바로 연상시키는 그 호걸이라는 가수도 열성 할머니 팬들이 많은 가수인가보다. 복지관 할머니들이 다 반색을 하네. 하지만 중요한 현실. 콘서트 예매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강사가 피켓팅이라는 말도 할머니들께 가르쳐준다.^^

 

, 할머니의 피켓팅 도전이라고? 이거 좀 창피해지는데. 나도 성공한 적이 없어서 말이야. 내가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라고 생각하는 (그래봤자 팬클럽에 가입한 적도 없지만) 박효신 님의 뮤지컬에 몇 번 도전해 봤지만 다 실패했다. 딸이랑 같이 도전해도 실패. 대신 팬텀싱어 출신 라포엠이나 미라클라스 공연은 딸이 성공해서 다녀왔다. 한마디로 내가 성공한 적은 없다는 말씀.^^;;;

 

오들희 할머니가 피켓팅에 도전하려는 건 또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휴대폰에 내 사랑으로 저장된 사람. 어머니다. 그래 65세면 어머니가 생존해 계실 만도 하지. 그런데 참 효녀다. ‘내 사랑이라는 이름만 봐도 그렇고, 치매 노인을 모시고 사는 것도 그렇다. 낮에는 주간보호센터에 보내긴 하지만 그 외 시간엔 오들희 할머니가 돌본다. 다른 가족에 대한 얘기는 없다. 오들희 씨가 자녀들을 다 독립시켰을 수도 있고, 미혼일 수도 있겠지. 하여간 이제 도로 아기가 된 엄마한테 극진한 오들희 씨가 나는 존경스럽다. 그 엄마가 고대하는 것도 호걸 콘서트다. 둘이 같이 가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근데 생각해 봐. 할머니가 임영웅 콘서트 성공하는거, 그거 가능? 이제부터 험난한 과정이 펼쳐진다.

그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점

- 피켓팅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거. 확률을 높이려면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해야 돼.ㅎㅎ

- 그리고 충전은 미리미리 해두기. (나는 50% 아래로 내려가는 것도 싫어한다ㅋㅋ)

 

화자인 스마트폰이 100%, 아니 1000% 충전되는 기분이라고 하며 끝을 맺는다고 쓰면 해피엔딩인 줄 누구나 알겠지? 응원복으로 맞춰입은 할머니와 왕할머니가 호걸 사랑해’ ‘나의 비타민 호걸등의 응원도구를 들고 있는 모습이 그리 낮설지 않다. 재밌게 읽었다. 나의 65세도 그렇게 먼 것은 아닌데, 나도 저렇게 귀여운 할머니가 될 수 있을래나. 좋아하는 가수는 꼭 임영웅은 아니어도 되겠지.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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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왈루크 알맹이 그림책 69
아나 미라예스.에밀리오 루이스 지음, 구유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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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그림책들을 여러권 읽어보았는데 이 책은 느낌이 색다르다. 일단 칸 만화로 되어있고, 내용이 지식그림책과는 다르다. '왈루크'라는 어린 북극곰의 성장기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안에 많은 정보들이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다.

북극곰은 환경문제, 특히 기후위기(지구온난화)의 상징적인 동물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기후위기 얘길 꺼내면 바로 "북극곰이 죽어가요." 할 정도다. 이책을 보고 나니 그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인 나도 아이들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았구나 하고 느낀다.

인간은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 더 풍요롭게 살려고 발버둥치다 빙하가 녹는 것도 모르고 있었고(혹은 모른 척했고) 북극곰의 생존 위기를 목도하고서야 그들을 위해 뭐라도 하려고 하지만 인간이 해주는 일은 늘 신통치 않다. 한마디로 '가만히 있는게 도와주는 거'다. 그렇다고 멸종되게 보고만 있을 수도 없으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이 책을 보아도 그 상황을 잘 알 수 있다.

왈루크는 엄마가 떠나고 혼자 남겨졌다. 엄마가 왜 떠났는지는 나오지 않으니 독자의 상상의 몫이다. 혼자 남겨진 후 왈루크에게 가장 먼저 강하게 다가온 감각은 배고픔이었다. 하지만 왈루크는 그걸 해결할 방법이 없다. 아직 바다표범을 사냥할 만큼 자라지도 못했고, 이제 그곳은 먹이 자체가 절대부족한 곳이 되었다. 바닷새의 알로 배를 채우다가 그 지역을 장악한 큰 곰의 분노에 튕겨나 버린다.

이때 중요한 만남이 일어난다. 늙은곰 '에스키모'가 지나가다 왈루크를 핥아주고, 깨어난 왈루크는 늙은 곰과 동행하며 이런저런 것을 배운다. 에스키모의 경험과 지혜, 왈루크의 생생한 감각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덕분에 그들은 겨우 생존해간다. 여기서 이 책의 장점을 하나 더 말한다면 그림이다. 그림체가 실제적이면서도 귀엽고, 동물인데도 표정이 생생히 살아있다. 큰 위기를 경고하는 책이긴 하지만 디테일에는 유머도 들어있어 어떤 장면에선 웃게 되기도 한다.

그들의 동행길에서 독자들은 관광열차를 넘어뜨리고 약탈(?)하는 곰들의 모습도, 탑 위에서 인간이 던져주는 정어리를 받아먹기 위해 모여드는 곰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먹을 것을 찾고 찾다 인간 가까이로 오게되어 처음으로 아스팔트를 밟아보는 왈루크의 모습도 볼 수 있고,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뒤져 먹다 곰덫에 걸린 에스키모의 모습도 보게 된다. 사실 그 덫은 자꾸 내려오는 곰들을 최대한 멀리 데려가 떨궈주려고 설치한 거긴 한데.... 그런다고 효과가 있나? 더구나 에스키모를 진단한 이들은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엔 늙었다고 판단하고 안락사 결정을 내린다....ㅠ

인간들의 쓰레기가 눈과 뒤섞여 뒹구는 아스팔트 위에 왈루크가 서서 정면을 응시한다. 이 책의 표지로 사용된 장면이다. 잠시 후 그는 뒤돌아서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밤하늘에서 예전 에스키모 아저씨가 해주었던 전설의 북극곰 '나누크'를 본다. 이제 왈루크의 길은 정해졌다. 그는 어떻게 에스키모를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 장면은 통쾌하긴 하지만, 마지막 장면은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는 위기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처럼 이 환경그림책은 만화라는 장르를 사용하여 많은 것을 구석구석 담았다. 북극곰 하면 작은 얼음위에 위태롭게 올라앉은 상징적인 그림도 좋긴 하지만, 북극곰의 생태를 알 수 있는 이런 만화 그림책도 좋을 것 같다. 보면 볼수록, 인간은 그냥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어야 맞다. 멀리서 지켜봐야 할 존재들과 너무 가까워진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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