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해 주는 멋진 말 스콜라 창작 그림책 74
수전 베르데 지음, 피터 H. 레이놀즈 그림, 김여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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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가 당연한 진리인 것처럼 휩쓸었던 시기가 있었고, 그에 대한 반론이 고개를 들었던 시기도 있었다. 솔직히 난 전자에 처음부터 동의하지 않았고, 그 반론에 대체로 동의한다. 나는 교사로서 교실에서 칭찬거리를 부지런히 찾는 사람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거 없는 치켜세움은 절대 하지 않는다. 이건 내 성격상 한계이기도 한데, 맘에 없는 소리는 애들일지라도 못하겠고, 때로는 팩폭의 욕구를 참느라 고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맥락없이 이 책을 대충 읽으면 난 할 수 있어!” “난 세상에 하나뿐이야. 기적처럼 빛이 나. 눈부시게 아름다워.” 이런 말들이 부질없이 느껴진다. 할 수 있긴 뭘 할 수 있어? 그렇게 애타게 당부하고 신경을 써줘도 날마다 늦잠 자고 지각하면서 뭘 할 수 있는데?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라고? 안 그런 사람 있니? 너는 우주만큼 소중한 존재인 동시에 바닷가의 모래알 하나 같은 존재야. 너만 소중한 게 아니니까 결국 다 똑같은 거야. 빛이 나고 눈이 부시다고? 어 그래 그럴 수 있는데 단, 그런 모습을 니가 만들어 가야지. 이런 생각이 앞서간다.

 

하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면 뒤따라가는 생각은 좀 다르다. 소위 자뻑에 빠져서 남을 무시하거나 주제파악을 못하고 나대거나 모두 심연을 들여다보면 자존감 부족이라는 문제를 담고 있다. (드물게 자의식 과잉인 경우도 있겠지만 그건 논외로 하고)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아이들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부정적인 말을 던진다.

나는 원래 그래.”

사람들이 날 싫어해.”

나는 못 해.”

거 봐, 안 될 거라고 했잖아.”

해봤자 뭐 해.”

아이들에게 자주 듣게 되는 마음 아픈 말들이다.

 

이 책을 차근히 읽어보니 아이들에게 무턱대고 좋은 말을 해준다기보다 아이들의 마음의 길을 안내해준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힘들거나 슬픈 날, 화가 나고 불안한 날 나에 대해 좋은 생각을 하기는 힘들다. 그럴 때 마음을 가라앉히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해주어서 좋았다. , 남에게 걱정 끼치기 싫어서 끙끙 앓는 아이에게 누구나 걱정거리가 있어. 서로에게 털어놓아도 괜찮아.” 라는 말이 사려깊고 고맙게 느껴졌다. 실수할까 봐 두려워하거나 실패해버린 아이에게 용기를 주는 말도 좋았다.

 

용기를 주고 거기서 끝나지 않은 점이 가장 좋았다. 나를 채웠으면 그걸 흘려보내는 것이 맞다. 도움을 받았으면 돕는 것이 맞다. 그게 모두가 행복하고 나도 행복한 방법이다.

난 친절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아이들의 생각이 여기까지 이른다면 정말 기쁜 일이다.

 

이 책의 마지막도 좋았다. 자신에게 해 줄 말을 스스로 골라보라고 하는 대목이다.

내가 지닌 선한 마음과

내가 해 온 노력을 품은 말을 골라요.”

이런 말들은 아이들이 한 번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함께 시도해보고 싶은 일이다. 이 책을 읽고 활동을 한다면 이 대목에 집중해보고 싶다.

 

여기에 한 가지 나보고 추가하라고 한다면, 해서는 안되는 생각의 방향으로 남 탓을 꼽겠다. 부모 탓, 친구 탓, 교사 탓 등.... 안의 문제를 밖으로 돌려버리는 생각들... 은 자학보다도 더 나쁘다. 구제가 불능하다는 면에서 최악이다. 한 책에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으니 이에 대한 책도 나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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