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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 괴물 몽테크리스토 - 제8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ㅣ 작은 책마을 43
허가람 지음, 조승연 그림 / 웅진주니어 / 2015년 6월
평점 :
이 작가는 얼마전 우리반 아이들에게 재미나게 읽어주었던 <늑대들이 사는 집>의 작가다. 둘 다 2015년에 나온 작품인데 하나는 웅진주니어문학상, 하나는 비룡소문학상을 받았다. 등단과 함께 기염을 토한 셈인데, 충분히 그럴만하게 좋은 책들이다. 후속작이 왜 아직 없는지 좀 궁금하기도 하다. 조만간 나오겠지?
<늑대들이 사는 집>을 읽어줄 때, 아이들은 들썩들썩 가만있지를 못했다. 보다 못한 내가 지원자를 앞에 세우고 “선생님이 읽는 동안 너는 몸으로 표현을 해라”고 주문했다. 아이는 늑대의 표정과 동작을 연기했고 보는 아이들은 깔깔깔 넘어갔다. 그렇게 재미나게 책 한 권을 읽었는데....
같은 해에 나온 이 <땅속 괴물 몽테크리스토>도 못지않게 재미나고 말투와 동작 등이 눈에 선하며 연기하고 싶은 욕구가 넘쳐흐른다. 그만큼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가 생동감 넘친다고 하겠다.
어느날 도시에 괴물체가 출현했다. 거대한 지렁이같이 생긴 이것들은 도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장군은 미사일을 쏘겠다고 하고, 박사는 해부를 하겠다고 하는데 시장은 어린이기자 잔디의 말을 존중해 일단 대화를 하기로 한다. 놀랍게도 괴물은 말을 할 수가 있었다. 대화 결과 그들은 오움이라는 땅속생물이며, 땅속에 참을 수 없는 악취와 독을 내뿜는 괴물이 출현해 도저히 견디지 못해 뛰쳐나왔다는 것이다. 괴물을 퇴치해 주면 다시 땅 속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시장, 장군과 부관, 박사, 광부, 그리고 잔디로 이루어진 조사단은 땅굴차를 타고 괴물의 정체를 파악하러 땅속으로 들어간다. 드디어 발견한 괴물은 시커먼 덩어리였다. 삽화로 표현된 그 괴물은 센과 치히로에서 나오는 괴물을 연상시켰다. “당신은 누구십니까?”라는 물음에 “난 쓰레기다.”라고 대답하는 괴물. 이어지는 괴물의 말들은 섬뜩하다.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더럽고 냄새난다고 혐오했지! 어이없게도 자기들이 만들어놓고 말이야! 그러다 내 악취가 너무 지독해지니까, 어느날 큰 구덩이를 파고 날 땅속에 파묻어버리더군! 나는 엄청난 흙더미에 눌려졌어! 눌려질수록 내 악취는 더 지독해지고, 내 독은 더 끔찍해졌지! 정말 최악이었어!”
“너희는 내가 땅속에 묻혀서 보이지 않으니까 사라진 줄 알았지? 절대 아냐! 난 백만 년이고 천만 년이고 사라지지 않고 너희를 저주할 거야!”
그렇다. 오움들을 지상으로 탈출하게 만든 그 괴물은 바로 인간에게서 나온 쓰레기였던 것이다. 조사단은 장군이 가져온 핵폭탄도, 박사가 가져온 기구들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곧 알게 된다. 이때도 해결책은 잔디에게서 나온다. 괴물의 억울한 이야기를 인터뷰하기로 한 것이다. 억울한 이야기를 실컷 하고 한결 부드러워진 괴물은 오움들의 문제를 듣고는 자신이 도시로 올라가겠다고 한다. 오움 때문에 한시가 급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괴물을 도시로 데려간다. 이때 괴물의 요구사항. 매일 산책을 시켜줄 것. 그리고 갖고 싶은 이름을 수줍게 말하는데 그게 바로 책의 제목인 ‘몽테크리스토’였다.
몽테크리스토를 데리고 지상으로 올라온 시장은 괴롭지만 우리의 책임인 것을 시민들에게 설득시키고 순번을 정해 매일 시민 한 명씩 몽테크리스토와 산책을 하게 한다. 이제 이 책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시민들과 산책을 거듭할수록 몽테크리스토는 작아져서 이제는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가 되었고 악취도 거의 사라졌다. 시장님은 이 일을 잊지 않기 위해 몽테크리스토의 첫 모습을 동상으로 만들어 광장에 세웠다.
환경도서들은 다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고 그중에 재미있는 환경동화도 많다. 이 책을 그 목록에 넣을 수 있게 되어 아주 반가운 마음이다. 어찌보면 주제가 노골적인데도 전혀 거부감이 없는 것은 넉살있고 재미있는 스토리가 가진 힘 때문이다. 저학년 동화지만 고학년에게 읽어주기에도 좋겠다. 너무 긴 책은 읽어주고 후속활동으로 이어지기가 부담스러운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적당하다. 시민들이 분담한 산책, 그리고 소멸되진 않았지만 공존하기에 편해진 몽테크리스토는 대단히 많은 시사점을 아이들에게 준다.
세상에 그 수많은 책과 그 수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더 나올 것이 또 있을랑가? 싶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는 또 나오고 또 나온다. 창조주가 인간에게 주신 창조의 샘은 정말 그 깊이를 알수가 없구나..... 덕분에 오늘도 감사히 재미있는 이야기 한 편을 안주머니에 쓰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