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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공은 어디에 쓰는 거예요? ㅣ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39
필리포스 만딜라라스 지음, 엘레니 트삼브라 그림 / 책속물고기 / 2015년 3월
평점 :
<통통공은 어디에 쓰는 거예요? / 필리포스 만딜라라스 / 책속물고기>
놀이를 빼앗긴 아이들의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건가? 몇년 전 프랑스 작가가 쓴 <놀기 과외>라는 책을 읽고 같은 생각에 깜짝 놀랐었는데, 이번 책은 그리스 사람이 쓴 책인데 역시 문제의식이 똑같다. 경쟁을 배제할 수 없는 세상이라면 그 어디서건 이런 문제는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어떤 도시가 있었는데 이곳의 아이들은 '논다' '장난감' '신나는' 이런 말을 몰랐다고 한다. 어른들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하루종일 일을 하고, 그동안 아이들은 하루종일 공부를 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주입된 대로 '쓸모있는' 일만을 해야된다고 알고 있었으며 그들에게 주어진 쓸모있는 일은 두 가지, '공부' 와 '토론' 이었다.(작가는 왜 토론을 넣었을까? 그 배경이 궁금ㅎ)
사건은 '성적 올리는 방법에 대해서 토론'하고 있던 아이들에게 하늘에서 공 한 개가 떨어지며 시작된다. 공은 구르다 튀다 하고 아이들은 그것을 쫓아 뛰어다닌다. 드디어 이런 질문이 나온다.
"그런데 이 공은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계속해서 제2의공, 제3의공이 나타나고, 쓸모 여부에 대한 아이들의 의문도 깊어지는데,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며 한마디로 일축한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덮어버릴 수 없는 즐거움의 기억. 아이들은 찻집의 할아버지에게 그동안 알아서도 써서도 안되었던 '놀이'라는 말뜻을 한순간에 깨닫게 되었다.
이를 막고자 하는 어른들과의 실랑이가 한참 이어진 뒤.... 아이들은 결국 놀이를 되찾았고, 어른들도 따라서 행복해졌다는, 뭐 그런 이야기.^^
아이들은 놀아야 하고, 그런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것은 이제 문제제기의 단계를 넘어서 '상식'이 된 것 같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모를 거라고? 천만에, 얘기해보면 다 알고 있다. 자신들도 알지만 잘 되지 않아 속상하다는 것이다. 대세를 거스르기 불안하다는 뜻이 대부분이고, 놀리고 싶지만 이미 옛날처럼 놀 수가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다는 뜻도 있다. 옛날 우리들처럼 책가방 놓자마자 뛰어나가봤자 놀이터엔 놀 아이들이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일부 뜻있는 부모들은 뜻을 모아 놀이공동체 같은 것을 만들기도 한다. 부모의 노력과 투자가 그만큼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요즘 아이들에게 놀이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주는 방증이라 하겠다.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놀이를 연구한다. 현장교사들이 쓴 놀이에 대한 책, 원격연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런 책 한권쯤 안갖고 있는 교사들이 없을 정도다. 나도 그중의 하나다. 그러나 내가 아직 부족해서인지 이것으로 다 채울 수는 없다고 느껴진다. 텅 빈 도화지 같은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학교와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도 부딪치는 현실이다.
결국 사회적 병증이 되어버린 강박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다. 이 책에서 "무슨 쓸모가 있나?"라는 질문으로 표현된 강박. 쓸데없는 일에 쏟을 시간이 없다는 강박. 내 아이가 한 발, 적어도 반 발이라도 앞서 있어야 안심을 할 수 있는 강박. 이것은 전체의 속도를 계속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나는 그저께도 놀이수업에 대한 책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아마 오늘 도착할 것이다. 이게 조금의 숨통이라도 터주겠다는 노력이라면, 사회의 가속도는 모르겠다. 생각한지는 오래됐는데 생각할수록 교사 개인으로는 무기력해지는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