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대교에 버려진 검둥개 럭키 내친구 작은거인 47
박현숙.황동열 글, 신민재 그림 / 국민서관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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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작가님의 첫 책 <크게 외쳐!>는 6년 전 5학년 우리반 아이들과 다함께 읽었던 책이다. 아주 드물게도 한센병 환자와 그 가족을 다룬 책이었다. 이후 나온 역사동화 <아미동 아이들>도 아주 인상적으로 읽었다. 그 이후로는 작가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다작을 하시다니? 싶을만큼. 그 시기의 작품들은 별로 읽어보지 못했다. 그러다 오늘 도서관에서 검둥개 럭키 이야기가 눈에 띄어 들고 왔다. 2년 전 쯤 나온 책이구나. 갑자기 개 이야기를 집어든 것은 현재의 내 상황과 무관치 않다. 몇달전부터 졸지에 개엄마가 된.

뭐든 겪어보기 전엔 말을 말라고, 개엄마 되기 전 이 책을 읽었다면 그냥저냥 그런가보다 읽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이 애들책을 읽으며 몇번이나 코가 찡했다.
4개월 전 딸래미가 예고도 없이 데려온 주먹만한 털뭉치 누리. 집안을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온 식구들을 핥아대고, 휴지고 종이고 비닐이고 가리지 않고 입에 넣고 씹어대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귀찮아서 방에 못들어오게 하면 문밖에서 낑낑대며 울고, 대소변은 가리는 듯 했다가 아니다가를 반복하고, 식탐이 대단해서 뿌시럭 소리만 나도 달려와 입가를 핥으며 말똥말똥 쳐다보는 애물단지같은 녀석. 내 한몸도 귀찮은 내가 겨우 딸 아들 키워놨더니 늦둥이 이놈의 엄마가 될줄 누가 알았으리오. 게다가 남의집 강아지들은 작고 귀엽더구만 이놈은 대체 무슨 종자인지 하루가 다르게 커져서 이젠 시골집 누렁이 꼴이 난다. 왜 그런 날이 있잖나. 너무 피곤해서 집에 들어가자마자 푹 엎어지고 싶은 날. 이젠 그럴 수가 없다. 반갑다고 날뛰는 이놈을 외면하고 엎어지기란 불가능한 일. 엄마젖찾던 아기처럼 낑낑대며 핥아대는 녀석에게 손과 턱을 맡기고 한참을 있어야 겨우 진정을 한다. 누렁이만큼 큰 녀석이 자기가 애긴 줄 안다. 가끔 집에 들어가자마자 쉬고 싶은데 산책을 나가야 하거나, 너무 커버린 덩치가 부담스러울 때, 살짝 딸을 원망한다. "어쩌자고 저걸 데려와서!"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인생 뭐 있니. 내가 너한테 시간을 안쓴다고 그시간에 뭐 세상을 구하겠니. 건강하게 같이 살자.

이 책에 나오는 럭키에 비하면 우리 누리 팔자는 그야말로 상팔자고 럭키의 아빠가 된 뚱아저씨의 수고에 비하면 나의 수고는 새발의 피도 안된다. 럭키 이야기는 거의 실화라고 하는데, 럭키는 동작대교 아래에 상자에 담겨 버려진 뒤, 3년을 거기서 주인을 기다리며 들개처럼 살았다고 한다. 자기를 버린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며 그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럭키. 미련하고 바보같은 개들의 이런 성정에 울컥한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사나워진 럭키와 집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우주가 천천히 마음을 열어 친구가 되는 이야기가 1권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바보같이 눈물이 날 뻔했다.

- 나는 럭키 입에 가만히 손을 대 보았다. 그러자 럭키가 혀로 내 손등을 핥았다. 럭키가 물었던 바로 그 자리였다. 따뜻한 온기가 손등에 전해졌다.
"나는 괜찮아. 그리고 네가 실수로 그랬다는 거 알아. 미안해하지 마."
럭키는 천천히 내 손등을 핥고, 또 핥았다. -


럭키는 3년만에 사람을 핥은 거다. 개가 사람을 핥는 것. 그것도 천천히 오래오래 핥는 것의 의미와 느낌을 나는 알겠다. 개가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2권에서는 어렵게 럭키를 집으로 데려간 뚱아저씨와, 이미 있던 3마리 개 흰돌, 흰순, 순심이와 럭키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끈끈한 한 가족이 되는 과정이 펼쳐진다. 때로는 동물들이 사람보다 큰 감동을 준다. 동물은 계산을 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거기에 홍여사님이나 뚱아저씨 같은 사람의 베풂이 큰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 장면, 네 마리 개와 네명의 사람이 모두 활짝 웃는 사진. 세상이 이만큼 행복하고 평화롭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

아이들과 이 책을 읽어도 참 괜찮겠다. 아이들은 모두 동물을 좋아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아이들은 특히나 공감을 할 테니까.
그나저나 어둡기 전에 빨리 집에 들어가 눌눌이와 공원을 거닐어야겠다. 갔다오면 또 씻겨야 하지. 에궁 내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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