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딱 걸렸어! 단비어린이 문학
이상권 지음, 박영미 그림 / 단비어린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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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딱 걸렸어! / 이상권 / 단비어린이>

이틀 연속 이상권 선생님의 책을 읽었다. 어제 읽은 <왕방귀 아저씨네 동물들>에서도 아이들의 관계문제에 심각한 문제의식틀 던졌는데 이 책도 그렇다.
이 책에서 두 아이의 관계는 좀 특별하다고 볼 수 있겠다. 한 아이는 교통사고로 신체장애를 갖게 된 아이(효진). 한 아이는 그 아이의 학교생활 도우미를 하게 된 아이(다솔).

보통 자기 자식이 장애학생 도우미를 하는 것을 못마땅해 해서 담임선생님의 처신이 힘든 경우도 있는데, 다솔이의 엄마는 좀 달랐다. 다솔이와 효진이의 엄마는 같은 교회 교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솔엄마는 딸을 엄청 격려하고 부추겨 이 마땅한(!) 봉사를 하게 했다. 이 부분 나랑 비슷하다. 나도 아마 딸 아들한테 그러라고 하고 잘하면 엄청 흐뭇해 했을 것이다. 근데 그것이 다솔이를 격려하기보다는 더 힘들게 했다.

사람의 심리란 참 다층적이고 미묘한 것이며 관계 안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장애인도 당연히 예외는 아니고, 장애인-비장애인 관계에서도 그럴 것이다. 어떤 관계든 당위로만 덮어버릴 수 없는 감정의 문제들이 있다. 작가는 이것을 잘 포착해냈다. 또, 장애인을 돕는다는 것, 그들의 친구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오래된 질문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작가의 입장은 명확해 보인다. "어른들은 장애아들이 불쌍하니까 무조건 잘해 주라고만 하지만, 아이들은 달랐어...(중략) 그걸 어른들이 막아서면서 "그러면 안 돼. 걔는 몸이 불편하니까 네가 이해해 줘야 해" 그런 식으로 말한다는 것도 알았지. 나는 그런 어른들의 생각이 때에 따라서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고, 장애아라고 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기들이랑 똑같이 대하려고 하는 아이들이 오히려 현명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어"(작가의 말 중) 그러나 작가는 독자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고 한다. "이 글은 바로 그런 이야기야. 자, 이제 너희들 생각을 들어보고 싶구나."

효진이의 도우미를 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럴때 마음이 아프다. 장애아동 당사자, 그의 부모, 담임선생님, 특수학급 선생님 모두 마음이 힘든 일이다. 결국 마음의 압박에 시달리던 다솔이가 자원을 했고 모두들 홀가분하게 다솔이를 향해 박수를 치며 마음의 짐을 벗어버렸다.

다솔이는 그냥 평범한 아이다. 이왕 하는 것 잘해주려고 했을 것이다. 시간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은 조금 감수해가면서. 근데 정작 힘든 것은 '뭐야.... 이건 좀 아니잖아...?' 라는 황당함과 이해할수없음에서 오는 갈등이었다. 다솔이는 이 관계 안에서 괴로워하는데 일반 친구들과는 달리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아 더욱 복잡하고 괴롭다. 결국 병이 날 정도로 맘고생을 하는데..... 그게 너무나 이해가 되었다.....ㅠㅠ

결국 아픈만큼 성숙해진(?) 다솔이는 효진이에게 폭탄발언을 하고 말았다. 말해놓고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는 다솔이에게 문자가 왔다. 효진이의 문자였다. 그 문자는 이 책의 제목으로 시작된다.
"양다솔, 넌 나한테 딱 걸렸어.
...... 4교시 끝나기 전에는 갈 테니깐 그때까지 기다려!"
효진이는 혼자 힘으로 걸어오고 있다.

나는 작가의 입장에 동의한다.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는 것은 당연하고 같은 공동체에 속한 이들의 의무이다" 라는 생각을 평소에 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의무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지혜롭게 접근해야 하고 누구도 죄인으로 만들어선 안된다.

근데 나는 막상 우리반에 장애학생이 있을 때 이 책을 읽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건 어떤 두려움 때문일까. 믿음이 부족해서이다. 다솔이가 효진이한테 가졌던 홀로서기의 믿음. 다솔이가 끝까지 지킨 선의에 대한 믿음. 현실의 아이들이 어떤지 자신이 없다. 나는 참 비겁하구나.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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