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투표와 수상한 후보들 - 선거와 민주주의 통신문 시리즈 2
서해경 지음, 이경석 그림 / 키큰도토리(어진교육)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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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니 7년전 6학년 사회전담을 하던 때가 생각난다. 2학기가 되자마자 정치 단원이었다. 개학하기 전 어린이용 정치 책들을 몇 권 읽었다. 그때도 좋은 책들이 많았다. 어린이책에도 교사가 참고할만한 내용이 꽤 많다. 특히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설명할 예시와 자료들을 제공해주는 장점이 있다. 이 책도 그때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근데 이책은 단순 수업자료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기를 권하고픈 책이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제목에서 보듯이 내용줄기는 '선거'고 그 안에 민주정치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종류를 따지자면 학습동화라 하겠는데,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아주 재미있게 잡아서 공부냄새나는 책을 멀리하는 아이들도 웬만큼은 끌어당길 것 같다. 주요인물들은 '통'신문사의 기자들이고 이들의 공통점은 통통함을 넘어서 거의 100kg가 넘는 거구이자 대식가들이라는 것이다. 뭐 내가 살찌는 건 아니니 먹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좋다.ㅎ 아참, 어린이도 한명 나오는데 취재부장 황소의 딸 황송하지로, 나름 열심히 취재에 따라다니며 공부한다.

배경은 오성시. 이곳은 전임 시장의 비리가 밝혀져(통신문의 활약이었음) 주민소환제에 의해 물러났고, 그 공석을 채우는 보궐선거 과정이 주된 이야기다. 세 명의 입후보자가 나왔다. 만복건설의 사장 무소속 최만복, 아나운서 출신 미끈하게 생긴 보호당 김수현, 전설의 민주화운동 투사 전대협 회장 출신 주민당 최민중이 그들이다. 선거운동과정, 그리고 통신문 기자들의 취재과정에서 후보들의 면면이 하나씩 드러나는데.... "여러분이 오성시민이라면 누구를 찍을 건가요? 또 그 이유는?" 이라는 토론주제도 참 좋을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절대 찍지 말아야 할 후보가 너무 드러나게 보이는 점이 좀 아쉽다. 세 후보의 장단점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면 딱 좋은데.... 그러면 이야기의 재미는 좀 덜했으려나?

그런 줄거리 사이사이에 이 책의 유일한 어린이 주인공 황송하지의 취재수첩이 들어가 있으니 요게 또 알토란이다. 정치의 의미와 필요성, 민주국가에서 언론의 중요성, 국민의 권리와 의무, 민주주의의 의미와 목적, 선거의 4대원칙, 국민의 정치참여 방법 등의 내용이 꼭꼭 담겨 있다. 중간중간 두 쪽씩 들어가 있는 만화는 독서끈기가 부족한 친구들을 어느정도 달래줄 것으로 기대된다.^^

4학년 정도부터는 혼자도 읽을 수 있겠는데, 이왕이면 사회수업과 병행해서 꼼꼼히 함께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책이었다. 내용욕심을 좀 더 내자면 그럴 수도 있으나 여러 수준의 아이들을 아우르기에는 이정도가 좋다.

같이 읽고 싶은 책을 일년에 몇 권은 사줄 수 있는 학급운영비가 책정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민주시민인데 이런 의견을 어디에 내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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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회화의 달인 마음 잇는 아이 2
문부일 지음, 영민 그림 / 마음이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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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와 소설을 같이 쓰시는 작가여서 그런가,(주로 청소년소설을 많이 쓰신듯) 스토리가 아주 재밌는 동화 한편을 만났다.

사투리를 소재로 한 작품이 종종 있는데, 이 작품은 제주도 사투리를 다뤘다. 난 외가 친가가 모두 전라도여서 전라도 사투리는 아주 친숙하고 경상도 충청도 사투리도 웬만한 건 다 알아듣는데, 제주도 사투리만은 낯설다. 역시나 여기 나온 사투리들도 대부분 모르는 말들이었다. 그걸 알아가며 스토리도 함께 즐기는 맛이 아주 찰지게 좋은 책이었다.

6학년을 앞둔 기준이(나랑 이름이 비슷...)는 혼자서 제주도의 새할머니 집에 머물러 간다. 새할머니란 재혼한 새아빠의 어머니인데, 엄마와 새아빠가 같이 출장을 가시게 됐기 때문이다. 새할머니의 캐릭터는 개성이 넘친다. 무뚝뚝하고, 목소리 크고, 성격 급하고, 부지런하고.... 기준이 눈에 가장 낯선 것은 역시나 사투리다. 차라리 영어가 낫겠다 여길 지경이다. 못알아들어서 여러번 실수도 하게 된다.
"창고에는 농약이영 하는 거 이시난 댕기지 말라!"
보통 이정도인데 나라도 못알아듣겠다.ㅎㅎ

살뜰한 정은 없어보이는 새할머니, 아빠 없는 아이 소리 안들으려는 엄격한 엄마표 교육으로 자라온 기준이, 새로 생긴 사촌 기준이와 비교당해 열받는 아라, 폐쇄적인 시골 성향을 갖고 있는 동네 어른들... 이 틈에서 좋은 일은 생길게 없을 거 같지만 그래도 이야기는 훈훈한 해결을 향해 나아간다. 주변 할머니들에게 '노망난 할아방'으로 통하는 앞집 할아버지가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하며 기준이의 숨통을 틔워준다.

스토리는 적당히 복선을 깔아놓고 그걸 밝혀나가는 식으로 전개되어 흥미를 유지할 수 있다. 특히 가족들에게 밝히지 않은 할머니의 비밀을 기준이가 알게 되는 과정, 그리고 이후의 결말이 흥미롭다. 심지어 기준이가 제주도에 오게 된 것도 다 짜여진 각본이었다니, 퍼즐이 너무 잘 짜인거 아니야?^^

초등 고학년 정도에 추천하고 싶다. 그냥 재미로 읽어도 충분하지만 뭔가 좀 생각하면서 읽고 싶다면 이 책에는 재혼가정의 문제, 성적지상주의 교육에 대한 문제, 황혼연애와 결혼에 대한 문제, 남아선호사상과 양성평등에 대한 문제 등 이야깃거리가 풍성히 들어있다고 말하고 싶다. 쉽지는 않지만 외지인들에게 잠식당하는 제주도의 토지에 대한 문제도 나온다. 앗,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가장 재미있게 다룰 수 있는 주제는 사투리지! 주인공 기준이는 사투리사전까지 보며 공부를 했으니까.(오죽하면 책의 제목이 사투리 회화^^) 아참, 그러고보니 사투리를 통해 다양성과 그에 대한 존중의 필요성까지 얘기할 수 있겠다. 뭐냐. 200쪽도 안되는 책에 뭐 이리 많은 얘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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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가르다 - 제6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51
김혜온 지음, 신슬기 그림 / 샘터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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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사이신 김혜온 선생님과 나는 지난 학교에서 3년간 같이 근무했다. 특수학급을 신설하던 해에 오신 선생님은 교실을 만드는 것 등 모든 초기작업부터 업무를 시작해 고생을 많이 하셨다. 처음에는 몇 명 안되던 아이들도 해가 갈수록 늘어났고 일반학교 안의 특수교사라는 한 명 밖에 없는 자리는 정말 그 책임이 막중하면서도 외로워 보였다.

그 힘들었던 첫해 겨울로 기억한다. 선생님이 신춘문예에 당선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화를 쓰신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기에 깜짝 놀랐다. 놀랍고도 부러웠다. 한 가지도 똑똑히 하고 살기 힘든 세상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언제 동화를 쓰셨담? 언젠가 책이 나오면 도서실에도 사놓고 아이들에게도 권해주리라 다짐했었다.^^

생각보다는 오래 기다려 드디어 책이 나왔다. 그사이 정채봉문학상까지 수상하셔서 작품이 같이 묶여 나왔다. 가까운 지인 중에 저자들이 종종 있지만 동화작가는 처음이라 신기하다. 책 안에는 처음에 봤던 신춘문예작품, 문학상수상작품, 그리고 또 한 작품, 이렇게 세 작품이 들어있었다.

주인공이 모두 다른 시각이다. 장애아동 본인, 그 형제, 그리고 담임선생님. 세 작품 모두 선생님의 곧고 온순하고 섬세한 성품을 보여주고 있지만 조금씩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신춘문예작 <천둥번개는 그쳐요?>에서 장애 오빠를 둔 여동생의 마음결을 어루만지는 선생님의 작고 섬세한 손길을 느꼈다면 표제작 <바람을 가르다>에서는 웬만한 건 휙휙 넘길 것 같은 유쾌하고 대범한 손길이 느껴졌다. <해가 서쪽에서 뜬 날>에서는 커다랗고 호탕한 웃음이 느껴졌다. 평소 선생님이 그렇게 웃으시는 걸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내 기억 속의 선생님은 첫 작품의 여동생을 품으신 그 모습이 가장 어울린다. 하지만 내가 본 모습은 선생님의 극히 일부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책을 읽으면서 했다.

일반교사도 그렇지만 특수교사는 다양한 인간관계와 마주해야 한다. 장애학생, 그를 둘러싼 일반학생, 장애학부모, 이들을 보는 일반학부모, 그리고 학급담임교사 등등.... <바람을 가르다>에서는 이 모든 관계를 거의 다 다루었다. 이 작품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사람은 장애학부모, 찬우의 엄마다. 온몸으로 찬우를 덮어주는 이불이 되겠다는 테세로 살아가고 있지만, 다 보인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이. 그럴 때 대책없는 종류의 인간 용재를 만난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그러고 보면 이 작품에는 다행이 정말 많다. 찬우를 태운 용재의 자전거가 사고가 났을 때, 용재보다 찬우가 덜 다친 것도 다행이고(용재야 미안) 그바람에 찬우엄마가 큰소리 못내고 찬우의 설득에 넘어간 것도 다행이고, 용재엄마가 몰상식한 사람이 아니어서 "저런 애 때문에 우리 아들이 부상을!" 하면서 길길이 날뛰지 않은 것도 다행이다. 그래서 바람을 가르는 시원함을 독자에게도 선사해 주었다. 많이 보고 싶은 장면들이다. 단, 현실에선 다치는 것은 빼고.^^

마지막 작품 <해가 서쪽에서 뜬 날>의 마선생님은 카리스마 빼면 시체인 산적 캐릭터의 남자선생님이다. 나랑 딱 정반대라 하겠다. 하지만 비슷한 점이 하나 있으니, 성격이 급하고, 그리고 참지 못해 소리를 지른다는 것이다. 그건 자폐아동인 유빈이에게 참을 수 없는 자극이어서, 마선생님은 어쩔 수 없이 7년간 고수해오던 캐릭터를 타의에 의해 수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건 마선생님에게도 행복이었다. 그래, 이렇게 장애학생의 존재는 교실의 복덩이이기도 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반에도 올해 이런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수시로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 근데 내가 열받은 걸 참지 못해 소리를 지르면 내 턱 밑으로 들어와 나를 제지한다. "안돼~ 그러지마! 화 안낼거지? 힝힝"
나야 물론 머쓱하지만 일은 없던 걸로 된다.ㅎㅎ

장애는 꼭 치료나 극복의 대상인 것은 아니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그냥 그대로를 존중하며 서로에게 스미어 사는 것이라고. 올해 한 녀석이 나에게 다가와 "♡♡이(위에서 말한 아이)는 행복할까요?" 라고 근심어린 낯빛으로 물은 적이 있다. 이 책이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럼!! 그 모습 그대로 행복할 수 있지. 우리가 함께만 한다면 말이야!

현실적으로, 디테일에서의 어려움과 갈등은 언제 어디서든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작가가 그리는 세상이 온다면 그것은 함께 풀어갈 수 있는 과제가 될 것이다. 그 세상과 작가의 작품세계를 큰 박수로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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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통구 환상책방 3
강정연 지음, 국민지 그림 / 해와나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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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커가고, 온가족이 모여 오순도순 밥을 먹는 횟수도 줄어들게 되면서, 나는 음식에 들이는 시간이 점점 아까워졌다. 아이들 어릴 때는 밤늦게까지 김밥재료를 준비해놓고 새벽에 일어나 김밥을 싸기도 하고, 속재료를 바꾸어가며 여러 가지 샌드위치를 만들기도 하고, 돈까스도 직접 만들어 튀겨서 야채와 함께 큰 접시에 담아 제대로 외식 기분을 내면서 먹어 보기도 하고, 맛있는 양념장을 만들어 국수를 비벼먹기도 하고... 이런저런 먹을 궁리를 하고 그걸 함께 먹는 시간들이 행복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 모든게 귀찮다. 적당히 때우는게 장땡이다. 사먹는 혼밥이 가장 편하고 맛있다.

이 책을 읽으니 숨어있던 따뜻한 요리의 추억이 스며나오는 느낌이 들면서.... 내가 만든 따뜻한 음식을 누구에겐가 건네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누구에겐가 따뜻한 밥은 참 절실한 것이다. 아니 누구에게나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상구는 늘 지각을 하고 선생님께 혼이 난다. 그 선생님이 나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우리반의 그 아이는 지금 이런 상황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상황을 가장 먼저 알고 살필 수 있는 사람이 나일 수도 있고.... 상구의 부모님은 이혼을 했고, 엄마는 떠났고 상구는 아빠가 맡고 있다. 하지만 아빠는 자기 한몸 주체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술마시고 늦게 들어오지만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또 아침일찍 출근을 한다. 상구를 깨워 주지도 못하고. 맞춰놓은 알람도 소용없이 상구는 늘 지각이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말라비틀어진 피자 조각이나 차가운 김밥조각은 보기도 싫다.

그런 상구의 등굣길에 먹음직스러운 시루떡 한 접시와 쪽지 한 장. 난 떡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상상만으로도 침이 꿀꺽 넘어갔다. 보낸 사람은 -길 건너 큰 집 새로운 이웃-
학교에 다녀오니 이번엔 설탕가루가 반짝이는 맛있는 도넛(꿀꺽...)과 함께 놀러오라는 초대장이,
다음날 아침에는 맛난 샌드위치와 따뜻한 우유가,
기운 빠진 날 오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가 상구를 반긴다.

이렇게 상구의 끼니를 챙겨주는 이웃은 누구였을까? 사람이 아닌 괴물이었다. 둘은 닮은 점이 있었다. '모두 나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할머니한테도, 엄마한테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떠밀린 상구처럼 괴물도 외로움에 가출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 괴물은 자기 이름을 통구라고 짓고(통통 튀는게 특기라서?) 상구와의 따뜻한 시간을 즐긴다. 상구가 집에 찾아왔을 때 그야말로 ‘따뜻한 밥 한 끼’를 차려준다. 보글보글 찌개에, 파송송 계란말이에, 고소한 생선구이에 아삭아삭 김치까지.
“많이 먹어, 상구야.”
“많이 먹어, 통구야.”
얼마나 듣고 싶은 말이었을까.

상구네 가족이 따뜻함을 회복하고 상구에게 이런 밥상을 차려주게 된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환경적 변화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상구가 통구를 만난 것은 그래서 다행이다. 가족에게서만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지만 가족의 의미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요즘, “많이 먹어”를 해줄 수 있는 사람과 대상은 나일수도 있고 너일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는 나는 오늘도 퇴근길에 순대국을 포장해와서 한 끼 때웠구나... 1000원 더 내면 특으로 포장해 주는데 대접으로 4그릇이나 나온다. 밤늦게 들어온 딸이 "엄마 배고파" 하는데 잠에 취해 "그거 순대국.... 퍼서 밥말아 먹어" 라고 했던가...^^;;; 나도 가끔은 힐링푸드를 준비해 봐야겠다. 전에없이 오래가는 감기로 요즘 늘 헤롱모드인데 이것만 좀 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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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헤어지는 날 그림책이 참 좋아 44
정주희 지음 / 책읽는곰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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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의 고양이 이름이 코코다. 고양이 이름으로 잘 어울린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어느 날, 코코가 멀리 떠났어요.
"코코!" 하고 불러도 돌아오지 않아요.

첫장면에 바로 죽음을 배치했다. 죽음과 그로 인한 헤어짐만큼 아프고 힘든 일이 또 있을까? 독자들은 이들이 어떻게 지내왔는지, 서로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그러나 죽음 이후의 장면들에서 이들의 애틋한 사랑이 표현된다. 아이는 작은 무덤을 만들고,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달님에게 빈다. 아이의 소원이 간절해서였을까, 무덤에서 싹이 돋더니 코코의 모습이 나타난다.

고양이가 원래 저리 귀여운가. 난 고양이를 그렇게 예쁘게 본 적은 없는데. 파스텔로 그린 검은 고양이(배랑 발은 하얀) 코코는 너무나 귀엽다. 다시 만난 장면에서 죽기 전 이들이 어떻게 지냈었는지가 다 나타난다. 같이 밥을 먹고, 산책을 나가고, 친구 얼룩이를 만나 놀고, 꽃밭에서 장난도 치고, 함께 나무에 올라가 동네를 바라보기도 하고.... 해가 지도록 놀던 아이와 코코는 딱 붙어 잠이 든다.

이제는 진짜로 이별할 시간이다. 서늘한 바람에 눈을 떠보니 코코는 어두운 마루 끝에 등을 보이고 앉아있다. 조용히 고개만 돌려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도 알고 있다. 이제 떠나야 한다는 것을..... 이 장면이 가장 먹먹하다. 다음장에서 코코는 민들레 홀씨처럼 흩어지며 하늘로 날아갔다. 아이도 손을 흔든다. 잘 가라고.....

마지막 장면은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듯한 아이 앞에 얼룩이가 다가와 마주보는 장면이다. 죽음이 있었지만 관계는 단절은 아니다. 남은 이들은 또 이렇게 연결되어 어울려 살아간다. 행복했던 기억을 나누기도 하면서.....

난 살아있는 생명을 키우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남편이 애지중지 키우던 고슴도치에 이어 몇달 전에는 강아지까지 집에 들이게 되었다. 고슴도치가 떠날 때도 슬프고 미안했는데, 사람과 마음을 나누기로는 비교할 수 없는 개와의 헤어짐은 얼마나 슬플까.... 아직 몇달밖에 키우지 못했지만 반려동물과 정이 들면 가족과 매한가지일 것 같다. 그 가족을 떠나보내도 변함없이 일상을 살아야하고, 그건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하기 힘든 아픔일 것 같다.

사랑했고 마음을 나누었기에 아픔이 있는 것이다. 그게 싫다고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이제야 겨우 말썽이 좀 줄어드는 강아지 누리의 노란 곱슬털을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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