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회화의 달인 마음 잇는 아이 2
문부일 지음, 영민 그림 / 마음이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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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와 소설을 같이 쓰시는 작가여서 그런가,(주로 청소년소설을 많이 쓰신듯) 스토리가 아주 재밌는 동화 한편을 만났다.

사투리를 소재로 한 작품이 종종 있는데, 이 작품은 제주도 사투리를 다뤘다. 난 외가 친가가 모두 전라도여서 전라도 사투리는 아주 친숙하고 경상도 충청도 사투리도 웬만한 건 다 알아듣는데, 제주도 사투리만은 낯설다. 역시나 여기 나온 사투리들도 대부분 모르는 말들이었다. 그걸 알아가며 스토리도 함께 즐기는 맛이 아주 찰지게 좋은 책이었다.

6학년을 앞둔 기준이(나랑 이름이 비슷...)는 혼자서 제주도의 새할머니 집에 머물러 간다. 새할머니란 재혼한 새아빠의 어머니인데, 엄마와 새아빠가 같이 출장을 가시게 됐기 때문이다. 새할머니의 캐릭터는 개성이 넘친다. 무뚝뚝하고, 목소리 크고, 성격 급하고, 부지런하고.... 기준이 눈에 가장 낯선 것은 역시나 사투리다. 차라리 영어가 낫겠다 여길 지경이다. 못알아들어서 여러번 실수도 하게 된다.
"창고에는 농약이영 하는 거 이시난 댕기지 말라!"
보통 이정도인데 나라도 못알아듣겠다.ㅎㅎ

살뜰한 정은 없어보이는 새할머니, 아빠 없는 아이 소리 안들으려는 엄격한 엄마표 교육으로 자라온 기준이, 새로 생긴 사촌 기준이와 비교당해 열받는 아라, 폐쇄적인 시골 성향을 갖고 있는 동네 어른들... 이 틈에서 좋은 일은 생길게 없을 거 같지만 그래도 이야기는 훈훈한 해결을 향해 나아간다. 주변 할머니들에게 '노망난 할아방'으로 통하는 앞집 할아버지가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하며 기준이의 숨통을 틔워준다.

스토리는 적당히 복선을 깔아놓고 그걸 밝혀나가는 식으로 전개되어 흥미를 유지할 수 있다. 특히 가족들에게 밝히지 않은 할머니의 비밀을 기준이가 알게 되는 과정, 그리고 이후의 결말이 흥미롭다. 심지어 기준이가 제주도에 오게 된 것도 다 짜여진 각본이었다니, 퍼즐이 너무 잘 짜인거 아니야?^^

초등 고학년 정도에 추천하고 싶다. 그냥 재미로 읽어도 충분하지만 뭔가 좀 생각하면서 읽고 싶다면 이 책에는 재혼가정의 문제, 성적지상주의 교육에 대한 문제, 황혼연애와 결혼에 대한 문제, 남아선호사상과 양성평등에 대한 문제 등 이야깃거리가 풍성히 들어있다고 말하고 싶다. 쉽지는 않지만 외지인들에게 잠식당하는 제주도의 토지에 대한 문제도 나온다. 앗,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가장 재미있게 다룰 수 있는 주제는 사투리지! 주인공 기준이는 사투리사전까지 보며 공부를 했으니까.(오죽하면 책의 제목이 사투리 회화^^) 아참, 그러고보니 사투리를 통해 다양성과 그에 대한 존중의 필요성까지 얘기할 수 있겠다. 뭐냐. 200쪽도 안되는 책에 뭐 이리 많은 얘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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