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헤어지는 날 그림책이 참 좋아 44
정주희 지음 / 책읽는곰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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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의 고양이 이름이 코코다. 고양이 이름으로 잘 어울린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어느 날, 코코가 멀리 떠났어요.
"코코!" 하고 불러도 돌아오지 않아요.

첫장면에 바로 죽음을 배치했다. 죽음과 그로 인한 헤어짐만큼 아프고 힘든 일이 또 있을까? 독자들은 이들이 어떻게 지내왔는지, 서로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그러나 죽음 이후의 장면들에서 이들의 애틋한 사랑이 표현된다. 아이는 작은 무덤을 만들고,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달님에게 빈다. 아이의 소원이 간절해서였을까, 무덤에서 싹이 돋더니 코코의 모습이 나타난다.

고양이가 원래 저리 귀여운가. 난 고양이를 그렇게 예쁘게 본 적은 없는데. 파스텔로 그린 검은 고양이(배랑 발은 하얀) 코코는 너무나 귀엽다. 다시 만난 장면에서 죽기 전 이들이 어떻게 지냈었는지가 다 나타난다. 같이 밥을 먹고, 산책을 나가고, 친구 얼룩이를 만나 놀고, 꽃밭에서 장난도 치고, 함께 나무에 올라가 동네를 바라보기도 하고.... 해가 지도록 놀던 아이와 코코는 딱 붙어 잠이 든다.

이제는 진짜로 이별할 시간이다. 서늘한 바람에 눈을 떠보니 코코는 어두운 마루 끝에 등을 보이고 앉아있다. 조용히 고개만 돌려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도 알고 있다. 이제 떠나야 한다는 것을..... 이 장면이 가장 먹먹하다. 다음장에서 코코는 민들레 홀씨처럼 흩어지며 하늘로 날아갔다. 아이도 손을 흔든다. 잘 가라고.....

마지막 장면은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듯한 아이 앞에 얼룩이가 다가와 마주보는 장면이다. 죽음이 있었지만 관계는 단절은 아니다. 남은 이들은 또 이렇게 연결되어 어울려 살아간다. 행복했던 기억을 나누기도 하면서.....

난 살아있는 생명을 키우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남편이 애지중지 키우던 고슴도치에 이어 몇달 전에는 강아지까지 집에 들이게 되었다. 고슴도치가 떠날 때도 슬프고 미안했는데, 사람과 마음을 나누기로는 비교할 수 없는 개와의 헤어짐은 얼마나 슬플까.... 아직 몇달밖에 키우지 못했지만 반려동물과 정이 들면 가족과 매한가지일 것 같다. 그 가족을 떠나보내도 변함없이 일상을 살아야하고, 그건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하기 힘든 아픔일 것 같다.

사랑했고 마음을 나누었기에 아픔이 있는 것이다. 그게 싫다고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이제야 겨우 말썽이 좀 줄어드는 강아지 누리의 노란 곱슬털을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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