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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특별수사대 1 - 비밀의 책 목민심서 ㅣ 조선특별수사대 1
김해등 지음, 이지은 그림 / 비룡소 / 2018년 11월
평점 :
역사동화 프로젝트 수업을 해보겠다는 생각이 있다. 5학년 담임을 할 때 살짝 맛보기로 해본 적은 있는데 그리 깊이 들어가진 못했었다. 그때 만들었던 역사동화 목록이 40권이 넘는다. 시대배경까지 넣어서 만들었으니 꽤 공을 들여 만든 목록이다. 3년 전이니 지금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여러 출판사를 통해 다양한 작가들의 역사동화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김해등 작가님의 책으로 최근에 나온 책이 반가워 읽어보았다. 음 역시 일단 재미와 긴장감이 있어 좋았다. 역사동화는 ‘역사적 상상력’으로 쓴 동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일단 허구의 인물이 등장하게 마련인데, 그래도 역사적 인물과 역사적 사건이 기둥을 받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것을 찾아내기 어려웠다.
일단 시대적 배경은 조선 후기, 안동김씨와 풍양조씨의 세도정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다. 임금의 행차 때 꽹과리를 울린 한 평민이 고리대금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백성들의 실태를 고발한 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일로 암행어사를 파견했으나 그 또한 ‘급체’라는 미심쩍은 병명으로 죽고 만다. 임금은 고심 끝에 믿을만한 엄 교리를 고을 사또로 파견한다. 그가 해야 할 일은 빙산의 일각인 이 일들의 ‘몸통’을 밝혀내야 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제목은 <조선 특별 수사대>이다.
추리의 요소가 들어간 책은 누가 봐도 흥미롭다. 게다가 이 책에는 작가가 창조한 매력적인 인물들이 있다. 무릿매 던지기가 특기인 오복이가 엄 사또의 통인(심부름꾼)이 되는데, 가족을 잃고 원한이 맺힌 고통의 상황이지만 특유의 익살과 장난기가 이야기의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날리는 무릿매는 골리앗 앞에 선 소년 다윗을 연상시킨달까.... 다음은 엄 사또의 책객(업무를 돕는 사람)으로 따라온 어리버리 무진. 알고보니 신출귀몰한 호위무사였다는... 드라마로 친다면 가장 젊고 잘생기고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인물.^^
이들은 죽을 고비를 여럿 넘기면서 마침내 잠채(불법 금광 채취)의 현장과 그 몸통을 드러내는데 성공한다. 그 사이 긴박감이 넘치는 많은 장면들은 책으로 읽어봐야 하고.... 크고 작은 반전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큰 반전은 몸통의 정체. 근데 중반부터는 짐작이 가기 시작한다. 그래도 맞을까? 아닐까? 기대하며 보는 재미는 있다.^^
이런 사건의 전개와 결말 과정에 역사책에 나오는 실제 인물과 사건은 없다. 그러면 역사동화로서의 의미는 부족한 것이 아닌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책에서 떠오르는 것은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목민심서’라는 실존 서적이다. 허 사또가 이 책을 거울삼아 자신의 본분을 다하려고 하는 모습이 여러 번 나온다. 또 하나는 ‘정감록’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 조선의 질서를 부정하고 범죄행위를 했던 이들이 신봉했던 책이다. 그 ‘몸통’은 “당신이 세우고자 하는 새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라는 엄 사또의 질문에 이런 대답을 한다. “천하의 만물은 공물이오. 만물을 백성들이 소유하는 세상이오.” 물론 그 자신도 행위 자체는 이 이념에 부합하지 못했지만.... 이런 책이 나오게 된 이유도 생각해 볼만하다.
물론 허구적 요소도 많다. 특히 무진이라는 인물은 정말 드라마적이다. 실제라면 죽었어도 벌써 다섯 번은 죽었을 것 같은....^^;; 그러나 결국 흠모하던 여인과 함께 무사히 길을 떠난다. 드라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진짜 스케일을 좀 키워서 대본을 만들고 드라마 제작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앞에서 역사동화 프로젝트 얘길 했는데, 내가 살짝 해봤던 방법은 아이들이 목록의 책을 한 권씩 골라 일정기간동안 읽고, 그 책의 배경이 된 역사적 사실과 배경, 인물에 대한 조사를 하고, 책의 내용과 감상, 조사 내용을 결합하여 독서신문을 만드는 수업이었다. 학교 독서축제 기간과 맞물려 전시를 하기도 했다. 이정도도 바로 시도되는 쉬운 작업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활동이고 정적인 활동에 그쳤다는 아쉬움이 좀 있다. 모둠 협력활동으로 하고, 연극 같은 활동이 최종활동으로 들어가서 다함께 즐기고 감상하는 시간이 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