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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잔소리 - 우리 반 아이들을 위한 한 해 잔소리
홍은채 지음 / 에듀니티 / 2018년 11월
평점 :
교사들의 숙명인 잔소리에 대한 탐구를 담은 책이다. 그 기반에는 아들러 심리학이 있고 그러다보니 PDC의 기법이 주로 사용된다. PDC 학급운영 책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겠다. 단 고민의 출발은 '잔소리'다. 아이들을 위한 애타는 마음에서 우리는 잔소리를 한다. 물론 그걸 '나 잘되라고 그러시려니' 감안하고 듣는 아이도 한명쯤은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듣기 싫어하고 교사에 대한 거부감마저 갖게 된다. 하지만 그 잔소리에 담긴 메세지는 포기할 수 없다. 그러니 고민하는 것이다. 어떻게 '우아한 잔소리'를 할 것인가?
일단 대전제는 '존중'이다. 나는 이것을 잘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동안 나는 주변 학급을 살피며 고민했었다. 왜 존중을 표방하는 저 선생님의 학급은 막말로 개차반인가? 왜 아이들은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주제넘은 요구를 하며 분노를 표출하고 상대방을 모욕하고 비난하고 상처주는가? 그것은 '상호 존중'이 빠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존중 받은 아이는 존중한다, 그 말은 반만 맞다. 그가 존중을 받아 챙기고 나를 존중하지 않을 시에 우리는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당신도 존중하길 바란다. 라고.
1장에서 잔소리의 무익함을 설명한 이 책은 2장부터 잔소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학급운영의 방법을 차근차근 제시한다. 2장에서는 3월에 학급을 세우며 정착시켜야 할 기본적 학습태도와 일과에 대해 다룬다. 경청, 발표, 시간준수, 공책정리, 정리정돈 등이다. 1인1역도 나오는데 PDC의 '의미있는 역할 정하기'와 똑같은 방식이었다. 토의를 통한 다양하고 적절한 일자리 창출, 자발적이고 적성에 맞는 역할 배정, 융통성 있는 수정 과정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3장은 주요 교육활동에 대한 내용이다. 수업에서 저자는 협동학습 기법을 많이 적용하고 있었다. 협동학습의 원리(긍개동동)를 아이들 눈높이로 풀어쓴 모둠활동의 모토가 인상적인데 나도 활용해볼까 싶다.
- 내가 맡은 일은 내가 책임져요.
- 친구가 잘돼야 나도 잘돼요.
- 우리 모두가 참여해요.
- 모두 다같이 주고받아요.
이렇게 협동학습이 정착되면 확실히 수업중 잔소리할 일은 줄어든다. 그러나 모둠 협력에 어려움을 겪는 성향의 아이들이 꼭 있다. 저자는 잔소리로 강요하지 않고 모둠의 선택에 맡긴 다음 결과를 책임지도록(인정하고 받아들이도록) 했다. 이게 참 쉽지 않은데, 선택권을 아이들에게 넘겼다고 하더라도 교사의 관찰이 소홀해져선 안 된다. 이 부분 글로 딱 집어 표현하기 어렵다. 상황에 따른 판단력이 중요하다.
자리배치에 아이들의 결정권을 준 것이 인상적인데 가만히 보면 저자의 방식은 정확하고 상세한 가이드라인, 그 안에서의 선택권 존중인 것 같다. 이처럼 교사의 의도를 포함하면서 아이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지능(?)적인 방법이 많이 필요하다.ㅎㅎ
급식 먹기에 대한 잔소리는 난 더이상 안하기로 마음을 굳힌 바 있어 패스. 그런데 이 장에서 '격려'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온다.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이 격려라고 알고 있다. 칭찬이 아닌 격려. 염두에 두고 있는 부분이긴 한데 좀 더 정교해지도록 노력해야겠다.
4장은 정말 안하고 싶은 잔소리 특집이다. 인성에 대한 잔소리라고 할까? 이기적인 아이, 승부욕이 지나친 아이, 버럭하고 싸우는 아이,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뭐라고 잔소리를 할 것인가?ㅠㅠ
피구경기 후 비난하고 화내며 씩씩대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노래 한 곡을 들려주어 흥분을 가라앉힌 후 아이들 스스로 말하게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정말 '우아'하다. 근데 내가 알던 어떤 아이는 아마도 음악이 나오는 동안도 분통을 터뜨리고 음악이 끝나고 나서도 같은 비난을 일삼았을....;;;; 그건 또 더한 인내와 방책이 필요하겠지.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정도면 조용히 풀릴듯.... 상황에 맞는 노래 목록을 만들어 갖고 있다면 좋겠다. 타루의 "마음 아프다고 말해. 화내지 말고~" 이런 노래들??^^
나 전달법, 긍정적 타임아웃, 역할극 등 PDC의 중요한 여러 기법들이 이 장에서 언급된다.
마지막 5장은 집단토의다. 보통 학급회의라 부르는 것이다. PDC의 꽃이라 부르는 이 학급회의를 아직도 제대로(1회성이 아닌 정기적, 지속적으로) 해보지 못했다. 심리적 장벽과 시간 확보가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이 단계를 지나 아이들의 선택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면 자율성은 크게 늘어나고 잔소리는 크게 줄어들 것 같은데 말이다.
20년이 넘게 이바닥에서 뒹굴다보니 책에 나온 모든 내용은 거의 주워들었던 내용들이다. 하지만 그걸 골라 먼지를 털고 줄을 세워 한번 꿰어보는 작업은 나에게 의미있었다. 이건 이 정도면 튼튼해, 이부분이 취약해, 이부분에 이가 빠졌어, 등등.... 저자는 교직경력이 10여년 되셨다고 하는데 난 그보다 10년이나 더 한 입장에서 부끄럽지만 경력교사는 경력교사대로 신규는 신규대로 이 책에서 얻을 점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방학인 오늘 나는 아침부터 원격연수를 듣고 도서관에서 이 책을 대출해 하루종일 읽고 기억해두고자 밤에는 이렇게 리뷰를 쓴다. 저자와 그의 팀원들은 꾸준히 공부해 이런 성과를 냈다. 방학중 전국 곳곳에서 모임을 통한 배움의 열기도 뜨겁다. 그러니 교사들이 방학때 논다고 너무 죽일듯이 달려들지는 마셨으면 한다.^^;;;;;
교사 독서모임에서 아주 무겁진 않게 교육에 대해서 함께 얘기나눌 책으로도 추천한다. 다들 사연 한 보따리 노하우 한 보따리 안고들 계시니 한챕터씩만 갖고도 보따리 보따리 숱하게 얘기가 풀려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