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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마시멜로 ㅣ 생각하는 분홍고래 16
로우보트 왓킨스 지음, 정철우 옮김 / 분홍고래 / 2020년 2월
평점 :
난 글읽기보다 그림읽기에 약한 것 같다. 글은 그런대로 읽는데 그림에 숨겨진 것을 못읽고 넘어갈 때가 많다. 이 책은 그림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한 번 읽은 후 다시 한 번 읽어봤다.
왜 대상을 ‘마시멜로’라고 했을까? 세상 많은 것들 중에서 말이다. 그건 뭐, 작가의 마음이지. 마시멜로로 표현된 아이들은 귀여웠다. 그리고 똑같은 모양의 마시멜로 안에서도 각각의 표정과 특징이 다양성과 개성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같은데, 글도 그림도 모두 사랑스럽다. 부직포, 털실, 종이 등 다양한 재질의 콜라쥬를 사용한 표현 방법이 재미나고 특색있다.
“보통의 마시멜로들은 나무에서 태어나지 않아요.”
그럼 어떻게 태어날까?
“보통의 마시멜로들은 대부분 한 명의 부모나 두 명의 부모가 있는 따뜻한 가정에서 태어나죠.”
당연한 말에 왠지 안심이 된다. 그리고 한 명의 부모를 당연한 범주에 넣은 사려깊음이 고맙게 느껴지고.
이제 커가는 마시멜로들. 학교에 가서는... ‘말랑말랑해지는 법’을 배우고, ‘똑바로 줄 서는 법’을 배운다. ‘마시멜로는 불을 뿜을 수 없다는 것’도 배운다. 불은 오직 용만 뿜을 수 있다고!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보낸 아이들, 아니아니 마시멜로들은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온통 까만 화면이 한 장 넘어간 후에... 지금부터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할 수 없다”고 하던 모든 것들이 여기선 가능하다. 바다와, 우주와, 하늘로 공간이 확대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맞닥뜨린 건 용! 학교에서 뭐라고 했더라? 용만 불을 뿜을 수 있다고 했던가? 그런데!!!
현실을 가르치는 것이 부모고 학교(교사)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반드시 보장해주어야 하는 것은 현실을 뛰어넘고 넘나들 수 있는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용기고 희망이며 삶의 원천이다.
이 책은 아주 어린 미취학의 유아들도 깔깔거리고 좋아할 만한 책이면서 초등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다. 상상력이 필요한 활동을 할 때 동기유발로 읽어주어도 재미있을 것 같고, 상상의 세계에 곧잘 빠지는 아이들에게는 지지해주는 친구 같은 느낌의 책일 것 같다. 상상력의 씨가 마른 나같은 어른들한테도 괜찮다. 뭔가 그리움 같은 느낌을 남겨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