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음이와 여우 할머니 - 2021 읽어주기좋은책 선정도서, 2020 5월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2020 문학나눔 선정도서, 2020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도서 학교종이 땡땡땡 11
윤여림 지음, 차상미 그림 / 천개의바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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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난만한 아이가 딱딱한 어른의 마음을 녹이는 스토리. 너무 흔하지 않은가? 아직도 나올 게 남았단 말인가? 그랬다! 아직도 남아 있었던 거다. 이토록 귀엽고 찡하며 재미난 이야기가. 이것이 작가의 역량인가보다. 소재보다도 작품의 가치를 판가름하는 것들이 더 있다고 들었다. 그건 플롯이라고 해야 하나. 디테일이라고 할까. 어쨌든 윤여림 작가의 책에서 실망한 적이 없었다.

맑음이는 아기토끼다. 이름이 딱이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를 읽어보면 캐릭터와 꼭 맞는 이름이다. 엄마와 맑음이는 여우할머니네 2층으로 이사왔다. 엄마가 열심히 일해서 얻은 집이라고 한다. 가족사진엔 아빠도 있지만.... 아빠는 사진 속에서만 엄마와 맑음이를 바라보고 있다.

여우할머닌 퉁명스럽고 고약하다. 게다가 잔소리쟁이. 엄마는 질려서 돈 더 많이 벌어 아파트로 이사갈거라 한다. 하지만 왠지 맑음이는 여우할머니한테 마음이 끌린다.

사건은 어떻게 시작될까? 모처럼 엄마랑 늦잠자는 토요일, 그날은 그럴 수 없었다. 엄마 회사에서 전화가 왔기 때문에. 엄마는 여기저기 전화했지만 맑음이를 맡길 데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엄마는 맑음이의 손을 잡고 아랫집으로 내려온다. 여우할머니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강아지처럼 홀랑 달라붙는 맑음이 때문에 게임 끝. 엄마는 회사로 달려가고 둘만 남았지 뭐야. 이제 어떻게 될까? 둘의 하루는?^^

"놀긴 뭘 놀아."
"하나도 재미없다."
"또 뭐?"
이건 완전 내 말툰데?ㅎㅎ 여우할머니는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귀찮아하기, 청소 안하기, 애들 안좋아하기....^^;;;;
하지만 맑음이의 해맑은 눈치없음은 자꾸 할머니를 움직였다. 장봐서 카레라이스를 해먹는 장면을 보는데 얼마나 맛있어 보이는지.... (난 원래 카레 그냥 그런데)

맑음이와의 하루는 할머니에게 오래된 기억을, 또 더 오래된 기억을 소환했다. 오래된 기억엔 눈물이, 더 오래된 기억엔 웃음이 서려 있었다. 세월의 두께에 딱딱해진 할머니의 마음이 봄날처럼 풀리고 따뜻해졌다. 이야기는 맑음이처럼 천진난만하고 착하다.

난 아직 할머니는 아니지만.... 세월의 더께는 더 많이 앉아있다. 맑음이가 우리집에 온다해도 나는 노골노골해지지 않을 것이다. 사정이 딱하니 봐주기는 할테고 적당히 먹여주고 놀아주겠지만.... 이 책처럼 "내일도 놀아요" 라고 한다면 난 노땡큐라고 할 것이다. 세상에 완벽하게 순수한 아이는 없다. 난 살면서 맑음이처럼 건강하게 착한 아이는 한 명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친구가 필요한 건 인정한다. 그게 여우할머니처럼 아이일수도 있다는 것도. 내가 비록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고 하나 완벽한 혼자를 추구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내 곁자락 내어주고 약간 귀찮아도 거기에 누군가 깃들어야 사람은 행복할 수가 있는 것 같다. 반죽은 질어도 못쓰지만 굳어버려도 낭패다. 마음의 농도가 늘 적당하다면 좀 좋으랴. 실제로는 질었다 굳었다 사이를 왕복하지. 그래서 인생은 구질구질한거 아니겠어. 거기에 비하면 이 책의 그림은 티 하나 없고 너무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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