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공장을 지켜라! - 나로와 펄럭이의 모험 3 그림책이 참 좋아 18
김영진 글.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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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와 펄럭이의 모험 3탄이다. 1탄을 읽고서 작가의 상상력과 그림 표현력에 감탄했었다. 그림책 작가들을 보면 존경스러운데 특히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는 작가는 더 존경스럽다. 그림실력에 이야기 구성능력까지.... 본인이 만들어낸 그림책이 아이들에게 읽히고 사랑받고, 애써 집어넣은 메시지가 독자들에게 닿는 것을 느낄 때 얼마나 행복할까.

 

이번 편의 메시지도 상상의 힘이다. 상상은 괴물을 물리친다. 거기에 한 가지 추가된 게 있다면 그것은 '꿈'이다. 이루리아에는 '꿈공장'이 있다. 현실을 떠나 꿈을 빚는 곳이다. 꿈공장 할아버지는 여기서 만들어진 꿈을 현실세계로 보내준다.

 

여기에 문제가 생겼다. 어둠의 비행단은 꿈공장에 사람들을 가두고 악몽만을 만들고 있다. 펄럭이는 동네 모든 개들과 함께 어둠의 비행단에 잡혀 갔다. 이 위기를 해결할 사람은 나로 뿐! 그래서 오늘도 나로는 이루리아에 가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결국은 상상의 힘이었다. 그 과정은 1,2편을 봐서인지 그다지 새롭지는 않았다. 내게는 솔직히 싱겁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아이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1편은 우리반 아이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았는데, 3편의 반응도 흥미롭게 지켜봐야겠다.

 

우린 현실세계에서 살지만 여기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 -꿈의 세계-가 없다면 현실세계는 팍팍하고 살기 힘든 곳이 된다. 이루리아라는 작가의 가상공간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작가가 3편까지 그려내며 간절히 말하고자 하는 바-거기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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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치기로 시작한 세계 지도 여행 초등학생이 보는 지식정보그림책
이혜정 지음, 김우선 그림, 조지욱 감수 / 사계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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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2학년을 가르쳤는데 통합교과서에서 세계 여러나라를 다루는 내용이 꽤 많이 나왔다. 우리나라도 잘 모르는 아이들인데 웬 세계야.... 라는 생각도 잠시 했었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지도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을 고쳐 먹었다. 그리고 같이 읽을 책들을 찾아 보았는데, 저학년 눈높이에 맞는 책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이 책이 작년에 나왔더라면 꽤 유용하게 활용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이 많고 색이 예뻐서 아이들의 눈길을 끈다는 점이 첫번째 장점이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를 광범위하게 다루었다는 점도 낮은 학년 아이들에게 읽히기 좋은 점이다. 책 한 권에 대륙별 소개, 대양별 소개, 자연적 환경, 문화적 환경이 골고루 들어가 있다. 의식주별 특징도 간단하게 다루었고 명절과 축제, 종교, 운동경기에 대한 내용도 있다. 마지막으로 함께 지켜야 할 환경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책을 마무리한 것도 매우 사려깊은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 앞에서 휘리릭 몇 쪽을 넘겨주었는데 아주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놀이처럼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설명 문장은 길지 않고 지도 안에 구석구석 들어가 있다. 어른인 나는 사실 이런 구성이 더 정신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것을 참 좋아하고 구석구석 내용 파악도 어른보다 훨씬 잘한다.  


넓은 범위를 다루다보니 내용이 아주 심도있지는 않지만, 이 책을 놀이삼아 뒹군 아이들은 꽤나 많은 상식을 갖출 수 있겠다. 사실, 그렇게 쌓은 상식이 무서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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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초등학교에서 작은거인 37
오카다 준 지음, 양선하 옮김 / 국민서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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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다 준의 판타지는 참 매력적이다. 가장 큰 매력은 따뜻함이고 두 번째는 자연스러움이다.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놓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다르게 표현하면 천연덕스럽게?) 연결되는 판타지, 언제든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도 되는, 잠깐 꾸었던 꿈이라 말해도 될 듯한 소소한 판타지. 악인도 구원자도 없는 작고 따뜻한 존재들이 만들어가는 판타지.

    

그는 외로움을 잘 아는 사람일 것 같고, 그 외로움을 건강하게, 아름답게 견디는 법을 아는 사람일 것 같다. 이 세상의 존재 중 외롭지 않은 것이 있을까? 그러나 외로운 존재들이 서로를 위해 살짝만 웃어주어도, 혼자인 밤이 외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깨닫는다. 그것이 이 책의 주제는 아닐지 몰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학교의 밤에 대한 상상은, 일반적으로 공동묘지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을 정도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 기원은 모르겠으나... 여고괴담 류의 영화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젊었을 때의 기억인데, 스카우트 뒤뜰야영을 하면서 조별로 극기훈련 코스를 돌게 했을 때(그런 걸 왜 했을까-_-) 다른 어떤 곳보다도 학교 안이 무섭다고 꺅꺅 비명을 질렀던 아이들이 기억난다. 과학실 해골로 대표되는 밤의 학교의 기괴함.

    

그러나 이 책에선 다르다. 나도 여고괴담 류에 길들여져서인지 제목을 보고는 소름끼치는 기괴함을 연상했었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저 쪽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또각, 또각, 또각.... 그런 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같은 밤이라도... 여긴 너무 따뜻하다. 그리고 포근하다.

    

주인공은 이 일 저 일을 하다가 잠시 초등학교의 야간 경비원을 임시직으로 맡게 되었다. 밤의 학교... 아무도 없는 그곳을 순찰하고 임무가 끝나면 숙직실에 혼자 있으면 된다. 무섭고 외롭고, 때로는 단조로워 지루할 것도 같은 그의 일상(밤의 일상)에 가끔씩 새로운 존재들이 나타난다. 첫날은 거인이었다. 앉은키가 학교건물만 한, 운동장에 가만히 앉아 달을 쳐다보던 거인.

    

커다란 녹나무를 중심으로 주변에 몇 그루의 나무와 꽃밭과 작은 사육장이 있는 가운데뜰은 밤이면 숲처럼 변한다. 바로 판타지의 주 무대다. 어떤 날은 학생 두 명이 플룻과 클라리넷을 가지고 나와 아름다운 중주를 하고, 어떤 날은 엄마토끼가 나타나 맛있는 스프를 끓여주고 숲으로 사라진다. 요술볼펜을 찾으러 온 할머니는 분실물보관소에서 임무를 다 마친 볼펜을 찾아가지고 돌아가고, 조난당한 사람 놀이를 하는 시덥잖은 청개구리도 만난다.

    

어느 날 밤에 과학선생님이라는 분이 나타나 과학실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 뭔가 미심쩍고 수상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순진한 경비원, 두말없이 문을 열어주려 한다, 이제 뭔가 사고 한번 치는 건가? 싶어 약간 긴장하며 읽고 있는데... 끝도 없이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자칭 과학선생님. 그가 한 일이라곤 과학실에 방치된 곤충채집통을 열어 풀벌레 몇 마리를 놓아준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사라진다. 숙직실로 돌아온 경비원의 눈앞에 방아찧듯 허리를 굽신굽신하는 방아깨비 한 마리가 보인다.

    

그랬구나....^^

    

그 이후 몇 번의 판타지와 함께 봄은 지나고 여름방학이 되고, 방학이 끝나고, 가을이 온다. 이제 그의 임시직 기간이 끝날 날이 가까워졌다. 밤의 초등학교 마지막 무대는 도서실이었다. 도서실 벽은 무수한 계단과 문으로 되어 있었다.(도서실을 그렇게 상상한 작가는 처음 보았다. 나도 그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상상만 해도 설레는 장면. 어린 시절에 얼핏 꾸었을 것 같은 꿈) 문에는 책의 제목이 쓰여 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 이 느낌을 뭐라 말해야 할까... 오래된, 잃어버린 기억의 사진첩을 다시 찾아 열어보는 느낌? 거기에 어린 시절의 내가 있다. 중년이 된 나는 어린 시절의 나를 본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다. 그 아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 아이도 소중하고 지금의 나도 소중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빌빌하긴 마찬가지지만....  

 

주인공은 글을 쓰고 싶어한다. 어쩌면 아직 입문도 하지 못한 작가인 주인공은 바로 거장인 작가의 초기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학교를 바라보았더니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밤의 초등학교>에서 흘러나왔다.

    

3,4월 내내 바쁘고 일이 서툰 나는 별을 보며 퇴근을 했다. 구석교실에서 중앙현관까지 걸어나오는 길은 길고 깜깜하다. 휴대전화를 켜서 앞을 비추며 나는 내 발소리에 쫓기듯이 발걸음을 재촉했을 뿐이었다. 이젠 그렇게 늦게까지 남아서 일하진 않을 작정이지만, 퇴근하려 창문을 닫고, 화분을 살펴보고, 교실을 정리하며 좀 즐거운 상상을 해 볼 생각이다. 아이들이 정성으로 키우는 우리반 화분들은, 나비가 되면 아이들과 함께 날려줄 배추흰나비 애벌레들은, 우리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이야기들을 나눌까? 낮동안 우리 아이들의 일상을 지켜본 우리 교실은 아이들 하나하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밤의 교실에서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소리를 상상해도 이젠 무섭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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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괴물은 정말 싫어! 작은도서관 31
문선이 글.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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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3학년 아이들과 알콩달콩 살고 있다. 알콩달콩...(?)이라 말하기엔 좀 양심이 찔리는 면이 없지 않다. 말이 많고 떠들어서 그렇지 순하고 착한 아이들인데도 소소한 사건들이 날마다 일어나는데다, 늘어난 교과목과 6교시라는 일과에 아이들이 아직도 적응을 못하고 있어서다.

 

작년에 2학년을 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왔다. 작년에도 난 늘 숙직기사님의 눈치를 보며 늦게 퇴근하는 1인이어서 한가했다고 볼 수는 없는데, 작년에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 그건 맘이 편했다는 얘기다. 내가 편한 만큼 아이들도 편했다. 애들이나 나나, 편한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학교에 왔다. 공부하다 힘들면 놀았다. 개정된 통합교과서는 공식적으로(?) 놀아도 되는 여지를 많이 마련해 주었다. 작년 이맘때, <> 교과서를 배우며 아이들과 동네 근린공원에 가서 산책도 하고 꽃도 보고, 달리기도 하고, 고무줄놀이도 하고, 놀이터에서도 놀고, 쑥도 뜯고, 쑥버무리도 해 먹고.... 교실에서는 쉬는 시간마다 온갖 교구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라고 꼭 수업시간에 화장실을 가는 아이들한테 잔소리하는 게 일과 중의 하나였다.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와 시간마다 박혀 있는 각기 다른 이름의 교과목을 6교시까지 공부하려니 허걱! 할 밖에.... 아이들이 이상하다?’ 라는 눈으로 나를 본다. ‘뭐야...? 왜 이렇게 공부가 재미없는 거야...?’

 

그건 사실, 올해 내가 전혀 걸맞지 않는 부장이라는 직책을 맡아서 제대로 된 교재연구를 못하고 수업을 하니 발생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제 저학년 단계를 벗어난 아이들에게 공부란 슬슬 부담이 되는 괴물로 다가오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엄마들도 그렇다. 그동안 잘 보내던 태권도나 피아노 이런 걸 끊고 뭔가 공부스러운 학원에 보내야 되는게 아닌지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상담 때 그런 얘길 하는 엄마들도 있다. 뭐라 말해주기 난감한 순간^^;;) 고민을 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노는 게 공부라지만 소위 말하는 학력신장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게 아닐까, 놀땐 놀더라도 수업에는 밀도를 좀 높여야 되는 게 아닐까... 밀도 높은 수업이라는 건 또 뭘까.......

 

마침, 내가 3학년 권장도서목록에 넣은 책 한권이 요즘 수업의 트렌드와 지향점을 반영하고 있었다. 문선이 님의  바로 이 책. 2010년도에 나온 책인데, 작가분이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면 ~ 이분이 요즘 협동학습에 빠지셨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책이다. 문선이 님은 교사는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동화 안에서 학습방법을 논하다니, 역시 작가분들은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준석이는 공부에는 크게 소질이 없는 3학년. 준석이 엄마는 귀가 얇은 이 시대의 평범한 엄마. 주변 엄마들의 말에 불안해져서 준석이를 들볶기 시작한다. 바로 이런 말들이다.

요즘엔 이 정도 공부시키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실 지금도 준석이는 이미 많이 늦은 거라니까요. 그렇게 다 봐주다간 저만치 앞서간 아이들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게 돼요. 그때 땅치고 후회해 봤자 아무 소용없다니까요.”

 

거기에 전국단위의 학력평가까지 본다고 하니 엄마들의 극성은 날개를 달게 된다. 선생님도 어쩔 수가 없이 경쟁체제의 한 축을 떠받든다. 개인간의 경쟁, 학급간의 경쟁, 학교간의 경쟁... 선생님도 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임을 슬프게 확인한다. 이 책에서의 선생님은 나머지공부까지 시키며 아이들의 성적을 올리려 애쓴다. 나름 성실한 교사라고는 하겠다.

 

시달림에 지쳐버린 준석이가 어느 날 미래에서 온 시간경찰관의 시간투시기를 주웠다. 그것으로 시간을 미래로 돌리면 시험지를 미리 볼 수 있다. 나머지 공부(일명 꼴통클럽 사총사) 아이들은 그 시험지의 답을 알아내느라 서로 역할을 분담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서로에게 가르쳐준다. 소위 <협동학습>의 시작이다. 시작은 이렇게 매우 불미스러웠으나 아이들은 점점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을 체득하게 된다. 친구를 이기기 위해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친구의 성취가 곧 나의 성취가 되며 내가 알아낸 것을 친구들에게 나눠주며, 함께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협동학습의 기본 원리인 긍정적인 상호의존, 개인적인 책임, 동등한 참여, 동시다발적 상호작용을 이 안에서 다 발견할 수가 있다.

 

현실성과 판타지가 공존하는 이 책의 마지막은 이렇다. 준석이네 반 아이들 모두가 미래로 돌아가는 시간경찰관에게 자신들도 미래로 데려가 달라고 조른다. 회의하던 선생님이 교실로 돌아왔을 때,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친구들의 웃음소리만 교실 안을 맴돌고 있었다.

 

나로선 의외의 결말이었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맘에 드는 결말이다. 이후에 아이들이, 또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각자 상상에 맡기는 것이 가장 재미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을 읽은 아이들에게 뒷이야기를 꾸며 써 보게 했다.

 

아이들은 미래 감옥에 들어가고 시간경찰관은 다시 경찰관이 되었다. 그 시각 집에 있는 가족들과 선생님은 아이들이 없어져서 소란을 피웠다. 준석이네 엄마와 아빠, 서현이네 엄마 아빠가 선생님께 가서 물었다. 교장선생님도 깜짝 놀라셨다. 아이들을 찾으며 불렀지만 아이들은 그림자도 안 보였다. 아이들은 그때까지 감옥에 갇히고 지금까지의 일을 다 반성해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너무 힘들게 한 것이 미안해서 엉엉 울었다. 그렇지만 돌아온 사총사는 전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했다. 이번에는 서현이까지 함께 했다.

 

미래감옥에 가서 시간경찰관은 아이들에게 모두 한 권씩 책을 주며 이걸 다 같이 공부하며 서로 알려주고 예습, 복습을 하면 너희들 세계로 보내준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같이 공부하며 추억을 쌓아가고 다 푼 아이들은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온다. 선생님과 부모님들은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아이들은 평범한 생활로 다시 돌아갔다. 환하게 웃으며 학교를 다닌다. 활기차게.

 

평범하고 무난한 우리반 애기들, 이렇게 모범적인 뒷이야기를 짓다니....^^;;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는 내내, 공부로 아이들을 짓누르는 어른들 중의 한명인 것이 부끄러웠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드는 생각은 아이들은 공부를 무조건 싫어하는 존재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만큼 공부해야 하며 왜 공부해야 하는지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아이들은 공부해야 되는 이유를 자기 안에서 찾아낸다.(교사의 적절한 안내와 조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거기에 교사의 존재의미가 있다.)

 

동화는 내게 때로 무거운 책임감을 안긴다. 특히 이 책이 주는 책임감은 원망스러울 정도다. 아이들에게 시험으로 위협하는 교사가 되어서는 안되겠다, 그러나 아이들이 배움의 기쁨을 찾는 것은 적극 도와주어야 한다.

 

그럼 이제 책 타령은 그만하고 교재연구를 해야겠네? 먼지가 쌓인 협동학습 책도 다시 훑어보면서 아이들이 참여하며 서로 돕는 수업을 구상해봐야겠다. 수업이 자유자재로 되지 않는 나의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져 오지만, 하루에 한 장면이라도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는 순간을 본다면 나는 행복을 느낄 것이다. 공문과 각종 전달사항에 파묻혀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나, 이제는 뭐가 옳고 그른지 따질 기운도 없는 나. 힘을 내라! 아이들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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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일을 하고 싶어요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25
실비 니만 글, 잉그리드 고돈 그림, 이주영 옮김 / 책속물고기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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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크다' '작다' 라는 형용사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될까?

 

꼬맹이 알리는 하필이면 '커다란'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꼬맹이라 그럴 수가 없어서 자꾸만 화가 난다는 것이다. 그 말은 들은 아빠가 그 '커다란'의 의미를 파악하려고 이런저런 질문을 해보지만 아들을 더욱 실망시킬 뿐이다. 그러다 앙리의 답변에서 한가닥 실마리를 발견한다.

 

"바닷가에 있는 등대같이 커다란 일이요."

"등대는 배들이 길을 잃을까 봐 밤바다를 환하게 비춰 주잖아요."

이제 어렴풋이는 알 것 같다. 꼬맹이 안에 있는 '커다란 일'의 개념을. 본인도 설명할 수 없이 다른 것들과 혼재되어 있는 그 개념을.

 

아빠는 이런 고민을 하는 아들이 사랑스럽다. 나도 어릴적에 그랬었나?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빠는 아들에게 바닷가 산책을 제안한다.

 

이 산책에서 서로 설명할 수 없어 답답해 하던 '커다란 일'에 대한 생각을 공유할 만한 자그마한 일이 벌어진다. 바위틈 작은 공간에 갇힌 물고기 한 마리를 건져서 바다에 놓아 준 일이다. 아빠는 그 일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물고기를 바다로 돌려보내 준 것은 작지만 커다란 일이란다."

아빠는 아들에게 목마를 태우고, 아들을 그런 아빠의 머리를 꼭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두 사람 사이에 '커다란 일'에 대한 공감이 생긴 흐뭇한 장면이다.

 

이 사회는 큰 일, 높은 자리를 추구한다. 여기에서의 크다, 높다의 개념은 액면 그대로의 개념과는 달라야 옳다. 굳이 표현하자면 '가치있다'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부자의 대화처럼. 그런데 이 사회는 어떤가? 이 사회가 추구하는 경향대로라면 이들이 물고기를 살려 준 일은 '작지만 커다란' 일이 아니라 정말 '작아서 작은'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이들 부자가 정말 귀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때로 작은 내 모습에 좌절할 때가 있다. 하지만 정말 좌절할 만한 일은 내가 그걸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아도 '커다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은 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작은 그림책 한 권이 나에게 그것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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