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학교에서 급식실이 아주 중요한 장소가 되었다. 당연히 그렇겠지. 먹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드무니까. 힘든 일과 속 잠시의 ‘먹는’ 시간은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니까. 나 학교 다닐 땐 급식이 없었고(엄마의 도시락싸기 중노동), 발령 나서 나왔을 때는 급식실이 없었다. (교실 급식) 지금은 급식실이 필수인 것 같지만 아직 없는 학교도 있다. 나도 지금 있는 학교가 처음이다. 와보니 너무 좋았다. 이래저래 급식실은 은혜로운 곳이다.그래서 내 생각은 이렇다. 웬만하면 좀 감사하게 먹어라~ 작작 좀 요구하고.... 어떻게 니 입맛에 다 맞추니. 집에서 날마다 메뉴 바꾸면서 1식 4찬에 따뜻한 국이랑 밥 먹니? 아니잖아. 그런 도시락 싸줄 수 있니? 아니잖아. 그럼 좀 감사하게 먹어라 제발. 솔직히 나는 사람 많고 떠드는 곳에서는 세상 산해진미도 다 소용없는 사람이어서 겨우 먹는 시늉만 한다. 그러니 급식비가 아까운 사람이지만 (학생 외 어른들은 급식비 내고 먹음) 그래도 감사하게 여긴다. 영양사님 바뀔 때마다 조금씩 장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무조건 감사. 극심하게 맛없거나, 너무 부실해서 뭔가가 의심되는 경우라면 모르지만 그런 경우는 한 번도 못 봤기 때문에. 이세계에서 온 드래곤과 용사들이 급식실의 은혜로움을 체험하는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더 든다. 학교는 모든 요구의 쓰레기장 같은 곳이 되었다. 이미 할 수 있는 힘과 노력을 들이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혀진다. 도깨비 방망이도 없는데 뚝딱 대령해야 하는 곳. 학생들에게 자치의 기회를 주는 것에 나는 전적으로 찬성하지만 그 권한을 가진 학생들이 주로 물고 늘어지는 게 급식이라는 사실이 나는 너무 못마땅했다. (내가 급식과 아무 상관없는 직책에 있으니 이 말은 해도 되겠지) 고학년을 몇 년간 맡으면서 전교임원 선거 공약에서 급식이 빠지는 걸 보질 못했다. 작년에는 우리반에도 출마자가 두 명 있어서 이렇게 조언했다.“니네들이라도 급식 타령 좀 그만해라. 식상하다.”그 중 한명은 고민하며 나름의 공약을 준비해왔다. 한명은 여지없이 학생희망식단으로 급식을 실시... 어쩌구 하는 공약을 적어왔다. “근데, 이 음식들을 누가 만드는 거야. 너야?”“아니요.”“그럼 그분들이 지금 급식 만드시면서 시간이 남아 놀 거라고 생각해?”“음.... 어....”“너네가 할 일로 공약을 만들어. 왜 남의 노동으로 생색을 내려고 해. 급식실이 무슨 고급 레스토랑이야? 급식은 한정된 예산으로 한정된 인원이 만드는 거야. 대체 어디까지 바랄 참이야?”“.... 사실은 공약이 생각이 안나요.”ㅎㅎㅎ 이랬던 에피소드도 있다.어쨌든 오늘도 급식실엔 치킨이든 돈까스든 구슬아이스크림이든 아이들이 선호하는 음식들이 한가지씩은 나온다. 드래곤과 용사들이 싸우다 지쳤을 때 냄새에 끌려 찾아온 급식실에도 로제 떡볶이와 치킨너겟이 나왔다.^^ 거기서 고군분투하고 계신, 나보다는 젊지만 나를 닮은듯한 여선생님이 급식실에서 지켜야 할 일을 가르치신다. 줄을 잘 서야 하고,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차분하게 받아야 하고, 뜨거운 음식을 받을 때는 더욱 조심하고 등등.... 드래곤과 용사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연상되는 아이들이 있어 웃음이 터진다. 한가지 소개하면“조리사 선생님이 취나물 무침을 주려고 하자, 전사는 식판을 자기 앞으로 쓱 당겼어요.”진짜 이런 아이들 많다. 작가님은 어디서 보셨을까.^^맛있는 음식은 마음을 녹인다. 상훈이와 지호는 화해하고 색연필을 빌려주기로 했고, 드래곤은 용사들에게 꼭 필요한 붉은 보석을 빌려주었다. 그 전에 다 먹은 후 식판 처리법까지 깨끗이 배웠고, 아이들과 아쉬움의 작별도 했다. 뒷면지에 10가지 급식 예절 메모가 인쇄되어 있다. 이 책 아무래도 급식지도의 교과서가 될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의 편식은 그 뿌리가 깊어서 절대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둘 수만도 없으니 이렇게 재미있는 그림책으로라도 지도해 봐야지. 읽어주기에도 좋지만 그냥 놔둬도 인기 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