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월러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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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할말하않 경악을 했지만 차마 리뷰를 쓰지는 못했다.

이 책을 읽고 만족하는 수많은 분들을 생각하면 나의 리뷰가 악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티븐 킹의 책을 읽다 다음과 같은 구절을 발견하고, 나만 그런것이 아니었어!란 내적외침과 함께 이 곳에 기록으로 남겨본다.


'형편없는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렇게 쓰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배운다. 소행성의 광부들 같은, 또는 인형의 계곡이나 다락방의 꽃들이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같은 소설 한 권은 유수한 대학의 문예 창작과에서 한 학기를 공부하는 것과 맞먹는 가치를 지닌다.' - 스티븐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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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1-11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은 지 한 참 되어서 기억이 안 나요. 대신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아직도 마음 아프다고 기억하고 있어요. 근데 스티븐 킹, 정말 신랄하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LAYLA 2020-11-11 15:27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는 영화가 책보다 1000배쯤 낫다고 생각해요. 배우들부터 너무 좋구요. 스티븐 킹 정도 되면 할말 다 하고 살아서 참 속시원할거 같아요. 본업을 잘하는 자의 특권이네요 ㅎㅎㅎ

다락방 2020-11-11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읽고 리뷰 쓰면서 별 셋 준 기억이 나네요. 몇해전인데 라일라님이 제 리뷰에 댓글도 다셨던 듯! ㅋㅋㅋㅋㅋ

LAYLA 2020-11-11 15:28   좋아요 0 | URL
어머 제가 무슨 말을 했을까요... 이번에 읽을 때는 정말 세상에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쓰지 세상에 세상에 이러면서 봤네요 ㅎㅎㅎ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리뉴얼판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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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하여 소설가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에 대하여 그리 잘 알지 못한다. 소설이 훌륭하거나 형편없다면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모르는 것이다. - P13

시든 소설이든 단 한 줄이라도 발표한 사람은 반드시 누군가에게서 하늘이 주신 재능을 낭비한다는 비난을 듣게 마련이라는 것을 내가 비로소 깨달은 것은 아마 마흔 살 때였던 것 같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있으면 남의 기분을 망쳐놓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 P59

나는 굴드 씨에게 스포츠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굴드는 이렇게 대답했다.

"술집에서 곤드레만드레가 된 사람들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경기들이야.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배우게 돼." - P66

내가 처음으로 두 건의 기사를 제출하던 그날, 국ㄹ드는 그 밖에도 흥미로운 조언을 해주었다. 글을 쓸 때는 문을 닫을 것, 글을 고칠 때는 문을 열어둘 것. 다시 말해서 처음에는 나 자신만을 위한 글이지만 곧 바깥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는 뜻이었다. - P69

우리는 우리 자신과 아이들과 서로를 보살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태비는 분홍색 유니폼을 입고 던킨 도너츠에서 일했으며, 커피를 마시러 들어온 술꾼들이 소란을 피우면 경찰을 불렀다. 나는 모텔 침대보와 수건 따위를 빨면서 공포 영화 대분을 썼다. - P86

나는 대개 차 안에서 오디오북을 듣고 어디에 가든지 책 한 권을 들고 다닌다. 언제 어느 때 탈출구가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 P126

여러분은 그 책을 읽지 않고도 그것이 읽기 쉬운 책인지 어려운 책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쉬운 책에는 짧은 문단도 만고 하얀 공간도 많다. 그런 책은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연하고 가볍다. 반면에 어려운 책은 수많은 생각과 서술과 묘사를 담고 있어 얼른 보기에도 견고하다. 꽉 찬 느낌이 든다. 이렇게 무난이란 그 내용에 못지 않게 생김새도 중요하다. 문단은 작가의 의도를 보여주는 지도이기 때문이다. - P158

나는 문장이 아니라 문단이야말로 글쓰기의 기본 단위라고 - 거기서부터 의미의 일관성이 시작되고 낱말들이 비로소 단순한 낱말의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고- 주장하고 싶다. 글이 생명을 갖기 시작하는 순간이 있다면 문단의 단계가 바로 그것이다. 문단이라는 것은 대단히 놀랍고 융통성이 많은 도구이다. 때로는 낱말 하나로 끝날 수도 있고, 또 때로는 몇 페이지에 걸쳐 길게 이어질 수도 있다. 글을 잘 쓰려면 문단을 잘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장단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 P164

건물은 한 번에 한 장씩 벽돌을 쌓아올려 만든다. 여러분도 한 번에 한 문단씩 서나가면 되는 것인데, 이때 사용하는 건축 재료는 여러분의 어휘력, 그리고 기본적인 문체와 문법에 대한 지식이다. ... 그런데 낱말들을 가지고 굳이 대저택까지 지을 필요가 있을까? 나는 있다고 생각한다.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나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가끔은 이런 괴물조차도 괴물이 아닐 때가 있다. 때로는 너무도 아름다워 그 기나긴 이야기를 아주 사랑하게 되는데, 그런 이야기는 그 어떤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천 페이지를 읽은 뒤에도 우리는 작가가 만들어놓은 세상이나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가공의 인물들을 떠나기 싫어한다. - P166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그런 재능을 갖기는커녕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다. 아니, 대부분의 천재들은 자기 자신조차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천재들이 불행한 삶을 살아가면서 자기들은 결국 우연이 빚어낸 괴물에 불과하다고 느낀다. 지적인 일을 한다는 점에서 다를 뿐, 어쩌다가 예쁜 광대뼈와 시대의 이미지에 맞는 유방을 타고난 패션 모델처럼 그들도 우연히 그렇게 태어냈던 것이다. - P172

형편없는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렇게 쓰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배운다. 소행성의 광부들 같은, 또는 인형의 계곡이나 다락방의 꽃들이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같은 소설 한 권은 유수한 대학의 문예 창작과에서 한 학기를 공부하는 것과 맞먹는 가치를 지닌다. - P177

한편, 좋은 책은 한창 배움의 길을 걷는 작가들에게 문체와 우아한 서술과 짜임새 있는 플롯을 가르쳐주며, 언제나 생생한 등장인물들을 창조하고 진실만을 말하라고 가르친다. 빼어난 스토리와 빼어난 문장력에 매료되는 것은 모든 작가의 성장 과정에 필수적이다. 한 번쯤 남의 글을 읽고 매료되지 못한 작가는 자기 글로 남을 매료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 P178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은 글을 쓸 시간도 없는 사람이다. - P179

니코틴은 신경을 예민하게 해준다. 물론 창작을 도와주는 대신에 목숨을 빼앗는다는 게 문제다. 어쨌든 나는 어떤 소설이든-설령 분량이 많더라도-한 계절에 해당하는 3개월 이내에 초고를 끝내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하루에 열 페이지씩 쓰는 것을 좋아한다. 낱말로는 2천 단어쯤 된다. 이렇게 3개월 동안 쓰면 18만 단어가 되는데, 그 정도면 책 한 권 분량으로는 넉넉한 셈이다. - P187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쓰되 그 속에 생명을 불어넣고, 삶이나 우정이나 인간 관계나 성이나 일 등에 대하여 여러분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을 섞어넣어 독특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일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일에 대한 내용을 즐겨 읽는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실이다. - P196

묘사는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탁월한 묘사력은 후천적인 능력이므로, 많이 읽고 많이 쓰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묘사의 ‘방법‘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묘사의 ‘분량‘도 그만큼 중요하다. 많이 읽으면 적절한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고, 많이 써보면 묘사하는 요령을 알 수 있다. 묘사력은 직접 해보면서 습득해야 한다. - P212

사실적이고 공감을 주는 대화문을 쓰려면 반드시 진실을 말해야 한다. ...21세기에 접어드는 오늘날 소설을 쓴다는 것은 지적인 겁쟁이들이 감당할 만한 일이 아니다. - P229

좋은 소설은 반드시 스토리에서 출발하여 주제로 나아간다. 주제에서 출발하여 스토리로 나아가는 일은 좀처럼 없다. ...일단 기본적인 스토리를 옮겨적은 뒤에는 그 스토리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수정 작업을 하면서 여러분 자신의 결론을 집어넣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각각의 이야기를 여러분만의 독특한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비전을 작품속에서 빼앗는 일이다. - P256

사실 나는 진행 속도가 느리고 분량도 많은 소설을 좋아한다. 길고 흡인력 있는 소설을 읽노라면 마치 호화 유람선을 타고 느긋하게 여행하는 것 같은데 이런 경험이야말로 일찍이 최초의 소설들에서부터 볼 수 있었던 소설 형식의 주된 매력이다. - P273

작품의 기본적인 스토리와 정취를 유지하면서도 10펴센트 정도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노력이 부족한 탓이다. - P276

나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냥 지어냈다. 그것은 내가 문을 닫아놓고 글을 쓰는 중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오직 나 자신과 마음 속의 가상 독자를 위해 소설을 쓰고 있었다. - P284

자료 조사는 배경 스토리를 위한 것일 뿐이고, 배경 스토리에서 중요한 낱말은 배경이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다만 약간의 진실성을 첨가하는 것뿐이다. 스파게티 소스를 더욱 맛있게 만들기 위해 양념을 집어넣는 것처럼 말이다. ...자료 조사는 불가피한 일이다. 그것은 여러분의 스토리에도 많은 보탬이 될 것이다. 다만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곤란하다. 여러분이 쓰고 있는 것은 연구 논문이 아니라 소설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언제나 스토리가 우선이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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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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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그렇게 철이 없냐. 오빠는 그렇게 말한다. 옛날에는 그 말을 들으면 의기소침해졌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사카에 왈, 소설에서는 철이 없는 어른을 나이먹은 소년, 소녀의 마음을 지닌 묘령 등의 언어로 바꿔 표현한단다. 오호라! 하고 좋아하려는데, 그가 키들키들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삼류 소설에서 그렇다는 거지.

"삼류 소설이 뭐가 나빠서. 난 걸작의 미진한 부분을 메우는 게 삼류 소설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의 일생을 그리려면 양쪽 다 필요해." - P26

어른이 되고 보니 운명과 우연이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다. 그리고 운명에 몸을 맡기기보다 우연에 몸을 맡기는 것이 보다 우아한 태도라는 생각도 든다. - P33

남들이 생각하는 듬직함과 내가 원하는 듬직함은 결정적으로 다르다. 나는 체격이 크고 경제력이 있다고 안심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편리함에 지나지 않는다. - P35

경험은 사람에게 배움을 선사하지만, 사람을 강하게 하지는 않는다. 강한 척하는 기술을 터득하게 할 뿐. - P67

-자포자기한 사람처럼 그런 소리 하지 마.

-염치없기는!! 자포자기는 젊은이들의 특권이야. 우리 나이에 그런 용어는 없다고!

언제부터인지 나는 자포자기가 내게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버리지 않는 근성을 터득했다는 뜻일까. 아니면 자신을 버릴 장소가 아무 데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뜻일까. 나와 사카에는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다. 버리기는커녕 과거에 버렸던 자신을 회수하려 할 정도로 욕심이 많다. - P110

시신을 무섭지 않다고 느낄 때, 사람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음을 자각한다는 것을 알았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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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0-30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점 2개!ㅎㅎㅎㅎ
어쨌든 마지막 인용글은 사실 저 경험해봤어요. 제 엄마 시신을 마주했을 때 시신이라 안 느껴졌고 막 더 안아주고 만져주면 다시 살아나실 것 같았고요, 또 한번은 시아버님의 시신을... 제 큰시누이는 밤 12시쯤와서 밤새도록 자기 아빠의 시신을 만지고 쓰다듬고,,, 무섭기는 커녕,,,이 글을 쓰는데도 눈물이 나려고 하네..^^;;

LAYLA 2020-11-28 01:37   좋아요 0 | URL
라로님, 맞아요 저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어렸을 때 부터 함께한 기억이 많아 몸이 식어가는게 무섭지가 않았는데 늦둥이 동생은 할머니랑 정이 들 틈이 없어 그런지 무서워하더라구요. 경험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깊이가 있는 문장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도쿄 기담집 (하나레이 에디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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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페이, 이 세계의 온갖 것들은 의지를 갖고 있어. 이를테면 바람은 의지를 갖고 있어. 우리는 평소에 그런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지.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을 저절로 깨닫게 돼. 바람은 단일한 의지를 갖고 당신을 감싸고 당신을 뒤흔들어. 바람은 당신의 내면에 있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 바람뿐만이 아니야. 온갖 다양한 것들이. 돌도 그중 하나겠지? 그들은 우리를 아주 잘 알아.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다. 어느 순간이 찾아오고, 우리는 그것을 문득 깨달아. 우리는 그런 것들과 함께 살아나갈 수밖에 없어. 그런 것들을 받아들여서 우리는 살아남고 그리고 점점 더 깊어져가는 거야.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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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0-25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레일라 님, 무라카미 하루키 책 전작해요? ^^ 인용하신 글 좋아요!!

LAYLA 2020-10-26 12:41   좋아요 0 | URL
라로님!!! 읽다 보니 점점 이어져서 여기까지 왔어요 ㅋㅋ 근데 사실 무서운건 무라카미 하루키 책 중 많은 수를 이미 예전에 읽었더라구요. 읽고 스르륵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글인데 그게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여기까지 읽고 잠시 다른 책들로 넘어가보려구요. 일년기록을 보니 생각보다 책을 적게 읽어서 연말에 조금 분발해보려고 해요^^;;;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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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랫동안 묵히고 미뤄두었던 이 책을 큰 숙제를 한다는 느낌으로 읽었다. 읽는 동안 한숨이 나올 정도로 부끄러운 부분들도 많았고(손발이 오그라드는 부분이라는 의미) 별볼일 없는 남주가 섹스의 신처럼 크고 단단한 자지로 등장하는 거의 모든 여자들과 자거나 성적인 행위를 한다는 내용(그것도 여자들이 먼저 원해서)측면에서는 내가 이 책을 기피했던 이유가 무척 합리적이었단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출간되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한다면 왜 그리 인기를, 특히나 한국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나 이해가 되기도 하였다. 


한국 초판이 89년도에 출판되었는데 일본문화를 폐쇄해서 텔레비전으로 일본 방송을 볼 수도 없고 인터넷도 없었으니, 주 6일 출근하며 먹고 사는 것에도 허덕이던 한국 사람들에게 무라카미 하루키가 제시하는 '청춘'의 모습 (대학을 다니고 기숙사에 살고 위스키를 마시며 여자들과 어울리고 원하면 훌쩍 기차여행도 떠나는) 그리고 연애라는 소재를 통해 '상실'이라는 개념을 다룬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을거 같다. 민주화 운동으로 문학과 예술의 소재와 범위가 지극히 좁아져버린 상황에서 한국문학이 소외와 외로움을 다룬 작품이래야 '서울 1961년 겨울' 뭐 그런게 아니었을까? 그 상황에 하루키가 세련된, 잘 사는 나라의 인텔리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상실이란 것이 무엇인지, 너도 힘들지? 해주니 문화적으로 척박하던 한국 독자들의 눈에 얼마나 멋져 보였을까. 마치 서울 처음 상경한 시골 소년이 받는 충격같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특히나 성에 대해 가볍게 묘사하는 부분, 비정상적으로 개방적인 여성 인물들은 쓰여질 당시에도 하루키의 판타지로 쓰여졌을 인물들이고 지금 시대의 눈으로 보면 쓰레기 같은 내용들도 많지만 (죽은 아버지의 영정 앞에서 아버지의 정자로 만들어진 몸이니 다 보세요, 하며 발가벗는 여자 등장인물에 대해 쓰레기 같은 내용이라고 말할수 밖에 없다) 어쨌든 그 당시엔 쿨함으로 와 일본은 저렇구나 하고 버무리하며 남성 독자들의 판타지를 1000%정도 충족시켜 주었으리라 생각한다...일본에 가본 사람도 잘 없던 시절이니까. 일본은 엄청 부자나라고, 일본엔 이런것도 있다더라, 저런것도 있다더라, 이런 소문만이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시절이니까. 그리고 요즘 시대엔 중2도 쓰지 않을것 같은 감상적인 문장들. 비맞은 원숭이처럼 외롭고 숲의 나무가 다 쓰러지는 그런 문장들은 지금이야 우습지만 그 당시엔 그 시대의 독자들을 뒤흔들었으니 충분히 대단한 업적이라 할 만하다 싶다. 다만 나는 당시 그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하였던 유유정 선생님의 평이 궁금하기는 하다. 60대 후반의 나이에 그런 문장들을 번역할 때, 그 시절 한국의 정서와 사회적 배경에서 그런 문장들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짐작이나 하셨었는지.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 책은, 시대의 감수성이 달라진 지금에는 감성적으로 와닿는 접점이 많이 사라졌고 하루키 특유의 여성 캐릭터는 비난받을 부분이 많으며 별 볼일 없는 남주가 자꾸 여자들하고 자는 내용은 스토리의 개연성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뛰어난 소설로 평가받는 건 한 권으로서 담아내고자 하는 작가의 주제의식이 명확했다는 점 그리고 문장과 구성의 측면에서 완성도가 높았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가가 일생동안 같은 주제를 새로운 소설로 변주하며 커리어를 쌓았기에 결과적으로 그의 장대한 커리어 시작점에 위치하는 이 책이 스테디셀러로 긴 생명력을 가지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바꾸어 말하자면 평생 소설가로 열일하는 행위 자체가 상실의 시대에 대한 영업이 된 셈이랄까. 생각해보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국을 휩쓸던 시절 그 말고도 잘나가고 세련된 작가들은 많았고 청춘을 그린 작가들도 많았다. 작품 하나하나를 따져보자면 하루키보다 더 잘 쓴 작가들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작가들이 중년을 지나며 활동을 줄이고 서서히 잊혀진 작가가 되다 보니 그 작품들 역시 이제는 잊혀진 작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어찌 말하자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저력은 작품 하나하나로 말할 수 있는게 아니라 평생 단절없이 소설을 써내는 그의 장인정신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의 작품이라 팔리는 것이다. 


그럼 무라카미 하루키는 고전이 될까요? 란 질문에는 글쎄. 지금은 작가가 계속 새책을 펴내고 영업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10년 20년 후의 세대가 과연 이 책을 읽을까? K팝이 J팝보다 잘 나가고 일본의 여고생들이 한국식 화장을 따라하는 시대에? 하지만 그런 회의적인 시각과 함께 이 책이 지난 시절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었나 하는 객관적인 인정 또한 필요하다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한국에서 선생님이라고 떠받드는 소설가들이 사실 하루키의 쿨한 대학생을 따라한 열화버전 상실의 시대를 썼었구나 깨달았을 때 정말 우스웠으니까. 그래, 하루키는 명성만큼 대단하지 않을 수 있지. 하지만 하루키만한 작가도 없었던게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는 인정. 


어쩌면 평생동안 읽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책이기에 완독한 지금의 감상은 후련하다는 것. 정말 속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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