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함하여 소설가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에 대하여 그리 잘 알지 못한다. 소설이 훌륭하거나 형편없다면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모르는 것이다. - P13
시든 소설이든 단 한 줄이라도 발표한 사람은 반드시 누군가에게서 하늘이 주신 재능을 낭비한다는 비난을 듣게 마련이라는 것을 내가 비로소 깨달은 것은 아마 마흔 살 때였던 것 같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있으면 남의 기분을 망쳐놓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다. - P59
나는 굴드 씨에게 스포츠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굴드는 이렇게 대답했다.
"술집에서 곤드레만드레가 된 사람들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경기들이야.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배우게 돼." - P66
내가 처음으로 두 건의 기사를 제출하던 그날, 국ㄹ드는 그 밖에도 흥미로운 조언을 해주었다. 글을 쓸 때는 문을 닫을 것, 글을 고칠 때는 문을 열어둘 것. 다시 말해서 처음에는 나 자신만을 위한 글이지만 곧 바깥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는 뜻이었다. - P69
우리는 우리 자신과 아이들과 서로를 보살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태비는 분홍색 유니폼을 입고 던킨 도너츠에서 일했으며, 커피를 마시러 들어온 술꾼들이 소란을 피우면 경찰을 불렀다. 나는 모텔 침대보와 수건 따위를 빨면서 공포 영화 대분을 썼다. - P86
나는 대개 차 안에서 오디오북을 듣고 어디에 가든지 책 한 권을 들고 다닌다. 언제 어느 때 탈출구가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 P126
여러분은 그 책을 읽지 않고도 그것이 읽기 쉬운 책인지 어려운 책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쉬운 책에는 짧은 문단도 만고 하얀 공간도 많다. 그런 책은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연하고 가볍다. 반면에 어려운 책은 수많은 생각과 서술과 묘사를 담고 있어 얼른 보기에도 견고하다. 꽉 찬 느낌이 든다. 이렇게 무난이란 그 내용에 못지 않게 생김새도 중요하다. 문단은 작가의 의도를 보여주는 지도이기 때문이다. - P158
나는 문장이 아니라 문단이야말로 글쓰기의 기본 단위라고 - 거기서부터 의미의 일관성이 시작되고 낱말들이 비로소 단순한 낱말의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고- 주장하고 싶다. 글이 생명을 갖기 시작하는 순간이 있다면 문단의 단계가 바로 그것이다. 문단이라는 것은 대단히 놀랍고 융통성이 많은 도구이다. 때로는 낱말 하나로 끝날 수도 있고, 또 때로는 몇 페이지에 걸쳐 길게 이어질 수도 있다. 글을 잘 쓰려면 문단을 잘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장단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 P164
건물은 한 번에 한 장씩 벽돌을 쌓아올려 만든다. 여러분도 한 번에 한 문단씩 서나가면 되는 것인데, 이때 사용하는 건축 재료는 여러분의 어휘력, 그리고 기본적인 문체와 문법에 대한 지식이다. ... 그런데 낱말들을 가지고 굳이 대저택까지 지을 필요가 있을까? 나는 있다고 생각한다.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나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가끔은 이런 괴물조차도 괴물이 아닐 때가 있다. 때로는 너무도 아름다워 그 기나긴 이야기를 아주 사랑하게 되는데, 그런 이야기는 그 어떤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천 페이지를 읽은 뒤에도 우리는 작가가 만들어놓은 세상이나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가공의 인물들을 떠나기 싫어한다. - P166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그런 재능을 갖기는커녕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다. 아니, 대부분의 천재들은 자기 자신조차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천재들이 불행한 삶을 살아가면서 자기들은 결국 우연이 빚어낸 괴물에 불과하다고 느낀다. 지적인 일을 한다는 점에서 다를 뿐, 어쩌다가 예쁜 광대뼈와 시대의 이미지에 맞는 유방을 타고난 패션 모델처럼 그들도 우연히 그렇게 태어냈던 것이다. - P172
형편없는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렇게 쓰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배운다. 소행성의 광부들 같은, 또는 인형의 계곡이나 다락방의 꽃들이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같은 소설 한 권은 유수한 대학의 문예 창작과에서 한 학기를 공부하는 것과 맞먹는 가치를 지닌다. - P177
한편, 좋은 책은 한창 배움의 길을 걷는 작가들에게 문체와 우아한 서술과 짜임새 있는 플롯을 가르쳐주며, 언제나 생생한 등장인물들을 창조하고 진실만을 말하라고 가르친다. 빼어난 스토리와 빼어난 문장력에 매료되는 것은 모든 작가의 성장 과정에 필수적이다. 한 번쯤 남의 글을 읽고 매료되지 못한 작가는 자기 글로 남을 매료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 P178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은 글을 쓸 시간도 없는 사람이다. - P179
니코틴은 신경을 예민하게 해준다. 물론 창작을 도와주는 대신에 목숨을 빼앗는다는 게 문제다. 어쨌든 나는 어떤 소설이든-설령 분량이 많더라도-한 계절에 해당하는 3개월 이내에 초고를 끝내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하루에 열 페이지씩 쓰는 것을 좋아한다. 낱말로는 2천 단어쯤 된다. 이렇게 3개월 동안 쓰면 18만 단어가 되는데, 그 정도면 책 한 권 분량으로는 넉넉한 셈이다. - P187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쓰되 그 속에 생명을 불어넣고, 삶이나 우정이나 인간 관계나 성이나 일 등에 대하여 여러분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을 섞어넣어 독특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일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일에 대한 내용을 즐겨 읽는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실이다. - P196
묘사는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탁월한 묘사력은 후천적인 능력이므로, 많이 읽고 많이 쓰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묘사의 ‘방법‘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묘사의 ‘분량‘도 그만큼 중요하다. 많이 읽으면 적절한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고, 많이 써보면 묘사하는 요령을 알 수 있다. 묘사력은 직접 해보면서 습득해야 한다. - P212
사실적이고 공감을 주는 대화문을 쓰려면 반드시 진실을 말해야 한다. ...21세기에 접어드는 오늘날 소설을 쓴다는 것은 지적인 겁쟁이들이 감당할 만한 일이 아니다. - P229
좋은 소설은 반드시 스토리에서 출발하여 주제로 나아간다. 주제에서 출발하여 스토리로 나아가는 일은 좀처럼 없다. ...일단 기본적인 스토리를 옮겨적은 뒤에는 그 스토리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수정 작업을 하면서 여러분 자신의 결론을 집어넣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각각의 이야기를 여러분만의 독특한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비전을 작품속에서 빼앗는 일이다. - P256
사실 나는 진행 속도가 느리고 분량도 많은 소설을 좋아한다. 길고 흡인력 있는 소설을 읽노라면 마치 호화 유람선을 타고 느긋하게 여행하는 것 같은데 이런 경험이야말로 일찍이 최초의 소설들에서부터 볼 수 있었던 소설 형식의 주된 매력이다. - P273
작품의 기본적인 스토리와 정취를 유지하면서도 10펴센트 정도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노력이 부족한 탓이다. - P276
나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냥 지어냈다. 그것은 내가 문을 닫아놓고 글을 쓰는 중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오직 나 자신과 마음 속의 가상 독자를 위해 소설을 쓰고 있었다. - P284
자료 조사는 배경 스토리를 위한 것일 뿐이고, 배경 스토리에서 중요한 낱말은 배경이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다만 약간의 진실성을 첨가하는 것뿐이다. 스파게티 소스를 더욱 맛있게 만들기 위해 양념을 집어넣는 것처럼 말이다. ...자료 조사는 불가피한 일이다. 그것은 여러분의 스토리에도 많은 보탬이 될 것이다. 다만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곤란하다. 여러분이 쓰고 있는 것은 연구 논문이 아니라 소설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언제나 스토리가 우선이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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