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어쩜 그렇게 철이 없냐. 오빠는 그렇게 말한다. 옛날에는 그 말을 들으면 의기소침해졌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사카에 왈, 소설에서는 철이 없는 어른을 나이먹은 소년, 소녀의 마음을 지닌 묘령 등의 언어로 바꿔 표현한단다. 오호라! 하고 좋아하려는데, 그가 키들키들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삼류 소설에서 그렇다는 거지.

"삼류 소설이 뭐가 나빠서. 난 걸작의 미진한 부분을 메우는 게 삼류 소설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의 일생을 그리려면 양쪽 다 필요해." - P26

어른이 되고 보니 운명과 우연이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다. 그리고 운명에 몸을 맡기기보다 우연에 몸을 맡기는 것이 보다 우아한 태도라는 생각도 든다. - P33

남들이 생각하는 듬직함과 내가 원하는 듬직함은 결정적으로 다르다. 나는 체격이 크고 경제력이 있다고 안심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편리함에 지나지 않는다. - P35

경험은 사람에게 배움을 선사하지만, 사람을 강하게 하지는 않는다. 강한 척하는 기술을 터득하게 할 뿐. - P67

-자포자기한 사람처럼 그런 소리 하지 마.

-염치없기는!! 자포자기는 젊은이들의 특권이야. 우리 나이에 그런 용어는 없다고!

언제부터인지 나는 자포자기가 내게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버리지 않는 근성을 터득했다는 뜻일까. 아니면 자신을 버릴 장소가 아무 데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뜻일까. 나와 사카에는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다. 버리기는커녕 과거에 버렸던 자신을 회수하려 할 정도로 욕심이 많다. - P110

시신을 무섭지 않다고 느낄 때, 사람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음을 자각한다는 것을 알았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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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0-30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점 2개!ㅎㅎㅎㅎ
어쨌든 마지막 인용글은 사실 저 경험해봤어요. 제 엄마 시신을 마주했을 때 시신이라 안 느껴졌고 막 더 안아주고 만져주면 다시 살아나실 것 같았고요, 또 한번은 시아버님의 시신을... 제 큰시누이는 밤 12시쯤와서 밤새도록 자기 아빠의 시신을 만지고 쓰다듬고,,, 무섭기는 커녕,,,이 글을 쓰는데도 눈물이 나려고 하네..^^;;

LAYLA 2020-11-28 01:37   좋아요 0 | URL
라로님, 맞아요 저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어렸을 때 부터 함께한 기억이 많아 몸이 식어가는게 무섭지가 않았는데 늦둥이 동생은 할머니랑 정이 들 틈이 없어 그런지 무서워하더라구요. 경험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깊이가 있는 문장이란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