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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CEO 특강 2 - 글로벌 리더 EBS CEO 특강 2
『EBS CEO 특강』제작팀 지음 / 마리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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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중소기업체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직원들과의 소통에서 장벽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보통 직원이 20~30명 되는 중소기업일 때는 사장이 모든 직원들을 다 파악하고 일일이 지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조직이 100명 정도가 되면 사장이 직원들에게 일일이 지시하고 간섭하는 기존의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옛날 방식대로 사장이 직원들한테 일일이 지시하고 간섭하는 겁니다. 아까 고성과 조직의 기본이 되는 첫째 조건이 시스템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회사가 커지면 리더 한 사람이 조직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조직을 끌고가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장님들이 이 장벽을 잘 못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시스템을 만들어놓으면 본인 스스로 답답한 겁니다. 그래서 간섭을 하게 되고, 그러면 성장할 수 있는데도 멈춰버리고 맙니다. 쉽지 않겠지만 우선은 시스템으로 돌아가 자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비로소 조직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77p, 삼양사 고문, 조병린

 
   

시스템. 시스템을 잘 구축하는 사람 그리고 시스템을 잘 운영하는 사람. 이 책을 읽으며 CEO라는 직업에 대해 가지게 된 새로운 정의이다.   

어떻게 해야 사람을 잘 부리고 어떻게 해야 비용을 절감하고 등등을 대학에서 열심히 배우며 CEO에 대해 단순히 '단기 이익을 최대한 뽑아내는'직업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물론 교과서는 장기적 시각과 주인의 마음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전문경영인의 몸값을 결정하는 건 최근 실적일 뿐이니 냉혹한 돈의 세계에서 주인과 같은 마음 운운은 진짜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말이지 않은가. CEO의 업무는 자기를 고용한 회사의 매출을 최대한 올려주는 것이고 수단은 상관없다 생각했고. 내가 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그리고 합법적인 이윤창출의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내 생각은 물론이요 교과서도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교과서는 CEO가 주인과 같은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리인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스톡옵션을 어떻게 줘야하는지를 따로 가르치기도 한다. 그런데, 주인과 같은 마음이란 무엇인가? 정말 CEO는 경영전문지식이 부족한 주인을 대신하는 자리인걸까? 이 책을 읽어보니 그렇지 않은듯. 주인의 마음이 어떤지는 바로 저 위의 밑줄긋기 박스가 잘 보여주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성에 차지 않는 마음. 이 책에 나오는 CEO들을 보며, 저런 맘으로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이 바로 CEO라는 직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모두 해당분야에서 신입사원으로 출발해 CEO의 자리에 오른, 말 그대로 조직과 '시스템'의 바닥에서 정상까지 종단으로 질주하며 살아온 사람들인데 그래서 그들의 경험이 묻어나는 인터뷰를 보면 자신이 창립한회사 혹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들과는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회사를 '내 것'이라고 보느냐 하나의 시스템이라고 보느냐에 따른 차이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CEO들이 우선하는 것은 가치와 비전을 조직에 내재화시키고 좋은직장을 만드는 것. 돈이라는 걸 결과로서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본다면 CEO들의 본업무는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기름칠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좋은 CEO냐 아니냐는 여기서 판가름 나는 것이지 않을까. 무조건 비용과 마켓쉐어에만 목매어 직원들 쥐어짜는 사람과, 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 시스템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사람. 누가 좋은 경영자일지. 

경영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며 소유자와 경영자가 분리되지 않은 한국재벌들을 생각해 봤다. 그리고 현대와 삼성 두 기업에서 모두 일했던 사람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현대는 회장이 구속되면 회사가 다 올스톱한다. 회장의 최종지시 없으면 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우왕좌왕하고 '일'이 터지면 '일'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삼성은 회장이 구속되어도 다 잘 돌아간다.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똑같이 소유자가 경영을 하는 상황에서 그 차이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단순히 기업문화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창업주부터 다르지 않았나 싶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날 때부터 사람을 부리고 윗사람으로서 행동하는 게 당연했던 이병철과 바닥에서부터 주인의 마음으로 악착같이 올라선 정주영. 전자는 태어날 때부터 시스템운영엔 훨씬 능할수 밖에 없는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이병철의 "의심나면 쓰지 말고 썼으면 믿고 맡겨라"는 말은 그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솔직히 CEO가 되겠다고 경영대에 입학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고 그런 꿈을 가지고 입학했다 그러면 풋-하는 반응이 나온다.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고 어떤 정석이 존재하지도 않는 길이다 보니 무작정 CEO가 되겠다고 하면 무슨 뜬구름잡는 것처럼 들리는 것이다. 이 책은 다른 의미에서 CEO가 되겠다-는 꿈은 존재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냥 열심히 살다보니 CEO가 된 것이지 원래 꿈은 CEO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기 분야의 일을 정말 사랑하고 즐기는 이들을 보며 어느 분야에서건 일을 즐기는 자는 당해낼 수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진리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일이 즐거운 직장인들은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살펴볼 수 있는 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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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CEO 특강 2 - 글로벌 리더 EBS CEO 특강 2
『EBS CEO 특강』제작팀 지음 / 마리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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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반감주기'라는 것이 있다. 이는 여러분이 학교를 나와서 기업에 입사할 때 가지고 있던 지식의 크기를 100으로 보았을때, 기업에 들어가서 아무런 재충전 없이 그대로 간다면 그 지식의 총량이 절반인 50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과거에는 재충전 없이도 10년 20년을 버텼지만 요즘은 1~2년을 버티기가 힘들다. 내가 가진 지식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채 1~2년이 안 걸릴지도 모른다. 그런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직장 내에서 지속적으로 재충전이 일어나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재충전은 지식의 충전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몸과 마음, 영혼, 사회성 등 모든 면에서의 재충전을 의미한다. -26쪽

고 이병철 회장님의 자서전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의심나면 쓰지 말고 썼으면 믿고 맡겨라"-71쪽

가끔 중소기업체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직원들과의 소통에서 장벽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보통 직원이 20~30명 되는 중소기업일 때는 사장이 모든 직원들을 다 파악하고 일일이 지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조직이 100명 정도가 되면 사장이 직원들에게 일일이 지시하고 간섭하는 기존의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옛날 방식대로 사장이 직원들한테 일일이 지시하고 간섭하는 겁니다. 아까 고성과 조직의 기본이 되는 첫째 조건이 시스템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회사가 커지면 리더 한 사람이 조직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조직을 끌고가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장님들이 이 장벽을 잘 못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시스템을 만들어놓으면 본인 스스로 답답한 겁니다. 그래서 간섭을 하게 되고, 그러면 성장할 수 있는데도 멈춰버리고 맙니다. 쉽지 않겠지만 우선은 시스템으로 돌아가 자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비로소 조직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77쪽

21세기 기업은 스위치를 올리고 재료만 넣으면 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기계적 생산 중심의 2차 산업 시대와는 다르다. 이제는 사람과사람의 관계가 생산성을 좌우하는 3차 산업이 주가 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일정한 생산성을 유지하는 기계와 달리 사람은 날씨, 컨디션,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이나 기업문화에 따라 생산성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문화의 질에 따라 같은 업종, 비슷한 능력을 가진 기업이라 하더라도 생산성은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86쪽

디지털 세계는 아날로그의 효율성까지 검증할 수 있는 발자국을 남긴다. ...전통적인 미디어나 아날로그 세계에서는 TV광고를 도대체 몇 명이 보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서베이나 샘플링을 통해 몇 명이 보았는지를 예측했을 뿐이다. 그러나 디지털 세계로 발전하면서 이제는 디지털 세계 자체가 기존의 전통적인 미디어, 나아가 아날로그 세계까지도 체크할 수 있는 하나의 메커니즘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가 TV에 광고를 했을 때 그 광고가 얼마만큼 효율적이었는지, 옛날에는 조사를 실시하고 샘플링을 통해서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광고가 나가고 5분 동안 인터넷에 그 차에 대한 검색이 얼마나 있었는지 비율로 바로 나타난다. 때문이 이제는 디지털을 오해서 아날로그에 대한 효율성까지도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이야기다. -131쪽

..그때 인텔의 힘 있는 중간 관리자들은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주는 이윤이 매우 적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아닌 롬이나 로직 반도체에 더 많은 돈을 투자했다. 임원진은 그것을 결과로 받아들였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도 그 결정을 뒤바꿀 여력이 없었다. 왜냐하면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중간 관리자들이 이미 회사를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강조하고 싶은 핵심이다. 나중에 기업문화에 대해 다시 설명하겠지만, 회사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인 실무자가 중요하다. 실무자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면 회사의 운명도 좋은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렇게 되었을 때 회사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결정권자들도 올바를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151쪽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우리 직원들을 봐도 알 수 있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회사에 들어오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데 금방 지친다. 자신이 전문가 수준으로 일을 익힐 때까지 그 일을 계속하지 않고, 새로운 니즈가 있으면 그곳에 먼저 가고 싶어한다. 물론 회사에서는 되도록 그 사람한테 맞는 일을 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일이 자신한테 맞지 않는다고 해도 그 일을 개선하려는 노력 등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결국 나중에 회사로부터 인정도 받게 되는 것이다.-159쪽

만약 제가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물론 공부도 더 열심히 하겠지만, 나를 좀더 개발할 수 있고, 더 넓은 세상을 알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아마 때가 있다는 것을 알 날이 있을 것입니다. 언제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하고 또 언제 좀더 넓은 세상을 알기 위해 도전을 해야 할 때 인지를 말입니다. 저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젊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공부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많은 도전을 통해서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실패를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노력을 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165쪽

아시아 인들은 무엇이든 타고나야 한다는 믿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용기와 같은 기질도 타고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모든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합니다. -294쪽

리더십의 또 다른 면모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용기입니다. 온정주의는 가슴에 있고 다리로는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고 그리고 손으로는 균형감각을 살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온정은 단순히 마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뜻하기도 합니다. 용기는 사람에게 뚝심을 키워줍니다. 사람들이 꿈을 좇다가 실패하는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절대로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실패에 맞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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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2 - Iron Man 2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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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남훈녀의향연. 진리요빛이요소금이니라. 엔딩크레딧 뒤의 보너스영상 놓치지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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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지 2010-05-06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리요빛이요소금이니라"에서 팍 터졌어요......

LAYLA 2010-05-06 19:52   좋아요 0 | URL
apouge님이 이 영화를 혹평하신다면-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거에요. 하지만 아무리 영화가 구려도 스칼렛 조한슨이 진리요빛이요소금이란 부분에는 공감하실 거라고 믿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포지 2010-05-07 05:51   좋아요 0 | URL
요한센에 기네스 펠트로까지 나오면 발로 만든 영화여도 사랑스러울 겁니다.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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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성공학이라는 분류에 속해 있지만 그냥 칼럼모음집이라고 보는 것이 더 좋을거 같고, 개인적으론 칼럼 중에서도 성공에 관한 칼럼이라기 보단 미국을 읽어내는 칼럼이란 감상이 강하다.  글의 소재나 성공의 이유를 캐는 과정이 거진 미국사, 미국의 대형 스캔들을 토대로 하여 서술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의 비결보다는 칼럼의 소재가  당대 사회와 어떻게 상호작용하였는지를 보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었다. (그냥 내 표현으로 하자면 '미국냄새 진동하는 글들'이다ㅋㅋㅋㅋㅋ)

예를 들자면, 책에 실린 첫번째 칼럼 True Colors 는 염색제 광고를 통해 전후 미국의 여성의 자아인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로레알의 광고카피 "난 소중하니까요"는 1970년대 젊은 20대 여성 카피라이터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대성공의 이면에는 능동적 주체로 나서고 싶었던 당대 미국여성의 심리가 숨어있다고 한다. 수동적이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금발미녀를 내세웠던 이전의 염색약 광고들과 달리 로레알은 금발 중에서도 당찬 느낌의 금발모델을 선호하였으며 광고시간대도 독립적인 여성주인공이 나오는 프로그램 전후로 조정하였다. 성공의 비결은 '소비자의 심리를 간파하라'이지만 그 메세지보단 당시 미국사회 여권신장운동등의 흐름이 상품소비행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읽어내는 것이 더 흥미로웠다.

또 재미있었던 The Pitchman이란 칼럼은 주방용품사업으로 유명한 론 포페일이란 사람에 대한 글인데 글은 1880년대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였던 론 포페일의 조상(?)이 어떻게 주방용품사업에 뛰어들었는지, 그리고 수많은 주방용품사업자들 사이에서 론 포페일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하고 있다. 론 포페일의 성공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선택은 바로 1960년대 홈쇼핑 방송으로의 진출이었다.   

   
 

 S.J 포페일의 최고 발명품은 1960년에 출시된 벡-오-매틱이다. 이것은 모터가 달리지 않은 만능 절단기로 핵심은 테플론 코팅이 된 두개의 원형 틀에 달린 가늘고 날카로운 칼날이다. 일리노이 주 우드스톡에서 특별한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이 칼날은 두 개의 원형 틀 위아래로 겹쳐졌고, 위쪽 원형 틀에 맞추는 방식에 따라 얇게 썰거나 네무로 썰 수 있었다. 원형 틀은 예쁜 플라스틱 받침대에 설치되었고 위에는 채소를 눌러주는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한마디로 벡-오-메틱은 뛰어난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이었다. 특히 채소를 누르는 힘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칼날은 특허를 받았지만 판매에 어려움이 있었다. 당시 포페일브라더스의 판매원들은 하루에 쓸 채소를 갖고 나가 시연을 하며 판매했다. 문제는 벡-오-매틱의 성능이 너무 좋아 채소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다는 데 있었다. 포페일브라더스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벡-오-매틱은 1분에 120개의 삶을 계란, 300개의 오이 조각, 1150개의 감자조각, 3000개의 양파조각을 만들 수 있었다. 이전만 해도 이것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양이었다. 결국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한 번에 100명이 아니라 10만 명 정도를 상대해야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실을 처음으로 간파한 사람이 바로 론 포페일이다. 1964년 여름, 론 포페일은 벡-오[매틱을 출시하자마자 멜 코리와 함께 론코를 세웠다. 이때 500달러를 들여 2분짜리 벡-오-매틱 광고를 찍은 그들은 지역 백화점에 전화를 걸어 재고를 떠안는 조건으로 벡-오-매틱의 입점을 부탁했다. 곧이어 그들은 지역 방송국을 찾아가 광고단가가 가장 낮은 시간대를 2,3 주일치 사들였다. 이제 남은 것은 제품이 잘 팔려나가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130p

 
   

론 포페일의 성공비결은 '상품을 주인공으로'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케이블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상품의 기능과 장점을 잘 전달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큰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메세지보단 미국사회에서 어떻게 방송을 통한 홈쇼핑이 확산되는지를 보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사실 유명세에 비해 그닥 특별한 책이라는 감은 오지 않았다. 못쓴 글은 아닌데 그렇다고 이게 왜? 그렇게 전세계적 인기를 누려야 할 글인지에 대한 납득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 원서로 읽으면 착착 감기는 맛이 있으려나? 저자의 정보를 잘 정리하는 능력은 인정하겠다만 칼럼으로서 잘 썼다-는 감은 별로 없었는데 단 하나의 칼럼에만큼은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내 인생의 칼럼으로 꼽아도 될 만한 칼럼이었는데 제목은 Late Bloomers. 번역해서 '대기만성형 천재들'이다.  

------칼럼을 직접 읽고 싶으신 분은 아래부분 읽지마세요! 칼럼에도 스포가 있을수 있다는!!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각인되는 천재의 이미지는 젊어서 에너지를 분출하는 피카소 같은 유형이지만 사실 그런 사람들보단 인생을 모두 사용하여, 자신을 실험하며 나이가 들며 천재로 성장하는 유형도 있다는 글이었다. 전자는 피카소, 후자로 세잔이 거론된다. 피카소의 경우 20대에 그린 그림이 그의 후기작보다 약 5배 정도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세잔은? 그의 후기작은 초기작보다 약 16배 비싼 가격에 거래되며 그의 초기작에 대해서는 단순히 초기작이라서가 아니라 작품 그자체로서 솔까 '질이 떨어진다'는 평이 나온다는 이야기였다. 아 흥미진진해1!!!! 왜 왜 왜? 아티스트에 따라 작품을 만들고 천재성을 발휘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단 설명이 이어진다. 어떤 천재는 구체적 경험이 없이도 관념적으로 예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이것 저것 모두 경험해보고 거기서 하나 하나의 소스를 얻어서 다듬고 다듬으며 작품을 만드는 유형이 있는거고. 후자의 경우를 '만들어지는 천재'라고 할 수 있는데, 그의 천재성이 발휘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단 측면에서 그렇게 부르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가 그렇게 천재가 되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후원과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피카소는 젊어서부터 성공하였기에 일곱여성을 사랑했고 뭐랄까 생활과 삶 자체가 에너지로 넘치고 참 글래머러스하게 살았다고 느껴지는데 세잔의 경우 성공하기까지 힘들고 지난한 과정을 거쳤기에 그의 일대기를 쓴 작품을 보면 그의 이야기보단 그를 도와준 '후원자'들의 이야기가 더 많다고 한다. 세잔은 다행히 좋은 후원자를 많이 만났고 그의 아버지는 평생 그를 금전적으로 지원했으며 죽을 땐 40만 프랑의 유산을 남겨주었다고 한다. 천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아름답지 않나. 안그래도 요즘 세월의 힘에 매료되어 있던 나의 가슴을 때렸던 칼럼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그냥 읽어도 재미있는 글이긴 한데 그 명성만큼의 완벽함은 아니었고, 미국이야기를 알고싶다면 참 좋은 책. 만약 그냥 이 책을 지나칠려는 분이시라면  저 '대기만성형 천재들'만큼은 발췌독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좋은글이니까! 첫번째 염색약 칼럼도 무척 재미있으니까 시간이 좀 더 있다면 그것도 마저 읽으시면 참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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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 - 분노와 콤플렉스를 리더십으로 승화시킨 정조
김용관 지음 / 오늘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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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나간 제목과 마케팅 그리고 기획의도로 망스멜 풍기는 이 책을 구해보겠다는 일념으로 글을 쓴다. 내가 공짜로 책 받은 서평단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정말 이렇게 묻히기엔 아까운 책이라서 그렇다. (신간에 서평단 도서인데 세일즈 포인트 90이 뭔가..눙무리 ㅠㅠ)  

제일 먼저 말하고 싶은 건, 이 책은 경영서나 자기계발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CEO가 정조에게 경영을 묻는다고 그러고 분노와 콤플렉스를 리더십으로 승화시켰다고 그러는데 그렇게 말하는 표지랑 딴판으로 책 내용은 정조가 정말 외롭고 힘든 군주였다고 말하고 있다. 모다?/ 상세한 책 내용은 차치하고 그의 죽음 하나만 보자. 종기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죽음을 맞은 정조, 그의 마지막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우린 정조의 죽음에 심환지와 이시수의 잘못을 지적하는 소리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들은 정조의 병에 대해 걱정만 했지 별다른 노력을 보이지 않은 것이 역력하다. 정조를 간절하게 살리려고 하는 신하들은 주위에 한 명도 없었다. 정조의 죽음은 200년이 지난 오늘에도 분명 논란거리다. 정조는 자신의 병을 스스로 치료했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몰래 약 바구니를 옆에 두고 달여먹었다.  -301p

 
   

동의보감을 3회독하고 혼자 약을 챙겨먹는 왕이라니 애잔함에 가슴이 아팠다. 요즘 CEO들도 바쁘고 경제가 힘들어 외롭다고 그러긴 하더라만 약 하나 제대로 챙겨주는 신하없이 쓸쓸하게 죽어간 왕을 보며 그의 리더십을 배우고 싶을까?  

저자나 출판사가 포커스를 맞추고 싶었던 것은 시대를 앞서 개혁을 '시도'했던 정조의 선견지명 측면이라고 사료되는데 그의 시도는 안타깝게도 그저 시도로서 그치고 만다. 이에 대해서는 저자도 인정하고 있다.  

   
 

 한 나라를 부강하게 하려면 뛰어난 인물도 필요하지만 그 나라를 지탱하는 지식인들이나 민중들이 어느 정도 깨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조선은 그렇지 못했다. 정조가 죽고 오랫동안 조선은 잠자는 나라로 머물렀다. 아니 오히려 정조의 꿈이 사라진 조선은 부패한 관리와 탐욕으로 뭉친 권문세가의 나라일 뿐이었다. 그런 것을 알기에 정조는 그 시대를 바꾸려고 몸부림쳤다. 그의 분노는 시대에 대한 서운함과 울분이기도 했다.  -317p

 
   

 그러니까 이 책은, 어떻게든 훌륭한 군주가 되고 싶었던, 그래서 많이 노력했던, 그러나 결국 결과론적으론 실패한 한 군주의 이야기이다. 자기계발서 돈 주고 사서 읽는 독자가 원하는게 과연 이것일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경영서로 마케팅 하는 건지 그 의도가 자뭇 궁금해진다. 거친 비유로 치자면 이건 노무현 전 대통령 끌어다가 그에게 경영을 묻자는 건데 사람들이 그에게서 보는건 CEO의 리더십이 아니지 않은가. 그가 제시한 '가치'에 의미를 둘 때 그의 실패가 '성공'으로서 읽힐 수 있는건데 그건 자기계발서라는 틀 안에선 결코 가능하지 않은 독해법이다.  

정조가 조선을 다스리던 시기는 조선 내에서도 서서히 자본주의 체제가 자리잡으며 그에 따른 병폐가 나타나던 시기이다. 돈을 가진자가 도로 주변 땅을 사들여 땅값을 부채질하고 상권역시 가진자들에 의해 독점화되어 중소상인들은 먹고 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쏟아진다. 정조는 이 폐단을 바로잡으로 노력하지만 이미 권력이 넘어간 상황에서 그의 시도는 번번히 좌초되고 만다. 한국사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에 신하가 왕의 말을 듣지 않는 시대에 대해 배우긴 하였으나 도대체 어떻게 신하가 왕의 명을 거역할 수 있는건가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 아주 잘 알겠다. 너무 잘 알게 되어서 읽으며 속이 터질것 같았던 구절이 여럿이었다. 임금이 행차하려는 곳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마를 막아서고 전염병이 돌면 몸이 아프다고 입궐을 안하는데 한 반년쯤 그렇게 일은 안하고 녹봉만 받아간다. 맘에 들지 않는 명에 내려오면 전하! 고정하시옵소서 외치며 겉으론 절절매는 시늉을 하지만 어쨌든 절대로 임금이 하라고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쭉빵을 날리고 싶은 감정을 솟아나게 한다는 점에서 요즘 국회의원들과 별 다를 바가 없는 인간들이었다.  

깊은 감상으로 들어가 보자면-일제강점으로 인해 역사가 단절되며 조선사와 한국근현대사의 연결지점은 모호하다.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봐야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고종으로 끝나고 이승만으로 다시 시작하는 역사의 흐름에서 우리는 현재 우리에게 닥친 여러가지 문제의 근원으로 조선까지 거슬러 되짚어보지는 않는다. 사회문제의 근원으로 가장 많이 이야기 되는 것이 박정희식 독재개발경험인데 그 시대가 미친 부정적 잔재들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지만 동시에 이 책을 읽으며 역사란 것이 고작 그렇게 몇 십년 전의 일으로 쉽게 좌지우지 되는 것은 아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몇 백년 전부터 축적되고 있었고 어느 지도자도 그걸 제대로 잡지 못했다. 다만 누구는 문제를 좀 덜 악화시켰고 누구는 가속도까지 붙여서 급격히 악화시켰고 그 차이가 있는게 아닐까 싶은 감상이다.

근대화의 경로에는 3가지가 있다. 첫째, 국가주도의 근대화 둘째, 부르주아 주도의 근대화 셋째, 민중에 의한 근대화. 우리나라를 살펴보자면, 국가주도의 경우 세도정치와 부정부패의 만연으로 실현되지 못했고 부르주아 주도의 경우 일제침략으로 산업발전에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못하며 실현되지 못했고(농업이 산업화되고 난 다음 공업 산업화로 나아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일본의 정책에 식량생산기지의 역할을 맡게되며 기형적으로 농업의 산업화 단계 이후로 나아가지 못함) 민중 주도의 경우 보수적 유교 사상으로 인해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 책과 연관지어서 볼 부분은 국가주도의 근대화 부분이다. 내가 공부를 할 땐 고종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만 공부를 했고 상업자본가의 등장도 고종시기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이미 정조시대에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발달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도 문제를 해결하고자 처절하게 노력한 지도자가 있었다는 것도. 당시의 사회문제는 지금도 9시 뉴스를 켜면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며 단순히 지금의 문제들에 대해 박정희 탓만 할 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 점에선 하나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다 준 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자본주의가 태동한 시점을 조선 중기라고 확장시켜서 보면  자본주의가 발전한 이래 수백년간그 폐단에 대해서는 조선과 한국은 한번도 그렇다 할 해결책을 가져본적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박정희 혼자 잘못이라고 몰아붙일 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조가 개혁을 시도했고 고종이 개혁을 시도했고 또 어느 대통령이 개혁을 시도했지만 아직도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란 한번도 존재하지 못했다. 이 책에서 그 불쌍한 나라의 역사를 본다. 혁명이 한 번도 존재하지 못했던 나라에서 어떻게든 개혁을 해보고자 노력했던 자의 삶이 어찌 아니 불쌍할 수 있으랴 싶은 서글픈 감상에 다시 또 가슴이 아프다.  

그러니. 이런 의미에서 독자 가슴을 아프게 하는 책이 어떻게 경영서로 분류되어 해당 독자들을 유혹할 수 있을까. 차라리 인문서로 나왔더라면 훨씬 더 나았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참 아까운 책이다.  

 

비문.오타들 

20p-영조가 콤플렉스를 숨기고 있는 동안 그의 열등감이 결국 사도세자란 비극이 잉태된 것이다. 

89p- 마치 연암 박지원의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라!'는 멋진 산문이 떠올랐다. 

220p-종조 죽음 이후 정조의 모든 개혁정책들이 다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정조를 도와 개혁정치를 폈던 남인들이 모두 서학의 뿌리라고 살아남은 자들은 효수당하고 죽은 자는 역적으로 관직이 모두 거둬졌다. 

235p-그러나 <정조실록>은 영남 유생들의 이런 기개 의도적으로 축소하여 실었다.(문맥상 기개이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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