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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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로 씌여진 이 정도 수준의 문학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시절을 잘 탄 우리의 행운 아닐지? 불과 십년 이십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사치. 15년 전의 나는 읽을 한국 소설이 없어서 60년대에 쓰여진 김승옥을 읽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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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0-1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해는 편혜영 작가님 상 받으셨나보군요?^^
15 년 전의 나는???
어디 보자??
저는 은희경, 박민규, 윤대녕, 김훈의 소설을 읽었던 것 같아요.
전 아직 김승옥은 읽질 못했네요ㅋㅋㅋ
행운과 누릴 수 있는 사치의 소설이라니...
극찬으로 읽힙니다.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불을 지피십니다~^^

LAYLA 2022-10-12 23:54   좋아요 1 | URL
책 읽는 나무님 댓글을 보고 제가 그때 윤대녕 작가도 참 좋아했었음을 떠올렸답니다. 그땐 일본소설이 무척 유행이었지요^^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있을 수 있겠지만 대체로 지적인 소설들이라 저는 참 좋았어요.
 
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편혜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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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미술을 전공했다는 오대표는 지금은 인테리어 편집숍을 운영한다고 했다. 더불어 그 집에는 그런 개성뿐 아니라 ‘서사적 윤기‘라 부를 만한 것이 곳곳에 포진돼 있었다. 한쪽 바닥에 무심하게 놓인 현대 회화 액자와 아프리카 대륙에서 온 걸로 추측되는 나무 조각품들, 은은하게 색이 바랜 진짜 아라비아산 카펫까지... 오대표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연은 물건 하나하나에 깃든 집주인의 시간과 체력, 미감과 여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 P98

다만 이연은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그들에게서 알 수 없는 힘을 느꼈다. 상대에게 직접 가하는 힘이라기보다 스스로를 향한 통제력이라 할까, 오랜 시간 ‘판단‘과 ‘선택‘이 몸에 밴 이들이 뿜어내는 단단하고 날렵한 기운이었다. - P106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작지만 분명한 놀라움이 그녀의 늙고 지친 몸 깊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번져나갔다. 수없이 많은 것을 잃어온 그녀에게 그런 일이 또 일어났다니. 사람들은 기어코 사랑에 빠졌다. 상실한 이후의 고통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렇고 되고 마는 데 나이를 먹는 일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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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내 마음의 문장들
다자이 오사무 지음, 박성민 엮고옮김 / 시와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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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이렇게 말했다.

"소설이 시시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나한텐 그냥 좀 답답할 뿐이야. 단 한 줄의 진실을 말하겠다고 백 페이지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잖아."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정말이지 말은 짧을수록 좋아. 그걸로 믿게 할 수만 있다면." - P61

아름다움은 남이 가리켜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혼자서, 문득 발견하는 것입니다. - P80

어른이란 외로운 사람이다. 서로 사랑하고 있어도 조심하면서 남남처럼 서먹서먹하게 대해야 한다. 어째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보기 좋게 배신을 당해 큰 창피를 겪은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람은 믿을 수 없다. 이 발견은 청년이 어른으로 옮겨가는 첫 번째 과정이다. 어른이란 배반당한 청년의 모습이다. - P95

사람은 순간순간 움직이는 마음의 모습 전부가 진실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가기 것도 아닌 어떤 비열한 상념을 자신의 타고난 본성으로 착각하고 괴로워하는 심약한 사람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비열한 희망이 마음속에 얼핏 떠오르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시시각각, 온갖 미추의 상념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사라지고, 또 떠올랐다 사라지고, 그러면서 사람은 살아갑니다. 그럴 때 추한 것만을 진짜 모습이라 믿고, 아름다운 희망도 인간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은 잘못입니다. 순간순간 움직이는 마음의 모습은 전부 ‘사실‘로서 존재하지만, 그것을 ‘진실‘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 P107

민주주의의 본질, 그것은 사람마다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인간은 인간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또는 ‘인간은 인간을 정복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부하로 삼을 수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발상의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 P121

혁명은 사람이 편하게 살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비장한 얼굴의 혁명가를 나는 믿지 않습니다. - P156

인생이란 한결 같이 남들과 싸우는 것이고, 그 사이에 틈틈이 뭔가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 P161

진정한 사상은 예지보다도 용기를 더 필요로 하는 법입니다. - P173

세월은 인간의 구원이다.
망각은 인간의 구원이다. - P177

다들 자신만의 요리법을 자랑하지. 인생에 양념을 하는 거야. 추억으로 살아갈지, 지금 이 순간에 몸을 맡길지, 그게 아니면 장래 희망 같은 것으로 살아갈지, 의외로 그런데서 인간의 멍청함과 영리함의 차이가 생기는지도 모르지. - P181

인간이란 비참하고 불쌍합니다. 성공했다느니 실패했다느니, 똑똑하다느니 멍청하다느니, 이겼다느니 졌다느니 하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애를 쓰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진땀을 흘리며 뛰어다닙니다. 그리고 점점 나이를 먹습니다. 그것뿐인 일을 하려고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요. 벌레나 마찬가지군요. - P218

생활인의 강함이란, 아니요, 하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아니요, 라고 말해야 할 때, 아니요, 라고 분명히 말하는 것, 그렇게 할 수 있게 됐을 때, 나는 생활이라는 것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P246

당신에게 모험심이 없다는 것은 당신에게 믿는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믿는 것이 천합니까? 믿는 것이 나쁩니까? 아무래도 당신 같은 신사들은 믿지 않는 걸 자랑스러워하며 사니까 어찌할 도리가 없군요. - P248

원래 다자이는 남을 대접하기를 좋아하고, 남에게 대접 받는 건 싫어했다. 대갓집에서 자란 타고난 성품일까.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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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 -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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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온지 4년 지나니 이제 보이네요. 국민들을 얼마나 개돼지로 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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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2022-10-08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기꾼 검사..
 
오향거리
찬 쉐 지음, 문현선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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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눈을 마음의 창이라고 하면서도 그 창을 떠올리는 대신 잊어버려. 그래서 창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 알아볼 수 없게 된다고. - P17

사람은 누구나 명확한 생활신조를 갖고 살아야 해. 한결같이 좇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남한테 빌붙거나 남의 행동을 방해하는 건 부도덕하고 수치스러운 거야. 멍청하게 허송세월하다 늙으면 추억은 하나도 안 남고, 살아온 듯한 그림자만 남아. 후회할 거라고. 나는 평생 최고의 정신세계를 추구하며 물질적 기쁨을 모두 포기했어. 고난과 위험으로 가득한 길을 걷는다고. - P168

그러니까 이 세상은 선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엉망이 되는 거야. 그들은 자신의 값싼 동정심을전혀 아끼지 않거든. 누구를 만나든 위로하고 멋대로 격려해서, 그 안하무인의 무리가 벌을 받은 후에도 금방 일어나 원래 모습 그대로 자신들이 하던 일을 계속하게 돼. 비슷한 무리를 찾았다는 교만함에 자신감이 백배는 높아져 한층 더 심하게 굴기까지 하지. 우리가 평생 증오한 부류가 그렇게 선행을 즐기는 부류라고. - P212

그거 아나? 착각에 빠진 여자는 평범한 악당보다 파괴력이 훨씬 크고, 아무리 잔인한 일이라도 다 할 수 있어. - P235

불행하게도 세상 사람들은 너무 근시안적이고 삶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의 머리를 일깨우는 건 수탉한테 알을 낳으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에 이상과 포부를 가진 사람이 너무 적다는 사실을 통감합니다. 곳곳에 평범한 사람만 넘쳐나지요. 모든 사업이 중간에 가로채여져 미완성으로 끝나고 천재가 탄생하기도 전에 요절하며 앞날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 P267

한 사람 일생의 운명을 결정하는 건 그 품성과 기질입니다. - P273

솔직히 말해서 엉덩이니, 가슴이니 하는 것은 핵심이 아니에요. 여자한테 제일 중요한 건 정신적 기질이니까. 기질이 없는 여자는 빈껍데기, 빛 좋은 개살구, 재떨이, 슬리퍼 같은 거예요. 외적 매력은 나이가 들면서 사라지지만 정신적 매력은 영원히 젊거든요.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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