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 공정무역 따라 돌아본 13개 나라 공정한 사람들과의 4년간의 기록
박창순 외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구판절판


현재 공정무역 규모가 별로 안 되죠. 유럽 같은 경우에 지난 몇 년 동안은 1년에 약 20퍼센트씩 성장했지만, 워낙 규모가 작기 때문에 양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질적인 면인데, 사람들이 그런 물건을 사면서 후진국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하고 샀던 물건들에 대해서 '아, 저걸 내가 얼마를 주고 어떻게 사는 거구나, 우리가 가난한 나라 사람들하고 어떻게 연결되어 있구나'하고 느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는 공정무역이 선진국 국민들의 교육용으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진국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얼마 안되는 돈을 더 주는 거지만, 후진국 생산자 입장에서는 자기드르이 생존권 문제라던가 환경보존 문제라든가 공동체 유지라든가 하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공정무역 규모가 조금만 더 늘어나도 생활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168쪽

"계절수업 동안 아이들은 공정무역에 관해서 배웠습니다. 모든 인종과 종교는 평등하다고도 배웠습니다. 그리고 권리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좀더 반듯한 시민이 되길 바랍니다. 세계에 나가서도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하는지 알기를 바라는 거죠"
공정무역 동아리 활동을 하는 이 학생들은 모두 16세로 이 나이에 세상 보는 눈이 어떻게 이 정도로 열려 있는지 너무나 놀라웠다. -184쪽

코믹 릴리프의 초콜릿 교육사업은 매우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초콜릿 바의 포장을 벗길 때는 초콜릿 바뿐 아니라 카카오 콩과 그것을 생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벗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인터넷이나 비디오를 활용해 소비자들과 생산자들과 만나게 했다. 즉 영국 아이들과 가나의 아이들을 연결해 초콜릿이 어디서 오는지를 알게 하고, 연간 50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영국 아이들에게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이 물건을 살 때 그 가격의 극히 적은 일부만이 생산자에게 간다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바를 사서 먹는데, 이 초콜릿 원료를 생산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가나의 한 가족은 거기에서 아무런 이득도 취할 수 없는 게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싶었어요. 더 나아가 '가나의 가난한 농부들이 이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이끌어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공정무역 초콜릿과 보통 초콜릿을 볼 때 하게 되는 '농부들이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큰 회사들만 이익을 취하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을 초콜릿 뿐 아니-281쪽

라 인생 내내 소비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하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는 단지 공정무역뿐 아니라 소비를 조장하는 광고, 마케팅, 그리고 세상에 보이는 것이 진실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 목표라고 덧붙였다. -282쪽

사회적,생태적 경제에 기반을 둔 다른 종류의 시장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성장의 감소와 품위 있는 가난을 변호하는 종류가 될 것입니다. 비즈니스의 목적이 이익이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인류에 봉사하고 지구를 보호하는 좋은 생산품을 생한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익의 달성은 이 과정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진행되는지에 대한 표현이자 척도입니다.공정무역은 관습적인 시장경제와 경쟁해서는 안됩니다. 공정무역은 존재 자체로 자유무역 시장에 도전하는 시장 안의 또 다른 시장입니다. 공정무역은 자체적으로 법적, 도덕적, 윤리적 관점을 가진 평행적 시장을 창조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공정무역 운동에는 선의를 지닌 선한 사람들이 넘칩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치경제적 분석이 부족합니다.. ..생산의 사회적 비용과 환경적 의무비용을 시장가격에 포함시키는 것은 비즈니스를 하는 전혀 다른 방식입니다. 가격을 정하는 것은 시장 메커니즘이 아니라 생산자입니다. 바닥으로부터 우리는 사회적 그리고 환경적으로 책임 있는 경제와 생산에 기반을 둔 새로운 종류의 시장을 창조하고 있습니다-289쪽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는 것은 투표와도 같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비 태도에 따라서 세상, 혹은 먼 미래가 결정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소비자들은 보통 이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죠. 나는 공정무역이란 소비자들이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고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01쪽

영국에서의 공정무역 인증제품은 1994년에는 초콜릿, 커피, 홍차 세 종류였는데 15년 만인 2009년에는 면화, 와인, 아이스크림, 화장품을 포함 4500여종으로 늘어났다. 공정무역 제품 소매점 매출은 2006년 2억 680만 파운드, 2007년 4억 930만 파운드에서 2008년 7억 430만 파운드로 증가했다. 그리고 영국 국민 70퍼센트가 공정무역 마크에 대해 알고 있고, 그 가운데 64퍼센트가 공정무역 마크와 개발도상국의 생산자에게 더 나은 이익을 돌려준다는 공정무역의 개념을 연결시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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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10-01-18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정무역 책 열심히 읽으시네요ㅎㅎ

2010-01-18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8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8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8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콧 니어링 자서전 역사 인물 찾기 11
스콧 니어링 지음, 김라합 옮김 / 실천문학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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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슈라이너는 '인생'에서 이렇게 썼다.
지적 순수성을 조금이라도 훼손한 채 얻은 선이란 어떤 경우에도 영원한 선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청년기에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사고를 지닌 사람은 당대에는 화려한 성공을 거두기 힘들지 몰라도 결코 자신이 외톨이가 되었다는 것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41쪽

어릴 때 우연히 '울타리와 구급차'라는 시를 읽은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떨어져서 죽거나 심한 부상을 당하곤 하는 위험한 절벽에 대해 묘사한 시였다. 마음 착한 시민들은 구급차를 구입해 절벽 밑에 두고 희생자들을 돌보기 위해 조금씩 돈을 거두었다. 그렇지만 어떤 이들은 다시는 절벽에서 사람들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절벽 둘레에 울타리를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고가 일어난 뒤에 구급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사회사업가요, 울타리를 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급진주의자였다. -83쪽

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이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던 때, 이와 비슷한 경험을 또 한 차례 한 적이 있다. 밀워키 태생의 사회주의자이자 조각가인 루이스 메이어와 나는 독일의 한 도시에서 발행한 공채를 약간 사두었다. 전후 독일의 재건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자, 8백달러를 주고 구입한 이 공채가 약 6만 달러까지 올라갔다. 나는 이 상황을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전쟁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이득, 독일 국민의 노동을 착취한데서 비롯한 결과인 것이다. 나는 결국 공채 증서를 난로속에 던져 버렸다. 부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난 것이다. -121쪽

인간은 지식이 일천한 동안은 가르치고 설교하러 돌아다니지만, 완벽한 지식을 습득했을 때는 자신의 지식을 쓸데없이 과시하지 않는다. -157쪽

사상은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사상의 그늘 아래에서 생성된 제도와 관행은 버섯과도 같다는 것이다. 버섯처럼 제도와 관행은 밤사이에 생겨난다. 이것들의 수명은 역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매우 짧다.-260쪽

이렇게 따져보니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딱 하나뿐이었다. 해직으로 인해나는 새로운 차원의 사회적 임무를 띠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인생역경대학에서는 해직이 곧 승진인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263쪽

영국의 훌륭한 가문 출신으로, 퀘이커 교도이면서 영국 국교회 반대자인 펜은 신세계의 땅 한덩어리를 양도받았다. 그는 북아메리카에 있는 자신의 새 영토를 펜실베이니아(펜의 숲)이라고 명명하고, 토착 주민들과 순조롭게 지내자는 뜻과 펜실베니아를 하느님을 경외하고 기독교의 형제애에 바탕을 둔 이상향으로 만들자는 뚯이서 우애의 도시(필라델피아)를 건설하기고 결심했다. 신세계에 지상의 낙원을 건설하겠다는 펜의 꿈은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공동체 구축으로 구체화되었다.
...펜은 원주민들이 부르는 가격을 지불하고 그들로부터 자신의 땅을 사들였다. 나중에 아메리카로 들어온 사람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땅을 빼앗고 그로 인해 원주민들과 전쟁을 치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313쪽

당신들은 계속 파멸로 치닫는 길을 가고 있다. 그것도 조심성없이 성급하게 달려가느라, 발치에 고이 높여 있는 무한히 풍부한 삶의 가능성을 못 보고 있다. 당신들은 자기만의 길을 간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길은 문명하쇠가 열성적인 추종자들에게 제공하는 유리 구슬과 나염 옷감에 홀리고 매수당해 이미 수백만의 사람들이 앞서갔던 길에 지나지 않는다. -365쪽

친애하는 존
우리는 도살자와 살인자 들의 사회에 살고 있네. 우리는 먹기 위해, 그리고 재미삼아 동물을 도살하고 재물과 권력을 위하 같은 인간들을 죽이지. 여러 해 전 자네와 메리는 우리의 사회 시스템을 운영하는 약탈자와 살인자 들을 위해 일하기 시작했지. 그 대가로 자네 부부는 꽤 안락한 생활을 누렸고 어느정도 인정도 받고 힘도 갖게 되었지. 그런데 그들이 자네 부부의 사랑하는 아들을 죽였다. 그건 자네 부부가 약탈자와 살인자 들이 운영하는 세상에서 살기 위해 치른 대가의 일부였지. 사실을 외면하려 해봐야 소용없다네. 자네들도 나만큼, 아니 나 이상으로 그들을 잘 알고 있을테니 말이네.
...자네와 나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네. 그러니 의연하게 비판을 당하는 법도 터득했어야지. 나 같으면 지금 여기에서 비판당하는 편을 택하겠네.-4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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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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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많은 사회주의자들이 나처럼 담수인으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20세기 전반기의 사회주의자들이 예술, 웅변, 조직 분야에서 어떤 일ㅇ르 했으며, 우리의 노동 계급, 즉 임금 노동자들의 자존심과 존엄, 정치적 통찰력을 어떻게 향상시켰는지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임금 노동자들의 지식이 사회적 지위, 고등교육, 부 등에서 소외된 탓에 일천하다는 말은, 미국 역사상 가장 심오한 주제들을 다룬 작가와의 연설가 중 가장 뛰어난 두 사람이 독학으로 공부한 노동자였다는 사실로 보아 거짓임이 분명하다. 그들은 일리노이 출신의 시인 칼 샌드버그와, 한때 인디애나 주였던 일리노이 켄터키의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덧붙이자면 두 사람 모두 나처럼 담수인인 동시에 대륙인이었다. 또 한 사람의 담수인이자 뛰어난 연설가로 인디애나 테러호트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사회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유진 빅터 데브스가 있다. 우리 팀 화이팅!!-20쪽

내 생각에, 지구의 면역 체계는 에이즈 그리고 신종 독감과 결핵 등으로 우리를 제거하려고 애쓰고 있다네. 지구로서는 우리를 제거하는 편이 나을 걸세. 우린 정말로 무서운 동물이거든. -119쪽

늙은 바보들은 우리가 어떻게든 대공황이나 2차 대전이나 베트남 전쟁 같이 흔히 말하는 유명한 재난을 겪어낸 후에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 말한다. 자살까지는 아니어도 파괴를 유도하는 이런 그릇된 믿음은 소설가들 때문에 생겨났다. 수많은 소설에서 끔찍한 불행을 겪은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내뱉는 말이 있다. "이제 나는 여자가 되었다. 이제 나는 남자가 되었다. 끝"
2차 대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자 댄 삼촌은 내 등을 철썩치면서 "이젠 어른이 다 됐구나"라고 했다. 순간 삼촌을 죽이고 싶었다. 실제로 그렇게 하진 않았지만 정말 그러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댄 삼촌은 남자는 전쟁에 나가봐야 어른이 된다고 말하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삼촌도 있었다. 아버지의 남동생인 고 알렉스 삼촌이었다. 하버드를 졸업한 알렉스 삼촌은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생명보험 외판원으로 정직하게 일했고 자식이 없었다. 그는 아는게 많았고 현명했다. 알렉스 삼촌이 무엇보다 개탄한 것은, 사람들이 행복할 때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한여름에 사과나무 아래서 레모네이드를 마시면서 윙윙거리는 꿀벌들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128쪽

을 때면 삼촌은 즐거운 이야기를 끊고 불쑥 큰 소리로 외쳤다.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 행복이랴!" 그래서 지금은 나도 그러고 내 자식들도 그러고 내 손자들도 그런다.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부탁하건대, 행복할 때 행복을 느끼고 그 순간에 나처럼 외치거나 중얼거리거나 머릿속으로 생각해보라.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 행복이랴!"-129쪽

"솔, 피카소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육 초가 흐른 후 그가 말했다.
"엄청난 부자가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하느님이 지구로 보낸 사람이지"
"솔, 나는 소설가이고 내 친구들 중에는 훌륭한 소설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이야기를 할 때는 나는 그들과 아주 다른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무엇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까요?"
육 초가 흐른 후 그가 말했다.
"아주 간단하지. 예술가엔 두 종류가 있는데 이건 결코 뛰어남의 차이가 아니야. 하지만 한 부류는 지금까지 자기가 만든 작품의 역사에 대응하고, 다른 부류는 인생 그 자체에 대응한다네"
"솔, 당신에게 타고난 재능이 있나요?"
육 초가 흐른 후 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런건 없다네. 하지만 어떤 작품에서든 사람들의 반응은 예술가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가에 맞춰진다네"

솔 스타인버그-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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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 공정무역 따라 돌아본 13개 나라 공정한 사람들과의 4년간의 기록
박창순 외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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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가게에 드나들며 네팔이나 인도에서 가져왔다는 가죽파우치, 편지지 세트 등을 보기는 했지만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다. 제품의 질과 디자인에 비해서 너무 비싸단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 '비싼 가격' 덕택에 나는 공정무역이 어느정도 시혜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잘못이해하고 있었다. 내가 그 물건을 구매함으로서 상당부분이 '기부'의 형태로 생산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원가가 뻔한 상품이 이렇게 비싸게 팔릴 이유가 무엇인가? 이게 내 생각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공정무역상품의 비싼 가격은 유통망이 확충되지 않은 상태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이지 일부러 생산자에게 큰 초과이윤을 지급하기 위해 산정된 가격은 아니란 것이다. 실제로 영국 등 공정무역 상품의 거래가 일반적으로 자리잡은 곳에서는 공정무역상품의 가격이 일반상품보다 더 저렴하기도 하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공정무역은 말 그대로 공정한 '무역'으로서 그동안 부당하게 착취되었던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의 무역이지 가진자가 못가진자를 위해 베푸는 호혜 혹은 자선행위가 아니란 것이다.  

     책은 총 17장으로 이루어져 저자가 공정무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에서부터 공정무역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지금의 한국공정무역연합을 만들어 실제 공정무역을 실천하기까지 4년여에 걸친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주로 해외에서 보고 경험한 다양한 공정무역 사례, 선진국의 공정무역 시스템을 기술하고 있는데 그 하나하나의 경험이 모여 한국에 공정무역을 들여오는 발판이 되었다. 시간순으로 기술하다보니 국가별로 분류된 17개의 장에는 반복되는 국가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은 공정무역이 가장 발달한 나라이다 보니 여러차례 반복하여 방문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총3개의 장이 영국의 공정무역에 대해 설명하는데 할당되었다. 처음에는 이러한 방식이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졌다. 국가별로 일목요연하고 깔끔하게 정리해두었으면 더 나았으련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왜 이런 방식으로 편집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공정무역에 대해 전문적으로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역시 공정무역에 대해 전문교육을 받거나 시민활동가로 활동한 적이 없는 전직 방송국 PD이다. 착한마음으로 이 세계에 뛰어든 저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생각을 하며 지금에 이르렀는지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드러나는 것이 좋았다. 예를 들자면, 저자가 너무 이익을 따지는 공정무역사업가를 만나거나 대량생산시설을 갖춘 후진국의 공정무역공장을 방문하고서 실망하고 과연 이것이 바른 모습인가 자문하는 부분들이 참 좋았다. 나 역시 일반인으로서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착한 책을 읽으며 배운 것 중 하나는 그런 잇속을 챙기는 모습, 대량생산, 자본 결국 그런 것들이 바로 공정무역의 테두리를 결정하는 요소들이란 것이다. 사람들은 가치와 선의, 자발적 기부 등등의 활동이 제3세계를 구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한 앞에서 이야기 한 저 큰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다. 공정무역 역시 마찬가지로, 소비자는 지불한 가격만큼의 효용을 얻기를 원하기에 자신이 공정무역 상품을 구매한다는심리적 만족감을 넘어서는 가격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질이 떨어지는 상품 역시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이 책은 '공정무역'이 가지는 환상을 걷어내고 실제 현실에서 공정무역이 작동하는 시스템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선진국 사람들이 만든 후진국 생산자 교육 프로그램이 과연 정치적으로 옳은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의문 등 현실의 공정무역이 가지는 한계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그런 한계 속에서 어떻게 공정무역을 한국에 정착시킬 것이냐의 문제이다. 공정무역이란 소비자의 공정무역에 대한 바른 인식이 선행될 때에만 성공적으로 사회 내에서 뿌리 내릴 수 있는데 아직까지 한국 국민의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도는 선진국 평균에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공정무역의 도입은 단순히 '착한'사회가 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공정무역은 '정당함'의 가치를 일상생활 속에서 실현시키는 행위이며 자본주의 체제의 폐혜를 개인의 실천으로 수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유통망 구축의 어려움, 자본의 부족함 등을 현실적 어려움으로 꼽는데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의식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이 시민들을 조금 더 똑똑하게, 소비자를 조금 더 영리하게 만들어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공정무역이 한국에서도 자리잡고, 이 책이 초기의 어려움을 다룬 '기록'으로서 이야기 되는 순간이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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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0-01-14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을 여행하라는 책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 책도 좋은데요.
 
윈터홀릭 - 백야보다 매혹적인 스칸디나비아의 겨울 윈터홀릭 1
윤창호 글.사진 / 시공사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스웨덴에서는 10월부터 겨울이 시작되며 그와 함께 해를 보기 힘들어진다. 처음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어나자마자 블라인드를 올려 날씨를 확인했는데 그 짓을 2주 정도 하고 나서 알게 되었다. 맑은날씨는 돌아오지 않는단 걸. 구름낀 우중충한 날씨가 그렇게 봄이 되돌아올때까지 6개월정도 지속된다. 겨울의 중간에는 눈이 내린다. 스웨덴 사람들은 눈이 내리길 기다린다고 했다. 눈이 내리면 그래도 세상이 하얘지니까 회색빛 하늘만 바라보는 것보단 낫다고 했다. 의사인 D는 이 스칸디나비아의 길고도 독한 겨울을 견디지 못해 매해 석달의 휴가를 내고 브라질로 날아갔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 일부러 비정규직으로 일한다고 했다. 언제든 떠나기 위해서. 나는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을 싫어하는데 스웨덴의 겨울은 추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난류대라 겨울은 서울보다 따뜻한데 해가 뜨지 않아 정말 콱 죽고 싶은 나날들이었다. 해가 뜨지 않는 고통이라니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었는데 거기다 난 당시 실연까지 당한 상태였다. 그래서 아프리카도 가고 이탈리아도 가고 그랬었다. 그러지 못했더라면 난 정말 너덜너덜해져서 봄까지 견뎌내지 못했을거다. 그 지독한 추억에, 오로라 보러 북쪽가자는 친구들의 권유도 '내 돈내며 왜 나를 고문해?'란 말로 거절했던 겨울혐오자쯤 되는 녀자였던 내가 이 책을 구입한건 올해 서울의 겨울이 정말 미친듯이 추워서 그런걸거다. 너무 추워서, 스웨덴이 다시 그리워졌다. 해 안떠도 되니까 좀 따뜻해지면 안돼? 일년전엔 정확히 반대로 빌었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은 사진을 전공한 사람이 써서 그런지 화보집처럼 이쁘다. 책 만듬새도 이쁘다. 그런데 글은 글쎄다. 여행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써서 여행에 대한 흥분은 전혀 느껴지질 않고, 그렇다고 해서 담담하게 스칸디나비아에 대해 밀도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아니다. 처음 시작은 좋았는데 갈수록 왜그리 배낭여행자 하루 기록 일지처럼 변해가는지. 대박이었던건 스톡홀름 부분이 아니었을까. 도착하고 반나절인가 하루 머무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였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여행 도중 출판사로부터 마감 독촉 전화를 받았단 이야기도 나오는데 아,아, 우리가 여행기에서 원하는건 그런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아름다운 북유럽의 겨울을 사진으로 즐기고자 한다면 만족스런 선택이 될테지만(익숙치 않은 북유럽 지명,지도를 보는것도 좋다) 글을 즐기고자 한다면 그런 기대는 접으시길. 아무리 서울에 비하면 애기수도인 스톡홀름이지만 겨우 하루만에 둘러보는건 사진만 찍었다는 소리이다. 기획의도와 달리 북유럽 겨울의 본질을 짚지 못했단게 너무 아쉬웠다. 해가 3시에 지는 그곳의 '밤오후'사진이 없는건 이쁜 사진들만 보여주기 위해서인가? 하지만 그 '밤오후'의 외로움과 적막 그게 바로 스칸디나비아의 겨울인건데 말이다. 좀 더 깊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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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2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