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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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많은 사회주의자들이 나처럼 담수인으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20세기 전반기의 사회주의자들이 예술, 웅변, 조직 분야에서 어떤 일ㅇ르 했으며, 우리의 노동 계급, 즉 임금 노동자들의 자존심과 존엄, 정치적 통찰력을 어떻게 향상시켰는지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임금 노동자들의 지식이 사회적 지위, 고등교육, 부 등에서 소외된 탓에 일천하다는 말은, 미국 역사상 가장 심오한 주제들을 다룬 작가와의 연설가 중 가장 뛰어난 두 사람이 독학으로 공부한 노동자였다는 사실로 보아 거짓임이 분명하다. 그들은 일리노이 출신의 시인 칼 샌드버그와, 한때 인디애나 주였던 일리노이 켄터키의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덧붙이자면 두 사람 모두 나처럼 담수인인 동시에 대륙인이었다. 또 한 사람의 담수인이자 뛰어난 연설가로 인디애나 테러호트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사회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유진 빅터 데브스가 있다. 우리 팀 화이팅!!-20쪽

내 생각에, 지구의 면역 체계는 에이즈 그리고 신종 독감과 결핵 등으로 우리를 제거하려고 애쓰고 있다네. 지구로서는 우리를 제거하는 편이 나을 걸세. 우린 정말로 무서운 동물이거든. -119쪽

늙은 바보들은 우리가 어떻게든 대공황이나 2차 대전이나 베트남 전쟁 같이 흔히 말하는 유명한 재난을 겪어낸 후에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 말한다. 자살까지는 아니어도 파괴를 유도하는 이런 그릇된 믿음은 소설가들 때문에 생겨났다. 수많은 소설에서 끔찍한 불행을 겪은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내뱉는 말이 있다. "이제 나는 여자가 되었다. 이제 나는 남자가 되었다. 끝"
2차 대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자 댄 삼촌은 내 등을 철썩치면서 "이젠 어른이 다 됐구나"라고 했다. 순간 삼촌을 죽이고 싶었다. 실제로 그렇게 하진 않았지만 정말 그러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댄 삼촌은 남자는 전쟁에 나가봐야 어른이 된다고 말하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삼촌도 있었다. 아버지의 남동생인 고 알렉스 삼촌이었다. 하버드를 졸업한 알렉스 삼촌은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생명보험 외판원으로 정직하게 일했고 자식이 없었다. 그는 아는게 많았고 현명했다. 알렉스 삼촌이 무엇보다 개탄한 것은, 사람들이 행복할 때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한여름에 사과나무 아래서 레모네이드를 마시면서 윙윙거리는 꿀벌들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128쪽

을 때면 삼촌은 즐거운 이야기를 끊고 불쑥 큰 소리로 외쳤다.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 행복이랴!" 그래서 지금은 나도 그러고 내 자식들도 그러고 내 손자들도 그런다.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부탁하건대, 행복할 때 행복을 느끼고 그 순간에 나처럼 외치거나 중얼거리거나 머릿속으로 생각해보라.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 행복이랴!"-129쪽

"솔, 피카소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육 초가 흐른 후 그가 말했다.
"엄청난 부자가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하느님이 지구로 보낸 사람이지"
"솔, 나는 소설가이고 내 친구들 중에는 훌륭한 소설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이야기를 할 때는 나는 그들과 아주 다른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무엇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까요?"
육 초가 흐른 후 그가 말했다.
"아주 간단하지. 예술가엔 두 종류가 있는데 이건 결코 뛰어남의 차이가 아니야. 하지만 한 부류는 지금까지 자기가 만든 작품의 역사에 대응하고, 다른 부류는 인생 그 자체에 대응한다네"
"솔, 당신에게 타고난 재능이 있나요?"
육 초가 흐른 후 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런건 없다네. 하지만 어떤 작품에서든 사람들의 반응은 예술가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가에 맞춰진다네"

솔 스타인버그-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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