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홀릭 - 백야보다 매혹적인 스칸디나비아의 겨울 윈터홀릭 1
윤창호 글.사진 / 시공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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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웨덴에서는 10월부터 겨울이 시작되며 그와 함께 해를 보기 힘들어진다. 처음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어나자마자 블라인드를 올려 날씨를 확인했는데 그 짓을 2주 정도 하고 나서 알게 되었다. 맑은날씨는 돌아오지 않는단 걸. 구름낀 우중충한 날씨가 그렇게 봄이 되돌아올때까지 6개월정도 지속된다. 겨울의 중간에는 눈이 내린다. 스웨덴 사람들은 눈이 내리길 기다린다고 했다. 눈이 내리면 그래도 세상이 하얘지니까 회색빛 하늘만 바라보는 것보단 낫다고 했다. 의사인 D는 이 스칸디나비아의 길고도 독한 겨울을 견디지 못해 매해 석달의 휴가를 내고 브라질로 날아갔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 일부러 비정규직으로 일한다고 했다. 언제든 떠나기 위해서. 나는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을 싫어하는데 스웨덴의 겨울은 추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난류대라 겨울은 서울보다 따뜻한데 해가 뜨지 않아 정말 콱 죽고 싶은 나날들이었다. 해가 뜨지 않는 고통이라니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었는데 거기다 난 당시 실연까지 당한 상태였다. 그래서 아프리카도 가고 이탈리아도 가고 그랬었다. 그러지 못했더라면 난 정말 너덜너덜해져서 봄까지 견뎌내지 못했을거다. 그 지독한 추억에, 오로라 보러 북쪽가자는 친구들의 권유도 '내 돈내며 왜 나를 고문해?'란 말로 거절했던 겨울혐오자쯤 되는 녀자였던 내가 이 책을 구입한건 올해 서울의 겨울이 정말 미친듯이 추워서 그런걸거다. 너무 추워서, 스웨덴이 다시 그리워졌다. 해 안떠도 되니까 좀 따뜻해지면 안돼? 일년전엔 정확히 반대로 빌었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은 사진을 전공한 사람이 써서 그런지 화보집처럼 이쁘다. 책 만듬새도 이쁘다. 그런데 글은 글쎄다. 여행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써서 여행에 대한 흥분은 전혀 느껴지질 않고, 그렇다고 해서 담담하게 스칸디나비아에 대해 밀도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아니다. 처음 시작은 좋았는데 갈수록 왜그리 배낭여행자 하루 기록 일지처럼 변해가는지. 대박이었던건 스톡홀름 부분이 아니었을까. 도착하고 반나절인가 하루 머무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였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여행 도중 출판사로부터 마감 독촉 전화를 받았단 이야기도 나오는데 아,아, 우리가 여행기에서 원하는건 그런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아름다운 북유럽의 겨울을 사진으로 즐기고자 한다면 만족스런 선택이 될테지만(익숙치 않은 북유럽 지명,지도를 보는것도 좋다) 글을 즐기고자 한다면 그런 기대는 접으시길. 아무리 서울에 비하면 애기수도인 스톡홀름이지만 겨우 하루만에 둘러보는건 사진만 찍었다는 소리이다. 기획의도와 달리 북유럽 겨울의 본질을 짚지 못했단게 너무 아쉬웠다. 해가 3시에 지는 그곳의 '밤오후'사진이 없는건 이쁜 사진들만 보여주기 위해서인가? 하지만 그 '밤오후'의 외로움과 적막 그게 바로 스칸디나비아의 겨울인건데 말이다. 좀 더 깊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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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2 14: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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