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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합창단 - 세상을 바꾸는 불만쟁이들의 유쾌한 반란
김이혜연, 곽현지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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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책인데 인문사회서적보다는 시민단체 활동자료집처럼 느껴진다. 책의 내용도 그렇거니와 진보일반의 목소리를 아우르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하나의 시민단체로서, 진보속에서도 더 세부적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진보에도 각양각색의 진보가 있을진데 희망제작소는 온건한 진보를 외치고 있고 그 온건진보를 현실화한 한 갈래가 바로 이 '불만합창단' 프로젝트 이다. 

      핀란드의 한 예술가 부부가 시작해 전세계로 확산된 '불만합창단'은 말 그대로 일상속의 불만을 노래하는 합창단을 만들고 대중앞에서 공연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가 의미를 가지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일상 속 사소한 불만들을 드러내고 타인과 교환하는 과정 그 자체가 진보이자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약 150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통해 국내에서 불만합창단 프로젝트가 기획되고 현실화 되기 까지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프로젝트 진행자들 조차 처음에는 불만합창단의 의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가장 많이 돌아오는 반응이 '좋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였기 때문이다. 모여서 노래를 만들고, 가사를 붙이고, 쌓여있던 불만을 터트리고, 재미는 있다. 맺혔던 걸 푸니까 속은 시원하겠다. 근데 그래서 뭐? 소 왓? 이에 고심하던 희망제작소 연구원은 이렇게 답한다. 

   
 

 처음엔 우리도 불만합창단을 꾸려본 경험이 없던 터라 불만합창단 이후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니 반복되는 질문에 지극히 모범적인 답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불만 합창단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목표이며, 내 이웃을 만나 서로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경험해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주민참여의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었느냐, 그리고 이거으로 충분히 의미있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불만합창 페스티벌을 끝내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불만합창단은 똑 떨어지게 정의내릴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정의가 불가능하니 의미도 원하는 대로 붙일 수 없다. 요컨대 불만합창은 그 자체로 말랑말랑한 스펀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불만합창단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를 충분히 즐기는 데 의미를 둘 수도 있고, 일종의 새로운 민주주의를 실험해 본다는 것에서 만족을 구할 수도 있고, 또 이를 계기로 해서 뭔가 한 단계 진전된 형태의 '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쪽이든 좋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경직된 사고와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해야만 뭔가 벌어지고 있다는 진중함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니까.

 
   

 

     그녀의 설명은 일견 타당하고 실제 연구원으로서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얻은 깨달음과 고민이 잘 녹아들어가 있다.....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쏘-왓'을 외치는 나의 마음일 뿐이다. 불만합창단이 시작된 핀란드나 퍼져나간 다른 나라들-덴마크,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등-정치적 상황이 한국과 비교할 바가 아닌데 '우리는 너무 뭔가 있어보이는 것에만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작고 사소한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하는 마음. 물론 나도 이런거 참 좋아한다. 작고 아기자기하고 일상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부여하는 것. 그치만 그치만 희망제작소쯤 되는 여력과 능력을 가진 곳에서는 굳이 이런 안전한 프로젝트가 아닌 좀 더 있어보이는 일을 해줘도 좋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모르겠다. 나는 시민단체를 잘 모른다. 조심하고 가려가며 일했기에 이나마 성장할 수 있었던 거다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책 자체는 앞서 말했듯이 희망제작소 내 프로젝트 기획에서 수행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가 잘 설명되어 있어 시민단체에 관심많은 사람들에겐 유용할 듯 하다. 전반적 내용에 하나 더 첨언하자면, 연구원들 스스로가 잘 느끼고 있듯이 한 사람의 명망에 의지하는 시민단체로서의 단계를 벗어나기 위해 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문을 얻기 위해 찾아간 유럽의 시민단체는 정말 평범한 시민 다섯이 모여서 만든 조촐한 말 그대로 '시민'단체였는데 희망제작소 내에서 불만합창단은 박원순씨의 거의 반강제적 추진(농담쪼이긴 하였다만)으로 진행되었다는게 아이러니 했다. 한국에서 어떻게 불만합창단이 가능했냐고 놀라고 놀랬다던 불만합창단 원창시자가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한국의 힘은 지금까지 바로 이런 비민주.반민주적 추진력이었고 우리는 지금 그것을 '느린' 민주주의로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가는 길에는 여러 경로가 있겠지만 목적지는 한결같이 같으므로 희망제작소도 어느 형태로든 점진적 변화를 필요로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느림보 민주주의가 한국사회 작은 부분에서나마 존재하는 그런 날을 꿈꾼다. 그리고 작은 변화 혹은 그 변화의 시작을 위해 고생하는 연구원 분들께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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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 프랑스 어느 작은 시골 마을 이야기
신이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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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랑스식 아침 식사를 좋아한다. 무엇보다 아침부터 부엌에 들어가 볶고 삶고 하는 일을 하지 않아서 좋다. 오후에 들을 땐 정겨운 도마 소리도 아침에 들으면 머리가 쪼개질 것 같다 부글부글 끓으며 퍼지는 찌개 냄새도 싫다. 이제 금방 눈 떴는데 얼큰한 음식 냄새 맡으면 살기도 전에 벌써 인생 지치는 기분이 든다. 밥이나 나물 같은 음식물을 꼭꼭 씹기도 귀찮다. 젓가락 숟가락질도 피곤하다. 밤새 이불 속에서 누렸던 따뜻함을 그대로 간직하며 쾌적하게 아침을 맞이하기에는 연하게 태운 커피에 바싹 구워 버터를 바른 빵 두어 조각이면 된다. 가장 매력적인 식탁이다.-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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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1-31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준비하는 아침식사만 아니라면~~ 시끄러운 도마소리도 즐겁게 들리고^^ 얼큰하게 부글부글 걸죽한 육개장 냄새도 감사하고^^ 전 강호동과인가봐요~ 아침부터 삽겹살도 꿋꿋하게 잘 구워먹는ㅋㅋ
 
핀란드 교실 혁명 핀란드 교육 시리즈 1
후쿠타 세이지 지음, 박재원.윤지은 옮김 / 비아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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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에 다녀왔기에 이 책에 그리 호응할 수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사회혁명없이 교실혁명은 가능하지 않단걸 일년간 너무 잘 배우고 왔기 때문이다. 첫째로, 교육 제도란 것 역시 사회의 기본적 가치에 토대하여 파생된 하나의 '제도'일 뿐이기에 우리가 핀란드식 가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핀란드식 제도는 성공할 수 없다. 둘째로, 가치 와 더불어 경제영역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북유럽은 원래 사람이 '귀한'곳이다. 사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난민 외에는 이민도 받지 않는 나라이다 보니 자국민을 고급 인력으로 키워낼 필요성이 크다. 한국 역시 가진건 인적자원 뿐이라는 말은 누누히 하나 인구수가 1000만도 되지 않는 북유럽 국가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대졸 인력을 시급4500원 알바로 밀어넣을 정도의 여력은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핀란드식 시스템의 장점을 보고 그것을 포착하려한 시도와 기획은 좋았으나 그걸 한국에도 가져오자는 이야기는 너무 실현가능성이 떨어져서 읽는 재미가 없었다. 일본 원저자분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핀란드를 수차례 방문했다는 것과 동경대 박사까지 했다는 이력에 비해서 내용이 너무 얕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건 교실방문기록문 정도에 그치고 있는데(선생님이 뭘 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이렇더라 나열) 학자의 장점을 살려 보다 체계적으로 깊이있게 핀란드의 교육제도에 대해 파고들어갔었으면 어땠을까.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이라던지(북유럽의 경우 책값 등의 명목으로 학교를 다니고 일정수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면 보조금이 나온다) 학생들과의 질적 인터뷰를 통해 학습동기에 대해 알아본다던지, 직업교육의 수준이라던지. 한국저자분에 대해서 역시 너무 깊이가 얕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한국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은 다들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나 그것을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할것인가에 대한 부분에서 구태의연한 기존 이야기를 동어반복하는 것에서 나아가지 못했단 아쉬움이 남는다. 제3의 길을 모색하자, 학생을 지켜봐주는 선생님이 되자 등... 사실 경쟁이 최고의 가치로 대우받고 승자독식의 룰이 한국을 지배하는 한 어떤 제도를 도입해도 한국교육문제는 해결되기 힘들 것이다. 이런 근본적 부분에 대한 언급없이 저자가 외치는 교육혁명은 공허하기만 하다.

스웨덴 아이들이 배움에 있어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것은 '즐거움'이다. 왜 공부를 하냐는 말에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재미없는 일을 해야 하니까'라고 답한다. 사회적 부와 명예 따위에 집착하지 않고(평등의 원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그것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좋아하는 것을 배우니 공부와 일상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경영을 전공하는 아이들은 매학기마다 작은 사업을 벌이고 공학을 공부하는 아이는 뭔가를 만들고 프로그래밍하며 하루를 보낸다. 고등학교 때 학급석차도 모르고 공부한 아이들은 이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뛰어난 인재로 자라난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자유롭게, 당당하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제도와 사회전반적 분위기가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인데 한국은 그 부분에선 뭐라 할 말이 없다. 니 인생 니가 책임지라는 나라에서 선택의 기준은 흥미와 적성이 아닌 임금수준과 안정성이 될 수 밖에 없고 그 한정된 좋은 자리를 위한 경쟁은 끝이 없이 반복된다. 이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과연 교육혁명.......? 나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체가 학생인 교육혁명에 대해서는 희망을 가지고 있으나 이 책에서 언급된 교사의 자성 위주의 변화에는 회의적이다. 교사들 역시 이 교육제도 안에서 성장한 사람들 아닌가. 개혁이면 모를까 혁명은 오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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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0-01-20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리하시네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2010-01-20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1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2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2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2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9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2-02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리한 지적, 명쾌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성격의 탄생 - 뇌과학, 진화심리학이 들려주는 성격의 모든 것
대니얼 네틀 지음, 김상우 옮김 / 와이즈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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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을 돌아다녀도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15쪽

친화성이 낮다는 것은 자폐증처럼 타인의 마음을 읽을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읽어낸 타인의 마음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 부부간에 문제가 있어도 이혼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상대방이 고통받고 있음을 알아도 별로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다.-203쪽

여러분이 도덕적, 지적 성찰을 통해 환경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결심했다고 해보자. 그런데 여러분은 외향성이 낮고 신경성이 높다고 해보자. 이는 여러분이 공개토론이나 언론활동이 미숙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운동에는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카리스마적인 지도자와 연사가 필요한데 여러분은 그런 역할을 잘 못 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불만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환경운동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할까? 과연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와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까?
다른 현대사회의 운동과 마찬가지로 환경운동도 여러 측면이 있다.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도 필요하지만, 뒤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최근 연구를 수집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조사원도 필요하다. 바로 이 분야에 여러분의 경쟁력이 있다. 여러분이 저주했던 바로 그 내향성을 가지고 여러분은 도서관에 있는 자료를 조용히 정리하고 분석함으로써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 대중 앞에서 여러분을 떨게 만드는 그 신경성은 통계적, 방법론적으로 치밀한 조사를 수행하는데 이상적이다. 환경운동의 얼굴마담은 여러-279쪽

분이 부러워할 뻔했던 외향성과 낮은 신경성 때문에 이런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아주 젬병일 것이다. 따라서 바로 이런 분야가 여러분이 뛰어들어야 할 영역이다. 여러분의 것이 아닌 일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해선 안 된다. 여러분에게 맞는 영역에서 활동하면, 다른 사람들은 여러분을 필요로 하고, 또 여러분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게 될 것이다.-280쪽

두 번째 사례를 보자. 여로분이 젊은 시절을 힘들게 살았던 개인적인 경험을 갖고 있기에 젊은이를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해보자. 오늘날 많은 젊은이들이 우울증과 자학 충동으로고통을 겪고 있으며, 여러분은 이런 젊은이들을 돕고 싶다. 그런데 문제는 여러분의 친화성이 낮다는 것이다. 자원봉사나 상담은 여러분에게 맞는 일이 아니다. 상담은 매우 필요한 일이지만 이 일은 여러분에게 지루하고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낮은 친화성이 유용한 분야가 있다. 친화성이 낮으면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단호한 조직가가 될 수 있다. 자원봉사와 젊은이들을 위한 자선행사에는 착하기는 하지만 실제론 그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비효율적인 사람들이 많이 나선다. 이들은 여러분 같은 사람과 함께 일을 해야만 프로그램의 비용을 낮추고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여러분은 평범한 상담가가 아니라 조직 관리자가 됨으로써 젊은이를 돕는 대의에 더 많은 기여를 하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지는 않겠지만 원하던 일을 이루게 된다. -280쪽

..성인으로서 여러분이 중요하게 여기는 목표와 가치가 무엇이든 간에, 여러분이 올바른 영역을 택하기만 하면 여러분의 성격을 가지고 그 목표와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 여러분이 어떤 일을 열심히 하긴 하지만 자신에게 전혀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여러분은 자신에게 맞는 분야가 아니라, 가족이나 문화 혹은 시대가 강요하는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외부의 압력에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 풍요로운 현대사회에는 매우 다양한 사회적 역할과 라이프스타일이 존재한다....과거에는 이렇게 다양한 역할과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과거 어느 때보다 바로 지금이, 여러분의 성격에 맞고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시대다.-281쪽

외향성과 개방성이 높으면, 사회적 지위와 재산을 얻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좋은 구성원이 되지 못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놓쳐버릴 수 있다. 반면 친화성이 높으면 사회적 지위와 재산을 고려하지 않고 이타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존경받을 수는 있겠지만, 자신의 개인적인 성취를 이루지 못할 수 있다. -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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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10-01-20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재밌어 보이는데요? 저도 사회학과 체질이어서인지 원래 이런 책 잘 안보곤 했는데 관심좀 가져야 겠어요^^

2010-01-20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성격의 탄생 - 뇌과학, 진화심리학이 들려주는 성격의 모든 것
대니얼 네틀 지음, 김상우 옮김 / 와이즈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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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나의 운명을 이끄는가? 사회학 공부를 하며 인간의 사상과 삶은 거시적 사회에 의해 상당부분 영향받는다 믿었다. 맑스를 좇아 생전 존재하지도 않았던 공산주의 사회를 위해 몸을 던진 사람들, 조선의 임금을 지켜야 한다며 낫을 들고 일어났던 일제시대의 농민들,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길거리로 나서 스크럼을 짜고 화염병을 던진 학생들 등.등.등 수많은 사례들은 구체적이고 특정한 사회.문화적 배경하에서만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고 그렇기에 유한하고 짧은 우리의 삶은 랜덤하게 할당된 삶의 '배경시대'에 의해 휩쓸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바람따라 흔들리고 이슬 한방울의 무게에도 몸을 숙이는 풀이파리 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성격이 한 사람의 삶의 경로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소한 50%는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된단다. 이는 이렇게 설명될 수 있다.  

"자본론 읽고 다 불같이 일어났나? 데모할때 다 같이 데모했나? 공산주의자를 공상가라 욕하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했고 학생운동 소음이 사시공부에 방해된다고 짜증내는 사람도 있었다. 같은 상황에서 어떤 행위를 하고 어떻게 반응하느냐- 이것이 바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성격의 힘이다"  

   본래 학술적 목적으로 쓰여졌던 글을 쉽게 풀어 쓴지라 조금 딱딱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과학적 엄밀성을 갖추고 진행되는 글이라서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인간의 성격은 그간 오랜 과학적 연구 결과 5가지 척도로 분류될 수 있다. 외향성과 내향성, 신경증 수치 정도, 절제와 충동적 성향, 친화성과 공감능력, 개방적인 기질 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가 크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2가지이다. 1. 이런 성격은 모두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진화되어 온 결과라는 것. 2.그렇기에 현재 존재하는 모든 성격은 각각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고, 무엇이 무엇보다 낫다, 식의 판단을 내릴 수없다는 것이다. 신경증이 심한 경우 우울해지기 쉼고 작은 것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기에 언뜻 낙관적 성격보다 좋지 않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사회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의 많은 수가 높은 신경증 수치를 보인다. 세심한것까지 신경쓰고 챙기는 성격이 높은 업무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친화성이 높으면 사회생활하기 편할까? 편하기는 할 수 있다. 모든 이와 조화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선 분명 뛰어나다. 하지만 이런 성격의 경우 타인을 자신의 목표보다 우선시하다보니 실제 개인적 성취부분에선 별 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성격이 삶의 경로를 결정짓는 데 50%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 개개인이 처한 상황과 사회 문화적 환경이 상이하기에 그 배경상황에 어울리는 성격을 가졌을 경우 우울 수치가 높던 소심하던 충동적 성향이 강하던 그것은 '좋은'성격이 된다. 하지만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친화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은 인생에 그닥 도움이 되지 않을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흔히 외향적 성격이 사회적 성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내향적 성격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외향적 성격이 성공과 어느정도 양의 관계를 가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외향적 성격은 그 성공만큼 실패하는 경우도 많고 굴곡이 심한 삶을 산다. 거칠고 자원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이런 외향적 성격이 생존에 유리하다. 위험을 감수해야지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원이 풍부한 사회에서 이런 외향성은 외려 여러가지 문제를 만들고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요즘처럼 먹고살만한 사회에선 외향성 수치가 높은 사람의 수명이 내향적 사람보다 짧다. 사건 사고로 죽는 케이스가 많기 때문이다.

과학적 관점에서, 어떤 한가지 특성만으로 성격에 대해 명확한 분석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눈여겨 볼 만한 점이다. 다시 한번 외향성을 예로 들어보자면, 자주 파티에 가고 쉽게 사람을 사귀는 사람에 대해 '외향적'이라 말하기 쉽지만 과학적 분석에 따르면 외향적인 성격은 그저 파티에서 나대는 것 까지만을 의미한다. 외향성에 친화성이 더해질때 인간관계의 확장이라는 의미있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5가지 영역의 성향이 더해져 한사람의 총체적인 성격이 탄생한다. 때문에 우리가 5분 들여 재미삼아 보는 웹상의 성격분석 테스트 등등은 과학적 의미에선 그닥 신뢰할만하지 못하다. 어떻게 이 수많은 인간의 성격이 단 5개 카테고리에 부합할 수 있겠는가. 개개 인간의 성격은 연속된 큰 성격의 스펙트럼 속 한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보다 합당하다.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성격을 분석해본 적이 없다면 이 책을 읽으며 각 영역의 점수를 매겨보고, 자신이 어느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저자가 이런 지점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주는데 상당히 재미있고 유용했다. 예로, 보통 지능이 높을수록 노력하지 않아도 높은 성과를 올리기에 성실성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런 똑똑한 게으름쟁이들의 경우 환경이 급격히 변하는 분야에 적합하다고 한다. 반면 성실한 일반인들의 경우 업무내용에 큰 변화가 없는 안정적 직장이 어울린다고. 덧붙여, 추구하는 가치와 자신의 성격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나온다. 다정하여라!

마지막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부모 등 가정환경이 아이의 성격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부모가 이혼하고 자녀도 이혼하는 경우 이는 환경의 영향이 아니라 유전자의 영향이라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유전학에 관련된 책을 읽어보지 않았던 터라 이런식의 접근은 상당히 신선했다. 내 성격에 대해 어릴적 어떤 어떤 사건, 누군가의 어떤 어떤 행동이 날 이렇게 만든건 아닐까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것에 대해 어느정도 설명이 되는 느낌. 그리고 그런 과학적 성격과 더불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다는 점. 각자 제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니(진화해서 살아남았단 점이 그걸 보증한다) 좌절하거나 휩쓸리거나 자신의 성격을 바꾸려 노력하지 말고 현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라는 메세지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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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9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9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