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실 혁명 핀란드 교육 시리즈 1
후쿠타 세이지 지음, 박재원.윤지은 옮김 / 비아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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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에 다녀왔기에 이 책에 그리 호응할 수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사회혁명없이 교실혁명은 가능하지 않단걸 일년간 너무 잘 배우고 왔기 때문이다. 첫째로, 교육 제도란 것 역시 사회의 기본적 가치에 토대하여 파생된 하나의 '제도'일 뿐이기에 우리가 핀란드식 가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핀란드식 제도는 성공할 수 없다. 둘째로, 가치 와 더불어 경제영역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북유럽은 원래 사람이 '귀한'곳이다. 사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난민 외에는 이민도 받지 않는 나라이다 보니 자국민을 고급 인력으로 키워낼 필요성이 크다. 한국 역시 가진건 인적자원 뿐이라는 말은 누누히 하나 인구수가 1000만도 되지 않는 북유럽 국가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대졸 인력을 시급4500원 알바로 밀어넣을 정도의 여력은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핀란드식 시스템의 장점을 보고 그것을 포착하려한 시도와 기획은 좋았으나 그걸 한국에도 가져오자는 이야기는 너무 실현가능성이 떨어져서 읽는 재미가 없었다. 일본 원저자분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핀란드를 수차례 방문했다는 것과 동경대 박사까지 했다는 이력에 비해서 내용이 너무 얕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건 교실방문기록문 정도에 그치고 있는데(선생님이 뭘 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이렇더라 나열) 학자의 장점을 살려 보다 체계적으로 깊이있게 핀란드의 교육제도에 대해 파고들어갔었으면 어땠을까.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이라던지(북유럽의 경우 책값 등의 명목으로 학교를 다니고 일정수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면 보조금이 나온다) 학생들과의 질적 인터뷰를 통해 학습동기에 대해 알아본다던지, 직업교육의 수준이라던지. 한국저자분에 대해서 역시 너무 깊이가 얕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한국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은 다들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나 그것을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할것인가에 대한 부분에서 구태의연한 기존 이야기를 동어반복하는 것에서 나아가지 못했단 아쉬움이 남는다. 제3의 길을 모색하자, 학생을 지켜봐주는 선생님이 되자 등... 사실 경쟁이 최고의 가치로 대우받고 승자독식의 룰이 한국을 지배하는 한 어떤 제도를 도입해도 한국교육문제는 해결되기 힘들 것이다. 이런 근본적 부분에 대한 언급없이 저자가 외치는 교육혁명은 공허하기만 하다.

스웨덴 아이들이 배움에 있어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것은 '즐거움'이다. 왜 공부를 하냐는 말에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재미없는 일을 해야 하니까'라고 답한다. 사회적 부와 명예 따위에 집착하지 않고(평등의 원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그것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좋아하는 것을 배우니 공부와 일상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경영을 전공하는 아이들은 매학기마다 작은 사업을 벌이고 공학을 공부하는 아이는 뭔가를 만들고 프로그래밍하며 하루를 보낸다. 고등학교 때 학급석차도 모르고 공부한 아이들은 이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뛰어난 인재로 자라난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자유롭게, 당당하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제도와 사회전반적 분위기가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인데 한국은 그 부분에선 뭐라 할 말이 없다. 니 인생 니가 책임지라는 나라에서 선택의 기준은 흥미와 적성이 아닌 임금수준과 안정성이 될 수 밖에 없고 그 한정된 좋은 자리를 위한 경쟁은 끝이 없이 반복된다. 이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과연 교육혁명.......? 나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체가 학생인 교육혁명에 대해서는 희망을 가지고 있으나 이 책에서 언급된 교사의 자성 위주의 변화에는 회의적이다. 교사들 역시 이 교육제도 안에서 성장한 사람들 아닌가. 개혁이면 모를까 혁명은 오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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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0-01-20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리하시네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2010-01-20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1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2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2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2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9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2-02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리한 지적, 명쾌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