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의 탄생 - 뇌과학, 진화심리학이 들려주는 성격의 모든 것
대니얼 네틀 지음, 김상우 옮김 / 와이즈북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무엇이 나의 운명을 이끄는가? 사회학 공부를 하며 인간의 사상과 삶은 거시적 사회에 의해 상당부분 영향받는다 믿었다. 맑스를 좇아 생전 존재하지도 않았던 공산주의 사회를 위해 몸을 던진 사람들, 조선의 임금을 지켜야 한다며 낫을 들고 일어났던 일제시대의 농민들,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길거리로 나서 스크럼을 짜고 화염병을 던진 학생들 등.등.등 수많은 사례들은 구체적이고 특정한 사회.문화적 배경하에서만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고 그렇기에 유한하고 짧은 우리의 삶은 랜덤하게 할당된 삶의 '배경시대'에 의해 휩쓸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바람따라 흔들리고 이슬 한방울의 무게에도 몸을 숙이는 풀이파리 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성격이 한 사람의 삶의 경로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소한 50%는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된단다. 이는 이렇게 설명될 수 있다.  

"자본론 읽고 다 불같이 일어났나? 데모할때 다 같이 데모했나? 공산주의자를 공상가라 욕하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했고 학생운동 소음이 사시공부에 방해된다고 짜증내는 사람도 있었다. 같은 상황에서 어떤 행위를 하고 어떻게 반응하느냐- 이것이 바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성격의 힘이다"  

   본래 학술적 목적으로 쓰여졌던 글을 쉽게 풀어 쓴지라 조금 딱딱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과학적 엄밀성을 갖추고 진행되는 글이라서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인간의 성격은 그간 오랜 과학적 연구 결과 5가지 척도로 분류될 수 있다. 외향성과 내향성, 신경증 수치 정도, 절제와 충동적 성향, 친화성과 공감능력, 개방적인 기질 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가 크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2가지이다. 1. 이런 성격은 모두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진화되어 온 결과라는 것. 2.그렇기에 현재 존재하는 모든 성격은 각각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고, 무엇이 무엇보다 낫다, 식의 판단을 내릴 수없다는 것이다. 신경증이 심한 경우 우울해지기 쉼고 작은 것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기에 언뜻 낙관적 성격보다 좋지 않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사회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의 많은 수가 높은 신경증 수치를 보인다. 세심한것까지 신경쓰고 챙기는 성격이 높은 업무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친화성이 높으면 사회생활하기 편할까? 편하기는 할 수 있다. 모든 이와 조화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선 분명 뛰어나다. 하지만 이런 성격의 경우 타인을 자신의 목표보다 우선시하다보니 실제 개인적 성취부분에선 별 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성격이 삶의 경로를 결정짓는 데 50%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 개개인이 처한 상황과 사회 문화적 환경이 상이하기에 그 배경상황에 어울리는 성격을 가졌을 경우 우울 수치가 높던 소심하던 충동적 성향이 강하던 그것은 '좋은'성격이 된다. 하지만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친화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은 인생에 그닥 도움이 되지 않을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흔히 외향적 성격이 사회적 성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내향적 성격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외향적 성격이 성공과 어느정도 양의 관계를 가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외향적 성격은 그 성공만큼 실패하는 경우도 많고 굴곡이 심한 삶을 산다. 거칠고 자원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이런 외향적 성격이 생존에 유리하다. 위험을 감수해야지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원이 풍부한 사회에서 이런 외향성은 외려 여러가지 문제를 만들고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요즘처럼 먹고살만한 사회에선 외향성 수치가 높은 사람의 수명이 내향적 사람보다 짧다. 사건 사고로 죽는 케이스가 많기 때문이다.

과학적 관점에서, 어떤 한가지 특성만으로 성격에 대해 명확한 분석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눈여겨 볼 만한 점이다. 다시 한번 외향성을 예로 들어보자면, 자주 파티에 가고 쉽게 사람을 사귀는 사람에 대해 '외향적'이라 말하기 쉽지만 과학적 분석에 따르면 외향적인 성격은 그저 파티에서 나대는 것 까지만을 의미한다. 외향성에 친화성이 더해질때 인간관계의 확장이라는 의미있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5가지 영역의 성향이 더해져 한사람의 총체적인 성격이 탄생한다. 때문에 우리가 5분 들여 재미삼아 보는 웹상의 성격분석 테스트 등등은 과학적 의미에선 그닥 신뢰할만하지 못하다. 어떻게 이 수많은 인간의 성격이 단 5개 카테고리에 부합할 수 있겠는가. 개개 인간의 성격은 연속된 큰 성격의 스펙트럼 속 한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보다 합당하다.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성격을 분석해본 적이 없다면 이 책을 읽으며 각 영역의 점수를 매겨보고, 자신이 어느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저자가 이런 지점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주는데 상당히 재미있고 유용했다. 예로, 보통 지능이 높을수록 노력하지 않아도 높은 성과를 올리기에 성실성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런 똑똑한 게으름쟁이들의 경우 환경이 급격히 변하는 분야에 적합하다고 한다. 반면 성실한 일반인들의 경우 업무내용에 큰 변화가 없는 안정적 직장이 어울린다고. 덧붙여, 추구하는 가치와 자신의 성격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나온다. 다정하여라!

마지막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부모 등 가정환경이 아이의 성격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부모가 이혼하고 자녀도 이혼하는 경우 이는 환경의 영향이 아니라 유전자의 영향이라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유전학에 관련된 책을 읽어보지 않았던 터라 이런식의 접근은 상당히 신선했다. 내 성격에 대해 어릴적 어떤 어떤 사건, 누군가의 어떤 어떤 행동이 날 이렇게 만든건 아닐까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것에 대해 어느정도 설명이 되는 느낌. 그리고 그런 과학적 성격과 더불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다는 점. 각자 제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니(진화해서 살아남았단 점이 그걸 보증한다) 좌절하거나 휩쓸리거나 자신의 성격을 바꾸려 노력하지 말고 현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라는 메세지가 좋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1-19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9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