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중고서점에서 득템한 제인 오스틴의 책 내지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었다.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엄마에게'.

책을 정리하던 엄마가 모르고 딸의 선물을 끼워팔았거나,

엄마의 유품을 주변인들이 정리했거나...

어쨌든 두 경우 다 유쾌한 일은 아니겠으나, 나는 왠지 그 책이 그 글때문에 더 소중했다. 그후로 제인 오스틴을 떠올릴 때면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엄마를 기억했던 딸을 잊을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제인 오스틴이 더 좋다.

참 이상도 하지... 그러므로 이 책은 갖어줘야 해! 라고...

 

 

 

 

 

 

 

최초로 완전범죄를 다룬 미스터리의 고전이자 모범. 미스터리 애호가들이 '최고의 반전'으로 손꼽아 추천하는 작품. 유연석 임수정의 영화 <은밀한 유혹>의 원작 소설.

기대된다.

 

 

 

 

 

 

 

 

 

 

<빌러버드>, <가장 푸른 눈>의 토니 모리슨.

<재즈>는 노예제 폐지 후의 흑인들에 대한 이야기로, 노예의 굴레로부터는 벗어났지만 그러고도 행복하지 못한 흑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인종차별이 심한 남부를 떠나 북부의 도시에서 '재즈'와 함께 새 삶을 살고자 했다. '재즈는 단순한 대중음악이 아니라 흑인들이 겪은 고통의 역사와 그들이 휩쓸리고 있는 삶의 새로운 모습들이 고스란히 녹아든 음악이다.'

 

 

 

 

 

 

 

엠마뉘엘 카레르의 <리모노프>. 모르는 작가의 처음 읽게 될 작품.

리모노프는 러시아의 작가이자 정치인인 에두아르드 리모노프의 삶을 추적한 전기라고.  

이 책을 읽는 것은 소련에서 러시아로 이어지는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또 어떤이는 리모노프는 그저 흥미로운 개망나니 이야기에 불과할 뿐이라고...

그나저나 레몬을 가장한 수류탄이거나 수류탄을 가장한 레몬이거나의 표지부터 흥미를 끈다. 2월에 꼭 읽고 싶은 책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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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02-03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댓글이 인문과학 분야에 올라가 있어요 ^.^

비의딸 2015-02-03 18:04   좋아요 0 | URL
학... 이런 실수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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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 눈 위로 선명하게 드러나 보이던 그 마을을, 마치 성탄절 때 진열장 안에 만들어놓은 장난감들처럼 조그만 마을의 전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던 그 맑은 밤들을 나는 다시 살아보고만 싶다. 그런 밤이면 모든 것이 단순하고 걱정 없어 보였으며 우리는 미래를 꿈꾸곤 했다. 우리는 이곳에 정착하고 우리 아이들은 마을 학교에 다니고 지나가는 가축 떼들의 방울 소리 속에 여름이 올 것이다... 우리는 행복하고 난데없는 일이 생기지 않는 생활을 하리라.(233쪽)

 

난데없는 일이 생기지 않는 생활을 하는것, 그것이야 말로 보통의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는 삶이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의 주인공인 퇴역 탐정 기 롤랑은 한 때 그런 평범한 삶을 꿈꾸던 사람이었다. 이념이나 국가의 이기로 부터 비롯된 전쟁의 포화나 검거의 위협으로 부터 달아날 필요가 없는 보통의 삶. 끝없이 펼쳐진 눈밭의 지루한 일상조차 평화롭게 여겨질 그런 무난한 삶을 꿈꾸는 사람이였다. 수천수만 장의 바캉스 사진들 뒤쪽 한구석에 서서 즐거워하는 사람들 뒤로 언뜻언뜻 사진이 찍히는(76쪽),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사진들 속에서 그가 보이지 않아도 그다지 놀라는 사람이 없는 그런 모나지않는 삶을 꿈꾸었던 것이다. 세계대전 당시의 각 개인들은 누구나 그런 꿈을 꾸었다. 부디 내가 관여하지 않은 일로 지루하도록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는 일이 없기를. 혼란 속에서도 내 가족은 부디 안녕 하기를, 그리하여 내 존재 전체가 확고하고 평안하기를.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그건 어떤 기분일까.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영원의 공간 속에 내동댕이 쳐진 듯한 기분이 그러하지 않을까. 언제부터 살아왔는지, 앞으로 얼마만큼 더 가야할지 알 수 없어 모호한, 그렇기때문에 존재의 유무에 위협을 받는듯한 기분이지 않을까.

처음부터 탐정이었던 것처럼, 처음부터 가족이라곤 없었던 것처럼, 처음부터 그 누구도 사랑해 본 일이 없는 것처럼, 지금 알고있는 사람이 처음부터 알던 사람들의 전부라는 듯이, 지금 여기말고 이전의 삶은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진정한 의미이 삶이 아니라고 여겼을 기 롤랑은 지워져버린 자신의 과거를 찾기로 한다.

 

그 시절을 기억하려고 애를 쓰지만... 어찌나 어렴풋한지... (198쪽)

 

충격때문이든 고통때문이든 한때 사력을 다해 잊으려 했기 때문에 무의식 속으로 사라진 기억을 주인공은 다시 되돌리고 싶어한다.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 그에게는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 롤랑이 과거의 자신을 찾는 일은 낯선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과 닮았다. 자신이라고 추측되는 인물에 대한 주변사람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그들은 때때로 과자나 초콜릿 상자, 혹은 담배 상자 안에 봉인되어 있던 빛바랜 추억의 조각들을 꺼내 보여준다. 주인공은 그들이 보여주는 장면들을 꿰 맞추며, 어느 순간 불현듯 떠오를 자신의 기억을 기다리는 것이다. 낯설지만 익숙한 거리의 소음과, 빛과 색깔과 냄새와 함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기 롤랑을 과거의 시간 속으로 끌어들이고, 그는 기 롤랑이 아닌 페드로 맥케부아였던 것으로 밝혀진다. 그러나 그렇게 찾아진 페드로는 과연 기 롤랑 그 자신일 것인가.

 

기 롤랑이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은 낯선 거리에 내동댕이쳐진 것처럼 뜬금없고 모호한 장면들의 연속이다. 때로는 시점이나 대화의 주체마저도 명확히 알 수 없고, 무엇을 말하고자하는 것인지 작가의 의도가 불명확해지는 그런 순간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런 장면때문에 잃어버린 상실의 시간을 되찾는 과정이 더욱 명확해지는 것이다.

꼭 천천히 읽을 것. 되도록이면 소리내서 읽을 것. 이해되지 않는 문장은 반복해서 읽을 것. 이 세가지만 지킨다면 아름다운 문장들의 모호함 속에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넋을 잃게 된다. 진작에 프랑스어를 배워둘 것을 그랬다는 생각이 들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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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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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9월 11일의 칠레에서는 살바도르 아옌데가 주도하는 사회주의 정권을 전복하기 위한 쿠데타가 일어났다. 아옌데가 '칠레여, 영원하라!'는 마지막 연설을 남긴 후 죽음을 맞이하고, 그와 정치적 노선을 같이했던 칠레의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병든 몸으로 쿠데타 소식과 아옌데의 죽음을 접한다. 스스로 몸을 일으킬 수 없는 네루다는 우편배달부 마리오에게 자신을 바다가 보이는 창가로 이끌어 줄 것을 부탁한다. 네루다의 건강을 염려해 그의 부탁을 거절하는 마리오를 향해 네루다는 묻는다.

 

"뭘 감추고 싶은 거지? 창문을 열어봤자 저 아래 바다가 사라지고 없다는 건가? 그들이 바다까지 연행해 갔어? 나까지 우리에 가둔 건가?"

 

네루다가 그 순간 바라보았을 바다를 내 눈으로도 보고 싶었다. 인터넷 서핑을 통해 이슬라 네그라의 네루다의 집으로 알려진 사진을 찾아 보았다. 사진만으로는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 순간 네루다가 느낀 절망 혹은 체념을 아주 조금쯤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것은 사진의 힘이라기 보다는 안토니오 스카르메타가 그린 장면의 힘이다. 시인이 그토록 사랑했던 이슬라 네그라의 짙은 안개가 낀 검은 바다를 바라보며 네루다는 시를 읊는다.

 

하늘의 품에 휩싸인 바다로 나 돌아가노니,

물결 사이사이의 고요가

위태로운 긴장을 자아내는구나.

새로운 파도가 이를 깨뜨리고

무한의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질 그때까지.

어허! 삶은 스러지고

피는 침잠하려니.

 

시인을 바라보던 마리오는 네루다를 뒤에서 안고 신들린 눈동자를 손으로 덮어주면서 말했다.

 

"제발, 제발 죽지 마세요. 선생님."

 

이슬라 네그라는 칠레의 한 귀퉁이 작은 바닷가 마을로 편지 왕래조차 뜸한 곳이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까막눈이며 따라서 편지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마리오 히메네스는 이슬라 네그라의 우편 배달부였으며, 그는 늘 우편가방이 넘치도록 우편물을 배달했다. 다만, 수신인은 모두 시인 네루다 였다. 마리오는 시인의 편지를 배달하며 시인으로부터 메타포와 시에 대해서 배우고, 네루다의 시를 적절히 표절해 베아트리스와의 사랑을 이룬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들어난 표면적인 이야기일 뿐이고, 더 깊이 들여다보면 마리오로 대표되는 칠레의 민중들이 국가로부터 비롯된 오래된 착취의 근원을 끊어내고 자신들의 말을 하며, 깨어날 것을 암시한다. 이처럼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이야기 전체가 네루다에 대한 메타포인 것이다.

 

"제가 시인이면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할 수 있잖아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바로 그게 문제라니까요. 시인이 아니라서 그것조차 말할 수 없는걸요."

 

스카르메타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에 가벼운 네루다의 이미지를 그리고자 했다. 민중 시인으로, 정치인으로 투사의 이미지가 강한 네루다를 친근하게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따라서 스카르메타가 그린 가벼운 네루다는 무지한 민초들과도 격의가 없는 모습이었으며, 그만큼 친근했고, 자신을 뚜쟁이로 표현할 만큼 때때로 익살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착취가 없는 세상을 꿈꾸었던 네루다의 깊은 절망까지도 가벼웠던 것은 아니다.  쿠데타 소식을 듣고 병든 몸을 이끌고 절망으로 창가에 선 네루다의 모습은 오래도록 가슴아픈 여운을 남긴다.

 

이 이야기는 열광적으로 시작해서 침울한 나락으로 떨어지며 끝을 맺는다 라고 말한 작가의 말처럼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를 읽는 것은 공기처럼 가볍고 물방울처럼 즐거운 반면, 책을 다 읽고 나면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물안개 속에 서 있는 것처럼 갑갑하고 축축해진다.

착취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 하고싶은 말이 넘치지만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르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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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5-02-1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갑하고 축축해진다 이 문장이 마음에 남네요.....
 
풀잎은 노래한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7
도리스 레싱 지음, 이태동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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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주정뱅이인 아버지와 나약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메리는 사랑이 무엇이지 모르고 자랐다. 가난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메리의 어머니는 메리의 오빠와 언니가 이질로 죽고나자 오히려 입을 덜었다는 안도를 느낄 지경이었으니, 이 가정에 사랑이 있었을리가 만무했다. 그랬으므로 메리는 취직을 해 독립한 후, 부모나 형제를 그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독신 여성으로 부족함 없이 지내며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런 자유도 잠시, 시간이 흐르면서 메리는 노처녀가 되고, 독신여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절이였던 만큼 타인들의 시선에 떠밀려 사랑없는 결혼을 한다.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것이 너무나도 없었기에, 남 얘기 하기 좋아하는 여자들이 그녀가 결혼을 해야만 된다고 말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마구 휘청거렸던 것이다.(73쪽)

 

결혼 후, 메리는 여러사람들의 곱지않은 시선으로부터 벗어났으니 이제야 말로 진정한 독립을 했고, 지금부터는 새로운 삶이 시작될 것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사랑없는 결혼생활이 행복할리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 아니던가.  갈수록 더 심해져만 가는 경제적 빈곤과 남편 리처드의 무신경으로 인해 불행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메리는 정신분열 증세를 일으킨다. 그러던 중 그녀는 흑인 하인인 모세로 부터 죽음을 당한다. 책은 메리의 죽음으로 부터 시작되면서 과거를 거슬러 기억하며 그녀가 살해되기 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농장의 새로운 관리인으로 이제 막 부임한 토니의 시선으로 보는 메리의 죽음은 기이하기만 하다. 살인범은 애초부터 메리의 하인이였던 모세로 밝혀졌다. 그러나 모세는 살인 후, 달아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달아나지 않았을 뿐더러, 자신이 범인임을 스스로 자백한다. 그에게서는 마치 죽여할 사람을 죽였다는 듯한 자신감마저 느껴졌다. 또한 메리의 죽음을 처리하는 백인 경찰관과 이웃 찰리의 태도 역시 몹시 기묘했다. 그들 역시 죽어야 할 사람이 죽었다는 듯 메리의 시신을 보며 경멸의 표정을 감추지 않았던 것이다. 인간 평등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자라난 토니로서는 모세와 백인경관, 그리고 찰리의 태도에 대해 몹시 의아했지만,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 토니는 은연중에 흑인에 대한 백인의 권위를 잃어버린 메리를 증오하는 동료 백인들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백인 문명. 특히 백인 여자가, 경우가 어찌 되었든 간에 흑인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걸 결단코 용납하지 않을 백인 문명은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일단 그러한 관계를 인정해 주면, 백인 문명은 붕괴되어 그 무엇으로도 구제 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인 문명은 터너 부부의 경우와 같은 비참한 실패를 용납할 수가 없었다.(41쪽)

 

백인이지만 가난한 농장주였던 리처드는 이웃과 어울리는 일에 소홀했다. 이웃들은 리처드와 메리가 거만하기 때문에 사교적이지 않다라고 여긴다. 또한 리처드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담배농사 대신 나무를 심는 등 땅에 대해 애착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 리처드에게 담배농사는 농사라기 보다는 담배를 생산해 내는 공장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리처드의 이웃 대농 찰리는 이런 리처드를 인간적으로 좋아했지만, 한편으로는 리처드가 망하기를 바라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리처드의 농장을 낚아챌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날 불현듯 리처드의 집을 방문한 찰리는 리처드 부부가 흑인 하인 모세로 부터 주인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에 분개한다. 그는 리처드의 파산을 기다려 농장을 거저 먹는대신 리처드에게 정당한 값을 쳐주고 농장을 매매할 것을 제안한다. 리처드가 망하길 기다리던 것과는 사뭇 다른 찰리의 이런 행동은 어찌되었든 백인 동족이 흑인보다 못한 처지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리처드의 몰락은 백인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여지가 되는 일이었으므로, 그런일은 일어나서는 안되었다. 찰리나 백인경관이 메리의 처참한 시신을 보고 경멸을 감추지 않았던 것은 그와같은 이유였다. 흑인 하인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백인이라니, 그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은 것이다. 차별은 인종간에만 있는 일이 아니었다. 같은 종이면서 뒤쳐지는 동료는 종 전체에 위해가 된다. 작가는 바로 이점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였을까 추측한다.

 

너희는 동료 백인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된다. 만일 그렇게 되면 깜둥이들이 자신이나 너희가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306쪽)

 

그러나 책의 말미로 갈수록 모세가 메리를 죽인 이유가 모호했다. 모세는 복수라고 했지만, 자신들의 땅을 침략하고 자신들을 하인으로 삼은 백인 전체에 대한 흑인으로서의 복수인지, 메리라는 까탈스러운 주인에 대한 하인의 울분인지, 그도 아니라면 백인 여자 메리를 여자로 여겼던 건장한 흑인 남자가 새로운 젊은 백인인 토니의 출현으로 순간적인 분노를 표출한 것인지 분명히 알아채기가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메리의 육체적인 죽음은 흑인 하인으로부터 비롯되었으나, 그녀의 파멸은 그녀가 자라난 환경과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생활방식, 가치관 등, 예를들자면 타인의 시선에 밀린 원치않는 결혼 따위로 인해 이미 그 이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도리스 레싱의 출세작이다. 남아프리카에서 자란 레싱의  이 소설은 '사랑과 증오에 대한 비극인 동시에 결코 이어질 수 없는 인종 간의 갈등에 대한 연구' 라는 평을 받았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을 인종간의 갈등보다는 백인들의 오만함에 방점을 두고 읽었다. 조상대대로 살아오던 사람들이 있는 남의 땅에 들어가 땅을 차지하고, 오히려 땅 주인들을 하인으로 삼으며 끝임없이 자신들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타인을 희생하는 그 노력이 어이없다는 말 말고 다른 어떤말로 표현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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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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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주인장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윤을 내지 않고도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는 얘길까? 이윤이 없는데 어떻게 먹고 살 작정인 걸까? 이윤 때문이 아니라면 도대체 가게를 운영하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그의 말은 인상적이었던 만큼 이상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남좋은 일하러 장사를 하는 사람도 다 있는가 싶었던 것이다.

 

 

이윤을 내지 않고도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 먼저 '이윤'에 대한 오해를 풀 필요가 있다. '이윤'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장사 따위를 하여 남은 돈.'

그렇다. 이윤은 매입과 매출 후에 '남은 돈'이다. 그러니 이윤 없이도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은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수입과 지출을 맞추고도 남는 돈은 불필요한 돈으로 '다루마리' 빵집의 주인장 말을 빌리자면 '부패하지 않는 돈'이다. 이 부패하지 않는 돈은 인간과 인간 사이를 오가며 시기와 반목과 불행을 낳는다. 이 부패하지 않는 돈을 위해 인간은 속이고, 착취하고, 경쟁한다.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우리는 종업원, 생산자, 자연, 소비자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돈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올바르게 쓰고, 상품을 정당하게 '비싼' 가격에 팔 것이다. 착취 없는 경영이야말로 돈이 새끼를 치지 않는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 (196쪽)

 

이윤없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풀리고 나니, 어떻게 먹고 살 작정인지, 가게를 운영하는 목적은 무엇인지 하는 의문은 저절로 해결이 되었다. 그는 돈을 쌓기 위해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으로 온전히 사는 것을 위해 빵을 굽는 일을하며, 일 한 만큼 벌고, 번 만큼 쓴다.

빵을 굽는 것은 그에게 온전히 사는 일이 바탕이다. 그러므로 애초부터 비료나 화학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키운 재료를 이용해  생명을 살리는 작업, 즉 천연발효 과정을 거쳐 정성껏 빵을 굽고, 빵을 굽는 과정에 쏟은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고 지불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윤이 남지는 않지만 가게를 동일한 규모로 운영할 정도의 자금은 항상 융통이 되므로 날마다 빵을 구울 수 있는 것이라고 '다루마리'의 주인장은 설명한다.

 

물론 주인장의 착취하지 않겠다는 생각에는 깊은 갈채를 보내며,  존경의 마음을 감출 수 없지만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면 도대체 가게를 운영하는 목적이 무엇이냐는 애초의 질문이 완벽하게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윤이 없다면 도대체 둘이나 되는 아이들은 어떻게 키울 것이며, 노후 대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만약 부부 중에 누구 하나 크게 아프기라도 하면 그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나의 의문에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뒤집어야지.'

 

이윤을 남기지 않는 구조에 대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나를 위해서인지 지은이는 책을 시작하며, 마르크스 사상을 현실에서 실현하려 한 레닌의 말을 인용했다. '혁명은 변두리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 혁명은 하루아침에 밑바닥부터 거꾸로 뒤집는 혁명이 아니라, 밑바닥에서 부터 시작되는 은근한 혁명, 눈에 보이지 않는 '균'들이 열심히 일한 덕에 '발효'라는 과정이 일어나 몸에 좋은 빵으로 재탄생 되는 그런 혁명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 과정에서 때로는 부패하기도 하고 섞기도 하는  그런 순환과정이 살아있는 경제를 지은이는 꿈꾸는 것이다.

높은 생산성과 이윤 극대화라는 자본주의의 단맛에 이미 깊숙히 녹아들어 이윤을 남기지 않는 장사에 대해 단박에 이해하진 못했지만 진정으로 인간을 위하고, 삶을 살리는 경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책이다. 

 

썩고 부패하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빵집 '다루마리'는 5년차 라고 했다. 지금으로 부터 다시 5년을 지내고난 후, 10년차 다루마리 주인장의 이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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