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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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주인장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윤을 내지 않고도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는 얘길까? 이윤이 없는데 어떻게 먹고 살 작정인 걸까? 이윤 때문이 아니라면 도대체 가게를 운영하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그의 말은 인상적이었던 만큼 이상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남좋은 일하러 장사를 하는 사람도 다 있는가 싶었던 것이다.

 

 

이윤을 내지 않고도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 먼저 '이윤'에 대한 오해를 풀 필요가 있다. '이윤'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장사 따위를 하여 남은 돈.'

그렇다. 이윤은 매입과 매출 후에 '남은 돈'이다. 그러니 이윤 없이도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은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수입과 지출을 맞추고도 남는 돈은 불필요한 돈으로 '다루마리' 빵집의 주인장 말을 빌리자면 '부패하지 않는 돈'이다. 이 부패하지 않는 돈은 인간과 인간 사이를 오가며 시기와 반목과 불행을 낳는다. 이 부패하지 않는 돈을 위해 인간은 속이고, 착취하고, 경쟁한다.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우리는 종업원, 생산자, 자연, 소비자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돈을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올바르게 쓰고, 상품을 정당하게 '비싼' 가격에 팔 것이다. 착취 없는 경영이야말로 돈이 새끼를 치지 않는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 (196쪽)

 

이윤없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풀리고 나니, 어떻게 먹고 살 작정인지, 가게를 운영하는 목적은 무엇인지 하는 의문은 저절로 해결이 되었다. 그는 돈을 쌓기 위해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으로 온전히 사는 것을 위해 빵을 굽는 일을하며, 일 한 만큼 벌고, 번 만큼 쓴다.

빵을 굽는 것은 그에게 온전히 사는 일이 바탕이다. 그러므로 애초부터 비료나 화학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키운 재료를 이용해  생명을 살리는 작업, 즉 천연발효 과정을 거쳐 정성껏 빵을 굽고, 빵을 굽는 과정에 쏟은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고 지불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윤이 남지는 않지만 가게를 동일한 규모로 운영할 정도의 자금은 항상 융통이 되므로 날마다 빵을 구울 수 있는 것이라고 '다루마리'의 주인장은 설명한다.

 

물론 주인장의 착취하지 않겠다는 생각에는 깊은 갈채를 보내며,  존경의 마음을 감출 수 없지만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면 도대체 가게를 운영하는 목적이 무엇이냐는 애초의 질문이 완벽하게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윤이 없다면 도대체 둘이나 되는 아이들은 어떻게 키울 것이며, 노후 대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만약 부부 중에 누구 하나 크게 아프기라도 하면 그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나의 의문에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뒤집어야지.'

 

이윤을 남기지 않는 구조에 대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나를 위해서인지 지은이는 책을 시작하며, 마르크스 사상을 현실에서 실현하려 한 레닌의 말을 인용했다. '혁명은 변두리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 혁명은 하루아침에 밑바닥부터 거꾸로 뒤집는 혁명이 아니라, 밑바닥에서 부터 시작되는 은근한 혁명, 눈에 보이지 않는 '균'들이 열심히 일한 덕에 '발효'라는 과정이 일어나 몸에 좋은 빵으로 재탄생 되는 그런 혁명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 과정에서 때로는 부패하기도 하고 섞기도 하는  그런 순환과정이 살아있는 경제를 지은이는 꿈꾸는 것이다.

높은 생산성과 이윤 극대화라는 자본주의의 단맛에 이미 깊숙히 녹아들어 이윤을 남기지 않는 장사에 대해 단박에 이해하진 못했지만 진정으로 인간을 위하고, 삶을 살리는 경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책이다. 

 

썩고 부패하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빵집 '다루마리'는 5년차 라고 했다. 지금으로 부터 다시 5년을 지내고난 후, 10년차 다루마리 주인장의 이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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